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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23화 (23/190)

<-- 23 회: 1-23 -->

천장은 방금 전 리오가 있던 자리를 어김없이 내려 뭉갰다. 오크들의 시체가 끔찍한 소리를 내었다.

‘… 테일러. 당신 때문에 내가 저렇게 될 뻔 했다고.’

둘 중에 누군가는 살아야했다지만, 리오는 그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 각오하는 게 좋아. 그리고 2층은 아직 안 끝났으니까.’

호흡을 가다듬고 리오는 탈출구의 사다리를 타고 이동 했다.

탈출구를 통해 이동하던 리오는 어딘가에서 쿵쿵 거리는 소음을 들었다.

‘뭔가 있나?’

외길뿐인 탈출구를 이동하면 이동 할수록 쿵쿵 거리는 소음과 가까워졌다.

방의 기관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크를 뛰어넘는 거대한 몬스터가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자 리오는 걱정과 불안감에 휩 쌓였다.

“으아아악!”

어디선가에서 테일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쿵쿵 거리는 소음과 가까운 곳에 있는 모양이었다.

리오는 그를 구하려 가야할지 말지, 고민을 했다.

‘… 일단 2층을 빠져 나가는 걸 먼저 생각하자.’

2층에서 탈출 하기위해서는 테일러의 조력이 필요하다. 리오는 뜀박질을 하며 외길을 따라 나갔다.

길 끄트머리에는 하얀 방이 있었다. 그러나 정 중앙에는 마치 여기를 밟으라는 듯이 붉은 정사각형의 바닥이 튀어나와 있었는데, 리오는 곧장 그 위에 올라탔다.

툭!

‘스위치?’

몸이 살짝 내려가는 느낌이 드는 순간, 리오의 정면에 있던 벽이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쿵! 쿵! 쿵!

사라진 벽 너머에는 비대하게 성장한 오크의 등판이 보였다.

테일러는 오크에게서 온갖 발악을 했는지, 잔뜩 지친 기색이었다.

“리, 리오!… 이, 이런 맙소사!”

무언가 안 좋은 것을 보았는지 그는 잔뜩 인상을 구기며 몸을 숙였다.

바로 코앞에 있는 오크가 글레이브를 쥐고 자신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건만, 무슨 생각인지 리오로써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위험……!”

경고를 날리기 전. 대량의 무언가가 리오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바람을 찢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등판에 빛나는 창이 박혔다.

‘뭐, 뭐지?’

창이 날아온 뒤를 바라보았다. 뒤의 벽에는 원래 없던 발사대가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내가 붉은 바닥에 올라가서?’

크어어어!

상처받은 오크는 비명을 지르며 리오를 향해 돌아보았다.

방금 전까지 노리고 있던 테일러는 잊은 듯. 몹시 분노하며 리오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 뭔지 모르겠지만 고맙…….”

오크가 리오의 방으로 넘어왔다. 그 순간 사르르 녹았던 벽이 다시 생성되었다.

‘이런……. 어쩌지?’

밀폐되어 있지만 죽기 살기로 도망치고, 방패로 버틴다면 목숨을 오랜 시간 부지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제길, 무슨 이따위 층이 다 있지?’

괴성을 내지르며 오크가 리오를 향해 공격했다. 방패로 어설프게 막는 순간, 리오는 단 번에 뒤로 쭉 밀려나고 말았다.

“컥!”

궁지에 몰린 리오에게 오크는 글레이브를 높이 세웠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는 순간, 오크의 뒤에 있던 벽이 사르르 사라졌다.

쏴아아아! 두두두두둑!

새하얀 빛의 창이 오크의 등판을 비처럼 두들겼다. 리오는 그제야 테일러가 보았던 것. 그리고 2층 두 명의 호흡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두 명이 호흡을 맞춰야하는 건가.’

공략법을 찾아냈다.

오크의 뜨거운 숨결이 리오에게서 멀어졌다. 테일러를 향해 피를 줄줄 흘리며 오크가 달려갔다.

아까와 달리 절뚝거리는 자세가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 얼마 남지 않았다.’

오크가 테일러의 방으로 넘어간 순간, 이전처럼 사라졌던 벽이 다시 생겨났다. 리오는 방의 한 켠에 나타난 붉은 스위치에 빠르게 달려갔다.

딸각!

스위치가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벽이 사라졌다. 궁지에 몰려있던 테일러는 리오가 곧장 대응을 해주자 화색을 띄웠다.

빛의 창이 오크의 몸을 두들기고, 리오는 검을 잡았다. 세 번이나 탑의 함정에 당한 오크는 빈사 상태로 보였다.

“꾸르륵…….”

이번에는 직접 리오가 오크에게 다가갔다. 돌진력을 더한 검이 오크의 두꺼운 살가죽을 뚫고 허리를 꿰뚫었다.

푹!

“윽…….”

오크의 허리뼈를 갈랐건만, 자신의 뼈를 가른 듯한 감각이 들었다.

‘하아…….’

그 순간, 리오는 입술을 타고 무언가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혀와 식도를 타고 뱃속이 뜨거워졌다. 이전에 그린 독을 직접 죽이고 느꼈던 감각이었다.

-오크의 재능을 강탈합니다.

눈이 핑 돌아가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테일러에게 지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내심 멀쩡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다.

다행히도 강탈로 인한 불쾌감은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았다.

수초 뒤, 리오의 앞에 또 다른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불쾌감과 뱃속의 이물감은 깨끗이 사라졌다.

*콜 오브 오크

돼지와 인간이 반쯤 섞인 모양새의 종족인 오크.

타고난 야성을 가졌으며 전사이기도 한 오크들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바로 전투 중 통각을 잃어버리는 것.

오크를 쓰러뜨린 당신은 이제부터 전투 중 통각을 차단 할 수 있게 된다.

-탑의 축복 : 강탈은 당신의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당신의 인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탑은 활성화 할 수 있는 재능의 개수를 제한합니다.

(활성화 할 수 있는 재능 : 1개)

‘통각 차단? 제한 재능?’

새로운 재능을 얻은 기쁨도 잠시였다. 그 뒤에 들려온 좋지 않은 소식은 리오의 인상을 찡그리게 했다.

이래서는 자신이 꿈꿨던 진화는 이룰 수 없었다.

‘제길….’

그래도 리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지속시간을 가진 재능도 아니었고, 한 가지 재능을 선택하고 무한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리오는 테일러를 바라보았다.

“용케 사셨군요.”

“당신도 말입니다.”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았던 터라,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았다.

테일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리오는 그에게 당장이라도 사과를 요구하고 싶었으나, 일단은 2층을 빠져나가고 난 뒤에 해결하기로 했다.

‘칫…….’

서로 말이 없어도 생각한 것은 같은 모양이었다.

무기를 거두고 둘은 새롭게 나타난 출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고요한 통로를 걷고 있을 때, 리오는 문득 오크에게서 당한 상처나 몸의 피로감들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설마 이것이 자신의 탑의 축복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어디선가 보았던 장면이었다.

탑이 주민에게 내려주는 회복의 일종이었다.

그 예로, 리오의 장비에 난 흠집들도 모조리 새것처럼 변하고 있었다.

그것은 리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테일러도 마찬가지였다.

‘2층의 끝에 다 온 건가?’

보통 이런 회복 축복은 탑의 마지막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내려진다.

몸에 원기가 돋고, 목적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리오와 테일러의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어서 빨리 탑에서 탈출하여 집에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둘의 예상과 다르게, 통로의 끝에는 또 다른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넓긴 하지만 두꺼운 네 개의 기둥이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방.

적어도 천장이 내려 올 일은 없었다.

동서남북에 문은 없었고, 벽돌로 차곡차곡 쌓아진 양측 벽은 사르륵 사라지거나 스위치로 인해 없어질 염려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방의 가운데에 오크 같은 이종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을 비추는 네 개의 횃불, 그리고 방을 장식하는 수십 자루의 무기들과 갑옷들이 있었다.

‘이 방은 또 뭐지?’

드르르륵!

리오와 테일러가 통로를 나오자, 마치 퇴로를 막듯 걸어왔던 길의 입구가 막혔다.

“이건…….”

“어쩌라는 거지……?”

둘의 시선이 부딪쳤다.

서로에게 좋은 감정은 없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수밖에 없다.

2층은 혼자서 해내는 곳이 아니라, 두 명이서 해내는 곳이라는 걸, 이 전의 방에서 이미 확인되었으니까.

“… 리오씨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테일러가 먼저 리오에게 물어왔다.

리오는 방을 좀 더 자세히 둘러보았다.

가지각색의 무기들, 그리고 갑옷들. 기둥과 횃불.

“… 어쩌라는 거지?”

한숨을 내쉬며 리오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테일러는 무언가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근처의 무기진열대에 다가갔다.

“단순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마법서였군요. 그것도 파괴마법. 하하… 이거 이거 무시무시한 내용의 책들인데요…….”

히히덕 거리며 테일러는 그 주변의 물건들을 하나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런 엄청난 마나석이 왜 이런 곳에 있을 까요?… 헉! 이건 정령왕의 스태프…….”

‘무슨 말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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