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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의 탈옥 플랜-63화 (63/300)

#063. 우주에서 가장 찬란한 (1)

“마교를 우롱한 죄! 응당 피로 대가를 지불하라.”

무수한 검기가 내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천마신교의 세 간부가 일제 공격을 펼쳐온 것이다.

현무패웅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일순 눈을 찡그리게 만들 정도로 찬란한 광휘가 검신을 따라 맺혔다.

“어쩌지요? 제 피는 좀 비싼데요.”

나는 뒤로 물러서면서 세 마교도의 연격을 받아쳤다.

파슷! 파스읏!

흔히 일 대 다의 싸움은 절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정면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자에게 맞서다 보면 측면과 후방에서 허점을 노리는 기습에 당하기 쉬워진다.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구나! 어디까지 그럴 수 있을까.”

호흡에서도 단연 불리하다. 파상공세를 받아내다 보면 들이마신 숨을 내뱉을 틈이 좀처럼 없다.

원래는 상대의 호흡에 맞춰 자세를 바로잡아야 하나 그 틈을 다른 적이 파고들어오기 때문이다.

“본인은 크게 실망했네, 수인거 소협!”

폭암도인이 휘두른 주먹을 피하기 위해 뛰어올랐다.

그때, 쾌검을 몰아쳐오는 귀검신녀. 정신없이 쏘아지는 풍참을 받아쳤으나 왼쪽 어깨와 오른쪽 허벅지를 베이고 말았다.

착지점에서는 신녀만큼 빠르진 못해도 파괴력은 비할 데 없는 마라혈귀의 도끼가 내 등을 노린 채 당겨지고 있었다.

신녀와 혈귀가 앞뒤로 나를 노리고 쇄도해왔을 때,

[축공탄]

가슴 앞에 무극참월공이 빚어낸 폭탄을 띄워놓았다. 그리고 공백 없이 또 막대한 기를 소진시키는 [무영보]로 궁지에서 빠져나왔다.

꽈아아앙!

시전자를 잃어버린 축공탄은 압축하고 있던 중력을 일시에 해방하며 둘에게 타격을 주었다.

“크아아악! 괜찮나, 신녀?”

“이건 교주님의 무공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법도 아니야.”

바닥에 착지한 나는 풍참에 맞은 대미지를 확인했다. 아직은 버틸 만했다. 쾌검의 단점은 둔중함이 부족하다는 것.

“정말 진심으로 덤벼주시는군요.”

당연히 내가 불리한 싸움이란 걸 안다. 일 대 다의 싸움에서 숫자의 차이를 뒤엎으려면 적을 압도하는 실력으로 쓸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여섯 개의 역습 포인트를 준비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이쪽에서 갑니다, 선배님들.”

포인트 하나.

만전불패의 체술이 기감을 파악하게 되면서 내게 후방공격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쉽게 말해 공중에서 내려다보듯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디 받아보십시오.”

포인트 둘.

현무패웅검.

폭암도인은 쌍마대전 당시 날 막아 세운 적이 있다. 귀검신녀는 서열전에서 내 전력을 다한 공격을 파훼했으며, 마라혈귀는 천마와 내 수업을 처음부터 지켜본 고수였다.

때문에 그들은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초식에 대해 깊이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2미터를 훌쩍 뛰어넘는 길이의 검기를 뽑아내자 세 간부의 표정에 긴장이 어렸다.

“갑니다!”

검이라기보단 창에 가까운 무기가 찌르기도 아니고 종횡으로 베어 들어오니 그들도 피해내기에 급급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내 검기의 간격에 익숙해져 있던 그들이었기에 뇌리에 각인된 데이터와 싸워야 했을 것이다.

정면으로 막아 세우긴 더 어렵다. 내 MP 수치는 이미 천마의 수준과 동일하다. 귀혼오마 중 누구도 나와 무식한 내공대결에서 버텨낼 수 없다.

“만검패웅, 이 씹어먹을 새끼. 간자의 손에 명검을 쥐어줬구나!”

“이번에도 탐내시는 겁니까, 혈귀? 자꾸 무기를 탓하는 걸 보니 명장이 되긴 그르신 것 같네요.”

“닥치거라!”

“네. 닥치고 필살기나 쓰겠습니다.”

“뭣?”

포인트 셋.

현무를 혼자 때려잡을 수 있게 해준 용사전용기 무극참월공.

나는 이제 키보드에서 Z키와 M키를 동시에 누르는 수준으로 쉽게 스킬 융합을 해낼 수 있었다.

[살신참]

내공이 듬뿍 담긴 참격이 마라혈귀의 꼬리를 잘라냈다. 호신강기만 믿고 있다가 큰 코 다친 것이다.

“미안하지만 우릴 너무 관객 취급하는데?”

그 순간 창공에서 푸른 마법진이 맹렬하게 회전한다. 빙결 마법사 록시탄이 술식 전개를 마친 것이다.

[프로즌 스피어(Frozen Spear)]

날카로운 빙결 투창 세 개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나는 천마어기행공으로 그것을 피해냈으나 어이없게도 직선으로 날아오던 창이 궤적을 바꾸더니 목표물을 끝까지 추적해왔다.

그 시전자의 성격만큼이나 집요하군.

[혈룡굉월참]

결국 큰 기술을 써서 프로즌 스피어를 분쇄하고 나니 비산하는 얼음조각들 너머로 유진 쿤딜리니가 큼지막한 마법진을 준비하고 있는 게 보였다.

‘앗차. 얼음을 부순 게 함정이구나.’

전장을 광범위하게 수놓는 수천 개의 얼음 조각들.

그것은 거꾸로 말해 빛의 궤적을 바꿔놓을 수 있는 수천 개의 거울이나 다름없었다.

[포톤 써지파이어(Photon Surgefire)]

유진이 전개하는 광자다발포가 전방위로 비산하다가 그 얼음 조각들을 만나 꺾이며 예측 불허의 궤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동료의 공격 실패를 곧바로 눈치채고 그걸 역습의 발판으로 이용한다.

찰나에 이뤄진 마법사의 계산은 짜릿할 만큼 무서웠다.

‘그리고 나에게만 무서운 게 아니지.’

유진의 광자포는 나를 둘러싸고 있던 세 마교 간부들에게도 위협적이었다. 귀검신녀는 가까스로 보법을 전개해 피해냈으나 마라혈귀와 폭암도인은 두 눈 뜬 채 피격당해야 했다.

“크윽! 빌어먹을 마법사들이! 끼어들지 마!”

나는 공격을 피하지도, 막아내지도 않았다.

다만 나 역시 마녀의 제자답게 유진의 전법의 장점을 캐치해 적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비티 리플렉션(Gravity Reflection)]

포스 필드를 만들어내는 것의 상위마법. 중력을 오목렌즈처럼 왜곡시켜 공격을 굴절시키는 것이다.

그러자 내가 비틀어낸 광자포들이 유일하게 몸을 빼낸 귀검신녀의 가슴팍으로 날아들었다.

“꺄아아아악!”

포인트 넷.

마법사들의 난입.

만약 천마신교의 세 간부들과만 싸웠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벅찼을 것이다. 그들은 오랜 시간 서로 견제하면서 각자의 최대 역량과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며, 연거푸 영수들을 사냥하면서 협동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라지망까진 아니어도 한 명의 상대를 조금씩 옥죄며 말려 죽이는 전법에는 무척 숙달돼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마법사들이 계속 끼어드는 걸 염두에 두진 못했을 것이다.

“무엄한 마교도들이여. 이번 기회에 그냥 사이좋게 승천하시오.”

드라이푸스 카인이 세 개의 마법진을 돌리는 건 그냥 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의 운석 마법이 피아를 식별하지 않는 물량 공세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티어 스웜(Meteor Swarm)]

성운의 마도사가 시전하는 최강의 운석 폭우.

그가 소환한 불덩어리들이 무자비한 범위 공격을 퍼부었다. 다른 두 육망성들이 진작 몸을 뺀 것을 보면 오랫동안 마력을 모았던 모양이다.

콰광! 쾅! 쾅쾅쾅!

운석이라는 게 중량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데 마찰열로 인해 화염 피해까지 주고 있었다. 지난 쌍마대전 때는 멀리서 지켜봤기에 죽지 않을 수 있었으나 이번엔 정말 위협적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MP 대출혈을 각오했다.

[천마신교 비전 무극파천공]

[초월식]

[아수라대멸겁]

무려 천마의 최종비기.

그의 것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위세는 부족함이 없는 아수라가 내 등 뒤에 솟아올랐다. 그리고 여덟 개의 칼날을 휘둘러 날아오는 운석들을 격파해냈다.

퍼버벙! 펑! 퍼엉!

잠시의 소강상태.

운석들이 만들어낸 구덩이에서 비틀거리는 손바닥들이 올라왔다. 폭암도인의 이마에 금이 가더니 돌조각들이 떨어졌다.

“어리석은 마법사들. 막무가내로 수인거 소협을 죽여버리면 필요한 답을 얻어낼 수 없거늘.”

그의 옆에선 마라혈귀가 핏덩이를 뱉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멀쩡하진 못했을 것이다. 내상을 입었을 테니.

하지만 기세만은 여전히 흉흉했다.

“일공자아아아! 이 새끼야. 어쩔 테냐? 방금 시전한 교주님의 아수라대멸겁으로 네놈의 단전은 이제 텅 비었을 터!”

그의 외침이 내 폐부를 꿰뚫었다.

“헤헤. 그 지적은 좀 아프네요.”

[MP: 471/9,999]

마라혈귀의 말은 옳았다. 현재의 나는 무영보 한 번을 시전할 만큼의 MP밖에 남지 않은 상황. 내공 한 자락의 무인, 마력 한 줌을 지닌 마법사였다.

하지만 이 역시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혈귀 선배님 말씀대로 제 단전은 파산 직전입니다.”

마지막 무영보를 짜내어 단숨에 마라혈귀의 정면으로 쏘아져 나간다.

“그러니 어여쁜 후배에게…….”

무모하게 덤벼들 줄 몰랐는지 움찔하던 그가 도끼를 휘둘렀다. 나는 침착하게 양손으로 도끼를 든 혈귀의 손목을 덥썩 붙잡았다.

“내공 좀 꿔주십시오.”

혈맥이 뒤틀리는 고통에 혈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포인트 다섯.

무극파천공의 가장 음습한 절기인 [파천흡성대법(破天吸星大法)]이었다. 접촉한 상대의 내공을 강제로 흡수하는 무시무시한 마공.

“끄으으으윽! 이놈잇!”

혈귀는 손을 떼어내려 발버둥 쳤으나 나는 악착같이 그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스킬은 이미 먹혀들었다. 내가 해제하지 않는 한 흡성대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MP: 823/9,999]

……

[MP: 1,371/9,999]

……

바닥에 가까웠던 MP가 쭉쭉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와 혈귀의 몸을 통째로 가리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마교 최강의 물리파괴력을 가진 폭암도인이 주먹을 치켜 올린 것이다.

“어리석군, 소협. 교주님의 흡성대법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노니. 바로 시전자가 무방비하게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랬다.

지금의 나는 혈귀에게서 내공을 빨아들이는 것 외에 고개 한 번 돌리는 것도 힘겨울 정도의 상태였다.

그래서 차마 폭암도인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그걸, 모를 것, 같습니까?”

퍼서억!

폭암도인의 얼굴이 뒤틀리며 바위 깨지는 소리가 났다. 어디선가 날아온 불청객이 그의 턱밑을 올려친 것이다.

“커허억!”

구덩이로 다시 나가떨어진 폭암도인 옆에 귀검신녀가 내려앉았다. 그녀의 얼굴도 결코 성치 않은 수준이었지만 난입한 자에게 살기를 쏘아줄 정도는 되었다.

“너는 또 뭐하는 놈이냐!”

내 앞을 막아선 검은 망토. 두 개의 뿔 아래 자리한 마족의 눈동자. 검은 마갑을 두른 용사학살자.

폭렬마왕 제르비어스 폰타인.

녀석이 내 여섯 번째 역습 포인트다.

“가, 가라. 제르비어스!”

어서 가서 마교도들의 목덜미를 물어버려라!

귀검신녀와 폭암도인이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자신들의 앞을 막아선 상대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가 내뿜는 마기의 농밀함을 본능적으로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중에 떠 있는 다른 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유진 쿤딜리니의 얼굴이 볼만했다.

“당신은 분명…… 마법 서고의 책벌레?”

매번 마법 서고에 죽치고 앉아 야설을 탐독하던 녀석이 지금은 마왕군의 지배자다운 위압감을 내뿜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의기양양해진 나는 제르비어스의 첫 마디를 기다렸다.

그런데.

“나는 싸움이 싫다.”

뭐라고?

너 지금 뭐라고 했니.

뭐가 싫다고?

“한 마디로 폭력이 싫어. 아주 혐오해.”

나는 흡성대법을 사용 중인 것도 잊고 목을 기기긱 꺾으면서 제르비어스를 노려봤다.

야 이 자식아. 너 폭렬마왕이라고! 네 별명에 붙여진 게 폭력의 폭이라고, 이 뿔쟁이야. 내가 무방비 상태로 들어가면 분명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기로 했잖…….

펄러억!

순간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제르비어스가 망토를 집어던졌기 때문이다. 녀석과 마그마 볼에서 싸워본 나는 저게 어떤 제스처인지 안다.

“그래서어!”

전력으로 상대를 쳐부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

[마왕군 폭렬마법]

[1급 오의 ‘업화의 쌍장’]

녀석이 평소보다 훨씬 맹렬한 기세로 마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패배를 겪어보지 못한 화룡도의 1층장.

그가 여전히 층장이 없는 층의 죄수들을 향해 포효했다.

“나는 나를 싸울 수밖에 없도록 만든 그대들을 결코 용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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