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8 종장 (完) =========================================================================
태상은 천사와 악마들에게 공존을 명령했다. 하지만 악마들은 천사들을 쉬이 받아들이질 못했다. 이미 오랜 시간동안 싸워왔고, 본능적으로 둘은 공존할 수가 없는지 만나기만 하면 싸워댔던 것이다.
“처벌은 어떻게 했는데?”
“모조리 사형이요.”
“앞으로 이제 더 이상 그럴 일 없을 거다.”
지금 천계와 마계는 서로 이동이 자유롭다. 왜냐면 땅이 하나로 붙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신’은 그들을 자신의 아래에 두고 다 함께 다스리려 했다. 해서 두 세계를 하나로 이어서 만들어버린 것이다.
태상은 그걸 다시 예전처럼 만들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절대 두 종족이 서로의 영역에 침범할 수 없도록 만들 생각이고 말이다.
태상은 뒷짐을 지고, 성큼성큼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좀 은밀한 곳이었다. 마계의 심장의 틀을 만들어놓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태상은 누군가가 또 다시 심장을 이용해서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심장의 보호를 좀 더 강하게 만들어 놨다.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이를 ‘악마’들로 정한 게 아니라 ‘태상’ 오직 그 한 명으로 정한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겁니까?”
베치의 얼굴에 서운함이 서렸다. 태상은 그를 보며 참 악마답지 않은 녀석이라 생각했다.
베치를 보면 자주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럼 평생 내가 여길 들락날락 거려야겠냐?”
“그래주시면 안 됩니까? 이렇게 신궁도 지어놨는데....”
앞으로 쓸 일이 없을 신궁이었다.
“네 녀석이 다 가져라. 관심 없다. 악마니 천사니 그런 거 지겨워.”
베치는 나중에서야 ‘신’이라는 존재가 그의 몸을 빼앗았다는 것을 알았다. 태상이 몸을 빼았고나서 말을 해줘서 말이다. 어떻게 보면 태상이 돌아온 것이 베치에겐 아쉬운 일일 수도 있었다.
그는 태상과는 달리 마계와 천계를 지배하려 했으니 말이다.
“우리 더 이상 서로 마주치지 말자. 개인적으로 내 인생에서 악마를 만나는 건 네가 마지막이길 바라.”
“제가 감히 태상님의 마지막 악마라니, 영광입니다.”
베치가 울먹였다. 잠시 녀석의 말에 웃음을 보인 태상이 거대한 문을 열기 전에 베치에게 말했다.
“기다리지 마라. 오지 않을 거니까.”
“....예.”
녀석은 풀죽은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고, 태상은 거대한 문 가운데에 손바닥을 들이댔다.
그의 기운에 반응하여,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힘으로 절대 열지 못하는 문이었기에 움직이는 소리가 무척이나 묵직했다.
쿠구구구궁-
그가 안쪽으로 사라지자 문은 다시 닫혔다.
문 안쪽은 기나긴 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은 한 명밖에 오르지 못하는 좁은 통로였다. 태상은 천천히 계단을 걸어갔고, 그 계단은 순식간에 태상을 그가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었다.
만약 태상이 아닌 다른 이가 계단에 발을 올린다면 그 계단은 엉뚱한 곳으로 그들을 안내하게 될 것이다.
어느새 계단의 끝이 보이고, 그 끝에는 넓은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 중앙에는 동그란 모양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두 개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태상은 그 구체들을 향해 걸어갔다.
이 구체들이 바로 태상 대신 마계를 지탱해 줄 마계의 심장이 될 것이었다.
태상이 손을 들어 올리자 구체 하나가 움직여 그의 손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날.......마!]
태상은 균형을 잡고 이마를 짚었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군.”
가끔 이렇게 귀찮게 굴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귀찮게 구는 것일 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곧 그가 계획을 다 끝내면 완전히 그의 몸에서 사라지고 말 놈이었으니 말이다.
그가 다시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몸속에 봉인 되어 있는 ‘신’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녀석과의 싸움에서 태상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놈은 태상을 죽이지 못하지만, 태상은 놈을 죽일 수 있다는 점.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몸속에 있는 힘은 심장의 것이었다. 그것을 없애지 않는 이상 놈을 없앨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힘이 그의 몸에 있는 한 놈은 계속해서 태상의 몸을 노릴 게 뻔했고 말이다. 해서 태상은 이 힘을 다시 심장으로 되돌려 놈을 죽일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
놈은 자신이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저렇게 발버둥을 치는 거였다.
“넌 날 이기지 못해. 그건 처음부터 정해진 거였어.”
태상이 구체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오색깔의 힘이 구체에 담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태상의 몸속에 깃들어 있는 놈의 힘이 더욱 더 약해지기 시작했다.
‘신’이 발버둥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몸을 다시 차지하려고 발악을 했다.
“소용없어.”
그가 다시 되찾은 몸은 확실히 신이라고 스스로를 칭해도 좋을 만큼 강했다.
누군가가 태상과 싸우려 한다면 절대 지지 않을 거라는 걸 단언할 만큼. 하지만 태상은 그 힘을 버리는 데에 한 치 망설임도 없었다.
[어...게 그...]
놈의 힘이 약해졌기에 목소리가 잘 들리질 않았다. 하지만 태상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힘을 어떻게 미련 없이 버리려 하는 거냐고 묻는 걸 것이다.
“난 이딴 힘없어도 충분히 강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
그것만으로도 태상은 충분했다. 힘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아니, 힘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보단 이딴 게 없어도 충분히 강하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남에게 힘을 구걸해서 얻을 만큼 힘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의 손에서부터 흘러나온 신비한 힘들이 구체에 빠짐없이 담기자 구체 스스로 빛나기 시작했다. 태상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심장의 틀을 만들기 위해 시간이 제법 걸렸는데,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정도라면 세계를 지탱해줄 만 했다.
“이제 천계의 심장만 남았나.”
천계의 심장이 만들어지면 두 세계는 갈라지게 될 것이다.
서로 더 이상 싸우지 않고, 공존할 필요도 없었다. 저렇게 서로 싫어서 난리치는 놈들한테 함께 살라고 강요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신’이야 놈들을 지배할 생각으로 세계를 붙여 놓는 게 더 편하니 그렇게 한 거겠지만 말이다.
나머지 한쪽 구체를 마찬가지로 손을 뻗어 부르자 그의 손 안으로 들어왔다.
휘이이이이잉-
곧이어 그의 손에서 또 다시 힘이 빠져나와 구체 속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기운들이 휘몰아쳐 거센 바람이 불었지만, 태상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괴하게도 휘몰아치면서 생기는 소리가 누군가의 비명처럼 들려왔다.
슈우우우웅~!
주변에 불던 기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졌다.
그의 몸에 있는 심장의 힘이 구체 속으로 모두 빨려 들어가자 태상은 잠시 현기증이 나는지 또 다시 휘청거려야 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도 맑았다.
두 개의 구체가 윙윙 거리면서 환하게 빛을 내뿜으며 그의 앞에 둥둥 떠 있었다.
태상은 눈을 잠시 감고, 안에 잠들어 있던 ‘신’의 기척을 살폈다. 하지만 더 이상 그의 몸에서는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태상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드디어 모든 게 끝났다.
태상은 두 구체를 양 손에 잡았다.
왼쪽에 있는 구체를 높이 들어 올렸다.
천계를 유지하는 심장이 되어라. 높이 올라가 그곳을 수호하라. 천계의 땅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침략 받지 않을 것이다.
구체가 그의 손을 떠나 허공으로 떠오르다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그러자 태상이 오른쪽에 남아 있는 구체를 들어 올렸다.
마계를 유지하는 심장이 되어라. 지하 깊숙이 내려가 그곳을 수호하라. 마계의 땅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침략 받지 않을 것이다. 두 세계를 잇는 다리는 부셔지고, 누구도 그 다리를 다시 잇지 못하리라.
쿠구구구구구궁-!!
땅에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심장이 세계를 유지하기 시작하면서, 태상의 말대로 천계와 마계가 서로 갈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태상은 더 이상 미련 없다는 듯 허공에 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죽 그었다.
공간이 벌어지면서, 인간계로 돌아갈 수 있는 균열이 만들어졌다.
돌아가자.
태상의 몸이 균열 속으로 던져졌다.
순식간에 그의 몸을 집어 삼킨 균열은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계는 땅으로, 천계는 하늘로. 다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인간은 인간계, 악마는 마계, 천사는 천계.
누군가의 탐욕이 모아져 무너지고 말았던 균형이 다시 맞춰졌다.
그리고 그 덕분에 삐뚤어져 있던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강력한 힘도, 세계를 지배할 권력도 모두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그가 가장 사랑하고 머무르고 싶어했던, 가족들의 곁으로.
태상은 완전한 결말을 맞이했다.
-完-
============================ 작품 후기 ============================
끝...나따....앜..!
부족한 글 지금까지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간에 슬럼프가 와서 내용이 산으로 가고 덕분에 욕도 많이 먹고, 선삭 크리 맞고 ㅠㅠ스스로 이것밖에 안 되나 우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달릴 수 있었던 건 모두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200편이 넘는 긴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는 저도 지겨웠는데, 읽는 독자님들은 오죽 하셨겠어요. 이제 전 200여편의 글을 수정하면서 에필로그로 외전 몇 개 쓰고 물러가보겠습니다.
소심하게 광고 하나 하자면.....차기작인 '몬스터 블러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끄러운 작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