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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의 탈옥 플랜-225화 (225/300)

#225. 호심멸룡 (4)

- 아스티나, 나야.

- 슈바인? 대체 저 괴물은 뭐야?

- 절대 가까이 가지 마. 움직이는 거라면 뭐든 집어삼키는 놈이니까.

귓속말을 통해 멀리 있는 아스티나에게 경고했다.

다행히 그녀 옆엔 레나스가 있어서 이미 빠른 속도로 모래벌래로부터 멀어지는 도중이었다.

“지성도 없는 생물이 감히!”

간다르바는 있는 대로 용력을 끌어 쓰며 모래벌레의 조이기에 저항했다. 하지만 용의 근력으로도 상대의 중량으로부터 벗어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빠지지지지직!

뇌룡이라는 이명을 증명하듯 간다르바가 자신의 체적을 훌쩍 넘어서는 전류를 비늘 위로 일으켰다.

그러자 처음으로 모래벌레가 반응을 보였다.

녀석에게도 고통을 감지하는 신경은 존재하는 모양인지 괴로운 듯 몸을 비틀어댄 것이다.

쿠르르르르.

모래벌레가 선택한 대답은 휘감은 간다르바를 사막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곧 개미귀신이 개미지옥으로 먹잇감을 끌고 들어가는 것처럼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간다르바가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하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으나 소용 없는 일이었다.

캉이가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물었다.

“형아, 아래층에서 저런 애랑 싸웠던 거야?”

“싸웠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냅다 튀었을 뿐이야.”

모래가 이 정도로 큰 변수가 될 줄이야.

처음 골제가 모래폭풍과 함께 군단을 이끌고 왔을 때엔 단순한 퍼포먼스용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해골마에 올라타 싸울 수 있는 군단의 입장에서 전장이 사막으로 변한다고 비행 가능한 용과의 싸움에서 대단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골제는 자신의 층에서 처치곤란인 자연재해를 데리고 와서 훌륭한 공성전차로 써먹었다.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건 교도관의 권능이라고 했지.’

6층장 골제는 6층의 교도관 폐허에서 춤추는 이끼와 오랫동안 공조해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기적에 가까운 행사를 펼칠 순 없었을 거다.

반면 7층장 게브라둠은 상황이 정반대다.

오히려 종족을 지키기 위해 세계수를 안정시키고 있던 교도관과 반목한 뒤 습격해 들어왔다.

그렇게 허를 찔린 탓에 영겁에 똬리를 튼 용은 이 전쟁에 아무런 힘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패배를 경험했던 쪽은 절치부심한 채 교도관마저 조력자로 삼았고, 승리를 기억하는 쪽은 오만한 마음가짐으로 층의 교도관을 업신여겼다.

이 작지 않은 차이점이 어쩌면 전쟁의 승패를 가를지도 모른다.

“크아아아아아!”

모래 속에서 작은 점이 솟구쳐 올랐다.

인간의 형태로 폴리모프한 간다르바였다. 비단 로브로 감싸고 있던 의복이 무참한 넝마가 되어 있었다.

비틀거리는 몸가짐, 게다가 뇌신 지드의 그것에 비견될 만큼 강력했던 전류도 전기뱀장어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뇌룡이 다친 것이 자존심만이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다시 마법진을 펼친 아스티나가 간다르바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인간형으로 폴리모프해 있을 때 몰아붙이겠다는 심산으로 보였다.

- 아스티나?

- 날 도울 생각 말고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

폭룡 발카드는 제르비어스와의 난투로 발이 묶여 있었고, 뇌룡 간다르바의 기세는 확연히 떨어졌다.

적장의 차포가 봉인된 상황.

결전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내가 올라타 있는 캉이에게서 농밀한 투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준비됐어, 형아.”

“그래, 용왕에게 가자.”

*

두 층장이 맞붙은 지역이 어디인지는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양쪽 진영의 병사들이 그쪽으로는 절대 얼씬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생각이냐!”

용왕 게브라둠이 스스로를 거대한 화살촉 삼아 지면에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앙!

자동차 수백 대는 주차할 수 있을 만한 구릉을 만들어낸 일격이었다.

하지만 용의 육탄돌격을 흘려낸 골제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 채 구릉 한 가운데 꼿꼿하게 서 있었다.

도무지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는 절대방어.

나와 레나스에게도 사용했던 정체불명의 비기를 또 한 번 발휘한 모양이었다.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나, 게브라둠.”

“초조하긴 누가 초조하다는 거냐.”

“이전의 싸움과는 완전히 달라졌으니 말이다. 내가 만들어낸 전장의 첫 번째 목표는 너를 쓰러트리는 게 아니었다.”

골제의 지팡이가 검은 용을 겨누었다.

“널 고립시키는 거였지.”

게브라둠은 싸움에 집중해 있다고 해서 다가오는 적을 눈치채지 못할 용이 아니었다.

흑요석으로 빚은 것 같은 기다란 목이 방향을 틀었다.

사막에 내려서는 캉이와 내 쪽으로.

“등반죄수인가. 어디 처박혀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제 발로 왔군.”

“다과회에 늦어서 미안하군. 선물로 아주 듬직한 구미호를 데려왔으니 만족해주길 바라.”

용왕도, 골제도 완전히 달라진 기운을 내뿜는 캉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호이란의 자식. 그 어미의 뒤를 따르고 싶어 안달이 났나 보군.”

“그 입 다물지 못해!”

캉이의 만다라가 회전하며 등에 올라타 있던 나를 밀어냈다.

“캉이야, 잠깐!”

구미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적색 안광이 사막 위를 가로질렀다.

갑자기 덤벼들었음에도 게브라둠은 브레스를 내뿜어 캉이를 노렸다.

세 개의 만다라가 기막을 형성해 게브라둠의 브레스를 튕겨냈다.

이전의 캉이라면 꿈도 못 꿀 수준이었다.

“잠깐 기다리게, 슈바인 스트링거.”

캉이를 엄호하기 위해 뛰어들려던 내 앞에 어느새 골제의 망토가 휘날리고 있었다.

“비켜.”

“저 어린 환수를 도와주려면 내 얘길 들어야 할 거야. 힘을 합치지 않으면 용왕의 목은 결코 딸 수 없으니까.”

“……생각해 둔 바가 있어?”

“내가 용왕의 체력을 제법 빼 두었어. 하지만 내겐 용의 비늘을 뚫을 만큼 결정타를 날릴 수단이 없지.”

골제가 내 손에 들린 아론다이트를 가리켰다.

“적어도 그 정도 명검은 되어야 할 터. 내가 틈을 만들 테니 그 순간을 절대 놓치지 말도록.”

골제의 속셈이 무엇이든지 간에,

지금 이 전장에서는 힘을 합치는 게 맞다.

우리의 동맹 계약은 용왕을 죽이고 열쇠를 건네받는 순간까지니까.

“좋아, 맡겨보겠어.”

“일단 내게서 떨어지게나. 자네가 휘말릴 수도 있을 테니.”

경공술로 날아오르자 용왕 게브라둠과 캉이의 난전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용의 꼬리가 구미호의 허리를 내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분신술로 만들어낸 허상, 캉이의 본체는 게브라둠의 후열에 있는 세 마리 중 하나였다.

상대를 당황시킬 수 있는 훌륭한 기만전술이다.

문제는 상대인 용왕이 아주 오래전에 구미호와 여러 번 싸운 적 있는 장본인이란 점이었다.

“잡기술로는 내게 흠집 하나 내지 못한다.”

게브라둠이 펼친 마기의 파도에 캉이가 휩쓸려 나갔다. 본체만 남기고 다른 분신들은 순식간에 소멸됐다.

잠시 비틀대는 걸 보면 몸을 빼냈는데도 충격이 적지 않은 듯 보였다.

바로 그때, 골제 바르한이 준비를 마쳤다.

푸욱!

그가 사막에 무릎을 꿇은 뒤 지팡이를 꽂자 모래알이 초록색으로 물들며 점성의 형태를 띠었다. 마치 오래된 바위에 낀 이끼 같은 색채였다.

그것은 천천히 물결 치며 용과 구미호에게로 날아갔다.

다행히 이끼더미가 노리는 것은 오직 용왕의 거체뿐이었다.

“뭣이?”

용왕은 자신의 간격을 침범하는 이끼더미를 발견하고는 브레스를 내뿜어 그것을 태웠다.

하지만 이미 오른쪽 날개에 달라붙은 이끼가 빠른 속도로 흑룡의 비늘을 부식시켰다.

순식간에 날개 뼈가 드러났다.

게브라둠이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치명적인 흑마법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용의 부담스러운 방어력은 그 비늘에서 비롯된다.

천천히 무장해제되는 꼴을 두고 볼 그녀가 아니었다.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받아주지.”

다음 순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블록 장난감을 해머로 내리친 것처럼 용왕의 몸이 수천 개의 검은 조각으로 폭발한 것이다.

용왕의 기감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스스로 형태를 바꾼 것뿐이다.

“슈바인, 지금이다!”

분리된 용왕의 비늘들은 허공에서 뭉쳐 스무 기의 용린병이 되었다. 형태를 바꿈으로써 이끼의 침식을 무효화시켰다.

‘그렇군.’

그제야 내게 맡겨진 몫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마치 생닭을 잡을 때 털을 먼저 뽑아야 하듯 용왕의 비늘부터 처리하자는 계략이었던 것이다.

“게브라둠!”

지난번엔 성검 아론다이트도, 용사전용기 무극참월공도 봉인된 상태로 용왕에 맞서야 했다.

그러나 본신의 힘을 다 되찾은 상태에서라면 녀석에게 붙잡혀 있는 동안 당했던 굴욕을 되갚아 줄 수 있다.

세계를 찢을 기세로 아론다이트를 날려 보냈다.

[용사전용기 무극참월공]

[제사식 비천성검]

아론다이트가 막아서는 용린병들을 박살 냈다. 나는 바로 무영보를 시전하며 내가 던진 성검의 뒤를 따라붙었다.

옆에서 용린병이 덤벼들어 왔다.

디아볼릭을 꺼내 들 수도 있었지만 나는 맨주먹에 업화의 불길을 피워올렸다.

“내가 약속했지.”

용린병의 거울 같은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지이이익!

“그 매끈한 얼굴을 반드시 부숴주겠다고.”

본신인 용왕은 여전히 멀쩡한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허공에 떠오른 채로 오른손만 용체화시켜 아론다이트를 튕겨냈다.

용린병 셋이 동시에 내게 덤벼들었으나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이런 순간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용왕의 눈썹이 꿈틀댔다.

“……어떻게?”

“나한테 맷집만 있는 건 아니거든.”

오른손을 뻗어 허공섭물로 성검을 돌아오게 한 뒤 용왕과 육탄전을 벌였다.

살벌한 공격이 서로의 목을 노리며 오갔다.

내가 용왕을 뒤로 물러서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작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해골 상태인 지금 내어줄 살이 없다는 점이랄까.

내게 접근을 허용한 용왕이 초강수를 던졌다.

아론다이트의 검신을 오른손으로 덥썩 붙잡은 것이다.

항마의 속성이 있는 성검의 날과 접촉한 비늘에서 불꽃이 튀었다.

“내가 쓰는 기술에는 호심멸룡탄이란 게 있다, 용왕.”

“잡담을 할 여유가 있나?”

“아니. 뜻을 알려주려는 거야. 호랑이의 마음으로 용을 멸하는 기술이지.”

비어 있는 손으로 내공을 집약시켰다.

[천마신교 비전 무극파천공]

[호심멸룡탄(虎心滅龍彈)]

그리고 비늘로 덮지 못한 용왕의 가슴을 향해 터트렸다.

콰아아아앙!

생각보다 별다른 타격이 없자 용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게 네가 보일 수 있는 최강의 수인가? 형편없다고 말해주고 싶군.”

호심멸룡탄은 천마의 무공 중에서 절기라고 할 수는 없는 평범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내 허장성세 때문에 용왕의 신경은 오직 내게만 쏠려 있었다. 비천성검을 먼저 보여준 덕분에 잠시나마 그녀를 긴장 상태에 놓이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피슈우욱!

“주제를 알고 덤볐어야지.”

용왕의 손톱이 늘어나며 드래곤하트 플레이트를 꿰뚫었다.

동시에 갈비뼈 두 개가 박살 날만큼 위력적인 기술이었다.

“나는 내 주제를 알아. 이 층에 호랑이는 없지.”

턱뼈가 달그락 소리를 내며 웃는다.

“대신에 여우는 한 마리 있지.”

아홉 개의 하얀 꼬리가 용왕의 사지를 옭아맸다.

오직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캉이가 앞발로 용왕 게브라둠의 어깨를 짓눌렀다.

“어디 이것도 피해 봐.”

도저히 빗나갈 수 없는 지근거리.

캉이의 목덜미에서 회전하는 세 개의 만다라가 붉은 광선포를 작렬시켰다.

용왕은 황급하게 오른손의 용체화를 해제한 다음 우산 형태의 방어막을 만들었다.

무려 세 줄기의 여우트림을 튕겨내는 동안,

나는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남은 비늘을 모두 결집시켜 방어막을 만들어내는 순간, 손바닥보다 작은 맨살이 용왕의 목덜미에 드러났다는 걸.

호심멸룡(狐心滅龍).

여우의 마음으로 용을 멸하겠다.

[친구 캉이의 스킬을 빌려옵니다.]

[친구와의 동조로 스킬 레벨이 일시적으로 오릅니다.]

[여우트림 극(極) Lv. 3]

쩍 벌려진 해골의 입에서 극도로 압축된 광선포가 터져나갔다.

그것은 용왕의 목덜미를 정확히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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