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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이 회귀함-52화 (52/183)

공작이 회귀함 52화

리뮤안 영지에 도착한 발타자르는 우선 인근 마을에 들러 ‘접근할 수 없는 나무’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접근할 수 없는 나무는 정령의 호수 중심에 자리 잡은 거대한 느티나무로 나무에는 최초의 물의 정령왕 비비안이 봉인되어 있었다.

정령목이라 불리는 나무의 존재와 결계로 인해 단절된 공간이 오랜 세월 지속되자 결계 안은 중간계에 재현된 정령계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뭐. 그렇다고 거창한 것은 아니고 단지 소환자 없이 정령들이 현신할 수 있는 장소의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여하튼 마을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소문한 결과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에 접근할 수 없는 나무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느긋하게 가도 별문제는 없지만, 아직 해가 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데다 아이린이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어 하다 보니 일정을 조금 서둘러 인근 숲으로 향했다.

“정령들의 기운이 한가득 느껴져요.”

숲에 진입하자마자 정령들의 기운을 감지한 엘이 말했다.

“확실히. 마나의 밀도가 높군요.”

가웨인도 옆에서 말을 덧붙였다.

정령목의 존재 덕분에 결계 안뿐만 아니라 인근 숲의 마나 농도 역시 짙었다.

“오라버니.”

발타자르로부터 이 숲 안에 결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결계를 찾는 듯 열심히 숲을 살펴보고 있던 아이린이 발타자르를 불렀다.

“왜 그러니?”

“갇혀 있는 정령은 어떤 정령이에요?”

아이린의 물음에 발타자르는 비비안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비비안은 무척이나 상냥한 정령이었단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푸른 빛의 머리칼과 상냥한 미소가 인상적인 그녀는 그 인상만큼이나 성품 역시 무척이나 상냥했다.

분쟁을 싫어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많은 이들이 그녀를 좋아했고, 발타자르 역시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란슬롯은 그녀를 탐탁지 않아 했었다.

싸움에는 일절 가담하지 않고, 그의 목숨이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나 잠깐 모습을 드러내어 싸움이 끝날 때까지 그를 보호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여 란슬롯은 이럴 줄 알았다면 그녀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물론 란슬롯의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비비안과의 계약으로 인해 란슬롯은 그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고도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날 볼 때마다 계약자를 닮았다며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지.”

“오라버니. 그 정령이랑 만나신 적이 있으신 거예요?”

아이린의 물음에 발타자르는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아, 예전에 아주 잠깐 본 적이 있었단다.”

“그래요?”

아이린은 별로 대수롭지 않아 하며 넘겼지만 가웨인은 아니었다. 묘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가웨인에게 발타자르는 눈감아 달라는 의미에서 작게 눈짓했다.

이에 가웨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화를 하는 사이 어느새 숲의 중심부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족히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버드나무를 발견했다. 일행은 저마다 감탄하며 거목을 바라보았다.

“크네요.”

“오라버니. 엄청 큰 나무예요.”

“저기서 정령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요.”

저마다 한마디씩을 내뱉는 일행들을 뒤로하고 발타자르가 말에서 내려 버드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퉁-

버드나무를 향해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자 보이지 않는 벽이 발타자르의 앞을 막았다. 결계가 분명했다.

“흠…….”

발타자르가 결계의 표면을 마나를 휘감은 손으로 툭툭 두드려 보았다. 확실히 결계는 강력했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서인지 군데군데 약해진 부분들이 더러 보였다.

이 정도 수준이면 마음만 먹는다면 베지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저거. 결계 맞지. 언니?”

“맞아. 정령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정령왕이 펼친 결계인 것 같아.”

등 뒤로 엘룬 자매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사와 정령사라 그런지 단박에 결계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린. 이리와 보렴.”

발타자르가 손짓하며 아이린을 불렀다.

그러자 브리아의 도움을 받아 말 위에서 내려온 아이린이 쪼르르 발타자르에게 달려갔다.

“린. 여기서 네 역할이 중요하단다. 여기. 이곳을 전력을 다해 공격하렴.”

발타자르가 결계의 약화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맡겨주세요!”

아이린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대답하며 브리아를 불렀다.

“브리아! 부탁해.”

아이린의 말에 브리아가 불꽃 가루를 흩뿌리며 그녀의 앞에서 맴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강렬한 열기를 내뿜는 화염의 폭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발타자르는 아이린에게서 멀어지며 엘룬 자매를 불러 혹시 모를 상황에서 아이린을 보호하도록 지시했다.

그 후.

자세를 낮추며 검을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오러하트가 공명하며 마나를 쉴새 없이 뿜어내기 시작했다.

발타자르의 검에서 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치솟고, 검신의 두 배는 될 법한 길이로 늘어났다.

그렇게 늘어난 오러 블레이드는 다시 압축되고 축소되어 검신을 뒤덮는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뿜어내는 기운 만큼은 그 궤를 달리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붉은빛을 띠던 오러 블레이드가 선명한 핏빛을 띠자 발타자르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아래에서는 브리아가 뿜어내는 화염의 폭풍이 결계를 휘몰아치고 있었다.

발타자르는 검을 들어 올려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결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브리아의 맹렬한 공세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결계가 발타자르가 휘두른 일 검에 주욱-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결계의 틈에서 짙은 어둠이 뿜어져 나왔고, 발타자르는 이 기세를 몰아 검을 재차 휘둘렀다.

횡으로 휘둘러진 검이 재차 결계를 베어내고 십자가 모양으로 갈라지며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 * *

결계의 틈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정령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무척이나 이질적이었다.

어둠으로 뒤덮인 공간에 거대한 호수가 펼쳐지고 푸른 빛을 발하는 정령들이 호수를 놀이터 삼아 이리저리 뛰놀고 있었다.

란슬롯에게서 전해 들었던 모습 그대로였다.

발타자르는 정령의 호수 중심에 하늘 높이 솟아오른 버드나무 아래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남녀를 바라보았다.

여인은 비비안이 분명했고, 옆의 사내는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물의 정령왕으로 추정되었다.

한데, 물의 정령왕의 표정이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았다.

“오라버니.”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정령의 호수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던 아이린이 이내 정신을 차리곤 고개를 돌려 발타자르를 부르는 순간.

물의 정령왕.

넵튠의 신형이 갑작스레 사라졌다.

동시에 발타자르의 신형 역시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아이린의 앞에 불쑥 솟아나며 허공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거기까지. 더 이상 접근하면 베겠다.”

발타자르의 경고에 그가 겨눈 검 끝으로 뽀글뽀글 기포가 생겨나더니 이내 넵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넵튠이 손으로 안경을 추켜올리며 발타자르를 지긋이 노려보았다.

“이곳은 정령왕의 영역이다. 물러가라.”

넵튠이 냉기가 풀풀 휘날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발타자르는 그런 넵튠을 응시하며 그와 대치했다.

‘정령왕인가.’

넵튠의 등장은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소환자도 없이 중간계에 현신한 이상 그 힘에 분명 제약이 있을 테니 말이다.

‘어떻게 할까…….’

강제로 결계를 열어버린 것 때문인지 넵튠의 눈동자에는 적의가 가득했다.

넵튠의 경고에도 발타자르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슬슬 힘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슬쩍 아이린을 바라보니 겁에 질린 얼굴로 넵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계획을 조금 변경해야겠군.’

본래는 발타자르가 직접 비비안과 접촉하여 그녀를 설득한 이후, 가능하다면 아이린과 계약을 맺게 해줄 생각이었다.

회귀 전 비비안은 종종 발타자르에게 그녀의 계약자와 닮았다며 친근하게 대하였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겁에 질려 있는 아이린을 보고 있으니 계획을 조금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나름대로 린에게 좋은 경험이 되겠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동생이지만, 그렇다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게 할 생각은 없었다.

보아하니 정령 중에서 넵튠을 제외한다면 가장 강해 보이는 녀석도 고작해야 상급 정령일 뿐이었다.

심지어 소환자도 없이 현신한 녀석들인지라 솔직히 별 위협이 되지 못했다.

숫자가 제법 많기는 하지만 가웨인과 트리스탄을 비롯해 데리고 온 호위 전력으로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사전에 아이린에게 그녀만이 비비안을 구해줄 수 있다며 잔뜩 부추겨 두기도 했고 상황도 실제로는 위험하지 않지만, 아이린은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건 완전히 아이린의 정신적 성장을 꾀하기 위해 깔아놓은 판이나 다름이 없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

원래 계획대로 하는 것보다는 이 상황을 이용해 극적인 연출을 통해 아이린의 성장을 꾀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섰다.

아이린에게 정령왕과 계약을 맺게 해주고 정신적인 성숙도 꾀한다.

실로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발타자르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넵튠의 주변으로 물의 창이 솟아나더니 발타자르를 노리고 쏘아져 나갔다.

캉- 캉- 캉-

발타자르가 신묘한 검 놀림으로 날아드는 물의 창들을 쳐내자, 넵튠이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썩 꺼지지 못하겠느냐!”

넵튠이 물의 창을 휘둘러 왔다.

그것을 가볍게 쳐낸 발타자르는 힐끗- 넵튠의 등 너머로 비비안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는 적의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움과 걱정이 담긴 눈길로 발타자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그녀는 분쟁을 싫어하고, 무척이나 상냥했다.

‘슬슬 시작해 볼까?’

발타자르가 찔러오는 넵튠의 창을 쳐내며 아이린을 향해 말했다.

“린, 저 여인이 정령의 호수에 갇힌 정령이란다. 나와 다른 이들이 길을 열어줄 테니 가서 그녀를 구해줄 수 있겠니?”

발타자르의 말에 아이린이 두려움을 떨쳐내곤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해볼게요. 아니, 할 수 있어요.”

아이린의 대답에 발타자르가 그녀의 곁에 다가와 호위를 서고 있던 가웨인과 트리스탄을 불렀다.

“가웨인, 트리스탄. 길을 열어라!”

발타자르의 지시가 떨어지자 가웨인과 트리스탄이 기사들을 이끌고 정령의 호수로 진입해 들어갔다. 이에 넵튠이 노성을 터뜨렸다.

“막아라!”

넵튠의 노기 어린 외침에 정령의 호수에서 뛰놀던 정령들이 일제히 가웨인과 트리스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고요했던 정령의 호수에서 한바탕 전투가 벌어졌다.

가웨인을 비롯한 기사들이 비비안에게로 향하는 길을 열기 위해 검을 휘두르고, 정령들이 그 앞을 막아서며 그들의 접근을 저지했다.

“언니, 어떡하지?”

비비안을 향해 다가가는 아이린을 호위하던 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두 엘프에게 있어 정령과의 싸움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가능하다면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서약에 묶여있는 이상 그녀들에게 주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으니 말이다.

“정령과 싸우라고는 하지 않았잖아. 지시대로 아가씨만 지키면 돼.”

엘의 말에 룬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보호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 * *

비비안은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턱을 괴고선 인간과 정령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목적은 모르겠지만 인간들은 그녀를 만나려 하고 있었고, 넵튠을 비롯한 정령들은 그런 인간들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정말 그랑 많이 닮았네.”

넵튠과 싸우고 있는 사내는 그녀의 계약자와 몹시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계약자는 아니었다. 그에게선 그녀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넵튠이 저리 성급하게 행동할 만해.”

보면 볼수록 그녀의 계약자와 닮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녀의 계약자는 아니지만, 그와 닮은 외견을 보고 있자니 문득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혹시 그의 자손인가?”

일견 가능성이 있는 생각이었다.

이곳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고, 비비안이 이곳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으음…… 대화를 조금 해보고 싶은데. 넵튠을 보니 그건 무리겠네.”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령계에서 힘을 끌어오는 넵튠을 바라보며 비비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싸우는 걸 보니 넵튠이 이기진 못하겠네.”

얼핏 보면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만 눈썰미가 있다면 사내가 넵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 냄새가 진하긴 해도. 다들 나쁜 이들은 아닌 것 같은데.”

길을 막아서는 정령들과 싸우는 이들도 정령들의 공격을 쳐내며 비비안을 향해 다가오기만 할 뿐 그 외에 정령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개중에 인상적인 것은 분홍빛 머리칼의 여인이었는데, 그녀는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시큰둥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밀고선 툭툭- 정령들의 공격을 쳐내고 있었다.

비비안이 그녀의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큐네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이만 정령계로 돌아가렴.”

비비안의 말에 아큐네들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거부했다. 마치 목숨 바쳐 그녀를 호위하겠다는 듯이 결의에 가득 찬 얼굴들이 귀엽기 그지없었다.

[넵튠이 지키라고 했다!]

[저 인간들 위험해!]

[우리. 비비안. 지킨다!]

[지킨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냥 돌아가는 것이 좋을 텐데.

상급 정령과 중급 정령들로도 막아내지 못한다면 하급 정령들이 저들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더 말해봐야 들을 것 같지도 않아서 비비안은 아큐네들을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여차하면 그녀가 나서서 지켜주면 될 테니 말이다.

“그날 이후로 인간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

비비안이 그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콰아앙─

발타자르를 비켜 간 넵튠의 일격이 호수를 뒤흔들었다. 거친 물보라가 일어나 허공 위로 솟구치더니 이내 마치 비처럼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

넵튠이 허공에 손을 뻗어 주먹을 움켜쥐니 쏟아지는 물줄기가 날카로운 칼날로 변화했다.

넵튠과 발타자르의 사이에 칼날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발타자르는 피하기보다는 검을 휘둘러 칼날의 비를 일격에 휩쓸어버리며 넵튠에게로 달려들었다.

설마 그대로 뚫고 들어올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한 넵튠이 발타자르에게 간격을 내주고 말았다.

그 대가는 실로 뼈아팠다.

일격에 한쪽 팔이 베어졌다. 일반적인 검에 당한 것이라면 금방 재생되었겠지만 오러블레이드에 당한 것이기에 재생이 되지 않았다.

넵튠이 상처 부위를 부여잡으며 발타자르에게서 멀어졌다. 그런 넵튠을 뒤쫓을 수 있음에도 발타자르는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이에 이상함을 느낀 넵튠이 발타자르를 바라보자 그가 턱짓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쪽이 이긴 것 같군.”

“뭐?”

넵튠이 황급히 비비안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호위 인원들에게 보호받고 있는 아이린이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비비안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넵튠의 눈에 주변의 모습이 들어왔다.

정령들이 맹렬한 기세로 공격을 해 보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소환자 없이 중간계에 현신한 까닭에 그 힘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비안의 계약자를 닮은 발타자르를 본 순간 너무나도 화가 난 나머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제길!”

넵튠이 황급히 비비안을 향해 날아가려 했지만, 그의 목을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방심은 금물이지.”

빈틈을 놓치지 않고 넵튠의 목을 붙잡은 발타자르가 그대로 수면 위에 넵튠의 얼굴을 내리찍었다.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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