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이 회귀함 25화
내리쬐는 햇살이 모래 알갱이에 반사되어 눈이 아릴 정도로 반짝인다. 사시사철 숨이 턱 하고 막혀올 정도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열사의 사막.
주위를 둘러보아도 온통 샛노란 모래뿐이던 곳에서 조금씩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진동에 모래언덕의 경사면을 따라 모래 알갱이들이 미끄러지듯 흘러내렸다.
하늘 위를 유유히 유영하던 독수리 한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래언덕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별안간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크게 선회하며 왔던 길로 되돌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뿌우우웅─
길고 긴 뿔 나팔 소리와 함께 일사불란한 군화 소리가 척척-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지며 사막의 고요함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래언덕 너머로 깃발들이 하나둘씩 불쑥불쑥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길쭉한 깃대에 내걸린 깃발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포효하는 늑대가 그려진 것이었다.
제국 유일의 대공大公.
레온하르트 칼 프란츠의 깃발이었다.
선두의 기수들이 깃발을 흩날리며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들의 뒤로 거대한 군세가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샛노란 빛의 사막을 순식간에 검게 물들인 흑색의 물결이 울렁거리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제국군 특유의 철갑이 아닌 가죽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이 열사의 사막이라는 지형 때문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행군속도는 일반적인 군대와 비교해 무척이나 빨랐는데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모양새였다.
“진짜 죽어라 쫓아 오네.”
한쪽 눈에 안대를 찬 외눈의 사내가 열기로 인해 일렁거리는 지평선 너머로 피어오르는 뿌연 흙먼지를 보곤 중얼거렸다.
사내의 이름은 타우렐 서머셋.
그의 동생 레이크 서머셋과 함께 칼 프란츠 대공의 쌍두마차라 불리는 맹장猛將이었다.
“그러게 적당히 하지 그랬나.”
옆에 있던 사내가 타우렐을 타박했다.
그러자 타우렐은 몹시도 억울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니, 대공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 잘했다고 칭찬하실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그러시면 저 정말 억울합니다.”
타우렐을 타박한 사내의 정체는 제국 남부의 국경을 책임지는 제1군단의 총사령관이며 칼 프란츠 대공령의 주인. 레온하르트 칼 프란츠였다.
황족 특유의 붉은 적발이 아닌 연갈색 머리칼을 곱게 빗겨 넘긴 중후한 인상의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타우렐을 보며 유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농담일세. 그보다 병사들이 모두 내려간 것 같으니 우리도 이만 내려가세나.”
레온하르트가 말머리를 돌려 모래언덕을 내려가자 그의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던 장교들이 말을 몰아 그를 지나쳐가며 소리쳤다.
“전투대형으로!”
[대형을 갖춰라!]
[서둘러라! 놈들이 오기 전에 대형을 갖춰야 한다!]
레온하르트가 따로 지시를 하지 않아도 장교들은 알아서 병사들을 지휘하며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열에 보병들을 앞세우고 후열에는 궁병대를 배치하여 언제든 화살을 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장교들의 지휘에 따라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빠른 속도로 진형을 갖추며 전투준비를 끝마쳤다.
두두두─
레온하르트의 군대가 진형을 갖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차 땅이 진동하더니 레온하르트의 군대가 지나온 모래언덕 위로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새하얀 천 옷에 마찬가지로 하얀 터번을 머리에 두른 그들은 남부 대초원을 지배하는 슈리마 왕국의 군대였다.
유목 국가답게 슈리마 왕국은 기마 문화가 무척이나 발달하였는데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레온하르트의 군대를 쫓아온 3만의 슈리마 왕국 군은 모두 기병대였다.
그에 반해 레온하르트의 병사들은 전부 보병들뿐이었는데 심지어 그 흔한 창병들도 없어 슈리마 왕국 군의 돌진 한 번이면 금세 와해 될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때 슈리마 왕국 군의 사이로 장대한 체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슈리마 왕국의 다섯 대장군 중 한 명인 쿠빌라이였다.
“칼 프란츠! 꼭 그래야만 했느냐! 아직 아이들이었다. 싸우지 못하는 노약자들이었고, 산모들이었다! 그들을 죽여 창끝에 매달아 두어야만 했느냐!”
소리치는 쿠빌라이의 얼굴은 분노로 와락 일그러져 있었다.
본래 슈리마 왕국과 칼 프란츠 대공령 간에는 크고 작은 국지전이 종종 벌어지곤 했었는데 이번에 평화 협정을 맺으며 두 세력 사이에 위치한 대사막을 중립 지역으로 선포하였다.
이에 양측은 대사막에서 주둔하고 군을 물리고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는데 레온하르트가 군을 물리는 척하며 쿠빌라이의 부족을 습격했다.
장정들이 모두 전쟁터로 떠난 덕분에 쿠빌라이의 부족에는 노약자들만 남아 있었는데 레온하르트가 이곳을 급습하며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고 학살극을 자행하였다.
그 이면에는 최근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며 급성장을 거듭한 쿠빌라이의 세력을 줄이기 위한 슈리마 국왕과 레온하르트 간의 밀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쿠빌라이는 알지 못했다.
뒤늦게 부족에서 일어난 학살극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 쿠빌라이는 그길로 곧장 군을 이끌고 레온하르트의 군대를 추격하였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그대들이나 나나 똑같은 살인자들일 뿐인데 어찌하여 나만 죄인 취급하는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제국의 대공이라는 자가 어찌 협약을 무단으로 어기고 이런 비겁한 술수를 부린 것이냐!”
쿠빌라이의 외침에 레온하르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전쟁에 비겁하고 말고가 어디 있는가. 그저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지.”
레온하르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쿠빌라이는 병사들을 지휘해 돌격을 감행하려 하였다. 하지만 수하 중 한 명이 그런 쿠빌라이를 제지했다.
“놈들의 기사단과 기병대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필시 어딘가에 매복을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타당한 지적이었다.
평소라면 이를 염두에 두고 병사들을 지휘했을 쿠빌라이였지만 현재 그는 복수심에 눈이 멀어있었다.
“상관없다! 놈들은 죄다 보병들뿐이고 우리 기마대의 돌격을 막아낼 병종조차 없으니 설령 놈들의 기병 전력이 매복 중이라고 해도 일거에 놈들의 본대를 쓸어버리고 기습을 가해오는 놈들 역시 죽여 없애면 될 뿐이다.”
쿠빌라이가 진격령을 내리자 3만에 달하는 슈리마 왕국의 기병대들이 일제히 돌진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아라라라라─!!
슈리마 왕국 군 특유의 기합 소리와 함께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슈리마 왕국 군을 향해 궁수들이 쉴새 없이 견제 사격을 하며 적들의 수를 줄여보려 노력했지만, 슈리마 왕국 군의 궁기병이 쏘아내는 화살에 당하는 아군의 숫자가 더 많았다.
심지어 거리가 워낙 가깝다 보니 슈리마 왕국 군은 별다른 피해 없이 순식간에 레온하르트의 군대에게 접근하였다.
그 순간.
“지금이다!”
레온하르트의 외침과 동시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전열의 보병들이 일제히 모래 속에 파묻혀 있던 기다란 목 창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슈리마 왕국 군의 기병대와 레온하르트의 군대 사이에 창벽진이 솟아났다. 성인 팔뚝만 한 목 창이 솟아났지만, 기병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레온하르트 군의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퍼버벅─
살점이 터져 나가는 피륙음과 함께 말들이 목 창에 꿰뚫리며 기수들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올라 레온하르트 군의 한복판에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일 뿐이었다. 대다수의 기병들은 창벽진을 뚫고 레온하르트 군의 진영을 휩쓸었다.
일방적인 학살극이 벌어졌다. 애당초 변변한 창병도 없이 기병들을 상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레온하르트의 군대는 목숨을 도외시하며 난전을 유도하여 어떻게든 기병들의 발목을 붙잡으려 애를 썼다.
“우회하라!”
하지만 몇몇 유능한 장수들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그들은 휘하의 병사들을 이끌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측면 공격을 시도했다.
정면과 측면 세 방향에서 레온하르트 군을 집어삼킨 적의 기병대는 양떼 속에 풀어 놓은 늑대처럼 거침없이 날뛰며 보병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슈리마 왕국 군은 별다른 피해 없이 5만에 달하는 적의 병력들을 해치워 나갔다.
“하하! 이것 보거라! 대승이지 않느냐! 그보다 레온하르트 그 씹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은 어디 있느냐!”
쿠빌라이가 대소를 터뜨리며 수하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런 대승에도 불구하고 수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표정이 왜 그러느냐. 웃거라. 가족들의 원수를 갚은 데다 대승까지 거두었으니 웃어야지 않겠느냐.”
“무언가 이상합니다.”
연신 주위를 둘러보는 수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쿠빌라이가 물었다.
“뭐가 이상하단 말이냐?”
“너무 쉽게 이겼습니다. 처음에 비록 저항이 격렬했다고는 하나 그 레온하르트가 이다지도 허무하게 패배할 리가 없습니다. 또한, 그를 해치웠다 보고하는 이가 없고 적들의 무장을 쓰러뜨렸다는 보고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저 시체들 사이 어딘가에 곤죽이 되어 널브러져 있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쿠빌라이는 무언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깨달았다. 쿠빌라이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승기를 잡은 것은 슈리마 왕국 측이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치열한 접전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주변의 지형이 쿠빌라이의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급격한 경사면을 이루는 모래언덕이 둘러싼 형태로 모래언덕이 없는 평탄한 길은 단 한 곳뿐이었다.
“함정이다. 함정이다! 속히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뒤늦게 이곳이 적들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은 쿠빌라이가 소리쳤다.
그 순간.
“저, 적습이다!”
“언덕 위다!”
“저곳에도 나타났다!”
사방에서 깃발이 솟아오르며 10만에 달하는 레온하르트의 본대가 슈리마 왕국 군을 포위하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이 쓰러뜨렸던 병사들과는 달리 철갑으로 중무장한 적들은 모래언덕 위에서 아군과 뒤섞여 난전을 벌이는 슈리마 왕국 군을 향해 일체의 망설임 없이 화살을 쏘아 대었다.
심지어 쿠빌라이가 생로生路라고 판단했던 평지 길에는 레온하르트 군 최강의 무력집단인 검우회의 기사들과 그들의 수장인 브라티슬라바 페흐트라가 형형색색의 오러를 뿜어내며 대형을 갖추고 돌격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레온하르트! 이 능구렁이가아아!”
분노로 가득 찬 쿠빌라이의 외침을 신호로 양측의 병력들이 전투를 시작했다.
사방으로 적에게 포위당하여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게 된 슈리마 왕국 군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맹렬히 저항했다.
레온하르트의 병사들은 모래언덕 위라는 지형적 이점을 이용해 창병을 내세워 기병들의 접근을 견제하며 궁수들로 차근차근 병력 들을 갉아먹었다.
그것뿐이라면 충분히 포위를 뚫을 수 있었겠지만, 정면에서 브라티슬라바를 위시한 검우회의 기사들이 돌진을 감행해 왔다.
기병 전력이 강한 슈리마 왕국에서도 정면 대결을 기피하는 그들이 말이다.
그렇게 전투가 벌어지고 채 1시간이 되지 않아 2만 5천에 달하던 슈리마 왕국 군은 전멸하다시피 하며 참패하였다.
툭-
끝까지 저항하였으나 결국 사로잡힌 쿠빌라이가 포승줄에 묶여 레온하르트의 앞에 무릎 꿇려졌다. 쿠빌라이는 사나운 눈매로 레온하르트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이시스 님께서 네놈을 용서치 않으실 것이다!”
이시스는 슈리마 왕국이 믿는 신의 이름이었다.
레온하르트가 엄지를 치켜세운 손을 앞으로 뻗었다.
“내 일은 자네 같은 열렬한 신자들을 신의 곁으로 보내주는 것이라네.”
레온하르트의 엄지가 땅을 향하자 옆에서 대기 하고 있던 타우렐이 힘차게 검을 휘둘러 쿠빌라이의 목을 쳤다.
순식간에 쿠빌라이의 수급이 땅바닥을 뒹굴고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가 샛노란 모래를 붉게 물들였다.
감흥 없는 표정으로 쿠빌라이의 수급을 내려다보던 레온하르트가 중얼거렸다.
“가서 자네 말대로 신께서 날 벌주시려는지 혹은 용서하시는지 직접 만나 뵙고 알아보게나.”
그러곤 말머리를 돌리며 지시를 내렸다.
“포로는 없다. 모조리 죽여라.”
사방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수고하셨습니다.”
모래언덕 위에서 살아남은 슈리마 왕국 군의 목을 베어내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레온하르트에게 레이크가 다가와 말했다.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온 레이크의 모습은 붉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자네도 고생했네.”
“실로 대단한 전략이었습니다만 어르신께서 조금 불만이신 듯하더군요.”
“그런가?”
레온하르트는 피식 웃어 보였다.
레이크가 말하는 어르신이란 레온하르트 휘하의 유일한 마스터 브라티슬라바 페흐트라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어르신이야 뼛속까지 무인이시니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노예병 5만을 희생시켜 적의 대장군을 비롯한 여러 유능한 장수들과 기병 3만을 처리할 수 있으니 실로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첫 전투에서 쿠빌라이가 이끄는 슈리마 왕국 군이 전멸시킨 병사들의 정체는 노예병들이었다. 레온하르트는 그들을 미끼로 삼아 쿠빌라이와 그의 주력군들을 미리 준비한 장소로 유인하여 섬멸하였다.
비록 5만이라는 숫자가 적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노예병들은 돈만 들인다면 충당할 수 있는 것에 반해 적의 유능한 장수진들과 기병 전력은 돈으로 어찌한다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런 교환이라면 몇 번이고 같은 결정을 흔쾌히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슈리마 왕국의 국왕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나와 손을 잡았던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할걸세. 내가 그 얕은수에 걸려든 줄 알고 지금쯤 통쾌해하고 있을 테지.”
슈리마 왕국의 국왕이 레온하르트와 손을 잡은 이유는 쿠빌라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컸지만 동시에 레온하르트와 쿠빌라이가 치열하게 싸워 두 사람의 힘을 서로 깎아 먹게 하여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
쿠빌라이가 레온하르트의 힘을 깎아내기는커녕 쿠빌라이 본인을 비롯해 휘하의 장수들과 병력까지 몽땅 잃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을 때 슈리마 왕국의 왕이 지을 표정을 상상하며 레온하르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레이크는 그저 미소로 화답하고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말을 꺼내었다.
“당분간은 슈리마 왕국도 조용할 텐데 앞으로 무엇을 하실 계획이십니까?”
레이크의 물음에 잠시 고민을 하던 레온하르트가 대답했다.
“요새 건설도 순조롭고. 노예 수급에도 차질이 없으니 간만에 제도나 가볼까 생각 중인데. 자네도 함께 가겠는가?”
“제도 말입니까?”
레이크가 의아하다는 듯이 묻자 레온하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형님 폐하도 뵐 겸. 우리 대신들께서 얼마나 국정을 잘 운영하고 계시는지 구경도 할 겸 해서 다녀오려고 하네. 그리고 한번 보고 싶은 자도 있고.”
“보고 싶은 자요?”
“요즘 북부에서 한참 화제가 되는 인물이 있지 않은가.”
레온하르트의 말에 레이크는 그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아차렸다.
“발타자르 후작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렇네. 듣기로는 전형적인 충신이라는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간만에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이 나타났으니 보러 가야지 않겠는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레온하르트를 보곤 레이크는 속으로 ‘대공께서 또 인재욕이 돋았구나.’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전 남아 있겠습니다. 누구 한 명은 남아서 요새 건설을 감독해야지 않겠습니까. 대신 형님을 데려가시지요.”
“타우렐은 당연히 데려갈 생각이라네. 그 사고뭉치를 혼자 두었다가 무슨 사고를 칠 줄 알고.”
레온하르트 진영에서도 손에 꼽히는 맹장인 타우렐을 악동 취급하며 레온하르트가 껄껄거리며 웃자 레이크 역시 피식 웃어 보였다.
그렇게 대공의 제도행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