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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22화 (22/190)

<-- 22 회: 1-22 -->

드르륵!

열려 있던 문에서 오크가 나와 리오와 대치했을 때, 테일러의 뒤에 있던 문이 열렸다.

“맙소사.”

거구의 오크가 흉악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테일러! 당신 뒤에도 한 마리 있어요!”

리오의 외침에 테일러는 파이어 애로우의 표적을 변경했다.

미리 캐스팅을 시전 한 덕분인지 때 맞추어 파이어 애로우는 테일러를 공격하려던 오크를 맞추어 즉사시켰다.

‘굉장한 위력이로군.’

준비에 긴시간이 걸리지만, 확실한 한방을 보여주는 마법은 리오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자신은 배울 수 없다.

“크아아아!”

한눈을 팔고 있던 리오를 향해 남은 오크가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아까 전에 오크의 힘을 직접 맞본 리오는 방패의 정면으로 글레이브를 막아낼 생각을 결코 하지 않았다.

‘몸에 걸친 장비와 검과 방패 때문에 재빠른 회피가 불가능해… 애초에 내 근력량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방패를 든 이상. 방패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아까와 같은 곤란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테일러의 서포트가 늦을 거야. 방금 전에 파이어 애로우를 사용했으니…….’

생각이 깊어질수록 오크의 글레이브는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방패검사답게 방패를 들이 밀었다. 최대한 글레이브를 튕겨낼 수 있도록, 충격을 흘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글레이브가 방패에 다다르려는 순간. 어떤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 벽화?’

자신도 모르게 벽화의 그림을 따라했다.

리오는 방패술의 고수처럼. 방패를 교묘히 비틀어 글레이브의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분산시켰다.

그리고 자세가 흩트러진 오크를 향해 방패를 들이 박았다.

쿵!

마치 갓난아기가 부딪치는 것과 같은 풍경이었건만, 오크는 리오의 태클을 받고 뒤로 벌렁 넘어졌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 손에서 글레이브를 놓치고 땅바닥에서 바둥바둥댔다.

‘… 어, 어떻게 했지?’

스스로 해놓고도 상황을 머리로 이해할 수 없던 리오는 오크를 처리할 수 있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 사이, 제자리에서 일어나고야만 오크는 리오에게 두 주먹을 쥐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오크.

오히려 글레이브를 휘두르던 때가 나았다. 재빠른 주먹 한 방 한 방이 마치 도끼에 후두려 맞는 듯 했다.

방패로 간신히 막고 있기는 하지만 리오는 만약 저 주먹이 자신의 얼굴에 맞는 다면 어떤 몰골이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 테일러!”

다급함을 느낄 즈음, 리오의 뒤에서 두 개의 화염 화살이 날아왔다.

아까와 달리 열기와 숫자가 줄어든 파이어 애로우였다.

그러나 마법의 위력은 확실했다. 리오를 공격하던 오크를 즉사시키진 못했으나 치명상을 입혔다.

리오는 고통스러워하는 오크에게 마무리 일격을 선사했다. 심장을 정확히 노려 검을 꽂았다.

전투가 끝났지만 리오와 테일러는 곧장 재정비를 시작했다.

아까처럼 오크들이 뒤를 이어서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다.

드르륵!

드르륵!

“… 응?”

“설마….”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동서남북으로 있던 네 개의 철문이 모두 개방되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 마다 오크들이 등장 했던 터라, 리오와 테일러는 불안감이 뒤섞인 눈으로 동서남북의 문을 바라보았다.

“… 아아.”

“… 맙소사.”

오크 세 마리를 연이어서 처치하느라 잔뜩 지친 상태인데, 이번에는 모든 문에서 두 마리씩. 총 여덟 마리의 오크들이 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 명씩 상대해도 여덟 마리를 상대하는 건 힘들다. 그런데 여덟 마리를 동시에 상대 하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여기서 죽으라는 건가?’

‘2층은 두 명의 호흡이라며? 호흡을 아무리 맞춘다고 해도 이건…… 불가능하잖아.’

오늘 두 사람에게는 실수가 많았던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그 누구도 죽고 싶지 않았다.

“어, 어떻게 하죠?”

“최대한 발악이라도…….”

오크들은 직감적으로 먹잇감이 지쳐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 사냥을 즐기기 시작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잠시 뒤의 식사를 상상하며 둘에게 다가왔다.

그러는 와중. 설상가상으로 리오와 테일러의 데드엔딩을 확정짓는 2층의 기관이 작동했다.

쿠르르르릉!

“빌어먹을….”

“하…….”

천장에서 우수수 먼지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차 내려왔다.

리오와 테일러는 허탈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렇게 되었으니 하지 못한 말이라도 해도 될까요? 리오씨?”

“뭔가요?”

테일러의 물음에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 아버지의 일기장. 저한테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죠?”

리오는 이런 상황이니 허심탄회하게 말해주기로 했다.

“예. 저한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있었죠. 테일러씨에게는 숨겨서 죄송합니다.”

애초에 김체건이 남긴 건 테일러를 위해서 남긴 것이 아니다.

테일러의 아버지가 일기장에 그 내용을 쓴 것도 아들이 언젠가 벽화를 찾길 위해서 쓴 것도 아니었다.

만약, 아들이 찾기 위해서 그 내용을 썼다면, 애초에 한글로 썼을 리가 없다.

이런 저런 사정을 모르는 테일러로써는 리오가 마냥 아버지의 유산을 빼돌린 것처럼 들려왔다.

“당신…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었군요.”

테일러가 말투에서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다고 느낀 리오였지만, 지금 상황에서 오해를 풀 여유는 없었다.

입을 다물고 조금이라도 살아남기 위한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 방법이 없나?’

오크들이 지척까지 다가오고, 천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리오와 테일러의 사이에 있던 밑바닥이 갑작스럽게 열렸다.

덜컹!

좌우로 갈라지며 하나의 사다리가 보였다. 지금 당장 누군가 내려간다면 그 사람은 분명 살 수 있다.

그러나 남은 한 사람은 오크들과 함께 천장에 깔리게 되는 신세가 되고 만다.

테일러와 리오. 두 사람은 그 생각을 마치는 순간. 몸을 움직였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은 둘 뿐이고, 좋은 인연을 쌓으려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목숨이다.

더군다나 둘은 누구를 위해 희생을 할 정도의 성격도 아니었고, 그럴 만한 사이도 아니었다.

한순간이었지만, 등과 앞을 맡겼던 사내 둘은 냉정한 결단을 내렸다.

리오는 오크를 향하던 검을 테일러에게 향했고, 테일러는 스태프를 리오에게 향했다.

“죄송…….”

“페럴라이즈.”

급소에 검을 대고 위협을 하려고 했던 리오와 달리, 테일러는 곧장 마법을 리오에게 시전 했다.

캐스팅 시간이 없이 사용한 마법인 것을 보아, 테일러의 지팡이에 내장 된 마법인 모양이었다.

‘… 빌어먹을.’

눈 하나 깜빡할 수 없을 정도로 움직일 수 없게 된 리오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테일러는 무심한 얼굴로 둘 사이에 나타난 지하통로로 몸을 피했다.

덜컹!

테일러가 사다리로 몸을 완전히 옮긴 순간, 마치 리오는 여기서 죽으라는 듯. 통로의 입구가 닫혔다.

패럴라이즈 시전자인 테일러와의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입구가 차단되었기 때문인지 리오는 신체의 자유를 다시 되찾았다.

“망할 자식!”

믿을 사람은 역시 자신 밖에 없다며 리오는 이를 갈았다. 테일러가 들어간 지하통로를 발로 두들기며 어떻게 탈출할 방법이 없는지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미 오크들은 천장과 머리를 부딪치고 괴로워하거나 두개골이 파괴된 상태이었고, 천장은 리오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낯빛이 하얗게 변하며 천장을 바라보던 리오는 벌써부터 머리가 천장에 짓눌린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드르륵!

경악하고 있는 리오의 귓가에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어디선가 문이 열렸다.’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자, 천장의 오른 쪽 끝 부분이 열린 것을 발견했다.

화색을 띄울 것도 없이, 리오는 곧바로 달려갔다.

이미 천장은 리오가 제대로 설수도 없을 만큼 내려온 상태였다. 최대한 달리며 아슬아슬하게 탈출구에 도착했다.

“… 헉헉.”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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