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수처럼-204화 (204/287)

< [49화-3] 진격의 늑대 >

“아울…?”

“월?!”

베트남과 필리핀 등을 공격하던 울프남 무리는 눈을 부릅떴다.

네 발로 엎드려서 내 아이나 낳으면 딱 맞을 것 같은 암컷들이, 하늘에서 건방지게 내려다보는 것 아닌가!

날개가 없는 늑대인간으로서는 그림의 떡.

하지만 그건 ‘날아다니는 암컷’들도 마찬가지다. 지상을 공격할 방법이 없다.

한데,

파바바바방!!

그 대전제가 깨지고 말았다.

나약한 인간들의 거추장스러운 무기.

그걸 먼 거리에서 난사한다. 그것도 한두 발이 아니라 수백, 수천 발이 끊임없이 쏘아지며 울프남의 몸을 두들겼다.

무지막지한 재생력?

몸이 아주 걸레가 되도록 갈기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피해! 더 온다!”

“뭐, 뭐냐! 암컷 주제에!”

“형제들이여! 침착하라!”

울프남의 [예지]는 윈드걸스보다 ‘한참’ 우위에 있다.

하지만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만약, 자신의 ‘절대적인 죽음’을 미리 안다면 어떻게 될까?

전의를 상실하는 건 둘째치고 몸이 굼떠질 것이다. 굳이 살려고 발버둥 칠 필요 없다고 느껴버리는 것이다.

한두 발이면 어찌어찌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늘에서 자신들의 위치와 장소를 파악하고 갈겨대는 총알 사례에는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이 상황을 FPS 게임에 비유하면?』

단검 한 자루뿐인데, 헬기 탄 저격수와 마주친 상황이다.

게다가 수적으로도 불리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윈드걸스는 순식간에 울프남 공세를 파훼하고 헤집었다. 그리고 도주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전멸시켰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뭔 짓인지….”

엘퍼러의 솔직한 심정은 ‘귀찮은 놈들이 왜 난리를.’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 아니,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선지혜 포함한 일부도 예외)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정도는 안다.

그렇기에 일단 나서면 진지하다.

내가 여유를 부리면 지구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치지 않는 것도 고역이야.’

힘들어서 못 한다는 변명이 안 통한다. 에쏘드가 끊임없이 지친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시켜주는 까닭이다.

만약 무너진다면 그건, 너무나 오랫동안 반복된 ‘정의로운 생활’에 질려버려서일 것이다. 일상의 이탈은 누구나 바라는 것 아니던가?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

너무 먼 미래의 일을 벌써 걱정하는 것도 우스워서 피식.

무일은 다시 전황을 주시했다.

“정말 열약하군….”

상상했던 것보다 개발도상국의 방어는 허술했다.

이걸 도시라고,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피난민을 옹기종기 모아놓고 판자촌 중앙에 국기(國旗) 하나만 딸랑 꽂아놓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이 ‘계약자’가 없는 나라와 있는 나라의 차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미녀’도 태어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못 먹고 못 씻은 계집아이의 몸매와 피부가 어떨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끽해야 하위계약자.

강대국에서 태어났으면 충분히 고위계약자로 성장했을 여인들이 ‘촌년’으로 묻히며, 국가적인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유일한 예외가?

『이집트』

물론, 이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절세미녀가 태어났다고는 할 수 없다.

9종 수호자 이즈헬의 계약자도 엄연히 고대인.

선유나, 박선영과 비슷한 경우다.

성장기는 나름 제대로, 아름답게 성장할 밑거름을 ‘3차 세계대전’ 이전에 깔아뒀다는 뜻이다. 고대에는 약소국 여인들도 충분히 자신을 꾸밀 기회와 여유가 있었으니까.

즉, 이 땅은 희망이 없다.

한 번 약소국은 영원한 약소국.

가난을 대물림하는 것처럼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나름 노력하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약소국, 개발도상국이 포기하고만 있느냐?

아니다.

강대국과 선진국처럼 국내의 모든 소녀에게 ‘아름다워질 기회’를 줄 순 없어도, 극소수라면 어찌어찌 가능하다.

태어난 순간부터 ‘공주님’처럼 기르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100년째….

그 시도로 흥한 나라가 없었다. 간신히 6종 계약자에서 그쳤다.

이건 확률적인 문제.

엄마가 예쁘니 딸도 예쁘다는 보장은 없다. 예쁘게 태어날 확률이 높을 뿐. 하지만 ‘정말 예쁜 여인’은 예고 없이 태어난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정치』

여기에 정치적인 이유가 끼어들며 더욱 힘들어진다.

투자는 ‘내 딸’에게 하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자기 얼굴도 안 보고 무조건 예쁜 마누라만 얻으면 예쁜 딸이 나온다고 우기니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질 리 없다.

약소국은 괜히 약소국인 게 아니다.

아무리 그 시도가 좋아도 그걸 실행하는 주체나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기에 약해진 것이다.

“모든 걸 해결해줄 순 없지.”

무일은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소소한 문제를 일일이 돌봐줄 만큼 여유롭지도 않다. 아니, 여유가 생기면 그 시간에 그냥 한유일에게 몸을 넘겨주고 쉬는 게 낫다.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정말로 인류를 위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무한정 퍼주는 호의와 희생이 꼭 좋은 결과를 부르는 게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너무 늦은 것 같지만, 달리 말하면 겨우 1년 됐다.

그 1년을 10년처럼 보내긴 했지만.

(지혜. 원흉은 밝혀졌어?)

(아니. 그냥 오랫동안 준비해온 걸 터트린 모양인걸? 선배를 만만하게 본 모양이야. 새 왕조를 열면 약한 게 일반적이니까.)

(그런가.)

인간(수컷)을 학살하려던 늑대인간을 역으로 학살하며 전진하는 웨딩풍 항공모함! 엘퍼러는 그 안의 사령탑에서 보고를 들었다.

전투는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그를 따르는 강력한 추종자들이 여러 나라에 둘씩 짝을 지어 늑대사냥 중이었다. 예외라면 도끼토끼 정도?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울프남을 저격하고 있었다.

뿅! 뿅! 뿅!

...정말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고전게임 같은 느낌이다.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두더지를 망치로 내려찍는 ‘두더지게임’처럼, 발키지어의 품에 안긴 채 하늘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늑대인간들을 레이저로 정밀하게 지져버리는 중이었다.

초당 서너 마리씩.

정확도뿐만 아니라 연사속도마저도 역시 ‘괴수’ 급이다.

토끼가 늑대를 학살한다니?

하지만 도끼토끼 ‘찌르뱅팽’은 엘퍼러의 추종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유리한 고지에서 팡팡 쏴댈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예측 샷!』

어디에서 늑대가 튀어나올지 다 알기에 신기(神技)에 도달한 적중률을 보였다. 그리고 빛의 속도에 근접한 레이저는 ‘눈에 띄면 사망’이란 공식을 성립시킨다.

8종 도끼토끼의 [예지]가 울프남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늑대가 2초 뒤의 미래를 본다면 토끼는 4초 뒤를 내다볼 수 있다. 안 그래도 일방적인 공방(攻防)인데 그 어떤 꼼수도 안 통한다니?

기습, 은신, 도주, 역습….

그 어떤 수단과 방법도 불통!

늑대인간이 ‘도끼토끼 & 발키지어’ 조합을 쓰러트릴 확률은 없었다.

뒤늦게, 헌병대를 죽이고 빼앗은 딱총으로 저항하려 해도 애초에 ‘고도(高度)’부터 달랐다. 구름 위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며 쏘는 걸 뭔 수로 맞춘단 말인가!

게다가 발키지어와 도끼토끼가 아무리 ‘여성형 괴수’라고 해도 총알 한 방에 추락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

‘다른 쪽도 무난한가.’

쉬임프를 제외한 ‘여성형 괴수’의 약점은 방어에 취약하다. 같은 인간형에 해당하는 ‘남성형 괴수’보다도 훨씬.

심지어 ‘여성형 괴수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강의 방어력’ 쉬임프조차도 특수공격에는 약하다.

이 말은 즉,

『허를 찌른 공격에 당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오니오프는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울프남의 접근을 원천봉쇄 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뚫은 늑대인간이 있고 근접을 허용하는 순간, 비명횡사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8종.

덤으로 그녀들은 ‘같은 왕’을 모시는 추종자라서 협공할 줄 안다.

안 그래도 강력했던 화력을, 힘을 합쳐 터무니없는 화력으로 더욱 승화시켜버렸다. 그리고 서로의 등을 지켜주기에 기습에도 끄떡없다.

그것이 무일의 추종자들.

이미 규모는 ‘전쟁’이라고 할 만했다.

『황제 vs 늑대』

하지만 그 양상은 토벌, 사냥, 학대(!)에 가까웠다.

시골 마을에 등장한 늑대 무리를 썰어 버리는 황제 군대라고 할까.

이걸 RPG 게임으로 치면….

앞으로 5년은 우려먹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최신콘텐츠를 1년 만에 졸업한 'No.1 길드'에서 단체로 ‘쪼렙 지역’에 등장한 상황!

흠…. 쪼렙은 좀 그러니 ‘일반 지역’이라고 해두자.

절대로 약하다고 할 수 없는 5종 괴수가 전 세계에서 우르르 날뛰는 비상사태, 위기상황임은 분명하니까.

다만,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절체절명의 위협이 ‘회식(會食) 자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

“씨를 뽑아놔야겠군.”

여자의 눈에서 피눈물을 쏟게 하는 남자는 필요 없다.

그게 괴수든 인간이든 간에.

울프남은 그런 의미에서 ‘나쁜 남자’조차 넘어선 진짜 ‘개새끼’였다. 하는 패턴도 우직하게 일정했다.

남자는 보이면 죽이고, 여자는 잡아서 강간하다.

본인들은 정당한 ‘종족 번식’이고 ‘자연의 이치’라고 바득바득 우기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해해줄 마음이 전혀 없다.

(엘퍼러. 노고가 많으십니다.)

일찌감치 대군(大軍)으로 막아낸 중국.

울프남이 한국까지 내려와서 ‘바람의 마녀’를 만나고 태평양 한가운데 떨어지거나 공중분해 되는 일은 없었다.

중국이 친절하게 압록강, 두만강, 태평양까지 두루 순찰하며 울프남을 전멸시킬 까닭이다.

시범비행이라고 할까.

다수의 용을 확보한 중국은 그 브레스를 유감없이 실전에 사용했다.

어디 그뿐이랴?

울프남이 아무리 많더라도 ‘무한정 복제 원숭이’를 당해낼 수 없다. 간신히 용의 브레스를 피해 도시에 침범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인간 암컷’이 아닌 원숭이!

【쑨우쿵 / 8종 소형】

삼장법사(!)의 화신을 만난 손오공은 정신적으로 성숙했다.

복제 한계는 3천?

그건 아미파 주지 ‘미호 첸’이 계약자로 있을 때의 쑨우쿵 얘기다. 지금의 ‘원숭이 왕’은 돌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혼자서 ‘1만’ 대군까지 양산됐다.

심지어 계약자 말도 잘 듣는다!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처럼 ‘예쁜이’ 부탁이면 뭐든지 한다. 심지어 사냥꾼처럼 수렵과 채집도 거드는 중이었다.

그 반작용, 부작용이라고 할까?

최근, 중국은 사냥꾼 실업난이란 웃기지도 않는 기현상에 봉착했다.

(중국 정보과에서도 원인을 못 찾았습니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다만, 소리의 발원지가 일본 홋카이도 지방이란 것만 간신히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도움이 될지….)

(또 일본인가….)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일은 중국 측에 ‘러시아와 인도에 지원해줄 수 있느냐?’라고 슬쩍 제안해봤지만, 예상 밖으로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건 중국이 야박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인도와 러시아에서 ‘국경’과 ‘침략’ 등을 들먹이며 거절한 것이다. 물론,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안 나선 것도 다소 영향을 줬으리라.

당장 무일만 해도 그렇다.

이미 국적을 초탈한 ‘지구의 수호자’ 취급이지만, 그래도 꺼리는 나라가 분명 있었다. 당장 죽어도 국가의 자존심은 세우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엘퍼러는 전부 무시했다.

불만 있으면 덤비라는 뉘앙스만 줘도 전부 깨갱!

‘고리타분한 원론들….’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도와주고 싶으면 뭐라도 내놓으라네?

주객전도(主客顚倒)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감지덕지해야 할 약소국과 개발도상국임에도 사족이 많고, 이유와 변명은 온갖 억지를 붙인 진상이 따로 없다.

골동품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던 ‘살인 무기’를 다시 끄집어내서 개발하는 강대국과 선진국의 태도와 정책도 상식 밖이다.

정말 이상해! 왜 저러지? 저게 말이 돼?

...분명 그런데….

이런 비정상적인 짓을 버젓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무작정 돕자니 이건 전쟁물자를 비축할 수 있도록 돕는 호구. 그렇다고 가만 놔두면 고통받는 건 국민이었다.

『해결책은?』

울프남은 음지에서 양지로 모습을 드러낸 지 3시간 만에 멸종위기를 맞이했다.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암중 세력 카테고리에 넣어준다면 참으로 유감스러운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덤빌 거면 용사나 영웅의 ‘성장기’에 나오시던가!

성장 다 끝나고 에필로그까지 찍은 타이밍에 생뚱맞게 등장해서 뒷북치면 어쩌라고?

엘퍼러는 기다리고 있었다.

가상현실게임 이벤트처럼 튀어나온 ‘몬스터 웨이브’ 말고 진짜 강적을!

늑대인간은 자극제로 너무 약했다.

정신 못 차리는 나라들이 깜짝 놀랄 괴수가 필요하다. 100년 전에 괴수대응연맹과 괴수대응본부를 세우던 시기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갈 계기.

“오만과 만용일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등장했는데 막지 못하면 인류는 멸망하는데?

그래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오라고 기도하지 않더라도, 그런 강적이 실존한다면 언제가 자연히 마주치리라!

그때까지 [반격]을 갈고닦을 뿐.

물론, 엘퍼러가 기다리는 건 ‘전투력 높은 미지의 괴수’만이 아니다. 적은 내부에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때가 오면?

‘세상을 [반격]해서 제압한다.’

< [49화-3] 진격의 늑대 > 끝

ⓒ 파르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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