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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처럼-258화 (258/287)

< [62화-1] 세계의 나무 >

[62화] 세계의 나무

학명: 올란드(모든 대륙의 관리자)

서식지: 대륙

특징: 우리가 밟는 이 땅은 전부….

위험도: 8종 특수

비고: 대지의 신

***

지구에도 수많은 문제가 있다.

가령…. 아프리카는 여전히 ‘엘프의 피’를 놓고 수많은 논쟁이 오가고 있다. 엘프를 쓰느니 마느니, 엘프의 성행위를 허용하느니 마느니 등등.

정말 온갖 잡다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그린포스 수장 ‘다윙 밀리언’의 실종 이후, 그린포스의 잔당들이 흩어지며 자잘한 문제를 일으키는 좀도둑이 되었다.

엘퍼러가 우려했던 사태.

구심점을 잃은 놈들을 전부 각개격파하려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놈들이 약한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엘퍼러 기준에서 ‘터무니없이 약할’ 뿐이다.

“문제로군.”

당장, 몬스터월드로 출장 가고 싶다.

하지만 엘퍼러의 발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고개만 돌리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으니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게 바로 직업병이란 걸까?

일단은 친위대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생각했다.

포로 혹은 노예나 다름없는 초능력자들에게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맡기기에는 여러 가지로 말이 많은 까닭이다.

일단, 제어가 힘들다.

그들은 ‘엘퍼러’에게 패배한 것이지 ‘지구’에 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목포만 벗어나면 얼마든지 날뛸 수 있다.

『돌격대』

탱커로 이루어진 이 부대에 ‘사냥꾼 무기’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분명, 괴수보다 튼튼한 이들에게 뛰어난 무기를 주면 효과적으로 괴수를 상대할 것이다. 별다른 훈련 없이도 단번에 프로사냥꾼 이상!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인 ‘노블레스’와 인류의 자존심으로 불리기 시작한 ‘에쏘스트’보다 더한 전력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고기 방패’로만 활용하는 건,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딜러와 힐러는 쉽다.

소위, 개목걸이를 채우면 끝.

하지만 탱커는 ‘폭발물이 탑재된 목걸이’만으로 통제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이상의 어떤 구속도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못 움직이게 꽁꽁 묶어서 독방에 가둬두는 것 외에는….

‘급한 것부터 하자.’

엘퍼러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구의 일이 중요하긴 했지만, 아르테르 행성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직위와 책무로 따지자면 지구보다 그쪽이 더 크기도 했고.

낙하산도 이런 낙하산이 있을까?

단번에 지구보다 큰 땅덩이의 황제가 됐다!

복잡한 정치와 경제는 컴퓨터가 처리하고, 엘퍼러는 그저 ‘마녀’들이 할 수 없거나 버거운 일만 해주면 된다.

해결사라고 할까?

단지 그것만으로도 엘퍼러는 광활한 영토를 손에 넣었다. 덤으로 아리따운 여인들도.

후자는 썩 반길 수 없지만.

“세계수가…. 흐음….”

마신을 쭉 상대해왔던 백만마녀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마신이 나왔다는데 안 가도 괜찮을까?’ 같은 게 아니다. 그저 순전히 ‘왕자님에게 점수를 딸 수 있을까?’라는….

사심 가득한 갈등이었다.

“할망구는 안 오셔도 돼요.”

“...계집애가 많이 컸네.”

“어머! 아직도 저는 청춘이에요. 당신의 나이의 절반도 안 되는걸요.”

몬스터월드의 ‘현 최강의 마녀’ 쏠비얀과 ‘전 최강의 마녀’ 슬라리스의 시선이 교차하며 그 사이로 전기가 튀기는 환각이 보인다.

아니, 최강의 마녀들이 벌이는 신경전인 만큼 환각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게 무섭다.

두 여인의 사이가 나쁜 건 다른 게 아니다.

『기사』

모든 마녀가 다 그렇지만, 뛰어난 기사(남자로 생각하진 않는다.)를 경쟁적으로 수집한다.

그들은 사역마가 할 수 없는 잡일에도 쓰이고….

일단, 마녀도 여자로서 많은 남자, 뛰어난 사내들의 시중을 받고 싶다는 사심과 야망도 듬뿍 섞여 있다.

그런 이유로 마녀들의 사이는 좋지 않다.

물론, 변변찮은 마녀들이야 평균 이상의 기사 한둘에 만족하거나 아예 두질 않는다. 속옷 차림으로 집 안을 쏘다닐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나머지. 뛰어난 마녀들은 그렇지 않다.

우선은 자존심이 걸렸고, 다음은 강함의 척도가 된다.

“싹 다 죽인 것 같던데요.”

“내가 모은 놈들인데 웬 간섭이니?”

쏠비얀이 슬쩍 찔러보자 슬라리스는 순순히 시인했다.

전부는 아니고 일부. 백만마녀의 하인 일부는 이계에서 수집해온 영웅과 용사다. 당연히 그 안에는 아까운 인재도 적지 않게 섞여 있다.

하지만 그녀는 담담했다.

애초에 전력으로 취급하지 않았고 그저 허영심의 수단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살만해진 마녀들이 유행처럼, 교양처럼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손해를 본 마녀가 적지 않지만….

그중에도 유감이 가장 많은 마녀가 바로 공극의 마녀.

누구보다도 뛰어난 차원이동, 공간이동 마법을 구사하는 그녀는 ‘기사 수집’ 때에도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죽일 거면 저에게 주시던가요.”

빠르다고 항상 1등 하는 건 아니다.

기사 수집도 결국은 정보전.

그런 면에서, 공간을 다루는 마법에 특화된 쏠비얀보다는 다방면으로 능통한 슬라리스가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격차란?

소식을 접하자마자 달려왔는데 하루 전에 이미 백만마녀가 이미 다녀갈 정도!

차원이동 마법은 우수하나 덜하나 1분도 차이 안 나니까. 그에 반해, 정보전을 얼마든지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그 정점이 바로 백만마녀 슬라리스.

이 대마녀 때문에 늘 2등! 준우승상품도 없는 ‘기사 수집’인 탓에 늘 허탕만 쳐온 쏠비얀은 슬라리스에게 유감이 무척 많을 수밖에 없었다.

“산 놈도 있겠지. 내 물건을 탐내지 않았던가, 운이 매우 좋았다면.”

백만마녀가 쓴 주문은 보물에 심은 폭탄의 기폭 효과.

카르쉘처럼 갑옷을 입고 있었다면 몸이 산산이 조각났을 것이고, 무기만 들고 있었다면 운 좋게 팔 한 짝만 잃고 살았을 수도 있다.

대낮에 정사(情事)를 벌였거나 목욕 혹은 수면 중이었다면…?

몸 성히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백만마녀의 보물을 만질 생각은 못 하리라.

그리고 그렇게 힘을 잃은 하인들은 마녀들의 손쉬운 사냥감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그녀들의 사역마조차 감당하지 못한다.

뭔가….

대단히 건성이지만, 마녀란 존재는 원래부터 그렇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마법 실력을 민간인과 다를 게 없다. 아니, 그럴듯한 사회생활 없이 언제나 아이처럼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밑일 수도 있다.

“그런가요. 저쪽도 이 일로 난리가 났는데.”

어마어마한 대폭발이었다.

하기야, 대마녀의 마법이 깃들 물건들이 한꺼번에 폭발했으니 오죽할까!

그런 핀잔을 듣고도 슬라리스는 태평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물을 스스로 걷어차긴 했지만, 왕자님을 만났다.

마법으로 구할 수 없는….

살해되지만 않으면 무한한 시간을 사는 마녀에게 그거면 충분하다. 무기에 마법을 부여해서 보물로 재탄생시키는 건 소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마침내, 왕자님이 결단을 내린 모양이다.

“가서 일단 대화를 해보도록 하지.”

엘퍼러는 일단 마신 ‘위그드라실’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생각했다.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상대는 자연을, 식물을 지배하는 존재였다. 그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나무를 깨부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최초의 마신 - 생명의 나무, 위그드라실』

부활의 상징이기도 한 마신.

지구와 달리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동물이 사는 몬스터월드에서, 동물들이 날뛰어도 세상이 황무지로 안 변하도록 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쓰러트리기도 난감한 마신.

최대한 대화로 풀어보는 방향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제가 인도할게요, 한무일 씨.”

공극의 마녀와 함께 차원이동 했다. 늘 그렇듯 옆집에 가듯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마신 위그드라실이 나타났다는 곳으로 이동한 무일은 눈을 크게 떴다.

찾고 있는 위그드라실은 어디 가고,

“라그나뢰크…?”

에테를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은 누비는 남자.

라그나뢰크도 동족이…?

그런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그 영혼은 여전히 영혼석 안에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유아독존(唯我獨尊)이다! 컥!>

영혼석 안에서 외치던 라그나뢰크는 몰매를 맞으며 퇴장!

그렇다면 이상했다. 저 녀석은 뭐라 말인가?

아니, 이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나가 아니야!’

그랬다. 동포(同胞)를 의심한 이유는 라그나뢰크가 하나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마신이 수백!

하지만 차이는 있었다.

라그나뢰크의 진정한 힘이라고 할 수 있는 ‘괴물 팔’이 보이지 않았다. 빛마저 빨아들이는 그 팔이야말로 ‘최악의 마신’의 진짜 능력.

이걸로 명백해졌다.

“클론을 찍어냈단 말인가!”

과학이 아닌 자연의 힘으로.

그 별명처럼 ‘생명의 나무’는 정말 터무니없는 ‘생명’을 되살려냈다.

분명, 라그나뢰크는 그 팔이 없으면 별거 아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수백에 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법에 대한 내성은 물론이고, 에쏘드조차 잘 박히지 않던 몸뚱이는 여간 성가셨던 게 아니었다.

만약 저놈들도 그렇다면?

에테르 날개뿐 아니라 몸뚱이마저 똑같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상당한 혈투가,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추측된다.

무엇보다도 현재진행형일 가능성!

마신 위그드라실이, 라그나뢰크 클론을 계속 탄생시키고 있다면? 공장에서 찍어내듯 대량생산 중이라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마신 위그드라실은 시체의 정보를 복사해서 재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럴 리가. 놈은 시체를 남기지 못했어.>

홍길동의 설명에, 한유일이 즉각 부정했다.

필살기 마기나로크로 밀어버렸으니까.

영혼은 남아서 영혼석으로 흡수되긴 했지만, 육체는 완벽하게 소멸했다.

물론, 마신 위그드라실의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진 모른다. 하지만 시체도 남가지 못한 존재를 복사하진 못하리라.

살아있는 생명을 복사할 수 있었다면?

마신 위그드라실이 라그나뢰크뿐만 아니라 모든 마신의 클론을 찍어내서 세상을 집어삼켰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는 건 조건이 있다는 뜻.

한데, 저건 뭘까?

<시체는 아니지만, 조건은 충족됐어요.>

이 목소리는…?

마신 라그나뢰크의 팔에 육신이 빨려 들어가서 죽고, 정신은 영혼석에 흡수된 어떤 마녀가 한 말이었다.

홍길동이 척척박사인 건 아니다.

끽해야 기사 나부랭이 아닌가?

그에 반해, 마녀들은 오랫동안 마신과 싸워온 강인한 여인들! 다른 건 몰라도 마신에 대해서만큼은 할인매장(?)만큼이나 잘 알 것이다.

이게 유일한 일이니까.

<조건이라면?>

<부서진 팔. 육신이 소멸하기 전에 무수한 파편으로 흩어진 라그나뢰크의 왼팔이라면 ‘시체’를 대신하기에 충분할 거예요.>

<아…!>

분명, 라그나뢰크는 그런 짓을 했었다.

본인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을 난발한 끝에, 그 주축이자 라그나뢰크를 상징해온 왼팔의 분열! 마녀의 가설은 신빙성이 대단히 높았다.

하지만 그걸 기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어째서 라그나뢰크 클론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 알아냈다고 해서, 저 많은 복제품을 쓰러트릴 돌파구가 마련된 건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녀석들의 목적은 국가멸망이 아니었다.

“뭔가를 추적하고 있는 건가.”

“그런 것 같네요.”

함께 온 ‘공극의 마녀’ 쏠비얀이 대답했다.

그렇고 보니….

그녀가 열어준 차원이동을 타고 온 탓에 여기가 어디인지 아직도 몰랐다. 게다가 말투로 들어보니 그녀도 제보를 받고 온 것뿐인 모양이다.

『공극의 마녀』

그 이름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동네라는 건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 상황.

안심하거나 여유 부릴 틈이 없었다. 이미 작은 마을 몇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쏠비얀의 설명을 들은 이후부터일 것이다.

마신은 워낙 그 ‘존재’가 커서 차원이동이 무리지만, 저 클론들은 딱 봐도 ‘다운 버전’이다. 얼마든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서 깽판 칠 수 있으리라!

그 차원에는 지구도 포함된다.

저것들이 무더기로, 작정하고 넘어간다면 조그만(?) 지구는 몇 초도 버티지 못한다.

“우선은 뭘 추적 중인지부터 알아내는 게 급선무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미 행동을 계시한 엘퍼러.

멀뚱멀뚱 서서 고민하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 [62화-1] 세계의 나무 > 끝

ⓒ 파르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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