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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51화 (251/251)

00251  외전- 그남자의비밀  =========================================================================

“저기, 혹시 핸드폰 좀 잠깐 빌려 쓸 수 있을까요?”

붉은 입술이 매력적인 20대의 젊은 여자가 슬며시 다가와 눈웃음을 쳤다.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흰색 원피스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원피스가 어찌나 짧던지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팬티가 다 보일 정도였다. 태상은 들고 있던 술을 꿀꺽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여자를 위 아래로 쭉 훑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매를 자랑스럽게 여겼기에 그의 시선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세히 봐도 된다는 듯 더욱 몸을 유혹적으로 꼬았다.

한참 그녀의 몸을 훑던 태상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여기요.”

여자는 너무 고맙다는 듯 과장스럽게 말하면서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받았다. 그녀는 핸드폰만 만지면 될 것을, 부러 그의 손까지 터치하면서 가져갔다.

여자, 민정은 이 남자를 오늘 자신에게 홀딱 빠지게 할 생각이었다. 그의 얼굴이 그녀의 취향에 딱 들어 맞았기 때문이었다. 민정은 마음 먹고 꼬시면 못 꼬실 남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였다.

그녀의 외모와 몸매가 그런 자신감을 줬다.

그리고 이 남자도 결국 그녀의 몸을 빤히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그의 눈이 금방이라도 탐스러운 열매를 내보일 듯 꽉 쪼이고 있는 여자의 가슴에 닿았다.

'남자들이란...쯧쯧. 그래도 잘생겼으니까 봐준다.'

민정은 잠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그의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신민정이라고해요.”

“다 썼습니까?”

태상은 자신을 소개하는 민정의 말을 무시하고 손을 내밀었다.

'꼴에 튕기는 건가? 귀엽네.'

그렇게 생각한 민정이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네, 제 연락처 저장해뒀어요. 연락 하고 싶으면 해도 괜찮아요.”

“돌려 주시죠.”

태상이 다시 한 번 달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민정이 돌연 핸드폰을 자신의 가슴골에 끼우는 게 아닌가!

그녀의 가슴은 핸드폰을 충분히 견뎌내고 있었다.

민정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자요."

"....."

“가져가시라니까요?”

“......”

태상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짓을 하는 건 또 처음인데.

민정은 굉장히 도발적인 여자였다. 누가 봐도 지금 자신과 자고 싶다는 걸 표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랑 자고 싶습니까?”

태상의 낮은 목소리가 짐승이 크르릉 거리듯 울렸다. 민정은 목소리조차 자신의 취향이라 생각하면서 그의 팔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요?”

'몸매도 제법 괜찮네. 밤일 잘 하겠는데?'

민정은 벌써부터 몸이 달았다. 그의 아래에서 신음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아래가 찌르르했다.

태상이 남은 술을 한 번에 원샷하더니 그녀에게로 손을 뻗었다.

민정은 그가 자신에게 넘어왔음을 확신하며 눈웃음을 더욱 진하게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태상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우악스럽게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비명에 놀라 시선을 돌렸다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쩌억 벌렸다.

신고해야 하는 건가?

변태야?

민정이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올려 태상의 뺨을 치려했다. 하지만 그는 민정의 손목을 탁! 하고 잡아 때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민정이 소리를 질렀다.

“저질!! 이게 무슨 짓이에요!!”

“만져달라고 가슴에 핸드폰 끼고 있었잖습니까. 그래서 만져줬는데 뭐가 문제죠?”

사람들의 시선에 아직 그녀의 가슴에 꽂혀 있는 태상의 핸드폰이 들어왔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시선을 민정에게로 두었다. 저 여자가 지금 남자한테 꼬리 치다가 퇴짜 맞은 거구나 싶었던 것이다.

그들의 시선을 느낀 민정은 화들짝 놀라 붉어진 얼굴로 황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자 태상은 그 핸드폰을 태연하게 낚아챘다.

핸드폰에 태우 사진만 없었어도 저런 실리콘 따위 만지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앞으로 사람 봐가면서 수작 거세요. 젊은 아가씨가 40대 아저씨한테 뭐하는 짓입니까?”

“사, 사십대였어요?”

정확히 사십대는 아니지만, 30대 후반이긴 했다. 저 여자를 더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몇살 올린 거였다.

태상은 아무리 봐도 40대 아저씨로 보이지 않았다. 스물 후반의, 많이 줘도 서른 초반의 매력적인 남자로 보였다. 그래서 민정이 다가와 유혹을 한 거였고 말이다. 그가 입고 있는 옷들도 모두 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것들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마음에 들었고 말이다.

태상이 핸드폰을 켜서 앨범을 켜더니 그녀의 눈앞에 보여주었다.

그 앨범에는 태우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들어있었다.

“귀엽지 않습니까?”

“.....”

민정은 할 말을 잃어 입만 벙긋댔다.

지금 이 남자, 나한테 자식 자랑하는 거야?

심지어 그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민정은 똥 밟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뭐 이딴 놈이 다 있어!?!”

민정이 기분 잡쳤다는 듯 벌떡 일어나 가게를 나갔다. 태상은 바텐더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한 잔 더.”

“네.”

바텐더는 이런 소란이 제법 자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굴을 보고 접근하는 여자도 있었고, 그가 입고 있는 옷들의 값을 아는 이들이 돈 때문에 접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유혹에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정말 매번 오실 때 마다 꼭 이런 일이 일어나네요.”

“.....”

바텐더는 솔직히 이 남자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만 대단한 건 아니었다. 바텐더는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나서질 않아서 시간이 지나니 이젠 남자를 알아보는 사람도 적어졌다. 하지만 그의 업적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말이죠.”

태상이 바텐더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말이 제법 웃겼나보다.

“귀찮은 일이 자꾸 생기는 대도 자꾸 오시는 거 보면 혹시 즐기시는 거 아닙니까?”

바텐더는 그와 좀 더 친분을 쌓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늘 이곳에 와서 술만 마시다가 가는 터라 친분을 쌓기가 힘들었다. 기왕 이렇게 말문이 트였으니 말을 좀 더 해보고 싶었다.

바텐더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태상이 나쁘지 않다 생각했는지 말했다.

“그런 건 아니고. 애 엄마가 집에서 술 마시면 청승맞다고 해서 나와 마시는 겁니다.”

“네?”

바텐더의 얼굴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이 사람 영웅 맞는데...?

내, 내 영웅이 마누라 등살에 못 이겨서 밖에서 혼자 술을 먹.....

바텐더는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참고로 바텐더도 결혼했다. 둘 사이에 깊은 유대감이 흐르기 시작한 것은 그 순간부터였다.

이래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건가보다.

술을 원하는 만큼 마신 태상은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반 술은 그를 절대 취하게 만들지 못한다. 도수가 엄청 높은 술을 연거푸 들이켜야 그를 취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깨버리긴 하지만 말이다.

태상의 그날 일은 그렇게 기억 한 켠 속으로 사라졌다.

그 일이 어떤 후폭풍을 불러일으킬지 알지 못하고 말이다.

**

송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핸드폰은 참고로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태상은 핸드폰에 그 흔한 패턴 잠금조차도 해놓지 않는 지라 그녀가 그의 핸드폰을 보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지금까지 송이는 딱히 태상의 핸드폰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저 인간이 누굴 만나는지,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믿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많은 수의 여자 이름 때문에. 그리고 그의 핸드폰의 문자 때문에 말이다.

이놈의 남자가, 아직도 이렇게 여자가 많이 꼬여?

태상의 주변에 늘 꼬시려는 여자들이 넘친다는 건 알았다. 지금은 새 발의 피였다. 그나마 얼굴이 많이 잊혀져서 다행이지, 얼굴이 알려져 있었을 땐 난리도 아니었다.

버젓이 아내가 있는데도 꼬리 아홉 달린 년(?)들이 어찌나 많은지 모른다.

송이는 그 세월을 견디며 믿음을 견고히 했다.

고작 그의 핸드폰 전화부에 적힌 여자 이름으로 흔들릴 게 아니긴 했다.

송이는 자신의 남편이 부정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으나 좀 단속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보, 이리 좀 와.”

“응.”

태상이 송이의 명령에 얌전하게 와서 다소곳하게 앉았다.

“핸드폰에 왜 이렇게 여자 번호가 많아?”

태상은 송이가 보여주는 핸드폰 주소록의 여자들을 쭉 보더니 말했다.

“지우기 귀찮아서 그냥 내비 뒀어. 어차피 연락 안 해.”

“그건 나도 알아. 근데 애초에 여보가 핸드폰에 저장 못하도록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핸드폰 빌려달라고 하고 자기 번호 저장해버리는데 어떡하라고.”

다 그러는 것도 아니고 진짜 핸드폰이 필요한 때라서 빌리는 거면 빌려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송이가 잠시 할 말이 궁색해져 머뭇대다가 말했다.

“우리 여보가 언제 그렇게 다른 사람한테 친절했지?”

“......”

그러고 보니 그렇다. 나이가 들어 젊을 적 까칠함은 많이 수그러들긴 했다만, 누군가가 도와달라고 애타게 소리쳐도 그냥 무시하는 게 태상의 성격이었다.

“나도 여보처럼 핸드폰 헤프게 공개하고 다닐까?”

“잘못했습니다.”

송이의 말에 태상이 결국 실토했다. 그녀는 인자하게 웃었다.

“그래, 누가 대쉬하면 기분 좋은 건 알아. 그래도 앞으로 제대로 잘라. 알겠지?”

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이가손을 들어 올리자 태상이 재빨리 무릎을 굽혔다. 자신의 키에 딱 알맞게 굽혀진 것을 본 송이는 그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태우가 학교 끝나고 뛰어 들어오다가 그 모습을 발견하고 말했다.

“학교 다녀왔...아빠 지금 엄마한테 혼나?”

태상이 굽혔던 무릎을 재빨리 폈다.

“아니, 사랑 받고 있는 건데.”

“뭐야.”

태우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주방으로 뛰어갔다.

“아줌마 나 간식~!!!”

태상은 위엄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늘 실패한다. 어쩐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태상은 송이를 이기는 것이 힘들어지곤 했다.

그녀는 쓸데없이 너무 예리했다.

바텐더와 귀신은 속일지 몰라도 송이는 못 속인다.

그는 사실 조금....즐기고 있긴 했다.

남자가 다 그렇지 뭐.

뭘 바라?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외전 하나 투척하고 가네요 허허.

차기작 '몬스터 블러드' 연재하면서 1편부터 수정 중입니다. 완결 달긴 해야 하는데, 가끔 외전으로 찾아 뵈려고 완결란에 올리진 않고 있습니다. 수정이 끝나면 완결 달긴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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