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장-1] 이 길이 오지랖일지라도. >
파르나르 장편소설
괴수처럼 4
[7장] 이 길이 오지랖일지라도.
학명: 로니콘(미소녀만 찾는 백마)
서식지: 초원, 여탕
특징: 바람둥이 야색마☆
위험도: 4종 보통
비고: 팬티 주면 안 잡아먹...
***
괴수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인류 진영에 ‘계약자’가 등장하며 ‘생존’을 보장받게 된 시기를 역사학자들은 ‘안정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반대로,
과도기.
인간의 탐욕은 멸종위기의 순간에도 멈추지 않았던 탓이다.
『계약자를 지배할 수만 있다면…!』
괴수를 지배할 수 있다!
...라는, 매우 심각한 ‘착각’을 했다.
그 당시에는 계약이 ‘순결한 자연미인’만 된다는 조건조차 몰랐고 ‘계약자가 괴수를 조종한다.’라는, 더욱 어처구니없는 추측을 했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그 ‘미지의 힘’에 권력자들은 매료됐다. 하지만 그 오판으로 수많은 나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계약자』
그건 인간을 위한 허울 좋은 호칭에 지나지 않는다.
괴수는 계약자를 ‘끔찍이 아끼는 장신구’쯤으로 여긴다.
그렇기에,
누군가 계약자의 목숨을 빌미로 수호자에게 복종하라고 협박하면 ‘야생괴수’로 돌변해서 무차별적인 ‘화풀이’를 한다.
그때는 계약자의 목숨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인질범에게 붙잡힌 시점부터 ‘남의 소유’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계약자는 ‘완전무결한 공주님’이어야 한다.
괴수마다 그 완전무결의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순결한 자연미인’이어야 한다는 점은 신기할 정도로 일치단결됐다.
그런 섬세한 수호자에게,
『털 없는 원숭이의 협박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괴수에게 ‘계급제도’를 도입하려 했다가 국토 절반이 가라앉는 수모를 겪은 인도 꼴을 답습하기 싫다면 꿈도 꿔선 안 된다.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7종 이상이라면 더욱!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 끔찍한 과도기를 평균 30년 정도 거친 후에야 ‘괴수를 지배하고 싶어하는 권력자’가 완전히 지리멸렬했다.
하지만 역사학자 모두가 인정한 안정기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막장’이 살기 때문이다.
『계약자가 싫어요!』
이유와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결론은 하나로 귀결됐다.
그들에게 ‘수호자의 화풀이’는 뒷전!
계약자를 해코지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이 죽고 도시가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꼴 보기 싫은 계약자’만 처리할 수 있으면 괜찮다는 사고방식.
하지만 그런 ‘막장’은 누구나 될 수 있다.
계약자랑 잘못 엮인 누구나 말이다.
괴수가 계약자를 고르는 기준에는 ‘심성(心性)’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시무시한 수호자에게 ‘싹수없이 까부는 공주님’은 없다. 있다면 그 계약은 오래 못 갈 것이며, 아무리 예뻐도 목숨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봐요, 아가씨. 수호자에게 그런 짓을 하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어요.”
“하지만 피부가 물컹거려서 거북했단 말이에요!”
길고도 길었던 휴가를 마치고 ‘특공대’로 복귀한 ‘무늬만 소년’ 카르 4세는 눈앞에 앉아있는 표독스러운 미인의 대꾸에 두통을 느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국에 쓸모가 많은 ‘프로칸 계약자’가 등장했다고 본부에서 난리법석을 떨던 게 바로 어제.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고마운 ‘개구리 왕자님’을 토벌해야만 했다.
“양서류의 피부는 원래 그렇습니다.”
“뭐가 됐든 싫은 건 싫은 거예요!”
수호자에게 살해될 뻔한 여인의 사유서를 대신 작성해주고 있는 무일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마음속으로 ‘성격 한 번 진짜 개차반이네.’라고 욕을 한 바가지 쏟아낸 그였으나 평정심이 깨지는 일은 없었다.
부동심(不動心)은 기본기술에도 속하지 않는 기초 중의 기초.
위험한 수호자도 없는 ‘미계약 상태의 미녀’의 철없는 언행에 흔들린다면 프로사냥꾼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괴수대응본부는 조성미 양의 이후 태도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럼요?”
“습격해온 여자들이랑 사적으로 어떤 관계였는지 묻는 겁니다.”
모든 계약이 순조로운 건 아니다.
귀여운 애완동물도 식겁하며 쉬쉬하는 여자들이 적지 않은데 하물며, 온몸이 흉기인 징그러운 괴수랑 쭉 함께하라는 건 지나치게 벽이 높다.
하지만 계약은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괴수 마음.
그래서 ‘계약자가 수호자를 꺼리는 태도’를 ‘중범죄’로 엄히 다스리는 나라가 적지 않다.
계약이 어이없게 파기되면 그 피해와 희생은 고스란히 일반시민과 사냥꾼이 감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그런 법이 아예 없다.
여성부와 인권단체의 영향력이 막강한 탓이다.
그렇기에 이 여인도 어디까지나 ‘참고인’ 신분이다.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조사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동창생들이에요. 남자친구를 제게 빼앗겼다고 제멋대로 결론짓고 시기하던 애들이죠.”
조성미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란 얼굴로 설명했다.
알고 지낸 동창생 십수 명이 눈앞에서 죽었음에도 말이다.
‘그 짧은 사이에 괴수의 영향을 받은 건가?’
계약자들은 수호자와 교감하면서 서로의 생각과 성격을 닮게 된다.
쉽게 말해서,
미녀는 난폭해지고 괴수는 온순해진다.
개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무조건 그렇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생명윤리의식이 망가진 계약자 유독 많다.
그러니 윤소영은 매우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카르 4세는 말했다.
“학창시절에는 그냥 시기하는 정도였는데, 아가씨가 프로칸이랑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눈이 뒤집혔다는 얘기입니까?”
“네, 맞아요! 말이 잘 통하는 오빠시네요!”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소년의 실제 나이를 듣자마자 ‘오빠’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조성미.
무일은 그녀가 ‘원한’을 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 눈부신 미모로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에게까지 살갑게 굴었다면 이래저래 문제가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카르 4세는 그런 개인사까지 간섭할 생각이 없었다.
물론,
로니콘으로 계약 가능성이 확인된 딸의 ‘조심성 없는 생활태도’를 오랫동안 방관한 부모에게 ‘간접살인죄’를 적용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다.
계약자를 공격하는 ‘국가반역죄’를 저지르고 프로칸에게 살해된 여자들의 부모들이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위로하는 척하면서 감시할 것이다.
또다시 프로칸이나 다른 괴수와 계약할 가능성 높은 조성미에게 부정적인 여론이 흘러가지 않도록 방송국과 인터넷을 통제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민원과’에서 할 일이고….
여긴 ‘특공대’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꾹 참고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성미 양.”
“저기요, 오빠.”
“궁금한 사항 있으십니까?”
“사냥꾼이란 사람들은 모두 오빠처럼 괴수를 잘 잡아요?”
카르 4세가 이 여인을 맡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녀가 잠시나마 계약했던 프로칸을 완전히 잠재운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다.
계약자와 수호자는 항상 교감한다.
하지만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앙심을 품은 ‘국가반역자’들의 ‘수제폭탄’으로부터 계약자를 지켜낸 개구리 왕자님. 하지만 그 미끈거리는 몸을 그녀가 질색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균열.
계약과 신뢰에 금이 간 것이다.
그걸 여자의 육감으로 깨달은 조성미는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본부 관계자에게 ‘살려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 순간,
계약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하지만 분노한 괴수의 화풀이는 조기에 진압됐다.
프로칸의 혓바닥에 얻어맞고 끔찍한 몰골로 뭉개진 여자들의 시신을 부검(사망원인은 뻔하지만) 중이던 카르 4세가 [반격]한 탓이다.
일격(一擊)에 혀가 좌우로 갈라지고.
이격(二擊)에 몸이 위아래로 분리됐다.
4종 보통, 프로칸이 허망하게 쓰러지는 데 걸린 시간은 정말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카르 4세는 ‘템빨’을 제대로 보고 있었다.
“아가씨가 환상을 품지 않도록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없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는 없습니다.”
“전혀요?”
쉽게 단정에서 그런 걸까.
조성미는 예쁜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시늉’을 했다.
그녀는 프로칸의 ‘4종’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것이다. 안다면 눈앞에 남자가 대한민국에 단 하나뿐인 ‘4급 사냥꾼’이란 것도 알았을 테니까.
이 여인에게 눈앞에 소년은 일개 공무원.
가상현실게임의 화려한 전투에 익숙하다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도 카르 4세는 솔직하게 말했다.
“네. 실력이라면 더 낫거나 비슷한 사람이 꽤 되지만, 장비가 시원찮아서 불가능합니다. 저도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왼팔이 프로칸의 타액에 마비된 상태입니다.”
“아! 그래서….”
소년은 현재 한 손으로 어설프게 노트북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일명, 독수리타법!
타자기라도 대신 눌러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괴수대응본부는 현재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이라 어려웠다.
한 방울도 안 되는 소량의 마취 효과.
통풍되는 옷감 틈새로 스며든 프로칸 타액의 힘이었다.
‘특수공격은 반칙이잖아….’
방어력 제로의 초근접계열이며, 공격기술이라고는 ‘공격받아야만 발동’하는 [반격] 하나뿐인 그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
물리충격의 85%를 흡수하는 장갑, 앙그류 그랑모리 덕분에 예전처럼 반동만으로 전투불능에 빠지진 않았지만, 옷은 여전히 평상복이나 다름없는 싸구려다.
그렇다고 정말 싸구려라는 의미는 아니다.
괴수대응본부에서 나름 신경 써서 만든 유니폼이라서 가격대성능비는 뛰어나다.
다만, 대량생산하기 좋도록 한 벌에 들어가는 원가를 워낙 낮게 책정해놔서 실용성이 떨어질 뿐이다.
하지만 카르 4세는 이것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장비를 몸에 두른 남자치고는 무척 소박했다.
“이제 의문이 풀리셨습니까?”
“네. 그리고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격은 마음에 안 들지만, 목숨 귀한 줄은 아는 모양이다.
완전히 개차반이었으면 협조를 얻어내기까지 상당히 피곤했을 것이다.
그 점만은 고맙게 생각하는 카르 4세였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정말로 27살이세요?”
“맞습니다. 주민등록증도 보여드린 걸로 압니다만.”
쓸데없는 것까지 캐묻던 조성미는 한참 후에야 떠났다.
상대가 ‘어떤 남자’인지에 따라서 태도가 180도 바뀌는 여자였다.
처음은 건성, 마지막은 흥미.
우연이라도 다시 만나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마비가 풀릴 기미가 안 보이는 왼팔을 힐끔 쳐다본 무일은 깊은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홀로 남은 밀실에서 노트북키보드를 계속 두드렸다.
그렇다고 정말 혼자인 건 아니다.
민간인 여성 다수가 죽은 살인사건이기에 혼자 처리할 수 없고, 처리해서도 안 된다.
(선배. 선배!)
(......)
(계속 매정한 척하면 울 거야. 주위에 높으신 늙은이들이 많아. 여기서 울면 나, 부끄러워서 당장 오늘부터 선배 집에 숨어 살아야 할지도 몰라.)
(...왜?)
(저런 멍청한 여자에게까지 작업 걸다니 실망인걸~☆)
밀실에 설치된 스피커로 들린 선지혜의 음성.
조용히 참관 중이던 특공대장의 말투는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아니, 지금뿐만이 아니라 카르 4세가 특공대로 복귀한 이후부터 쭉 이 상태였다.
그러시겠지!
옛 상관을 마음껏 부려 먹을 수 있어서!
(어딜 봐서 작업인데?)
(겸손 떨었잖아. 응? 겸손도 아니었나?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정력 좋은 남자를 찾기란 불가능합니다. 같은 소리나 내뱉고.)
(내용이 심각하게 왜곡됐어!)
크게 상처받았다는 듯이 투덜대는 선지혜.
그 발언에 즉시 반박해보지만, 그녀는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이어서 나름 논리정연하게 변론한다.
(선배의 정력이 궁금한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는걸. 그렇다면 저 멍청한 여자에게도 그렇게 들렸겠지.)
(멋대로 너를 여자의 평균치로 잡지 마!)
(평균치? 실례야. 내 가슴둘레는 한국 여성 평균치를 월등히 넘어섰는걸. 그나저나 정말 의외인데. 선배가 나를 성희롱하다니.)
(당장 비디오 돌려! 어딜 어떻게 해석하면 성희롱이 되는지 따져보자!)
앙심을 품은 후배에게 시달리려고 특공대로 돌아온 게 아니었는데….
한탄하는 카르 4세였다.
하지만 그의 오른손은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노트북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평범한 학생신분이었던 여자들에게 ‘수제폭탄’ 같은 위험천만한 물건의 제조법, 혹은 완제품을 넘긴 배후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민간인에게 대량살상무기?
여긴 한국이다. 쿠바나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다.
‘이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보과에 의뢰할 생각이지만 별 기대 안 하는 카르 4세였다.
게다가 애초부터 이 일은 특공대 소관이 아니다. 시체부검과 회수를 뺀 모든 작업은 민원과와 정보과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다.
인력부족이란 이유로 현장관계자인 그가 떠맡은 것뿐이다.
정말 대충이다.
하지만 지금도 죽는 사람이 하루에 십수 명씩 되다 보니 웬만한 살인사건에는 다들 면역된 탓이다.
무일은 이게 본업이 아니다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잘하고 있는 건가?’ 같은 의문이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선배. 이런 잔챙이 문제는 똑같이 잔챙이에 맡겨.)
(내가 그 잔챙이다만.)
4급 사냥꾼이 됐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 중요한 국제자격증도 나라 꼴이 이 모양이라 아직 안 딴 상태다.
이제 겨우 ‘4종’을 쓰러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괴수는 ‘9종’까지 존재한다.
잔챙이가 맞다.
(그건 맞는데, 때로는 중2병 같은 마음가짐도 필요한 법이야. 내가 세계의 중심이다! 내가 바로 상남자다! 그런 자기과신.)
(...방금 제 입에서 욕 나올 뻔했습니다, 특공대장님.)
(하지 그랬어. 참다가 정말 병 걸릴걸.)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말투로 말하는 선지혜였다.
무일은 쌀쌀맞게 되받아쳤다.
(됐어. 언제는 좋은 대우를 바라면서 일했나.)
(참지 말래도. 나를 추악한 욕망의 배출구로 써도 좋아.)
(잘못 짚었거든?)
(아! 체벌 쪽이 좋은 거구나!)
(뭐…?)
(그 방면은 아직 자신 없는데…. 하지만 선배만 좋다면 나, 예쁜 비명이 되도록 노력해 볼게. 그래도 처음에는 살살해줘. 무지 떨리는걸.)
(나를 인간말종으로 밀어 넣지 마!)
업무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는 이 ‘민폐 덩어리’를 잡아갈 인재가 괴수대응본부에 정녕 없단 말인가!
다행히 ‘특공대장’이란 자리는 한가한 보직이 아니었다.
경비대와 수색대가 철통같이 지키는 서울은 괴수난입으로 발생하는 피해가 미미하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은 까닭이다.
지방으로 출장 가겠다는 사냥꾼이 없다!
위험부담은 큰데 돈벌이는 시원찮다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래서 이 일도 특공대 담당이다.
돈보다는 ‘무차별적인 복수’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괴수 사냥꾼’만이 지방에서 근무하는 위험한 역할도 마다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볼트윙 사건’ 이전 얘기.
지금은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동서분주 하다.
‘특공대 지원자는 많은데….’
수많은 빌딩이 무너지며 친인척을 잃은 사내들이 한국에 널렸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헌병대와 구조대 대신, 가장 위험한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특공대 입대를 희망했다.
지나가는 강아지도 못 죽이던 민간인들이….
괴수를 의욕만으로 잡을 수 있었다면 인류가 이렇게까지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무시할 순 없다.
처음에는 누구나 ‘민간인’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카르 4세’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단 것처럼.
대략 18살 때부터 반쪽짜리 사냥꾼이란 오명을 쭉 달아왔던 소년이 ‘4급 사냥꾼’으로 성장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전망하지 않았다.
그 프로사냥꾼이 외쳤다.
“...역시! 이런 서류작업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노트북 화면을 ‘탁!’ 소리 나게 닫았다.
앙그류 그랑모리를 낀 무일은 카르세리안 레이소는 쥐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밀실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그는 책상형 책사가 아닌 돌진형 검사.
수호자가 할 수 없는 일은 서류작업만이 아니다.
‘어디, 감으로 찍어볼까나~.’
증거나 정보는 제대로 수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경험과 사례라는 게 있다.
무일은 화학전공도 아닌 여자들이 수제폭탄 같은 걸 만들 수 있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그 형편 없는 성능도.
개구리 왕자 프로칸이 일반 개구리처럼 불에 닿으면 바짝 쪼그라들리라 추측했다면 그건 매우 큰 오산이다.
반대로 불에 대한 내성이 매우 강하다.
의무대 프로칸이 괜히 일광욕을 즐기던 게 아니다.
한국의 교육방침은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지만, 괴수의 강력함과 위험성만은 솔직하게 알리고 있었다.
그러는 편이 계약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래서 편해.’
민간인의 무기휴대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고대에는 ‘엽총’을 자격증 취득만으로 구할 수 있었고, 해외나 군산업체에서 밀수한다는 방법도 있었지만, 현재는 원천봉쇄됐다.
적발되면 즉결처분이기 때문이다.
재판이 없으니 변호사 선임도 없다.
인구과잉현상으로 고통받는 서울은 사형과 추방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그 흔한 학교폭력마저 고대의 유행으로 사라진 것도 그런 이유다.
반발?
와이츠의 주도 아래에 이루어진 대국민투표로 한 방에 통과됐다.
현명한 용신은 ‘모두가 무장해제 해야 평화로운 세상이 옵니다!’ 같은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
반대로 ‘종신형 죄수를 먹일 식량이 줄면 세금과 물가가 내려갑니다.’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해서 표심을 공략했다.
겨우?
쇼핑이라면 치를 떠는 남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리라.
가계부 작성하는 주부들이 가격변동에 얼마나 민감한지 말이다.
< [7장-1] 이 길이 오지랖일지라도. > 끝
ⓒ 파르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