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장-1] 정치의 이름으로 널…. >
파르나르 장편소설
괴수처럼 5
[9장] 정치의 이름으로 널….
학명: 판타이탄(가상세계 하느님)
서식지: 전자
특징: 전파계 생명체입니다.
위험도: 7종 특수
비고: 형태는 자유
***
정치는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한국의 정권이 바뀌는데 이만한 이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땅값은 사재기꾼들의 몰림 현상으로 이전보다 높게 치솟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부를 가져다줄 거란 확신이 정치인들의 투기를 부추겼다.
확신.
그 믿음은 괴수의 성향에서 온다.
무언가를 파괴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결행하는 고집!
하지만 레드군은 그 생각을 뒤집었다.
건물이 멀쩡하니 재건축은 물 건너갔고, 반란이 일어난 강남구 땅값은 사재기꾼들이 잠잠해지자마자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그 초유의 사태에 대한민국 정치판은 난파선처럼 침몰했다.
“선배.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질렀네.”
“말은 똑바로 해. 내가 아니라 용왕님이지.”
이 아름다운 후배는 하나뿐인 선배를 정치계의 공적으로 몰고 싶은 모양이다.
무일이 곧바로 정정해줬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레드군이 결정을 뒤집은 건 카르 4세 때문인걸.”
“윤소영 양이 울면서 생떼 부렸어도 됐을 결과다.”
땅이란?
용돈으로 사고팔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물건이 아니다.
한 집안의 명운이 걸리기도 하고, 한 총각의 동정과 결혼도 결정한다. 그리고 동정을 뗀다면 어떤 신부를 맞이할 건지도 크게 좌우한다. 응?
그게 바로 땅이다.
고대부터 양반과 천민, 귀족과 소작농을 결정짓던 중요한 요소.
그 중요성은 고대보다 현재가 더 극심하다.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은 고대보다 줄었는데 인구는 역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민은커녕 이사조차 힘들어졌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국가에서 건물과 토지 ‘임대료’에 상한선을 걸어두지 않았다면 계급제도는 진즉 부활했을 것이다.
“선배. 정말 그럴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아니야.”
선지혜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서울(한국)에서 가장 비싼 식당에서 만찬을 차려놓고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특공대장이 밥을 사는 이유?
간단하다.
카르 4세가 훼방 놓을 거란 걸 ‘미리’ 예상한 선지혜는 강남구 투기로 ‘이득’만 보고 빠질 수 있었던 덕분이다.
당연히 ‘선지혜의 두뇌’로 일하는 고문(顧問)들은 ‘사냥꾼 따위가 뭘 할 수 있습니까?’라면서 결사반대를 외쳤지만, 고집 있게 밀어붙인 그녀는 최선의 결과를 얻어냈다.
이건 그 보답.
선심 쓰듯 밥 한 끼 사는 것이다.
단순히 선심 쓴 것치고는 기합이 잔뜩 들어갔지만.
“선지혜.”
“응.”
“그런데 이 식당. 원래 이렇게 조용해?”
손님이 없는 건 아니다. 쥐죽은 듯이 밥만 먹고 있을 뿐이다.
비싼 식당에서 지키는 공중도덕이란 걸까?
하지만 깊게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선지혜가 저번처럼 식당을 통째로 빌려서 주위에 민폐 끼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이 ‘파주시 대지주’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 예리한 프로사냥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어제부터 이 식당을 빌려서 예행연습까지 마친 상태다.
이 많은 손님의 정체는?
파주시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이다.
그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소리도 조심하는 회식’을 체험하고 있었다.
“조용한 건…. 너무 맛있어서 말할 시간도 아까운 게 아닐까?”
“으음. 맛있군.”
“이 집. 정말 괜찮은데?”
“조용해서 좋네요.”
선지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소곤소곤 추임새를 넣었다.
작은 소리였지만, 프로사냥꾼의 청력은 그 모든 걸 포착했다.
‘...그런가? 확실히 맛이 좋긴 하지.’
너무 예민하게 생각했다고 여긴 무일은 의심을 완전히 접었다.
당연하게도 이 또한 선지혜의 노림수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을까? 임직원 모두의 공통된 의문이었지만, 완전히 이해 못 하는 남자들이랑 달리 여자들은 ‘회장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겠다는 눈치였다.
로맨스.
그 기준은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남자는 ‘몸으로 하는 대화’를 좋아하지만, 여자는 ‘분위기 있는 대화’를 선호한다. 그리고 선지혜는 그 분위기를 돈으로 살 능력이 됐다.
“정권이 바뀌면 뭔가 달라질까?”
“선배. 별 기대 안 하면서 그런 소리는 왜 해?”
“...와이츠는?”
“그의 둥지이기도 한 서울이 평화롭잖아, 아직은.”
“그렇군.”
굳이 끝까지 안 들어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혼란이 와이츠의 기준치에 못 미쳐서 등장 시기가 늦춰진 것이다.
꼭 좋은 일만은 아니군.
그렇다고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죗값을 치러야 할 자들이 간단히 구원받는 대한민국 정치구도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그 선례를 남겼다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계약자들에게 알리는 강력한 경고였기 때문이다.
『너희도 처벌받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계약자들은 생활태도를 고치고자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계약자에게만 불이익을 준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 극심했을 것이다.
이건,
무책임한 시민들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했다.
반란이 일어난 계기.
그건 시민들의 냉랭한 태도에 있었다.
누구도 계약자를 이해하고 가까이하고자 애쓰지 않았다. 가상현실에 숨어서 눈과 귀를 틀어막고 미녀를 시기하기만 한 것이다.
그 무책임한 태도가 여태까지는 ‘목숨은 누구나 소중하니까.’이란 변명으로 먹혀들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공동책임』
계약자의 폭주는, 더는 계약자 개인의 잘못만이 아니다.
상처뿐인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반란군의 전모를 아는 카르 4세로서는 그 결과발표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의 수완일까?
물어볼 것 없이 눈앞의 여자 작품이다.
와이츠의 2대 계약자는 그 용신의 대행자로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국내에 발표했다.
특공대장이 무슨 권한으로?
한국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의 권한으로.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공주님의 눈치를 보는 한국이라….’
볼트윙 사건으로 본사(本社)와 유능한 직원 다수를 잃은 수많은 대기업이 휘청거렸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파주시에 터를 잡은 선지혜는 예외였다. 아니, 역으로 그 틈에 수많은 이권을 따냈다.
이번 강남구 반란사건도 그렇다.
대기업과 연줄이 닿은 정치계에서 대선과 총선 등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학연, 혈연, 지연 등을 총동원해서 달려든 투기사업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빠진 ‘대부호’ 선지혜만 이득을 보고 막을 내렸다.
사면권도 힘을 못 쓰긴 마찬가지였다.
반란을 획책한 계약자들의 신상을 전원 파악하고 있는 ‘연줄 없는 관계자’의 존재가 선택의 폭을 대폭 줄여버린 까닭이다.
카르 4세가 죄수들을 사면해준 사실을 ‘폭로’한다면?
분노한 시민들의 ‘폭동’으로 이어질 게 자명한 탓이다.
“선배.”
“왜?”
“내 옆집으로 이사 온다는 조건으로 집 한 채 마련해줄 수 있는데 어때?”
“차라리 강남구 판잣집에서 살겠다.”
“칫!”
이 남자는 내가 그렇게 싫을까?
그런 속상한 마음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선지혜는 좋았다.
그녀가 반한 한무일은 ‘마법사’였다
기적의 주문을 외우는 남자.
그녀가 반한 한무일은 ‘용사’였다.
불가능한 일도 해치우는 남자.
울고 있는 후배를 달래려고 ‘팬티(!)가 젖는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고, 위기에 빠진 후배를 구하려고 ‘팬티(!)가 젖을 감동’을 주기도 하는 선배다.
그래서….
청혼했는데 한 방에 걷어찼다!
대한민국의 정상에 앉은 두 ‘8종 계약자’ 중 한 명으로서 못 얻는 게 없었던 선지혜에게 그건 크나큰 충격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강수를 뒀다.
『카르세리안 레이소』
싸게 살 수 있다고 속여서 빚쟁이로 만들었다.
90억은 일개 사냥꾼이 갚을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프로사냥꾼이라도 갚으려면 한세월 걸릴 것이다.
그러니 결혼해줘!
선지혜는 막대한 재산, 아름다운 육체, 하나뿐인 마음을 남김없이 쏟아줄 준비와 각오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절!
내가 사랑하는 이 남자는 자신을 정말 사랑해주지만, 생판 모르는 남도 조금씩 사랑한 탓이다.
다시 계약자가 되어 인류를 도와달라고 답답한 주문을 종용할 뿐이다.
너무나 착해 빠진 남자.
너무나 희생적인 남자다.
그래서 심술을 좀 부려보는 중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조언가는 그녀의 얘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 점잖게 표현했지만, 그걸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친년’이었다.
심술이라고 하기엔 정도를 넘어선 탓이다.
강한 수컷의 씨를 잉태하고 싶은 암컷의 본능이니 애증(愛憎)도 생리현상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다.
여전히 죽을 만큼 사랑하는 남자를 위기에 빠트린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제정신일 리 없잖아.’
선지혜는 계집아이로 태어나자마자 ‘8종 괴수 와이츠’와 계약했다.
미녀로 자라날지 확인하지도 않고서.
보통은 계약자의 지식과 경험, 성향이 수호자에게 영향을 주지만, 그녀는 그 반대로 영향을 받았다.
태어나자마자 언어를 습득한 건 약과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존재.
그런 와이츠의 영향을 받은 그녀는 인간이 성장하며 배우는 문화, 상식, 감정 등을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숙지하고 말았다.
허무(虛無).
그녀의 인생은 출생과 동시에 공허해졌다.
모든 걸 알기 때문에 뭘 해도 즐겁지 않고 따분하기만 했다.
“...음약이라도 탔어? 빤히 쳐다보는 저의를 모르겠는데.”
하지만 이 남자는 아니다.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선지혜의 예상을 몇 번이고 뒤집었다. 한무일에게 ‘왜?’라는 질문은 무의미했다.
평소의 그는 이성적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냥’이라는 이유로 움직인다.
예상할 수 없는 남자.
그래서 선지혜는 단 한 가지만은 단언할 수 있었다.
내 짝은 이 남자뿐이라고.
“음약 같은 거 안 탔는걸! 선배는 이 어여쁜 후배를 어떻게 보는 거야?”
“세디스트(sadist).”
이 남자가 아프게(!) 해줄 가능성은 안드로메다처럼 멀어 보였지만.
오늘도 이 음흉한 가인은 뻔뻔하게 대응했다.
“아! 그거? 모든 여자는 가학을 즐기는 경향이 조금씩 있어. 별거 아니야.”
“인류의 절반 이상에게 당장 사과해!”
선지혜는 웃으며 눈앞에 놓인 고기를 우아하게 썰어 입안에 쏙 넣었다.
원래는 돼지고기로 하는 요리지만, 눈앞의 남자가 돼지와 플라돈을 못 먹는 바람에 재료를 바꿨다. 이 스테이크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가 그렇다.
하지만 이 남자는 모르겠지.
그 정도로 섬세했다면 진즉 여자를 만나서 결혼했을 것이다.
‘아니, 차라리 이편이 나아.’
선배가 결혼? 다른 여자랑?
결혼식장에 와이츠를 낙하시켜서라도 막을 것이다.
단순한 소망?
아니다. 선지혜는 8년째 실천 중이다.
여기저기 ‘팬티(!) 젖을 감동’을 뿌리고 다니는 이 사냥꾼에게 ‘뿅!’ 가버린 계약자와 사냥꾼(곤란하게도)은 과거부터 쭉 양산되어왔다.
이번에도 그렇다.
신기할 정도로 이 남자는 ‘미친년’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아, 정말! 뻔히 듣고 있는데 추파나 던지고!’
벙커에서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화딱지가 나는 선지혜였다.
이 사냥꾼은 괴수보다 미녀를 더 잘 잡는다.
어떻게 된 일이냐면….
『유전상속(遺傳相續)』
중범죄를 저지른 계약자에게 가해지는 형벌로, 죄질에 따라서 ‘몇 명’의 아이를 의무적으로, 필요하다면 강제적으로 출산하는 벌이다.
그게 무슨 벌이냐!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는 사람에게 ‘그럼 너도 애 낳아볼래?’라고 물으면 쏙 들어가는 대업(大業)이 바로 출산이다.
여태 한국에서는 시행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형벌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끝도 없으니 생략.
이번 반란군에 가담한 계약자들은 예외 없이 ‘유전상속’을 선고받았다.
수백만의 사람이 고통받은 걸 고려하면 미지근한 대응 같지만, 한국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게다가 뒷말 안 나오도록 ‘공동책임’으로 묶어버렸다. 계약자만 잘못했다는 식으로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말이다.
“...정말로 독 탄 거 아니지?”
“아니야.”
“꼭 죽이고 싶다는 얼굴이다만.”
“응. 침대 위에서 둘 중 하나가 복상사할 때까지 달리고 싶긴 해.”
출산은 혼자서 하지만, 잉태는 남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선지혜는 오늘도 법원에 가서 담당 변호사를 쪼아댈 예정이다.
어떻게든 막으라고!
외국처럼 한국도 유전상속은 강제집행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협조적인 죄인에 한해서 ‘파트너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낳아야 한다면 마음에 드는 남자의 아이로!
이쯤 되면 ‘형벌’ 같지 않다.
수호자의 감시 때문에 사랑할 수 없었던 사내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합법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줄어든 계약자를 보충하려면 달리 방도가 없는 까닭이다.
미녀는 국력.
그건 어느 나라에나 통용되는 진리였다.
“흠….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아.”
“죄가 많은 남자라서 그래.”
처음 보는 여자를 대수롭지 않게 유혹하고 다닌다.
거기에 또 낚이는 지조 없는 년들!
선지혜는 ‘프로사냥꾼 카르 4세를 파트너로 지목한 미친년’들이 떠오를 때마다 열불이 치솟았다.
아직 여물지 않은 소년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그 당사자를 눈앞에 두고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죄라고 할 것까지는 없잖아. 이상론인 건 알지만, 청렴결백해야 하는 정치인에게 돈은 필요 없는데.”
도박하다가 쫄딱 망한 걸 남의 탓으로 돌리는 건 추하다. 괴수랑 투닥거리며 사는 일개 사냥꾼이 어째서 이런 것까지 걱정해야 하는지, 카르 4세는 접시 위에 놓인 낙지를 노려보며 투덜댔다.
내가 말한 죄는 그 죄가 아니야.
한마디 쏘아주고 싶었지만 ‘데이트’ 중이라 참은 선지혜는 말했다.
“선배. 보지만 말고 먹어.”
“...이 꿈틀거리는 것도 먹는 거야?”
“응. 꼭꼭 씹어먹어. 안 그러면 식도에 달라붙어서 호흡이 차단되는 수가 있어.”
“질식사? 독보다 위험하잖아!”
무색무취(無色無臭)의 독도 사냥꾼의 [예감]과 [예측]을 피해가진 못한다.
하지만 이 낙지라는 요리는 먹어보기 전까지 위기를 감지할 수 없다!
목숨 걸고 채집한 사냥꾼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같은 사냥꾼으로서 한 입이라도 먹어주는 게 예의이긴 한데….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레드군처럼 ‘감’이 일절 통하지 않는 강적을 만났다!
요리라는 건 카르 4세에게 중요하지 않다. 죽음이나 치명상에 이를 수 있는 현상이라면 그 무엇이 됐든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검사(劍士)답네. 풋!”
스테이크 자르는 칼로 낙지를 난도질해서 먹는 카르 4세 때문에 말문이 막혔던 선지혜는 웃음을 터트렸다.
6종 괴수도 벤 프로사냥꾼이 낙지에 긴장하다니.
언제나 예상을 깬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누가 뭐래?”
“쩝. 전부터 궁금하던 건데, 바람의 여왕님은 어딜 갔던 거야?”
무안했던 무일은 화제를 돌렸다.
우아하게(얄밉게) 웃던 선지혜도 이 이상 놀리면 기껏 준비한 데이트가 엉망이 될 거라고 판단했는지 쉽게 넘어가 줬다.
8종 계약자, 박선영.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자택으로 돌아온 그녀는 영상통화로 ‘꼬마야, 수고했다.’라고 짧게 치하하고는 일방적으로 끊었다.
엘로엘.
그 63빌딩을 집어 던진 바람의 정령도 6종 괴수 솔라충의 단단한 등껍질만은 간단히 깰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깨려면?
강남구가 아니라 서울 남부가 초토화됐을 것이다.
철골콘크리트 빌딩들이 통째로 뽑혀 하늘로 떠오르는 광경은 분명 장관이었겠지만, 그 뒤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이모라면 베이징에 다녀오셨어.”
“차이나(China)?”
“응. 이웃집, 중국.”
< [9장-1] 정치의 이름으로 널…. > 끝
ⓒ 파르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