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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9화 (1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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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어째서 길드에 대해서 숨겼지?”

탑의 축복에 대해서 숨겼을 때는 가볍게 넘어갔다.

그러나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된다. 자신을 기만하는 가이드에게 충고를 해주어야한다.

“… 그, 그게…….”

픽시는 우물쭈물 하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리오가 테일러의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는 순간. 이미 눈치 챈 사실이었다. 말을 한다고 한 들 변할 것은 없었다.

“제가 가이드이기는 하지만… 아시다시피 전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니라. 탑이 만들어낸 피조물이잖아요. 전 그분의 명령을 받고 행동하죠.”

“그래서? 사실 탑의 축복을 숨긴 것도, 길드에 대해 숨긴 것도, 앞으로 숨길 것도 모두 그 신이나 다름없는 작자의 명령 탓이다?”

“… 핑계 같지만 맞는 사실이에요.”

화가 치솟았지만 리오는 참았다. 이곳의 탑이라는 존재가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불이익을 주는지. 그 이유를 묻기로 했다. 아마 자신이 추측하는 것과 맞을 것이었다.

“… 왜 그런 명령이 나왔는지. 구체적인 설명 가능해?”

할 수 없다는 투로 요정은 입을 열었다.

“… 길드로 가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그러니까 제 몸 좀 놔주세요.”

아직까지 픽시의 몸을 부여잡고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리오는 그녀를 놔주었다.

집을 나오고, 픽시는 리오의 어깨 위에 앉아 길을 안내 했다.

몸이 투명하게 변한 상태로 말을 하는 픽시의 존재는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아서 가끔 들려오는 말이 아니면 있는지 조차 의심이 들었다.

길을 안내하며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픽시는 입을 열었다.

“제가 왜 제대로 된 가이드를 하지 않았냐고 물으셨죠?”

화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리오는 대답했다.

“그래.”

“탑은 인간이 탑을 오르게 하기 위해 축복을 내렸어요. 형편성에 맞게 말이죠. 그러나 우연히도… 축복이 내려지는 순간과 동시에 인간 한 명이 축복에 맞먹는 걸 만들어냈죠.”

“얼마나 대단하길 래…….”

픽시는 가이드다. 그런 가이드가 존재의의와는 상반된 행동을 한다.

그 원인에 대해서 리오는 호기심을 가지며 당장 확인을 하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길드에 있었다.

‘총 같은 건 아니겠지.’

길드는 마치 작은 탑을 보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리오가 일했던 총판과도 비슷했다.

‘주변을 몇 번 지나간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건물 양식은 제각각이지만, 길드나 총판처럼 커다란 건물은 대체로 비슷했다. 작은 탑이라고 부를 수 있다.

길드의 안으로 들어가자 리오는 건물 안에 수많은 주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어딜 가나 인간을 주목하는 시선은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렇지 않게 리오는 길드의 안내원에게 다가갔다.

“인간 길드 아지트로 가고 싶은데.”

픽시가 말하길, 길드는 주민들이 만들어낸 ‘탑’이라고 한다.

탑이 각 ‘층’으로 향하는 것처럼, 길드는 각 종족별 ‘아지트’로 옮겨준다.

묘인족 여성은 보기드문 인간인 리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길드의 아지트로 말이죠… 잠시만요.”

수초 뒤, 리오에게 출입증을 건네고 안내원은 리오에게 게이트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길드의 시설은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리오는 긴 시간을 뒤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수분을 기다리고 리오의 차례가 다가왔다. 게이트를 담당하는 관리자는 리오를 보고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

“인간 길드의 아지트라…… 껄껄. 거기는 너무 오랜 만인데…….”

노움 마법사는 리오에게 온갖 무늬가 그려진 대거를 건네었다.

“자네의 피를 묻히게. 인간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하거든.”

“알겠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생살을 찢는 건 껄끄러웠다.

날이 선 대거로 손끝을 베어 내자 새빨간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협조해줘서 고맙네…… 인간은 맞군. 포탈을 열어주겠네.”

노움의 뒤에 있던 네 개의 기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기둥들 가운데서 빛의 구슬이 생성 되더니 기어코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크기로 변했다.

“… 이제 들어가도 좋네.”

“수고 하셨습니다.”

난생 처음 이용해보는 포탈.

포탈의 생성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리오는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포탈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

탑처럼 현기증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포탈은 마치 공간이 이어져 있는 것과 같았다.

리오는 순식간에 낯선 곳으로 이동되자 감탄사를 터트렸다. 신비로운 감각이었다.

“여기가 인간 길드란 말이지……”

사무적인 풍경이었던 길드 관리소와 달리, 인간 길드는 마치 살풍경이 나는 ‘집’ 같았다.

말하자면, 그냥 ‘사람 사는 집’이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테이블, 엉성하게 만들어진 침대. 찌그러진 냄비, 그리고 이 탑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가마솥까지.

“가마솥이라니.”

가마솥은 아지트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그 주변에 놓인 의자와 돌들을 보아, 여기를 사용하던 인물들은 가마솥의 주변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양이었다.

길드 직원들의 반응을 보니, 누군가 아지트에 온 적은 정말 오랜만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 치고는 아지트의 상태는 항상 관리가 된 것 같았다.

이 세계는 마법이라는 것이 있으니, 관리 상태에 대해서는 별 의심을 품지 않고 리오는 아지트를 계속 살펴나갔다.

‘일기장에 의하면… 여기에는 나보다 먼저 이 세계를 왔던 지구인들의 흔적이 있는 게 분명해.’

x월 xx일

여관에서 일하다 우연히 길드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길드란…… 중략…… 고로 인간은 인간들만 속한 인간 길드에 강제로 가입이 된다.

인간 길드에는 아무래도 나 말고 먼저 이 세계로 왔던 지구인들의 흔적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제발 있기를 빈다. 난 이런 세상은 원했지만 혼자 살아가는 건 싫다.

길드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 오늘 하루는 손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녔다.

그 대가로 여관 주인에게서 농땡이 피웠다고 혼이 났지만. 그건 이제 상관이 없다.

결국 나는 업무가 끝난 이후에 길드로 갔고. 그 결과. 엄청난 것을 발견해냈으니까.

난 더 이상 여관에 있을 필요가 없다.

…… 멍청한 나가년. 매일 정산이 틀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을까?

떠나기 전에 한 번 계산대 털어버려야지. 그 머리로는 아마 내가 털어도 모를 거다.

리오는 테일러에게서 빌려왔던 일기를 다시 한 번 꺼내어 읽었다.

주변의 있는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그가 발견했던 엄청난 것이 무엇일지 상상해보았다.

‘상상조차 가질 않는 군…….’

리오는 어깨위의 픽시의 존재감이 어느새 느껴지지 않는 걸 알아차렸다.

“… 픽시.”

하지만 리오의 부름에도 픽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여기는 인간 길드의 아지트이니, 요정족인 자신은 이곳으로 올 수 없다. 라는 핑계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리오는 강수를 두기로 했다. 픽시라는 종족의 특징은 공간이동이다.

어떤 장소든 규칙을 가리지 않고 이동하는 것이 픽시들이다.

그런 픽시들이 이곳에 못 올 리가 없다.

아무리 탑을 흉내 내어 만들어진 건물이라고 한 들. 이곳이 탑 그 자체만큼이나 대단한 힘을 가질 수는 없다.

“픽시. 지금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동안의 잘못은 모두 눈감아 줄 수 있는데…….”

말끝을 흐리는 리오의 말이 아지트를 울렸다.

수초 뒤, 어디선가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리오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 차. 찾으셨나요.”

“늦었잖아?”

“아하하… 아무리 저라도 여기는 좀 이리저리 꼬여있다고 할까요…….”

“그래도 때 맞춰서 잘 왔네.”

어색하게 웃으며 픽시가 리오의 어깨에 앉았다.

“그. 그럼… 찾으시는 걸 보러 갈까요?”

“그래. 엄청 기대 된 다고?”

픽시는 아지트의 가운데에 있던 가마솥을 가르켰다.

“여기에 물을 넣고 끓여주세요.”

그녀의 말에 리오는 내심 놀란 투로 되물었다.

“이게 어떤 도구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픽시는 입술을 곱씹다가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인지 숨기고 있던 것을 내뱉었다.

“그야 알고 있죠. 예전에 이 세계에 리오님이 처음 왔을 때. 기억을 엿본 것도 있지만…… 리오님 이전의 인간들도 저희 픽시들의 가이드를 받았으니까요. 다른 픽시들의 입을 통해서 저도 잘 알고 있죠.”

가마솥의 뚜껑을 두들기며 픽시는 덧붙였다.

“… 여기다 훈제 구이 해먹으면 맛있다던데.”

‘손바닥만 한 요정 주제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리오는 픽시가 시킨 대로 가마솥에 물을 부었다.

식수대는 아직 정상작동을 하고 있었고, 가벼운 화염 마법을 일으키는 조리시설도 아직 작동했다.

불과 물을 옮기고 가마솥이 끓기를 기다리며 리오는 픽시에게 물었다.

“그럼 넌 나 말고 다른 인간들에 대해서 들었겠군.”

“예. 들으면서 커왔죠. 가끔은 직접 눈으로 보기도 했고요. 나도 언젠가 같이 모험을 하고 싶다고.”

“소원을 이루었으니 축하를 해주어야하나?”

“아뇨. 어렸을 때의 상상과는 조금 달라서……. 현실과 꿈은 다른 거 아니겠어요?”

“생긴 건 어린 여자애인데….”

“인간을 듣고 보며 자랐는데 어련 하겠어요. 그리고 이래보여도. 저. 리오님보다 나이는 많다고요?”

이제와서 나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픽시에게 리오는 빈정댔다.

“예예. 앞으로 가이드 누님이라 불러드리죠.”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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