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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7화 (1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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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시작점은 종유석 동굴 안이었다.

외길로 이루어진 곳을 조심스럽게 쭉 나아가기 시작할 즈음. 리오는 인상을 구겼다.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쉽게도 2층은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장소인 모양이었다.

타인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2층을 올라야 하니, 2층을 오르는 탑의 모험가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파트너를 고르게 한다.

‘되는 일이 없군…….’

한숨을 내쉬며 동굴의 끝으로 향했다.

거대한 동공으로 이어진 2층에는 역시나 수많은 모험가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이제 막 2층에 들어온 리오를 주의 깊게 보고는 놀란 눈으로 속닥거렸다.

“… 인간이 탑을 올라?”

“최단기록을 갈아치웠다는 그 인간인 모양이군.”

“운이 좋나본데?”

하지만 속닥거릴 뿐. 리오에게 다가오는 인물은 단 한명도 없었다.

마을 밖의 주민들과 달리, 이 탑을 오르는 모험가들에게는 오로지 자신의 목적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하다.

인간인 리오가 당연히 탑에 오르는 데에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2층의 공동에 있던 이종족들은 리오를 호기심이 짙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익숙한 시선이기 때문에 리오의 기분이 나빠지고 할 것도 없었다. 거칠 것 없이 그들을 헤치며 공동의 중앙에 있는 게시판으로 향했다.

-규칙-

1.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1명의 동료와 함께해야만 한다.

2. 동료는 1명 이상이 될 수 없으며, 자신과 같은 종족이여야만 한다.

3. 환수, 정령, 호문쿨루스, 골렘, 인형, 크리쳐, 테이밍 한 짐승 등. 자신과 같은 종족이라고 한 들. 자신의 명령을 받으며 하위 명령체계인 존재는 2인 파티로 인정되지 않는다. 오로지 탑의 세계의 주민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4. 위의 조건들을 만족 할 시, 동쪽의 포탈로 이동하라.

과거에 어떤 불상사가 있었는지 능히 짐작이 가능한 규칙들이었다.

게시판의 밑에는 동료를 구한다는 여러 쪽지들이 붙여져 있었다.

리오의 뒤에서 있던 어느 오크가 말했다.

“취륵. 비켜라 인간.”

게시판에 붙여져 있던 쪽지 하나를 뜯어가더니, 그 오크는 금새 쪽지의 주인을 찾아 동쪽의 포탈로 이동해갔다.

오크는 번식력이 뛰어난 걸로 유명해서, 이 탑의 세계에서도 가장 인구가 많은 종족이었다.

신에 가까운 탑이 오크의 수를 조절하고 있는 건지, 무한히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아마 가만히 두었다면 탑의 세계는 오크 왕국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부럽군.”

다른 종족보다 동족을 찾기 쉬운 오크.

그들에게는 이런 2층의 규칙은 너무나도 쉽다.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태반이 오크들의 쪽지이었다. 인간의 것을 찾으려면… 아마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었다.

‘야단났군. 인간보기 힘들다는 세상에서 동족과 함께 올라야하다니…….’

모만은 근 십년동안 리오 말고 다른 인간이 이 세상에 온 적이 없다고 했다.

리오가 이 세상에 온 후 이후로도 누군가 온 적이 없다고 하니, 사실상 리오가 탑을 오르는 건 여기서 끝이었다.

낙담을 했으나 이대로 포기를 할 수는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쪽지를 남겼을 때.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누군가 리오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헉헉… 다. 당신이 리오라는 분이십니까?”

뛰어왔는지, 숨이 찬 목소리는 곁에 있던 리오까지 숨차게 했다.

“… 그렇습니다만.”

몸을 돌려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의외로 자신과 체격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은 인물이었다.

머리는 갈색에 눈은 파랬다. 그 쯤 봐서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 판단했고, 대강 엘프나 그쯤 되는 인간의 유사인종이라 생각했건만,

‘… 사람?’

눈이 커진 리오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대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얼굴과 귀. 손과 팔을 만져보며 이종족의 특징이 있는지 확인해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특별한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탑의 세계에서 만난 첫 동족이었다.

***

“당신 같은 분이 언젠가 이 세계에 올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리오와 나이차가 없어 보이는 상대는 아쉽게도 지구인은 아닌 모양이었다.

함께 탑을 나오고 그의 집으로 초대받은 리오는 마치 오랜 지기라도 만난 것 같은 그의 친절함에 당황을 했다.

“… 아. 예.”

“아. 아직 제대로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지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테일러라고 합니다.”

“예. 전… 리오라고 합니다.”

시원한 호박 주스를 가져오며 테일러는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들었지요. 어제 탑 1층을 최단기간내로 돌파하셨다지요? 그 일 때문에 이 마을 전체가 시끌벅적했습니다.”

그가 건네는 주스를 건네받으며 리오는 되물었다.

“… 헌데, 테일러씨는 무슨 볼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동족을 만나면 반가울 법 하련만, 리오는 테일러를 차갑게 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의 외모를 보니 자신과 같은 지구에서 온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굳이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었다.

이 세계에서는 동족의식 같은 건 의미가 없으니까.

테일러는 자신이 담근 호박 주스를 쭉 들이키더니 리오의 코앞에 하나의 화염구를 만들어냈다.

‘마법……?’

그 행동의 의미를 생각하려고 할 때. 테일러가 설명을 해왔다.

“전 마법사입니다. 이 탑의 세계로 이동해온 저의 부모님에게서 배운 재주이지요.”

리오는 그 말에 화들짝 놀랐다.

“… 그럼. 테일러씨는 이 탑의 세계로 온 게 아니라… 이 세상에서 태어나신 겁니까?”

“예. 전 여기가 고향입니다.”

‘모만씨의 말은 사실이었어. 인간이 자식을 낳았다면… 왕례가 없으니 나 말고 다른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모만씨가 모를 법하지.’

몹시 뜨거운 화염구를 없애고는 그는 말을 이었다.

“…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향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탑을 오르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2층의 벽 때문에 그동안 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어제 리오씨의 소식을 듣게 되었지요.”

“뒷이야기는 그만 말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저와 함께 3층을 올라가자 이 말씀이시군요.”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자 테일러는 미소를 지었다.

“예. 그렇습니다. 리오씨의 장비를 보아하니 최소한 마법사는 아니신 것 같은데…, 저와 짝이 될 것 같습니다만. 어떠신 지요?”

리오로써는 거부할 것도 없었다.

아까 보여준 테일러의 마법 실력을 보아하니 그린 독 수십 마리는 단 번에 물리칠 만한 위력일 것 같았다.

“제 입장에서 거부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함께 하죠.”

“거부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오늘 식사나 하고 가시겠습니까?.”

“저야 좋지요.”

테일러와 함께 식사를 하며 리오는 탑의 세계에서 그는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저는 보다시피 마법사입니다. 대단한 재주는 아니어서… 그냥 시장에서 나도는 재료를 사서, 마법으로 가공한 뒤에 팔면서 생활 하고 있습니다.”

별거 아닌 투로 말했지만, 그의 집은 풍족해보였다.

“리오씨는 그동안 어떻게 생활 하셨습니까?”

자신의 일을 남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리오의 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이곳의 주민은 그동안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심 쑥쓰러워하며 리오는 그동안의 일을 그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총판의 일을 말하며 테일러는 몹시 놀라워했다.

“총판이라니. 오. 검과 방패를 다루시길 래 마냥 전사이실 줄 알았는데…… 학자 출신이셨다고요? 놀랍습니다.”

“그냥 제가 있던 세상은 그런 곳이어서…….”

테일러는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잠깐… 아까. 말씀하셨던 세상이 어떤 곳이라고 하셨죠?”

“지구라는 곳으로…….”

리오가 확신하기를, 테일러는 지구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자세히 지구를 설명하자. 테일러는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테일러 본인은 지구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주변인물이 지구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예상대로 맞아들었다.

“… 아버지에게 이야기 들은 대로의 장소군요.”

“아버지?”

“예. 제 아버지는 아마 리오씨가 오신 지구라는 곳과 같은 장소에서 오셨을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 그 지구라는 곳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어렸을 적을 회상하는 지 테일러의 얼굴은 아련하게 변했다. 양친이 곁에 있을 때를 그리워하는 듯 했다.

“… 실례인걸 알고 있습니다만. 테일러씨의 아버지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회상에서 깨어난 테일러는 실례를 무릅쓰고 질문한 리오의 답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와 다르게 어머니는 다른 세계에서 오신 분이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탑을 오르시다 봉변을 당하셨죠.”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리오님이 궁금하실 만한 질문이지요.”

말은 그렇게 해도 속은 씁쓸한지 그는 달달한 주스를 들이켰다.

“그러고 보니 지구에서 오신 분이라면…… 그걸 읽으실 수 있으시겠군요.”

식사를 하다 테일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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