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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24화 (2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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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석과 스태프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지만, 적어도 리오는 이곳에 있는 물건들이 마법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 마법서라니? 마나석이라니? 스태프라니? 온갖 철로 만들어진 물건뿐인데?’

무언가 불안한 생각이 들기 생각했다. 어쩌면, 이곳의 방 장식물들은 사람에 따라서 다른 물건이 보인다. 그렇다면……

“리오씨. 출구 따위는 없는 한정 된 공간. 그리고 전투와 관련된 물건들이 무한히 있는 이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 어떻게 생각하다니요?”

살짝. 리오는 뒷걸음쳤다.

사실 리오도 온갖 병장기들이 장식 된 이방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최악의 가능성이기 때문에 입밖으로 내뱉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것은 바로… 둘이 치열하게 싸워,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출구가 발견 되는 것이 아닌 가? 하는 생각을 말이다.

‘…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인데?’

리오의 머릿속을 읽은 것처럼, 테일러는 마법을 시전 했다. 그가 쥔 정령왕의 스태프가 마나증폭을 일으켜 평소보다 빠르고 강력한 파이어 애로우를 만들어 내었다.

‘막을 수 있을까?’

방패를 믿고 리오는 여섯 발의 파이어 애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엄청난 오산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오크의 글레이브를 마치 연속해서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다.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것은 예삿일 이었고, 뜨겁게 달아오른 방패를 기어코 리오는 놓고야 말았다.

“윽!”

벌겋게 달아오른 손가락을 보고 리오는 인상을 찌푸렸다. 벌써 물집이 터져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리오씨. 가시는 길에 말씀해주시죠. 일기장을 보고 숨긴 것이 무엇인지…… 최소한 고통스럽게 보내드리진 않겠습니다.“

테일러의 곁에 또 다시 파이어 애로우가 생겨났다. 곧장 리오를 향해 날아올 기세였다.

“엿이나 먹어.”

파이어 애로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장 몸을 굴러 자리를 피한 리오는 방에 있는 기둥을 향해 이동했다.

기둥은 방의 넓은 크기만큼이나 두꺼워서, 파이어 애로우 수십 발을 때려 박지 않는 이상 무너질 염려는 없었다.

도망친 이후, 리오는 생각에 빠졌다. 저 무지막지한 마법사를 상대할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었다.

‘… 어떻게 하지?’

“하하. 쥐새끼처럼 도망만 다닐 겁니까? 저 그런 거 좋아합니다. 어릴 적. 일부러 어두운 지하실에 쥐를 풀고 맞추는 연습을 자주 했거든요."

‘어두워?’

이 방의 풍경을 떠올려 보았다.

네 개의 기둥. 가지각색의 병장기. 네 개의 횃불.

‘횃불은… 각 기둥에 하나씩 붙여져 있었어.’

리오는 도박을 하기로 했다. 시야를 차단하고, 어둠속에서 테일러가 마법을 시전하는 순간을 노린다.

‘횃불은 먼 거리에 있어. 네 개의 기둥에 이동하면서 하나 씩 끄려면… 결국 내가 네 번이나 내가 살아남아야한다는 말인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리오는 테일러처럼 도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때 마침 장식 진열대에 있었던 스로잉 나이프를 발견했다. 리오는 몸을 최대한 가볍게 했다.

탁탁탁!

“뭡니까 갑자기!”

리오가 갑자기 기둥을 나오자 당황한 듯, 테일러는 파이어 애로우를 리오에게 쏘아 보내었다.

변칙적으로 움직이며 급정지를 리오는 스로잉 나이프를 횃불 하나를 노려 투척했다.

툭!

‘좋아!’

횃불 하나의 불이 꺼졌다. 곧바로 근처의 기둥으로 몸을 숨기자 파이어 애로우 서너 발이 비처럼 쏟아졌다.

“뭡니까? 불이라도 끄실 생각이십니까? 하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오는 기둥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방금 전 자신이 껏던 횃불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얼어붙었다.

‘… 다시 불을 붙였잖아?’

불을 다루는 마법사에게 있어서, 횃불에 불을 붙이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결국 리오가 할 일은 무한히 반복 될 뿐인 일이었다.

휙!

날아오는 파이어 애로우 하나를 간신히 피하고 리오는 다시 스로잉 나이프 투척 자세를 취했다.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계실 텐데요?”

비웃음이 담긴 테일러의 말이 들려왔다. 어차피 횃불을 끄고, 다시 테일러가 키는 것이 반복 된 다면… 스로잉 나이프로 테일러를 공격하면 될 일이었다.

‘자신을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나본데?’

파아앗!

테일러로써는 전혀 예상치 못한 리오의 투척공격이었다.

나름대로 재빠른 움직이었던 터라, 테일러는 실드 마법을 시전 할 수조차 없었다.

“컥!”

정확히 명치에 박힌 스로잉 나이프는 테일러에게 극심한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고작해야 스로잉 나이프. 그리고 운동도 이제 막 한 달을 했을 뿐이며 투척 훈련은 제대로 한 적도 없는 리오다.

테일러가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을 벌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뿐으로 충분했다. 그 사이에 리오는 4개의 횃불을 모두 끄는데 성공했다.

“… 풋내기 검사 따위가.”

어두컴컴한 방에서 화가 난 테일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그가 마법을 시전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의 근원지를 쫓아 천천히 이동하던 리오는 어느 순간 화염 화살이 밝히는 빛의 중심에 검을 내찔렀다.

캉!

그러나 리오의 검은 테일러의 주변을 가로 막고 있는 투명한 막에 부딪혀 막히고 말았다.

반탄력에 의해 뒤로 밀려나며 리오는 손등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섰다.

“윽!… 빌어먹을!”

얌전히 연이어서 욕설을 내뱉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곧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염 화살을 보고 리오는 다급히 몸을 피했다.

쾅!

서너 발의 화염 화살을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 화끈한 화기가 리오의 살갗을 뜨겁게 익혔다.

“으아아아악!”

“하하하! 그러니까… 얌전히 일기장의 내용이 무엇인지 말씀 하셨으면 됬 잖습니까!”

몸을 데굴데굴 구르며 리오는 옷에 옮겨 붙은 불을 비벼 껐다.

그새 화상을 입었는지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 어떻게 하지?’

위기에 봉착했지만, 리오는 살 궁리를 생각해보았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주변에 이용할 만한 것이 없는지 찾아보았다. 저 빌어먹을 화염 마법에 대항할 만한 물건.

‘… 내 방패 밖에……’

총판에서 구입한 방패는 정말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만든 것인지 뜨겁게 열이 올라있었지만 상한 흔적이 없었다.

마법을 막기에는 충분하다.

다만, 열이 전도되기 때문에 리오의 손이 문제될 뿐이다.

‘… 이럴 줄 알았다면… 건틀렛이나 장갑 같은 걸 낄 걸.’

다음부터는 꼭 착용하기로 하며 리오는 뜨겁게 달아오른 방패라도 쥐기로 했다.

테일러의 화염 화살을 막고, 회피하고, 가까이 다가가 실드를 무력하고 검을 휘두른다.

‘하, 할 수 있을까?’

이대로 테일러의 손에 죽는 것 보다는 나았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 리오는 방패를 향해 달려갔다.

‘잠깐… 고통?’

달려가며 든 생각이었다. 오크의 재능을 강탈한 것이 떠올랐다.

“콜 오브 오크! 통각 차단!… 이, 이렇게 하면 되나?”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정신이 나가신 겁니까?”

리오의 생각을 알 리가 없는 테일러는 갑작스럽게 소리치는 그를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꼴 보기 싫군요. 이만 끝냅시다.”

테일러의 스태프에서 붉은 마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리오는 그것이 점멸되기 전. 간신히 방패를 들어올렸다.

‘… 좋아. 통각 차단! 나쁘지 않군! 기분은 나쁘지만!’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다.

테일러의 화염 화살. 파이어 애로우의 파괴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눈앞에서 직접 보았지만. 리오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정신만 바짝 차린 다면 무서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온다!’

두려움을 없애고, 정신집중을 하고 나니, 직선으로 날아오는 파이어 애로우가 똑똑히 보였다.

방패를 기껏 들었건만, 막아낼 필요조차 없었다.

앞으로 달리며 리오는 화살들 사이로 몸을 날렸다. 기겁하는 테일러에게 근접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 이런!”

휙!

있는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종 베기, 횡 베기를 휘둘렀건만, 테일러에게 걸려있는 실드 마법은 좀처럼 풀릴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당황하지 않고 테일러는 또 다시 파이어 애로우 캐스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까와 다르게 한발의 화살이 생성된 것을 보고 리오는 눈을 부릅떴다.

저 정도라면, 고통이 없는 자신이 막아 낼 수 있다.

“이 거리에서 아까처럼 피할 수 있을까!”

‘피할 필요 없어!’

배에 힘을 불어넣고 두 다리를 고목처럼 고정 시켰다.

믿을 수 있는 방패로 적의 공격을 받아내야 한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리오는 교본서를 통해 배웠었다.

그러나 화염화살과 방패가 부딪히려는 순간. 리오의 머릿속에 익숙한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아까 오크와 사투를 벌일 때와 같은 주마등.

‘아…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벽화에는 마법에 대한 대항법도 그려져 있었다. 그 장면 중 일부를 떠올리며 리오는 다급히 자세를 바꾸어 대항했다.

콰앙!

파이어 애로우는 리오의 방패와 부딪치더니 둘 사이에 폭발했다.

코앞에서 터졌건만, 리오 쪽으로만 폭발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듯. 멀쩡했다.

쨍그랑!

테일러에게 걸려있던 실드 마법이 깨진 듯. 유리창이 깨지는 음향이 들려왔다. 리오는 그가 이걸 믿고 근 거리에서 파이어 애로우를 썼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테일러의 전략은 실패했다.

리오의 검이 자신의 동족을 향해 휘둘러졌다.

21세기를 살던 리오가, 미치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동족을 죽인다. 스스로도 살인마가 될 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리오였다.

고통의 신음은 상대방에게서 들려야할 테지만, 자신의 입에서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리오는 간신히 동족을 날붙이로 찔렀다는 죄책감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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