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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26화 (226/251)

00226  침략  =========================================================================

그러다가 이내 그가 인심 쓴다는 듯 말했다.

“그럴 수 없어.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니까. 아무리 나라도 이미 바꿔놓은 몸을 다시 평범하게 되돌리지 못해. 그건 내 손을 이미 떠난 일이야.”

사샤의 말을 들은 태상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가장 바라지 않은 결과였고, 부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사샤는 매정하게도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 일축했다.

돌연 사샤가 장난기를 가득 담아 미소를 지었다.

“는 거짓말! 아하하! 사실은 되돌릴 수 있어. 아니다, 못하나? 갑자기 기억이 안 나는 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잘 모르겠다 이거 어쩌지?”

사샤는 자신이 말한 게 무척이나 재미있는지 깔깔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태상을 놀리는 게 무척이나 재미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적을 말로 농락해서 화를 내게 하는 걸 즐겨했다.

그리고 사샤가 도발하기 위해 한 말은 태상에게 아주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고 볼 수 있었다. 태상이 그의 도발에 더할 나위 없이 살의를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쓰레기 같은 놈...!"

주변에 있던 이들도 태상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말했다.

“정말 짜증나는 놈이네.”

“얼굴 한 대 갈겼으면 소원이 없겠군.”

태상 일행의 얼굴이 모두 다 일그러지자 사샤는 너무나도 재밌는 광경을 본 것처럼 꺄르륵 거리면서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짓는 표정이 딱 그가 좋아하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아우~ 그런 표정으로 날 쳐다보면 설레서 곤란한데~? 꺄하하핫!”

“저 나쁜년 죽이고 천국가야지.”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웃겼는지 몇몇 이들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어디 한 번 기억 날 때까지 싸워보자고.”

태상은 어차피 그가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사샤가 그의 말에 매우 흔쾌히 말했다.

“그럼 그럴까?”

사샤가 두 팔을 활짝 벌리자 땅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땅이 괜히 울리는 게 아니었다. 그 속에서 튀어나오는 수십, 수백의 악마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일행들은 질릴 정도의 인원을 보고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키키키키키키킥...키키킥...킥....키키키킥....

스산한 악마들의 울음소리가 주변을 메우기 시작했다.

일행을 가운데에 두고, 둥글게 감싸 압박했다. 수는 압도적으로 태상 일행에게 불리했다. 하지만 태상은 자신이 질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네놈의 오른팔부터 없애주마!!!!”

사샤의 손에서 길쭉한 대검이 생겨났다. 검은색 기운이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 대검은 사샤의 손아귀에 너무나도 빠르고 가볍게 휘둘러지고 있었다.

그가 태상의 오른팔을 노린 것은, 그곳에 천계의 심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즉 그가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천계의 심장과 떨어트려 태상의 힘을 없애려는 수작이었다. 하지만 천계의 심장에게 힘에 관련된 도움을 받은 적 없었던 태상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사샤의 공격을 피하면서 그의 가슴에 발길질을 날렸다.

퍽!

사샤는 자신의 몸이 생각보다 너무 깊게 뒤로 물러서진 것과 더불어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통증에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왜 이렇게 아픈 거지?’

계약자의 공격이 이렇게 아프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고작 해야 인간일 뿐인데 말이다.

역시 저놈의 오른손이 문제다!

사샤는 계속해서 태상의 오른손에 집착을 했다. 태상은 놈이 자신의 오른팔만 없애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것을 이용해서 놈에게서 승기를 잡을 생각을 했다.

““이야야아아아!!!!””

태상과 사샤가 부딪치자 자연스럽게 나머지 악마들과 태상 일행이 격돌했다.

챙챙!! 끄악!

챙! 콰아앙!! 쾅!!

펑!

사방에서 쏟아지는 아수라장 전투가 요란한 소리를 주변에 흩뿌렸다.

서로를 죽고 죽여야 하는 전투였기에 살기는 주변을 넘실거렸고, 잠깐의 방심이 치명상을 만들었기에 긴장감이 더해졌다.

사샤의 대검이 아슬아슬하게 태상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사샤의 공격을 뒤로 피해낸 태상이 공격을 하느라 생긴 잠깐의 틈을 캐치하고 마나건을 쏘았으나, 사샤가 검을 비틀어 총탄을 튕겨버렸다.

사샤는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하는 태상 때문에 화가 났는지 주변에 걸리적거리는 악마들을 향해 대검을 휘둘러버렸다.

키엑!

자신의 편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이는 사샤의 행동이 단순한 짜증에서 올라 온 것임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이 짜증으로 구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 근처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싸워!!”

켁켁!

악마들이 사샤의 말에 주춤주춤거리며 그의 주변에서 떨어져 나갔다.

더욱이 저렇게 소리까지 치니, 더욱 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악마들이 그들의 싸움을 걸리적거리게 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짜증 하나 때문에 같은 편을 죽이는 건 너무한 일이었다.

물론 저 녀석에겐 악마 한 명의 목숨이 쓰레기와 같았으니 할 수 있는 짓일 것이다. 악마들도 자신의 동료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다. 저들의 눈물겨운 동료애를 본 태상은 절로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태상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었다.

“짜증난다고 동료를 그렇게 죽이면 쓰나.”

“같잖은 말장난은 그만 두는 게 좋을 거다. 나한테 먹히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저것들은 내가 만들어낸 나의 부하들이지, 동료가 아니야.”

감히 어떻게 저런 것들이 자신의 동료가 될 수 있겠는가. 저것들은 그저 쓰임이 다 하면 버리면 되는 것들일 뿐이었다.

“그래, 그래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 수작질을 부린 거군? 내가 너네들처럼 내 동료들을 죽이길 바랐던 거야. 그런데 보다시피 난 그러질 않았지. 미리 알았거든. 너네들이 수작 부린 거. 그리고 그게 너희들이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샤는 태상이 토다베스의 작전을 불쾌하게 자신의 생각으로 싸잡아 얘기하자 무척이나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그 쓰레기 같은 계획은 내가 원한 게 아니야! 그딴 짓 하는 거에 난 동의한 적 없어. 토다베스 그 음흉한 놈이 지 혼자서 한 짓이지.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그놈 얘기를 하면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사샤는 자신의 말에 더 이상 태상이 대답하는 걸 바라지 않았기에 대검을 휘둘렀다.

콰앙!

콰앙!

쾅!

사샤의 대검이 태상이 있었던 자리를 파괴했다. 단순히 대검을 휘두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휘두르는 자리는 바닥을 깊게 파이게 만들었다.

그 이유는 사샤의 대검에서 흐르는 검은색 오오라 때문이었다.언제인지 모르게 검을 휘감기 시작했던 그것은 대검의 파괴력을 더욱 높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파괴력이 강하다 해도 대상을 맞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었다.

태상이 이리저리 피하자 애꿎은 땅만 깊게 파이고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그의 공격 범위에 들어간 애꿎은 악마들이 목숨을 잃었고 말이다. 사샤는 당연하게도 그들이 죽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냐!! 어서 날 죽여 보라고!”

태상이 말 한 번 잘했다는 듯 반격을 보여주었다. 빠르게 움직여 사샤의 등을 점령한 태상은 붉은색으로 바뀐 마나건을 쏘았다. 사샤의 등에 연속적으로 탄환이 박혀 들어갔고, 곧이어 2차 폭발이 일어나 터졌다.

탕탕탕탕탕!

퍼어어엉!

펑펑!! 펑!

태상이 총구에 바람을 불어 넣으며 대답했다.

“원하신다면야.”

“크으으윽!”

고작 인간의 공격에 당했다는 것이 분했는지, 사샤의 눈동자에 분노가 깃들었다. 사샤의 등에 있던 옷이 모두 까져 붉은 속살을 내보이고 있었다.

"이까짓 공격으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사샤의 눈동자가 번쩍이자, 붉은 속살을 내보이던 그의 등이 순식간에 아물어버렸다. 태상은 그 허무한 광경을 보면서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듯 말했다.

"그 정도는 해줘야 싸울 맛이 나지."

태상의 신형이 순식간에 움직여 사샤의 머리채를 잡아채 바닥에 박아 넣어 버렸다.

쿵!

"꺄악!"

“꺄악이라니, 인간 흉내 내지 말아줄래? 아참, 너 머리통 뚫린다고 안 죽지?”

태상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크아아아!!"

하지만 곧 그는 끝내 대답을 듣지 못하고 몸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사샤의 머리가 땅에 깊이 박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갑자기 날아온 다른 악마의 살기 섞인 공격에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못하고 몸을 뒤로 빼야 했던 것이다.

태상은 자신을 공격한 악마를 향해 마나건을 날려 죽인 후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아깝네.”

저 머리통을 부셔버릴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죽여선 안 된다는 게 그에게 큰 제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사샤의 몸에 난 자잘자잘한 상처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악마들은 대부분 재생력이 좋은 편이었다. 사샤는 특히 엄청난 속도의 재생력을 자랑했고 말이다. 아마도 여왕에게서 볼 수 있는 능력은 사샤가 모두 갖고 있는 눈치였다.

태상이 철컥소리를 내는 마나건을 다시 사샤에게 겨눴다.

“뭔가 막 생각이 날 것 같지 않나?”

태상의 여유로운 물음에 사샤가 씩씩거리며 외쳤다.

“전혀!”

그의 대검이 또 다시 태상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사샤의 몸이 태상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던 것이다. 태상이 그를 향해 총을 연발했지만, 그의 대검이 총을 마구 튕겨내고 있었다.

지척까지 사샤가 도달하자 태상은 몸을 깊게 숙여 돌려차기를 했다.

사샤의 대검에 막혀 데미지는 주지 못했지만, 또 다시 그의 몸이 멀직이 물러나졌다. 기껏 돌진했다가 또 다시 내쳐지니 사샤로서는 환장할 일이었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마나건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놈은 원거리 능력자가 맞았다. 그런데 정작 근접전 싸움을 할 때, 그는 피하질 않는다. 오히려 근접전도 흔쾌히 받아주는 편이었다.

그러니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거다.

분명 저 건방진 인간은 원거리 능력자인데, 근접전을 해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다. 지금 이 상황이 사샤의 자존심을 무척 크게 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오른팔....저 오른팔만 자를 수 있다면.....’

사샤가 고민하다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샤는 3명의 대악마가 그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몸을 많이 사리고 있었다. 해서 그에게 당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자신과 비슷한 신체 능력을 가졌을 거라곤 절대 생각하지 못했다.

그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사샤가 이를 아드득 갈았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이 방법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저 오른팔만 취한다면 그의 승리가 확실하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태상의 오른팔을 취하지 않고서는 뒤로 물러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태상은 사샤의 기세가 아까 전보다 훨씬 날카로워졌음을 깨달았다. 그의 표정이 여유로움에서 순식간에 굳어졌다.

태상은 방심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사샤와의 전투에서 그가 일방적으로 승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랬다면 태상은 벌써 그를 잡아 뒀을 것이다.

그가 여유로운 표정을 말과 행동을 한 것은 단지 그것이 지금 이 전투에서 사샤를 자극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무력화는 한 번 쓰면 두 번 먹힐지 확실하지 않으니, 놈에게서 레베카의 일에 대한 확답을 받고 난 후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답을 받아내려면 그가 이 싸움에서 여유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좋았다. 그리고 사샤의 심기를 더욱 건드려 그가 흥분하게 만들고 말이다.

쾅!

사샤의 공격이 매서워지자, 태상은 반격을 하지 못하고 도망을 쳐야 했다. 하지만 태상은 이죽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냐? 그래놓고 대악마라고 자랑하고 다닌 거야?”

============================ 작품 후기 ============================

오늘은 2연참 합니다. 다음편은 17분에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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