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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5화 (1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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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탑의 세계에서 태어난 자.

총판에서의 일을 모두 정리하고. 리오는 알이 골라준 장비들을 확인했다.

근력이 부족한 리오에게 중장비들은 무리였다. 검과 방패를 드는것만으로도 체력에 한계가 오기 마련이었다.

명장이 만든 병장기들은 다른 종족보다 현저히 뒤떨어지는 인간의 신체능력까지 고려한 건지, 여러 가지 ‘마법’이 걸려있었다.

그 마법 덕에, 리오는 검과 방패를 동시에 들 수 없었던 것이 해결이 되었다.

또. 여전히 중무장은 할 수 없었지만, 관절이나 심장과 같은 아주 중요한 급소만을 가리는 가벼운 아머를 걸칠 수 있게 되었다.

“마법이라… 정말 좋군.”

마법이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느끼게 되자 리오는 마법사라는 존재가 무척 부럽게 느껴졌다.

‘사실. 마법사가 되고 싶었는데.’

마법사는 마나라는 에너지를 다루며 온갖 수식계산에 통달해야만 한다.

마나를 못 다룰 뿐이지 리오는 수식계산이라는 점은 능통하기 때문에 꽤나 훌륭한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때문에 탑의 세계로 왔을 때, 리오의 소문을 듣고 많은 마법사들이 리오를 찾아왔었지만.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마나 친화력이 전무하다는 것을 알고 모두 돌아갔었다.

마법을 다룰 수 없는 리오. 결국 탑을 오를 수 있는 수단은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뿐 이었다.

“마법에 대해서는 잊자.”

머릿속에서 마법에 대한 욕심을 지우기로 했다.

이제 자신은 로마의 검투사처럼, 검과 방패를 자유자재로 다루어야했다.

픽시가 알려준 탑의 축복이라는 건 탑을 모험하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될 것이었다.

탑의 축복이란 탑을 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것.

그렇다면 탑을 오르다 보면 자신에게 어떤 축복이 내려졌는지 알 수 있으리라.

서점에서 구입한 검술교본을 통해 방패술과 검술을 익히며 리오는 몸을 단련해나갔다.

한 달을 그렇게 개인 수련을 하며 보냈다. 자신의 성장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시간을 그저 버리고 있는지.

누군가 조언을 해주거나 마땅한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에 리오는 언제 탑에 들어 가볼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픽시가 리오의 수련을 지켜보다 말했다.

“이제 1층은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뭐?”

탑에 들어가는 것을 극구 말리고 싶은 건지, 탑에 대한 정보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던 픽시였다.

리오의 가장 간지러워하던 부분을 픽시가 긁자 리오는 밝은 얼굴로 되물었다.

“그건 지금 내가 1층을 여유롭게 돌파 할수 있으니까 한 말인가?”

마치 자신이 그 정도로 성장했다는 듯이 들리자 리오는 흥분을 느꼈다.

지난 한 달간의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 전 가이드일 뿐이에요. 1층을 여유롭게 깰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확실히 내려드릴 수 없어요."

조언자의 역할을 충실히 지키는 픽시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리오에게 힘이 되었다.

가이드가 리오에게 1층을 들어가도 된 다고 먼저 말을 꺼내었다.

돌파 할 수 있을지는 둘 째 치고, 최소한 1층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처참하게 패배할 일은 없으니 말을 꺼낸 것일 터.

‘좋아. 이제 탑에 들어 가보자.’

설마 자신이 다시 탑에 들어가는 날이 올 줄이야.

헛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자신감만은 넘쳤다.

이튿날이 되고 리오는 오후로 접어들기 전에 탑으로 향했다.

탑의 근처에는 어느 때처럼 주민들이 넘쳐났다.

탑의 모험가들. 그들의 무거운 주머니를 노리는 상인들.

리오는 그들을 헤치며 웅장한 탑의 정문 앞에 섰다.

멍청한 생각을 가지고 이 문을 들어갔던 자신은 반년 전. 안에서 죽었다.

엄연히 생명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게임이라 여겼던 자신.

그 일이 똑같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었다.

게이머 리오가 아니라.

귀환자 리오가 되어야만 했다.

‘들어가자.’

주민들의 이목이 모일까봐 뒤 집어 쓰고 있던 로브의 후드를 벗었다.

금세 주변에 있던 시선이 리오에게 모였다. 인간, 인간이 어쩌느니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리오는 손에 감기는 검과 방패를 빼어들고 안으로 향했다.

‘윽!’

암흑으로 가득 차 있는 탑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현기증이 느껴졌다.

분명 발은 땅을 밟고 있건만, 눈앞은 천지개벽을 일으키고 있었다.

수초 뒤, 눈앞에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리오의 앞에는 7개월 전에 보았던 아름다운 숲속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가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피를 흘리며 헐떡거리고 있는 사슴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녹색 개들.

입 주위가 비대하게 진화한 그린 독을 보고 리오는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이 7개월 전. 1층에서 보았던 풍경과 똑같았다.

“세이브!?… 빌어먹을? 픽시! 이런 건 미리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어디선가 죄송하다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확인할 틈도 없이, 리오의 근처에 있던 그린 독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침착하게 리오는 검술교본에서 배운 대로 방패를 내밀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땅에 뿌리가 박힌 나무처럼 리오는 그린 독의 몸통 박치기를 방패로 받아내고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끼이잉!”

검을 타고 살을 찢는 감각이 소름끼치게도 무서웠다.

그러나 리오는 망설임 없이 그린 독의 몸을 쭉 찢었다. 검술은 그저 책에서 배운 것뿐이었으나, 워낙 명검이기 때문인지 별다른 힘이 들지 않았다.

“… 덤벼라 개새끼들.”

리오의 도발이 통한 것처럼. 남아 있던 그린 독 두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방패의 면적이 큰 편은 아니기에, 리오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한놈 한놈 상대할 수 있도록 몸을 뒤로 빼었다.

“이거나 먹어라.”

먼저 죽어버린 그린 독의 시체를 발로 걷어찼다. 달려오던 그린 독 한 마리가 그걸 맞고 뒤쳐졌다.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어렵지만, 한 마리 한 마리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낑!”

리오를 향해 달려오던 그린 독 한 마리가 검에 꼬챙이처럼 찔렸다.

뒤늦게 달려오던 남은 놈도 어렵지 않게 처리한 후, 리오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칠 개월 전.

자신이 울고불고 도망을 쳤던 세 명의 그린 독을 상대로, 지금의 자신은 어렵지 않게 쓰러뜨렸다.

가뿐하게. 상처하나 입지 않고. 여유롭기까지 했다.

웃음을 터트리려다 리오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복통에 허리를 숙였다.

‘… 뭐, 뭐야 갑자기…….’

이런 상황에서 복통이라니,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건만, 평소의 복통과는 무언가 달랐다.

신음을 참으며 아랫배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뜨겁게 달아오른 배는 마치 뱃속에 가열로라도 들어간 듯 했다.

‘평범한 복통은 아닌데…… 윽!’

뜨거운 벌레가 뱃속에 들어가 난동을 부린다는 표현이 적합했다.

입안에 단내가 날 무렵, 리오의 눈앞에 낯선 문장이 나타났다.

-탑의 축복 : 강탈

인간 리오는 가지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지 뼈저리게 알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이 가혹한 현실은 그것을 절대로 할 수 없게 만들고, 타협만을 강요한다

그런 그를 위해 탑은 축복을 내린다.

상대를 직접 죽임에 따라 재능의 일부를 빼앗아 올수 있는 포식자의 재주를.

*콜 오브 그린 독.

그린 독은 평범한 개였다.

그러나 평화로운 숲속에 너무 오랫동안 머문 결과, 숲의 정기에 취해 독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린 독을 도륙한 당신은 이제부터 미약한 독 내성을 가지게 된다.

‘이게… 탑의 축복.’

리오는 기어코 찾아낸 자신의 탑의 축복에 기쁨을 터트렸다.

남의 재능을 빼앗아오는 재능이라니, 도둑질에 가까웠지만 마음에 들었다.

이것이라면, 탑을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리오라는 인간의 진화에 가깝다.

탑에 있는 몬스터. 이종족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죽이다보면 리오를 당해낼 종족은 없을 것이었다.

다만. 상대의 재능을 빼앗아온다는 것이 자신이 직접 고르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거기다 콜 오브 그린 독의 설명을 보아하니, 그린 독이라는 개체에 대해서는 다른 재능을 이 이상 얻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복권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보통 트롤 하면 ‘재생’이라는 능력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리오는 ‘재생’ 말고 다른 능력을 가져올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농후했다.

능력에 대한 일은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리오는 픽시를 찾았다.

콜 오브 그린 독으로 인해 독의 내성이 생겼으니, 그린 독은 이제 무서울 것이 없었다.

거기다 방금 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치하기까지 했으니, 더 이상 1층에서 멈춰서 있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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