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이 회귀함 92화
야만족의 진영으로 향하는 것인 줄 알았던 뱅크의 생각과 달리 트리스탄의 뒤를 따라간 끝에 도착한 곳에는 포효하는 황금빛 용이 새겨진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발타자르 공작가……?”
그가 기억하기로 제국에서 용을 가문의 문장으로 사용하는 곳은 몇 군데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황금빛 용을 문장으로 사용하는 곳은 오직 하나. 발타자르 공작가뿐이었다.
“발타자르 공작가가 왜……? 아니, 어째서?”
그렇다는 것은 초소를 습격한 무리가 발타자르 공작가의 소속이라는 뜻인데 서부와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발타자르 공작가가 대체 왜 서부를 침공한 것인지 의문이었다.
그렇게 의문을 품에 안은 채로 뱅크는 트리스탄의 안내 아닌 안내를 받으며 발타자르 진영의 중심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최근 제국 전역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발타자르를 만날 수 있었다.
‘이분이 발타자르 공작…….’
겨울 전쟁의 주역.
제국의 용.
북부의 패자.
선제후.
그를 칭하는 수식어는 무수히 많았다.
소문만 무성하던 인물을 직접 마주하게 된 뱅크는 발타자르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자는 누구인가.”
발타자르가 뱅크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트리스탄을 향해 묻자 그녀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근래 보기 드문 꼴통이기에 데려왔어요.”
시원스러운 그녀의 대답에 발타자르가 마주 웃어 보였다.
“꼴통이라?”
“네. 겁도 없이 베히모스를 상대로 정면 대결을 벌이려고 하더라고요. 제법 용감했어요.”
트리스탄의 말에 뱅크는 그게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 그냥 내어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베히모스와 정면 대결을 벌이려던 것이었는데 그 모습이 트리스탄의 마음에 쏙 든 듯했다.
“이름이 무엇인가?”
발타자르가 묻자 뱅크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한냐르 자작가의 자유 기사. 뱅크 캐드너라고 합니다.”
뱅크의 소개에 발타자르가 눈을 빛냈다.
‘이 녀석이 불굴의 돌격대장 뱅크 캐드너였나?’
제법 유명한 녀석이었다.
물론 지금이 아닌 조금 먼 미래.
제국 황위 전쟁 시기에 이름을 떨치며 유명해지는 녀석이었다.
불굴의 돌격대라는 하마下馬기사단의 단장이던 녀석은 제도 공성전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제도를 몰아치던 칼 프란츠 대공 측을 꽤나 애먹였었다.
뱅크 캐드너가 이끄는 불굴의 돌격대가 무서운 점은 무력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이 아님에도 목숨을 도외시한다는 전투 방식에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결여된 것만 같았던 녀석들은 일반 전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성문을 뛰쳐나와 기사나 마법사, 혹은 지휘관 같은 군의 중요 전력들을 집요하게 노려대고는 했었다.
밤마다 기습을 가해온다는 점을 노리고 아군 측에서는 함정을 파고 놈들을 급습했지만, 바로 옆에서 동료들이 죽어 나가도 혹은 제 심장에 칼이 박혀도 놈들은 목표한 적을 죽이기 위해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격렬히 싸웠다.
삶을 불사르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투쟁의 화신들이었다.
때문에, 이 광기 어린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리만 들어도 일반 병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자존심 높은 기사, 마법사 할 것 없이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밤만 되면 뛰쳐나오는 녀석들 때문에 지휘관들이 죄다 겁을 집어먹고 몸을 사리기에 급급했고 덕분에 제대로 된 지휘체계가 유지되지 못했다.
결국, 참다못해 나선 칼 프란츠 대공에 의해서 모조리 몰살당하기는 했지만, 그 이전까지 아군 측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 녀석을 여기서 만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뱅크 캐드너가 본격적으로 그 이름을 떨치던 시기 이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스스로를 자유 기사라 소개하는 것을 보니 현재 한냐르 자작가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신종 서약을 한 것은 아닌듯했다.
이것은 인재가 제 발로 굴러들어온 격이었다.
“자유 기사라면 정식으로 신종 서약을 하지는 않았다는 뜻인가?”
“예, 그렇습니다.”
“좋네. 내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지.”
“그게 무엇입니까?”
뱅크가 묻자 발타자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던 도원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자와 한번 붙어보게.”
갑작스레 발타자르에게 지목당한 도원경이 힐끔 뱅크를 바라보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어이없다는 투로 답했다.
“지금 저보고 저런 허약해 보이는 놈이랑 한판 해보라는 소립니까?”
“그렇네만. 왜. 싫은가?”
도원경이 보기에 뱅크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런 하수와는 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없던 도원경은 단칼에 거절하려 했지만, 발타자르의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갤러해드의 모습을 본 순간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주군의 명을 거역하면 네놈의 목을 따버리겠다.’라는 듯이 바라보는 갤러해드의 강렬한 눈빛에 도원경은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북북- 긁어대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하죠. 대신 이 녀석이 죽어도 전 모릅니다?”
도원경의 퉁명스러운 태도에 갤러해드가 움직이려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도원경이 질색하며 빽- 소리 질렀다.
“아! 왜! 말 잘 듣고 있잖아! ……요.”
도원경이 갤러해드와 우스꽝스러운 촌극을 벌이는 동안 발타자르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뱅크에게 말했다.
“자네가 이기면 자네를 풀어주겠네. 대신. 자네가 진다면 내게 신종 서약을 하게.”
발타자르의 말에 뱅크의 눈동자가 격렬히 흔들렸다.
“어째서 제게 그런 제안을 하시는 겁니까?”
“자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어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제가 만약 제안을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뱅크가 묻자 발타자르가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자넨 여기서 죽네.”
발타자르의 대답에 뱅크는 자신에게 선택지가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에게 나쁠 것 없는 제안이었다.
어차피 한냐르 자작에게 충성심은 없었고 그저 돈 때문에 그의 밑에서 일하는 것이었으니까.
“……좋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서서히 투쟁심을 불태우는 뱅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발타자르는 절로 기분이 유쾌해졌다.
“받게나.”
발타자르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검집째로 던져주었다. 반사적으로 검을 받아든 뱅크가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발타자르를 바라보았다.
“이건…….”
검을 받아든 뱅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묻자 발타자르가 말했다.
“검을 잃어버린 듯하니 내 검을 쓰게나.”
잠시간 발타자르를 빤히 응시하던 뱅크는 이내 표정을 굳히고는 검집째로 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덤벼라!”
그는 발타자르의 검이라는 것도 잊었는지 검집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 그러곤 검의 손잡이를 머리통에 바짝 붙이며 자세를 잡더니 말에서 내려 몸을 풀고 있던 도원경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하. 나 이 새끼가…….”
도원경이 그런 뱅크를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이내 달려오는 뱅크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 * *
도원경은 이왕 싸울 것이라면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눌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부터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도원경의 창격에 뱅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눈동자만은 투쟁심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도원경이 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하하하! 이 미친놈이! 너도 나처럼 돌았구나!”
돌연 도원경이 크게 창을 휘둘렀다.
뱅크가 그 일격을 정면에서 맞받아치자 밀려오는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몇 바퀴 땅을 뒹군 끝에 간신히 자세를 잡은 뱅크를 향해 도원경이 창을 겨누며 말했다.
“나는 발타자르군의 선봉대장 도원경이다. 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도원경의 말에 뱅크가 검을 수직으로 세워 들며 답했다.
“뱅크. 뱅크 캐드너. 대 제국 프락시온의 기사다!”
뱅크가 기합 소리와 함께 재차 도원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동작은 나는 듯이 빨랐다. 허공에 뛰어올라 내려치는 일격에 도원경이 창을 기민하게 움직이며 뱅크의 검을 쳐내었다.
카앙-
타격음과 함께 뒤로 튕겨 나간 뱅크는 손목이 시큰해져 옴을 느꼈다. 비록 탐색전에 불과한 공수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대의 힘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강하다!’
방금 전의 일격으로 뱅크는 잠시 중심을 잃었지만, 곧 자세를 잡으며 착지하곤 도원경을 응시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의 실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패배를 시인할 생각은 없었다.
뱅크가 다시 검을 미간 가까이 치켜든 순간, 이번에는 도원경의 창이 강맹한 기운을 머금고 휘둘러져 왔다.
정확하게 뱅크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진 창이었다.
하지만 창의 특성상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크고 빈틈이 많았다.
뱅크는 도원경의 창을 흘려내며 재빠르게 발을 놀려 도원경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창과 검의 대결에서는 거리가 무척이나 중요했다.
창의 사용자는 거리를 내어주지 않고 싸우는 편이 유리했고, 반대로 검의 사용자는 지근거리에서 싸우는 편이 유리했다.
재빠르게 도원경의 지근거리까지 당도한 뱅크가 검을 사선으로 올려 베었다. 이번에는 일격이 확실하게 통했다고 생각한 순간.
퍼억-
도원경이 내뻗은 발차기에 명치를 적중당한 뱅크가 뒤로 나자빠졌다. 한 차례 땅을 뒹굴고서야 회전을 멈춘 뱅크가 머리를 거칠게 휘저으며 숨을 골랐다.
힐끗- 타격 당한 부위를 보니 갑옷이 발 모양으로 찌그러진 것이 보였다. 이것만 보아도 도원경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쥐새끼 같기는!”
도원경이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뱅크에게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그 가벼운 제스처에 응답하여 뱅크가 도원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에 맞서 도원경이 창을 휘둘렀다.
부우웅-
대기를 거칠게 찢어 갈기며, 휘둘러진 도원경의 창이 강렬한 기세를 머금고 횡으로 휘둘러졌다.
적중한다면 일격에 몸통이 반으로 분리될 것만 같은 도원경의 일격을, 뱅크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며 허리를 크게 뒤로 젖히면서 피해내었다.
도원경의 창이 간발의 차이로 뱅크의 코끝 바로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아주 수확이 없지도 않았는데, 뱅크의 머리칼 몇 개가 잘려나가 바람에 흩날렸다.
“타합─!!”
앞으로 밀려 나가던 뱅크가 검을 땅에 꽂고는 검에 몸의 무게를 지탱시키며 허리를 크게 비틀어 도원경의 미간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마나가 실린 그 일격을 도원경이 가까스로 주먹을 내질러 막아냈지만, 뒤로 밀려나는 것까지는 막아낼 수 없었다.
비록 발차기라고는 하나 마나가 실린 일격을 막아낸 덕분에 손목에 시큰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쥐새끼인 줄 알았더니 제법이네.”
도원경이 재차 창을 내려쳤다. 방금 전의 일격으로 이제 막 자세를 잡고 있던 뱅크가 재빨리 막아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강한 힘에 검의 방향이 뒤틀렸다.
뱅크의 검신을 타고 끼기긱- 거리며, 쇠 긁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튀기며 도원경의 창날이 뱅크의 손목을 베어낼 기세로 물 흐르듯 흘러내렸다.
까앙-
그러나 뜻하지 않게 검신과 검의 손잡이 사이에 존재하던 가드에 칼날이 막혀 버렸다.
가까스로 손목이 절단될 위기를 넘긴 뱅크는 재빠르게 도원경의 창을 쳐내며 거리를 벌렸다.
‘위험했다.’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며, 뱅크가 도원경을 바라보았다.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녀석은 정말 강했다.
뱅크가 여태껏 상대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운이 좋은 놈이었군. 그래도 언제까지 운이 좋을지 두고 보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원경의 창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뱅크의 어깨를 노리고 내려쳐 왔다. 이번 공격은 다른 어떤 공격보다도 빨랐다.
뱅크는 사력을 다해 검을 올려치며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검이 튕겨지자 뱅크는 두어 걸음 뒤쪽으로 물러섰다.
“와…… 이걸 막을 줄은 몰랐는데…….”
회심의 일격이었던지 그것을 막아낸 뱅크를 향해 도원경의 입에서 감탄성이 튀어나왔지만, 뱅크는 어떻게 하면 도원경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지라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도원경이 힘을 앞세운 전사라면 뱅크는 기교로 적을 쓰러뜨리는 기사였다.
창을 상대로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으니 창을 휘두를 수 없도록 지근거리로 파고들거나, 상대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기회를 노려야만 했다.
어느 쪽으로 공격이 들어올 것인가.
뱅크는 검을 미간에 바짝 붙인 채로 온 정신을 집중하여 도원경을 노려보았다.
잠시간의 대치 끝에 도원경이 일격을 가해왔다.
이번에도 역시 동작이 큰 일격이었다.
허리를 노리고 횡으로 휘둘러지는 일격을 뱅크는 맞받아치지 않고 왼발을 축으로 삼아 허리를 숙여 몸을 회전시키며 피해내었다.
그와 동시에 회전력을 이용해 재빠르게 검을 사선으로 올려 휘둘렀다. 그 불의의 일격에 도원경이 일순간 창을 놓치며 뒤로 물러났고 일순간 무방비한 상태가 되었다.
절호의 기회.
뱅크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높이 치솟은 검을 다시 내려치며 뒤로 몸이 기우는 도원경을 향해 휘둘렀다.
앞으로 뻗어진 손을 향해 휘둘러진 검을 바라보며 도원경이 황급히 양손을 품 안으로 당겼지만, 한발 늦었다.
뱅크는 이 일격이 실패하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순간 세상이 정지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뱅크의 검이 서서히 도원경의 손목을 잘라낼 기세로 휘둘러지고 도원경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아씨. 쪽팔리게.”
도원경의 목소리가 뱅크의 귓가에 스며들고.
카앙-
도원경의 손목과 맞부딪친 뱅크의 검이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채로 튕겨 나갔다.
동시에.
뱅크는 제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도원경의 주먹을 바라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희뿌연 안개로 가려진 하늘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한없이 푸르게만 보였다.
“……젠장.”
뱅크가 회심의 일격이 실패한 것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푸른 오러를 머금은 도원경의 주먹이 뱅크의 얼굴을 가격했다.
퍼억─
순식간에 뱅크의 몸이 허공 위로 튀어 오르더니 이내 바닥에 고꾸라졌다.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 뱅크는 깨달았다.
‘봐주고 있었구나.’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밀려오는 압도적인 패배감에 뱅크가 정신을 잃는 마지막 순간까지 도원경을 노려보았다.
‘다음에 붙는다면…….’
* * *
“실력은 부족하지만, 투쟁심 하나만큼은 쓸 만하군요.”
갤러해드가 기절하여 쓰러진 뱅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자를 정말 휘하로 들이실 생각이십니까?”
갤러해드의 물음에 발타자르가 고개를 끄덕이곤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뱅크를 바라보는 도원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원경 자네가 한번 키워보게.”
“제가……요?”
“그렇네. 자네 휘하로 배속해 주지. 어떤가?”
발타자르가 묻자 도원경은 뱅크를 다시 한번 빤히 바라보았다.
직접 경험해 보았던 뱅크의 투쟁심으로 볼 때 자신의 훌륭한 샌드백이 되어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뭐. 좋습니다.”
도원경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하자 발타자르가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가며 외쳤다.
“전군! 진격을 재개한다.”
본격적인 서부 전쟁의 서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