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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35화 (23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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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원, 무슨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태상이 능력을 쓰기 시작하고 악마들을 잡으면, 자신 스스로가 엄청나게 강해진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게 무척이나 마약같아서 그의 능력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무력화에 당해서 픽픽 쓰러지는 걸 보면 악마들이 굉장히 쉬워 보이다가도, 그의 능력이 없을 때 목숨을 노리는 매서운 공격을 하는 악마를 보면 뒷골이 싸해지곤 했다.

퍽!

악마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자 악마의 얼굴이 뭉개져 바닥에 쓰러졌다.

주먹에 묻은 악마의 피를 탈탈 털며 태상이 말했다.

"진입합니다."

"예압!"

"ok!"

어찌됐건, 한 방에 퍽퍽 터져 죽으니 싸울 맛은 났다. 태상은 일행들이 공격하기 전에 먼저 움직여서 악마들에게 능력을 사용해야 했기에 선두에 서 있었다.

그들이 문앞 보초들을 모두 죽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악마들이 일행을 향해 일제시 시선을 돌렸다.

소란을 듣고 왔다가 인간들이 쳐들어왔음을 알게 된 것이다.

카살라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의 시야에 소식을 전하러 가는 악마가 들어왔던 것이다. 그는 따라가서 놈을 죽일까 하다가 대신 놈들 향해 원거리 공격을 했다.

카살라의 손에서 생긴 기운이 악마를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그가 쏘아 보낸 기운에 악마의 몸이 그대로 꼬치처럼 꿰여 바닥에 떨어졌다.

"위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카살라가 태상에게 말하고 하늘을 날았다.

태상은 굳이 그에게 그렇게 하라고 대답하진 않았다. 그가 하늘을 맡은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태상이 무력화를 사용하면서 마나건을 계속해서 쐈다. 사방에 총소리와 일행들이 공격하여 생기는 소음이 울렸다.

그때, 제법 덩치가 큰 놈이 쿵쿵! 땅을 울리며 튀어나왔다.

살이 출렁거리는 갈색 피부를 가진 악마였다. 놈은 하나밖에 없는 눈알을 굴려 인간들을 발견하곤 포효했다.

그워어어어어어~!!!

자신이 놈들을 죽이겠노라 말하는 듯 했다.

놈은 몸집이 워낙 커서 움직이는 게 굉장히 느렸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 울렸다. 아마도 민첩이 느린 대신 방어력과 공격력이 높은 놈일 것이다.

태상은 놈을 향해 발을 놀렸다.

무력화는 이미 보자마자 써놨다. 놈은 자신이 무슨 상태라는 것도 모른 채 달려오는 태상을 죽이려고 손을 뻗고 있었다.

태상은 땅을 박차고 뛰어 붉은 마나건을 쏘아 놈의 미간에 정확히 박아 넣었다.

타앙!

총소리가 울리고 머지 않아 놈의 미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퍼어엉!

갈색 몸에서 나온 악마의 피가 마치 폭포를 이루듯 바닥으로 후두두둑 떨어졌다.

일행 중 몇몇이 놈의 피를 몸에 뒤집어 쓰곤 헛구역질을 했다.

"우웩..! 웩!"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한 덕분에 피를 뒤집어 쓰지 않은 일행이 그 모습을 보고 낄낄거리며 비웃었다가 격한 포옹을 당해야 했다.

태상은 계속해서 달렸다. 토다베스...!

천계의 심장이 찌르르르 울리고 있었다.

마치 토다베스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그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일행들을 두고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들은 잘 싸워 줄거라 믿었다. 오히려 일행들은 토다베스와 혼자 싸우려 하는 태상을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악마들을 다 처리하고 토다베스에게 가면 도망을 칠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될 것이다.

해서 무리하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태상은 계속해서 달렸다.

그리고 그로인해 커다란 천막을 발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태상은 놈이 저 천막 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태상이 마나건으로 천막을 향해 쏘았다.

타앙!!

퍼엉!!!

천막에 있는 놈도 분명 소란을 느꼈을 것이다. 태상은 굳이 그곳에 들어가서 놈을 끌고 나오는 대신, 놈을 밖으로 끌어낼 생각으로 마나건을 쓴 것이었다.

폭발이 일어나고 천막에 불이 붙자 그 안에서 거대한 기운이 주변에 쏘아졌다. 그의 심기가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태상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같잖은 짓 하는군."

활활 타오르던 천막에서 드디어 누군가가 천막을 찢고 튀어나왔다. 당연하게도 그이는 태상이 기다리고 있던 이였다.

토다베스는 갑자기 들리는 소란과 함께 곧이어 천막을 공격하는 날카로운 총소리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건 그의 계획에 없던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토다베스가 기운을 퍼트려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했는지 확인하려 했다. 그리고 곧 땅에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태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또 네놈이구나!!!"

토다베스가 화를 내며 말하자 태상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래, 또 나다."

태상은 말을 하면서 마나건으로 토다베스를 향해 쏘았다. 당연히 토다베스는 태상의 그런 성의없는 공격에 맞지 않았다. 아무리 그의 마나건이 빠르게 쏘아진다 해도 토다베스의 눈을 피할 순 없었다.

하지만 태상은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총을 쏘았다.

토다베스가 계속 몸을 피하다가 짜증스럽게 외쳤다.

"뭐하는 짓이냐?! 이딴 공격으론 날 죽일 수 없다."

"나도 알아."

태상이 토다베스를 향해 몸을 박차고 뛰었다. 그의 손에서 마나건이 계속해서 쏘아지고 있었다.

탕! 탕탕! 탕! 탕! 탕탕!

그가 이렇게 공격을 하는 이유는 그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신의 공격이 그에게 모자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공격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가 또 다시 환영을 써서 태상을 우롱하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환영인지 본체인지 확인하려는 속셈이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태상의 공격에 눈먼 탄환 하나가 토다베스의 옷깃을 스쳤다.

태상은 그제야 마나건을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것을 멈췄다. 그가 환영이 아님을 확인했기에 멈춘 것이었다.

"환영은 아니구나."

"뭐라?"

토다베스는 자신을 공격한 것이 환영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속셈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토해냈다.

"네놈이 저승길을 찾아와 놓고도 태평하구나. 이곳에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곳에서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이곳은 호랑이 굴이었다.

태상은 그 굴에 겁도 없이 머리를 집어 넣은 하찮은 인간이었다.

자신의 군대가 주둔해 있는 이곳을 감히 침입하다니, 이토록 무모한 인간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태상은 그럴 자신이 있었다.

"또 그때처럼 말로 떠들건가?"

태상의 물음에 토다베스가 씨익 웃었다.

"그럴 필요 없을 것 같군."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태상은 혼자였다.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소도 토다베스의 마음에 쏙 드는 자신의 집 앞마당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걸리는 것은 그의 오른손에 있는 천계의 심장일 것이다.

놈이 사샤와 다른 이들을 죽인 것이 천계의 심장만을 이용해서 죽인 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때 분명 태상은 사샤가 오른팔을 뜯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승리를 얻어냈었다.

그 후에 천계의 심장이 수를 써서 사샤를 죽인 것이고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샤의 몸에 있는 마계의 심장을 흡수한 것이지만 말이다.

토다베스도 그와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태상은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가 다른 대악마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태상은 자신을 얕보고 있었다. 그러니 그는 자신이 숨겨둔 힘으로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싸움이 시작됐다.

쾅! 콰앙!

태상 일행은 한참 정신없이 악마들과 싸우고 있을 무렵 들리는 거대한 폭발 소리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휘유~"

누군가가 시커멓게 하늘 위로 솟아 오르고 있는 연기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저곳에서 엄청난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다 알 정도였다.

거센 기운 두 개가 맞붙으니 없던 바람이 주변에 불 정도였다.

"저기에 휩쓸리면 순삭당하겠는데."

"도와주러 갈 엄두가 안 나네. 수준차이가 어마어마해서."

모두 동감하는 바였기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린 우리 일이나 열심히 하자고!!"

일행이 방패에 박힌 검들을 힘주어 뿌리쳐버리고 발로 악마의 가슴을 밟아 함몰시키면서 말했다.

태상이 토다베스와 싸우고 있기에, 새롭게 모여드는 악마에게 무력화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즉, 일행들의 싸움이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뜻이었다.

카살라가 잠시 땅으로 내려와 싸우고 있는 사로나의 뒤를 노리는 악마의 날개를 뜯어버리고 말했다.

"도와드리러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태상 혼자서 토다베스를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들려오는 폭발음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태상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걱정하는 것과 믿지 못하는 건 다른 거였다.

"여긴 제가 어떻게 해볼게요. 도우러 가보세요."

사로나 또한 태상을 걱정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카살라에게 말했다. 그가 간다면 좀 더 토다베스를 상대하기 수월해질 게 분명했다.

다른 계약자보다야 카살라가 훨씬 태상에게 도움이 될 것은 자명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지면 하늘을 맡을 이가 없어지니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아닙니다. 제가 가면 하늘에서 공격하는 악마를 죽일 방법이 없어집니다. 원거리로 죽이는 건 한계가 있어요. 사로나씨가 가주셨으면 합니다."

"제가요?"

사로나는 자신이 간다고 태상에게 도움이 될까 싶었다.

태상 일행 중 가장 강한 것은 단연 카살라였다. 그 다음은 사로나였고 말이다. 하지만 카살라는 날개가 있는 덕분에 훨씬 태상에게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사로나는 그에 비해 땅에서만 태상을 도울 수 있고 말이다.

"부탁드립니다. 사로나씨가 가주신다면 마음이 든든할 것 같습니다."

".....그럴게요."

사로나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악마의 피가 찐득하게 묻어 있는 검을 들고,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카살라는 그녀가 있던 자리를 자치하고 악마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사로나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악마의 목을 단 번에 그어 죽이고, 돌을 밟으며 뛰었다.

그녀가 현장에 도착하자 잠시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주변을 바라봤다.

태상과 토다베스가 싸우고 있는 곳이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

사로나는 과연 이 싸움에 자신이 끼어들어도 되는 군번인가 생각하면서도 초토화 된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파지직- 파지직-

그때, 사로나가 재빨리 검을 자신의 앞을 그었다.

그러자 동그란 구체로 날아온 기운이 반으로 갈리며 양쪽에서 펑하고 터졌다. 바람이 사로나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 사라졌다.

누군가가 그녀를 노린 건 아니었다. 그냥 엄한 공격이 그녀를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사로나는 순간 등골이 싸해졌었다. 만약 저 공격에 맞았으면 꽤 크게 상처를 입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눈먼 공격이 태상과 토다베스가 싸우면서 생기는 얕은 흔적이라는 것을 사로나는 곧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앞에 드디어 토다베스와 태상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사로나는 생각지 못한 광경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태상이 능력을 쓴 게 맞는 걸까?

둘의 싸움은 누구도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토다베스가, 태상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에 저토록 고군분투 하는 태상을 보는 것은 사로나에게 무척 낯선 일이었다. 더욱이 몸에 자잘자잘한 상처가 나 있는 상태로 말이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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