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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리오의 지난 한 달간을 들은 그의 평이었으니, 리오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 직장 내에서 인정받고, 높은 봉급을 받고 생활하고 있죠…… 헌데. 위험하다니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상관인 아론에게서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던 리오였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해명을 듣기도 전에 헤어지고 말았던 것.
리오는 어째서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정말이지, 머리도 좋고 적당히 주변 눈치는 살필 줄 알면서 자신에 관한 건 둔하군. 쯧쯧. 오래 못살 타입이야. 자네는.”
모만의 핀잔에 리오는 고개를 숙였다.
“잘 생각해보게. 조렌 무기 총판에 균열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가?”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었다.
“가장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실수를 저지른 직원, 그리고 앞으로 또 비리를 저지를 직원이 있다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밉보인 사람이 누구인가?”
이전의 질문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조렌 총판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셈에 대해서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다.
조렌 총판의 모든 직원들이 리오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 그래서 내가 위험하다고 한 건가.’
위험해도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이 세계는 지구 같은 준법정신이 지켜지는 곳이 아니다.
살기 좋은 곳이니 지켜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양육강식의 세계이며, 인간인 리오는 단숨에 먼지로 만들어 버릴 재주를 가진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거슬리는 존재가 있다면 처리한다.
이 세상이라면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순식간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리오는 미간을 짓눌렀다.
“앞으로의 대처가 중요하네.”
인생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모만의 말에 리오는 귀를 기울였다.
“대처라니요?”
“자네의 자존심을 굽히고 거짓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좋고, 주변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네. 어떻게든 주변에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네 사람을 늘리게나. 뭐, 내부감사원이라는 건 애초에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테지만.”
그가 하는 말을 잊지 않고 리오는 그대로 실천하기로 했다.
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기에 리오는 모만의 집에서 나오기로 했다.
하룻밤을 묵어도 된다고 하였지만 리오는 거부의사를 밝히고 그의 집에서 나왔다.
“오늘도 도움만 받고 가는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그럴 것 없네. 난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게 즐거울 따름이니.”
모만의 마중을 받으며 리오는 늦은 시각에 밖으로 나왔다.
조렌 무기총판의 숙소로 향하는 길.
리오는 시끌벅적한 길보다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길을 선호했다.
이유는 이곳의 주민들이 자신을 주목하기 때문이었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는 신세는 가능한 면하고 싶었다.
보통 많은 주민들이 오고가는 거리에는 전등이 있기 마련이었지만, 리오가 걷는 거리에는 그런 것들조차 없었다.
이정표가 될 만한 것은 오직 하늘의 달빛뿐.
바람 한 점 불지도 않고, 소리라고는 멀리서 들려오는 잡음과 리오의 발걸음뿐인 조용한 곳에서 리오는 모만이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총판의 동료직원들이 결국 자신을 위협한다.
그저 자신은 잘 살아보려고 한 건데, 그것만으로도 주변이 피해를 입고 말았다.
“후. 정말이지… 그래도 이 세상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찬가지인가?”
한숨을 내쉴 때이었다.
리오를 비추던 달빛이 한 순간 가려졌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을 때. 후두부를 강타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퍽!
“컥!”
뒤를 도는 탓에 단 번에 정신을 잃는 것을 모면할 수 있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맞은 부위가 머리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온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리오는 그대로 쓰러지며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누, 누가?’
자신을 노린 상대의 정체라도 알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얼굴을 바라보려 했지만, 복면으로 가린 탓에 알아볼 수가 없었다.
퍽퍽퍽!
고개를 들고 외형 특징을 살피려고 할 때. 복면을 쓴 괴인은 리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
“자, 자네 얼굴이 왜 그러나?”
다음 날. 총판에 출근하자 회계단 직원들과 회의를 하던 아론이 리오에게 물었다.
얼굴이며 온몸이 퉁퉁 부은 리오.
탑의 세계의 특성상 ‘탑’에서 다친 상처가 아니기 때문에 어제의 괴한의 습격으로 인해 리오는 큰 상처는 없었다.
단지 온몸에 맞은 흔적들만이 남았다.
“… 그냥 좀 침대에서 굴렀습니다.”
아무도 믿지 못할 변명을 하며 리오는 대답을 회피했다.
아론도 대강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짐작이 가는 듯. 측은한 눈빛으로 리오를 보다가 어깨를 두들겼다.
“오늘은 쉬게.”
“아닙니다. 이럴수록 더욱 일을 해야 합니다.”
“어허. 다친 사람이…….”
아론의 만류가 있었지만 리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어제 괴한의 습격으로 인해 리오는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 생각이 있습니다. 아론 회계단장님. 이대로 일을 할수 있게 해주십시오.”
진중한 얼굴로 리오가 부탁하자 아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오늘 일과와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하루가 시작되었다.
평소와 같은 감사의 일을 시작하고 리오는 다친 몸으로 묵묵히 업무를 수행했다.
‘날 이 꼴로 만들다니, 누군지 몰라도 가만두지 않겠다. 빌어먹을 놈.’
리오는 독종은 아니지만, 상대를 귀찮게 만들 생각은 있었다.
자신이 어제 구타를 당한 만큼, 상대를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들 방법을 알아내왔다.
“… 개자식.”
으드득.
들끓는 분노가 시너지를 일으킨 듯. 리오는 평소보다 배는 빠르게 일과를 끝내었다.
아론이 놀랄 만큼 일을 끝내고, 점심 식사 전에 보고를 요약하여 끝냈다.
리오의 속셈을 모르는 아론으로써는 떨떠름할 뿐이었다.
“… 당연하지만… 그저 일을 빨리 끝내고 숙소로 일찍 돌아가서 몸을 회복시키려는 속셈이겠지? 리오군?”
아론의 말에 리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인간이 그렇게 약해 보인단 말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받은 게 있으면 돌아가는 게 있어야지요. 저는 저 나름대로 보복을 할 생각입니다.”
아론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내가 말려도 소용없겠군. 조심하게나. 오늘도 수고했네.”
“예.”
아론의 방을 나오고 리오는 점심식사 때를 기다렸다.
총판의 직원들이 모두 함께 식사를 치루는 식당은 모든 종족들이 풍족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뷔페식이었다.
정해진 자리는 없고, 마음에 맞는 동료와 함께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이었지만. 리오는 당연히 언제나 홀로 식사를 해왔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빵과 스프를 배식판에 적당량 담고 리오는 낯선 이들의 곁에 앉았다.
리오가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저 일을 하고 있는 부서와 하는 일에 대해서 뿐이었다.
그들은 리오가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곁에서 식사를 하려하자 당황했다. 솔직히 리오는 현재 총판의 모두에게 까이는 신세였다. 한마디로 불편하다.
“… 반갑습니다 여러분.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아… 예.”
퉁퉁 부은 얼굴로 조용히 식사를 시작한 리오는 주변의 직원들이 아무 대화도 없이 식사를 하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원래 여러분들은 대화도 없이 식사를 하십니까?”
“아, 아니요.”
“그런데 왜 오늘은 아무런 말도 없이 하십니까?”
“…….”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리오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사자 앞에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리오도 그것을 모르면서 묻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과 같은 테이블에 있는 ‘품질단’을 몰아붙이고 싶을 뿐이었다.
“아 그런데, 투르칼씨가 어느 분입니까?”
리오의 물음에 품질단의 직원 중 한명이 움찔했다. 당사자인 듯. 그는 조심스럽게 리오에게 자신을 밝혔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 눈에 투르칼 씨의 이름이 자주 보이시더군요. 품질단의 이런 저런 사무를 도 맡아 하고 계신 듯 한데…….”
“예. 맞습니다만…….”
리오는 상대에게서 어젯밤 괴한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굳이 범인을 찾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 범인이 리오가 하는 행동으로 인해 고통을 받기만 하면 리오는 만족했다.
‘투르칼 씨는 아닌 것 같군,’
품질단의 모두가 보는 앞에서 리오는 그가 잘못했던 부분들을 모조리 지적했다. 자주 틀리는 부분. 계산이 어떻게 되면 꼬이기 시작한다. 나쁜 습관들을 하나 하나 집었다.
“… 그렇게나 많이 실수를 저질렀다니,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까지는 없습니다. 실수를 하셨으니 다음부터는 똑같은 일을 번복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리오는 그 이후에도 수많은 직원들에게 찾아갔다.
‘음? 뭔가 이상한데?’
오늘 하루의 일을 되새겨 볼 때이었다.
보복을 하기 위해, 창피를 주기 위해, 당신이 잘못한 일을 나는 모두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려고 했던 것이 목적이었는데, 어느새 자신은 남을 가르치고 있었다.
상대는 계산법과 잘못된 버릇을 지적하고 있었던 것.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