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210화 (210/251)

00210  사샤와 계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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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조, 진입하세요.]

무전기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아이라의 활약으로 그들은 지금 독일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그들이 죽인 악마들의 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전투가 계속 될수록 당연하게도 사망자와 부상자가 늘어갔다. 때문에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보다 인원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그중 유일하게 죽지 않고 부상자만 있는 곳이 C조였다. 그리고 C조는 바로 종구가 소속되어져 있는 전투조가 속해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다른 계약자들에 비해 훨씬 많은 활약을 해주고 있었다. 악마들을 상대하면서 다치긴 했어도 죽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발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한 전원주택 앞이었다. 황당하게도 아이라는 이곳이 근원지라고 말했다.

거대한 악마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믿지 못할 만큼 고요한 저택의 모습에 황당하긴 했지만, 어찌됐든 저곳의 창문에서 악마가 나오는 것을 목격했던 터라 확실한 것은 사실이었다.

원할하게 많은 인원인 계약자들을 저택에 침입시키기 위해서 그들은 조를 짜기 시작했다. 몸놀림이 날쌔거나, 악마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는 이들이 A조에 들어갔고, 그런 그들을 지키기 위해 몸이 튼튼한 이들도 A조가 됐다.

그리고 그 A조가 한껏 긴장을 한 채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안을 확인한 A조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미리 얘기한 대로 움직였다.

[진입했습니다. 클리어. 악마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은 빛이 없어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그들의 눈을 아예 장님처럼 어둡게 만들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C조 진입하세요.]

A조의 뒤로, C조가 진입했다.

B조는 힐러들이었기 때문에 초반 진입 작전에는 뒤로 빠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입했습니다.]

[A조 2층으로.]

A조가 2층 계단을 올라갔다. 그때, 2층 계단에 있는 무언가를 본 계약자가 말했다.

“저쪽에 시체가 있습니다.”

악마들에게 뜯겨 뼈밖에 남지 않았지만, 분명한 시체였다. 군데군데 남은 살점들 때문인지 구더기가 끼어 있었고, 역한 냄새가 풀풀 풍겼다.

[A조, 2층 진입했습니다. 시체 한 구가 보이는 것 외에는 확인되는 것이 더 없습니다.]

[그곳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C조가 앞장서도록 하세요.]

C조와 A조가 자리를 바꿨다. C조는 언제든지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C조는 방문을 하나씩 하나씩 열어보며 저택을 확인했다. 2층으로 올라오자 미끌거리는 투명한 액체가 바닥에 깔려 있어 걷는 데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악마 기운이 느껴집니다. 조심하세요!]

아이라의 목소리에 종구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그들과 무전을 하고 있는 이는 바로 아이라였다. 종구의 시선이 움직여 사로나의 등에 꽂혔다.

아이라의 친언니라고 처음 소개받았지만, 지금은 그들의 목숨을 수십번이나 구해준 은인이 되었다. 사로나는 아이라의 언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하지만 여자이기 전에 그들에겐 ‘전사’의 이미지가 더욱 강했다.

그녀는 전사라는 이름을 가지는 것이 충분할 만큼 대단한 능력을 가진 계약자였으니 말이다.

지금 이렇게 C조가 악마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녀 덕분이었다.

사로나가 C조에 없었으면, 한 두 명 사망자가 나왔을 것이다. 그들의 실력이 좋긴 하나, 상황은 늘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갑자기 생각지 못한 곳에서 악마가 튀어나오곤 했으니 말이다.

한편 사로나는 바닥과 벽면에 묻어 있는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쁜 액체들이 자꾸만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런 상황들을 본적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사로나는 그것을 떠올리려는 찰나 갑자기 튀어나온 날카로운 이빨을 발견하고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캬아악!”

“악마다!”

작은 새끼 악마들이었다. 아직 인간들을 먹지 못해 완전히 강화되지 못한 어리숙한 악마들.

그들은 사로나의 검이 한 번 스쳐지나갈 때마다 피를 흩뿌리며 목숨을 잃었다. 사로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새끼 악마......

그녀는 분명 저 놈들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저 새끼 악마가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분명 저 존재들은 ‘여왕’이 죽었을 때, 함께 사라졌다.

헌데 왜 저것들이 이곳에 다시 있는 걸까?

“너무 약한 거 아니야?”

“그러게. 어째 가까이 갈 수록 악마들이 엄청 약한 것 같아.”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레베카의 근처에 모여 있는 악마들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악마들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여왕이 그들을 낳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로나는 설마...라고 생각하면서도 드는 강한 확신에 미간을 찌푸리며 무전기를 들었다.

[다음 방이 마지막이야.]

[조심해.]

쾅!

마지막이기에 분명 이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 거였다. 사로나가 문을 열자 그곳에는 역한 냄새와 함께, 또 다시 새끼악마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져 나왔던지라 사로나는 뒷걸음질 쳐서 다시 복도로 후퇴했다.

다른 계약자들과 함께 사로나는 새끼 악마들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역시나 이번에도 제대로 악마들이 공격조차 못해보고 죽어나갔다. 수준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악마들이었다. 몸집도 작았고 말이다.

사로나는 악마들 시체를 치워버리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미끌 거리고, 역한 냄새의 진원지가 이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코가 시큰시큰거렸다.

“우욱..!”

비위가 안 좋은 이는 헛구역질을 할 정도였다.

“하앙...하아...앙....으응...!”

방 안에 새끼 악마들이 모두 없어지자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신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로나는 그 신음을 듣자 그제야 자신이 짐작하던 것이 진실임을 확신했다.

“젠장.....”

이 앞에 있는 것이 ‘여왕’이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여왕을 없앨 수 있는 존재는 태상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저기 뭐가 있습니다!”

계약자 한 명이 여왕을 발견했는지 손가락질을 했다. 사로나가 재빨리 움직였다.

도대체 어떤 멍청한 여자가 악마에게 당해 여왕이 되었을까?

그리고 ‘여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악마가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그녀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존재를 만드는 악마가 쉬운 놈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계약자가 발견한 곳에 가까이 다가간 사로나는 검은 줄기들에 온 몸이 꽁꽁 묶여있는 나체의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칭칭 온 몸에 감긴 것으로도 부족해 그녀의 몸에 마구잡이로 드나들고 있는 것을 보니 절로 역겨움이 올라왔다.

사로나는 망설이지 않고 검은 줄기들을 검을 휘둘러 잘라 내버렸다.

몸을 칭칭 감았던 검은 줄기가 바닥에 투두둑 떨어졌다. 잘린 단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역겨운 것들...!”

사로나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새롭게 여왕이 된 이도 결국 인간이었다. 악마들에게 놀아나는 인간들을 보는 것은 늘 그녀를 화나게 만들었다. 사로나는 검은색 줄기들을 모조리 잘라내서 여왕의 몸에 떼어놓고, 그녀의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여왕의 얼굴을 본 사로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언니, 괜찮아?]

한참 연락이 닿지 않자 아이라가 걱정이 됐는지 무전기로 물어왔다.

하지만 사로나는 무전기를 할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다른 계약자가 아이라에게 상황을 보고 했다.

[어떤 여자만 있고, 공간이 균열 된 건 보이지 않습니다.]

“레베카....!!”

사로나는 절로 맙소사...!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왜 레베카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그것도 불룩 튀어나와 있는 배를 보면 확실히 여왕이 맞았다.

레베카는 예전에 천계에서 S등급 미션을 무리하게 하는 바람에 반을 죽일 뻔 하고, 그 후로 죄책감 때문인지 접속을 하지 않았던 아이였다.

그녀가 나타나지 않아 반이 꽤나 마음 쓰여 하곤 했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도 말이다. 살아는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반이 가끔 레베카 얘기를 하곤 했다.

“반, 그를 불러와주세요.”

“예?”

“반을 불러와요!”

사로나가 뒤에 있던 계약자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잠시 이해할 수 없어 하다가 그가 필요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뒤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반은 A조에 소속되어 있었다. A조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방 안으로 들어가진 않고 근처에서 주변을 살피며 남은 새끼 악마들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이름을 부르는 C조에 놀라 그가 다가왔다.

“뭐야?”

“팀장님이 부르세요.”

“사로나가?”

그녀가 왜 부르는 건가 싶어 의아해 하면서도 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로나는 반이 다가오자 뒤를 돌아 그에게 말했다. 그는 어색하게 한국어를 사용하다가 사로나와 대화를 할 땐 편하게 영어를 썼다.

“진정하고, 제 말 잘 들으세요.”

"뭔가 일이 잘 못 된 건가?"

사로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풀릴 줄을 몰랐다. 반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은 일이라 생각했는지 덩달아 표정을 굳혔다.

그동안 반과 함께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서로 친분을 쌓았다. 이제 사로나는 반을 완벽하게 자신의 동료로 인정하고 있었고, 반도 태상의 일원으로 스며들었다.

해서 그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이 무척이나 가슴 아팠다. 그가 힘들어 할 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말이다.

“여왕을 아시나요? 저희 지구에서 말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천계와 마계에서 통용되는 여왕이요."

“여왕? 모르겠는데. 처음 들어 봐. 마계 천계에서는 다른 뜻이 있나?”

반이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로나도 더 이상 그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낼 이유가 없을 거라 생각해왔기에 그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모르시는 게 당연해요. 마계에서 여왕이라는 단어는 악마들을 낳는 사람을 뜻해요.”

“악마를 낳는 사람...? 사람이 악마를 낳는다고? 악마가 악마를 낳는 게 아니라?"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일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그 얘기가 왜 지금 나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반이 의문을 표하자 그녀가 계속해서 설명했다.

"네, 맞아요. 거의 저주받았다고 표현하는 게 나을 정도로 끔찍한 형벌이죠. 그리고 지금까지 저희가 상대하던 악마는 아무래도 그 여왕이 낳은 새끼 악마들인 것 같아요."

"그럼 여왕을 죽여야 하는 건가?"

"네."

사로나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여왕은 어디에 있지? 이곳에 없는 건가?"

여왕이 이미 도망을 친 것인가 싶었다. 그러니 사로나가 저렇게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이겠지. 일이 복잡해졌구나 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반이었다. 하지만 사로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여왕은 이곳에 있어요. 그런데 문제가 좀 있어요."

"무슨 문제?"

사로나가 선뜻 입이 열리지가 않아 침묵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먼저 이 문제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사로나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여왕이 레베카에요."

"...."

레베카?

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여기서 왜 레베카의 이름이 나온단 말인가. 반이 말도 안 된다 고개를 저었지만, 사로나의 표정이 너무나도 단호했다. 그녀가 반에게 이어서 설명했다.

“지금까지 저희가 상대했던 모든 악마들을 레베카가 낳은 거죠. 거기다가 제가 아는 여왕이라는 존재는 영원이 죽을 수가 없어요. 계속 새끼 악마들을 낳기만 하죠. 그리고 그 여왕이라는 존재가 바로 레베카에요.”

더 이상 악마들을 낳지 않게 하려면 레베카를 죽여야 했다. 악마들을 낳는 삶을 살게 될 레베카 또한 죽음이 더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그들이 그녀를 죽일 수 있지는 않았다. 천사들도 골머리를 쌓던 존재가 바로 여왕이 아닌가.

그녀를 죽일 수 있는 것은 태상이 유일했다. 사로나가 반을 이끌고 좀 더 안 쪽으로 그를 데려갔다. 그러자 반의 시야에 침대보에 쌓여 있는 한 사람이 들어왔다.

“레베카가 저 여자라는 거야?”

이 자리에선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레베카가 그런 존재가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반의 머릿속에 두 눈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내게 보여줘.”

“...충격 받으실 거에요.”

그녀의 몸에는 검은 줄기들이 만들어 놓은 끈적끈적한 액체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고, 배는 임신한 것처럼 아니, 진짜 새끼 악마를 임신을 했기에 만삭이 되어 있었다.

기절을 한 것인지 눈을 감고 있긴 했지만, 검은 줄기가 준 쾌락의 여운 때문인지 작은 목소리로 신음을 내고 있는 레베카였다.

사로나는 참혹한 광경을 차마 반에게 보여주는 것이 꺼려졌다.

============================ 작품 후기 ============================

오...예전에 레베카를 굉장히 욕하셨어서 다들 싫어하시고 계실 줄 알았는데 아니셨군요. 동생같은 아이가 당하는 것 같아 보기 힘들다는 코멘을 보고 죄책감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ㅠㅠㅠㅠ 서둘러 레베카를 편안한 곳으로 보내줘야 겠어요!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코멘 감사합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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