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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화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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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아닌 이상, 누구나가 생각해본 적은 있을 것이다.

돈에 얽힌 일.

자신의 형편은 언제 나아질지. 출세라는 것은 언제 해볼지.

그러나 그것은 생각일 뿐. 현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철이 들기 전부터 쌓인 집안의 빚은 인생을 막막하게 만들어준다.

막힌 인생을 풀기 위해 들어간 학교는 대출이라는 구렁텅이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나는 이런 사회가, 이런 세상이 너무나도 싫었다.

노력하는 자가 보답 받을 수 있는 사회는 이 세상에 없다.

오로지 태어나는 순간에 그 사람의 인생이 정해져 있는 세상.

그래서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에게 ‘다른 세상에서 새 출발을 하지 않겠나?’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의심보다 먼저 긍정의 의사를 밝힐 것이다.

1장 탑의 세계.

태준은 정신을 차렸다.

오늘은 오랜 만에 깊은 잠에 빠졌던 모양이었다.

‘개운하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눈을 비비는 순간.

잠을 청했던 곳이 집이 아님을 깨달았다.

‘… 여기가 어디지?’

어젯밤은 생생하게 기억났다.

평범하게 대학수업을 끝마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가지고 원룸으로 귀가. 씻고 취침.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자신의 기억에 잘못 된 점은 없었다.

‘근데 여기는 어디야?’

주변은 울창한 숲속 같았다.

높게 자란 침엽수림은 도저히 자신이 살던 한국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기온.

한국은 어제까지만 해도 여름이었다. 그러나 이 숲속은 차가운 냉기가 흐를 정도로 춥다.

‘한국은 아닌가? 내가 납치당했다고 해도… 납치범들이 나를 이런 곳에 버릴 리가 없는데…….’

상의를 들춰 올려 배를 확인했다.

다행히 장기가 사라진 흔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경황이 없던 태준은 그제야 주머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응?”

바둥바둥!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무심코 손을 집어넣은 태준은 주머니에 있던 생명체를 보고 기겁했다.

“으아아악!”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생명체.

흔히 넷상에서 픽시라고 불리우는 요정이었다.

설마 픽시를 실물로 보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태준은 소리를 질렀다.

“방사능이! 방사능 때문에 드디어 파리가 진화를 한 건가!”

“너무하시네! 파리라니! 전 파리가 아니라고요!”

“마, 말까지 하네…….”

그제야 깜찍한 픽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태준은 검지를 뻗어 파리… 아니. 픽시를 만지려 했다.

그러나 재빠르게 날개를 파닥이며 픽시는 검지를 피하고 그 위에 앉았다.

“전 당신을 도와주려고 온 거에요. 자꾸 이렇게 절 불쾌하시게 하시면 도움을 드릴 수 없어요.”

“도와줘? 네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태준이었다. 픽시는 고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하늘을 보세요. 여기가 당신이 살던 곳 같아요?”

“뭐라는 거야? 한국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픽시의 말에 따라 태준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 맙소라. 여기가 어디지?’

하늘에 땅이 떠다니고 있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달은 어째서인지 12개나 보였다.

눈으로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자 그때서야 몸도 깨달은 모양이었다.

지구와 다른 깨끗한 공기. 도심에서 시골로 내려가면 공기에서 맛이 난다고 하는데. 딱 그 말이었다.

“여긴 어디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태준이 물었다.

검지 앉아있던 픽시는 어깨위로 옮겨 타며 말했다.

“태준님 같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 탑의 세계에요.”

“탑의 세계?”

듣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흔하디흔한 중세시대 판타지 소설이라면 많이 읽었던 태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알던 이 세계 이야기 하고는 무언가 많이 달랐다.

“… 넌 뭐야? 왜 내 주머니에서 나온 거야?”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도 방금 태어났어요. 당신이 이곳으로 옮겨진 순간에 말이죠. 전 당신을 위해 태어난 가이드에요.”

“가이드?”

픽시는 태준의 뒤를 가르켰다.

“태준님.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로 이동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가면서 이 세상에 대한 이야기 해드릴 게요.”

“… 그래.”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돌아선 태준은 눈을 부릅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탑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아 있었다.

어째서 이 세계가 탑의 세계라 불리는지 조금은 이해를 한 기분이었다.

***

“음… 그러니까. 이 세상의 인구는 끽해야 도시 하나 정도이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저 탑의 주변뿐이다. 이 말인가?”

“네.”

태준은 픽시의 말을 정리했다.

단 하나 뿐인 탑이 세상의 중심이다.

마을은 탑의 입구에 있는 것 단 하나이며, 마을을 벗어나도 보이는 건 나무뿐이다.

마을 밖은 보기 좋은 비옥한 토지이기는 하나,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나무를 부러트리면 그 다음날 바로 재생된다.

광맥 같은 자원은 탑의 안쪽에 있고, 나무처럼 재생되기에 고갈되지 않는다.

태준처럼 이차원에서 넘어온 가지각색의 인종들이 있고, 그들끼리 서로 번식하기도 한다.

탑의 세계에 소환되는 제 1 조건은 본래 살던 세상에서 불만등을 품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사회를 비관하며 자살 할 정도로 말이다.

그 말은 결국 이곳은 격리구역, 혹은 갱생을 위한 세상이란 말이었다.

이 세계에서 모든 주민들의 목표는 탑 오르기.

마을의 중심에 있는 높이 솟은 탑은 귀환의 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귀환의 탑이라는 이름처럼, 탑을 오르면 자신이 본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는 법.

탑에 오르지 않고 이곳에서 남은 삶을 보내는 주민들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에게는 인생 목표가 탑을 올라 본래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정착하는 것이다.

가이드 요정. 픽시에게서 이런 저런 설명을 들은 태준도 솔직히 후자를 택하고 싶었다.

탑을 올라 자신이 살던 지구로 귀환하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사는 것이 났다.

‘빚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미래에 대해 그렇게 막막한 곳도 아닌 것 같으니….’

자원이 안정적인 사회는 태준이 걱정할 것이 없다.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넉넉한 살림을 유지할 수 있고, 여유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욕심이라는 것만 부리지 않는다면, 태준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정말 꿈에서만 그리던 지상낙원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착각일지는 두고 봐야만 했다.

‘가족들이 걱정되지만… 형님이 계시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이 걱정이 되었지만, 태준은 자신의 세 살 위인 형을 믿기로 했다.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신과는 다르게, 언제나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형은 분명 자신이 없어도 가족들을 보살피며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픽시는 탑의 세계에서 살아갈 만한 기본 지식들을 태준에게 전하다가 갑작스럽게 말을 멈추었다.

무언가 비유를 할 만한 단어를 찾는 모양이었다.

태준의 몸에 손을 대고 그의 기억을 엿본 픽시는 적당한 단어를 찾아내었다.

“탑의 세계는… 태준님이 계셨던 세계의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과 비슷해요. 음 아주 흡사하네요.”

“… 게임?”

그제야 태준은 여태 픽시가 해온 말들이 온라인 게임의 시스템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임이나 다름없는 현실인가?’

픽시는 실례인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태준의 기억을 엿보았다. 본래 상대의 허락을 구해야만 하지만, 픽시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말았다.

“놀랍네요. 거의 다를 게 없어요. 이곳 생활이나, 태준님이 알고 계시는 온라인 게임. 이곳에서 적응하고, 살아가시려면 그냥 그것과 똑같이 여기시고 생활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렇구만…. 복잡했던 머리가 순식간에 간단해졌어.”

한국 남자답게 시간이 날 때마다 수많은 문화 컨텐츠를 섭렵했던 태준은 당연히 어지간한 게임에는 통달해 있었다.

인생을 게임이라 여기는 것은 어디 가서 미친놈 소리를 듣기에 좋았지만, 여기는 떡하니 그러라고 만든 세상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참 살기 좋은 세상이군.’

혼자 외지에 떨어져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태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태준은 이것저것 더 묻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을 느꼈다.

마을이 가까워져 온 것이었다.

“저기가 마을…?”

픽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 세상의 유일한 마을. 앞으로 태준님께서 살아가셔야 할 장소에요.”

밖에서 마을을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중세풍의 거대한 도시였다.

마을이라 길래 농촌 정도로 생각했던 태준은 혀를 찼다.

“마을이 아니고, 도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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