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8 사샤와 계약자 =========================================================================
익숙한 어둠 속에서, 침대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인영은 문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그 인영은 갑작스러운 기척에 무척 놀랐는지, 침대에서 내려와 방 안 구석진 곳으로 엉금엉금 기어 들어가 또 다시 무릎을 말고 고개를 푹 숙이며 덜덜 몸을 떨었다.
이곳에 들어올 이는 딱 한명이었다. 그러니 저 기척은 분명 그녀가 짐작한 그 사람이 맞을 거라 생각했다. 해서 그녀는 몸을 떨었던 것이고, 부디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바랐다.
또각또각
“안녕??”
“.....?”
헌데 이상했다. 그녀에게 말을 건 이는 ‘여자’였다. 그녀가 아는 이는 남자였고, 지금 말을 건 이는 여자였다.
그 사람이 아니야?
그녀, 레베카는 몸을 웅크리고 무릎에 고개를 박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놀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누구세요?”
“어머나, 가여워라~ 지금 떨고 있구나? 괜찮아, 안심해도 돼. 언니 나쁜 짓 하려고 온 거 아니야. 그러니까 마음 놔.”
“.....”
낯선 방문인은 레베카에게 무척이나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 그녀를 향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과는 달리 말이다.
“여기는 어떻게 들어 오셨어요? 아버지가 보내신 거에요?”
사샤는 당연히 아니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며 아주 안타깝고 가여운 아이라는 듯 그녀가 웅크리고 앉아 앞에 무릎을 꿇고 몸을 숙였다.
“네가 날 불렀잖니.”
“....제가요?”
레베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이 여자를 불렀다고?
하지만 하루 종일 자신이 하는 거라곤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저 여자를 따로 불렀을 리가 없었다. 여기에는 핸드폰도 없었고, 컴퓨터도 없었다.
외부로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방 밖으로 나가는 것뿐인데,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지 무척 오래 됐다.
“전 당신 같은 사람을 부른 적 없어요.”
“아니, 아니야. 네가 날 불렀어. 그렇지 않음 내가 왜 여기 있겠니.”
사샤가 단호하게 말했다.
레베카는 너무나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그녀에게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왜 이곳에 온 거죠? 나한테 뭘 바라요?”
눈으로 보기에도 상처받은 아기 고양이었던 지라 사샤가 부드러운 미소를 만들어냈다. 저렇게 상처 받은 아이를 볼 때마다 사샤는 행복했다.
저 쓰레기 같은 인간을 어떻게 구슬려서 더욱 더 절망 속으로 빠트려버릴까 하는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 맞아. 난 너한테 바라는 게 있어서 왔어.”
사샤는 순순히 레베카의 말이 맞다 수긍했다. 하지만 곧 이어서 그녀가 말했다.
“난 네가 나한테 소원을 말해줬으면 좋겠거든.”
“......!”
레베카는 소원이라는 말에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에게 그 단어가 얼마나 예민한 단어인지 알기나 할까? 그 단어 때문에 레베카가 고개를 들어 올렸고, 낯선 방문객의 눈동자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히이익!!”
붉은 눈동자!
레베카가 기겁하며 도망을 치기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가장 방 구석진 곳에 숨어 있었기에 도망칠 구멍이 없었다. 자신의 앞은 낯선 방문객이 꽉 막고 있었으니 고려 대상도 되질 못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사샤가 잠깐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도 자신의 정체를 아는 듯 보이는 레베카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너....내가 누구인지 아는구나?”
“아, 악마....!!!”
레베카의 정확한 말에 사샤가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맞아. 난 악마지. 그냥 악마도 아니고 대악마.”
“날 왜 찾아 온 거야? 날 죽이려고?!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이제 악마니 천사니 그런 거 전부 다 싫어! 날 좀 혼자 내버려둬!! 꺄아아악!!!!!!!”
발작을 일으키듯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비명을 지르는 레베카였다. 과히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던지라 사샤는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더 미쳐있네?
그만 재밌어 하고 아무래도 달래야 할 듯싶었다.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진정하렴, 난 네게 기회를 주기 위해 온 거지 널 해치려고 온 게 아니야.”
사샤가 레베카의 두 팔을 잡아채자 그녀는 발버둥치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사샤의 힘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흐윽...흑흑...흑...”
“울지 마. 난 널 울리려고 온 게 아니라고. 아이참. 생각을 해봐. 이건 기회라니까? 이런 절망 속에서 사는 거, 싫지 않아? 다시 태양을 보고, 저 바깥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다니까?”
사샤가 계속해서 레베카를 달랬다.
귀찮은 인간들.... 고분고분 말 좀 들으면 얼마나 좋아?
레베카는 계속해서 사샤가 다정한 태도를 취하자 조금씩 발작을 멈췄다. 그리고 그가 한 말에 의문을 표했다.
“흐윽..나한테...흑.바라는 게 소원이라고요? 그 소원을 비는 대신....흑...난 당신한테 뭘 줘야 하죠?! 난 이미 천사 계약자였어요! 악마인 당신이 나한테 이런 식으로 접근해봤자 얻을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천사의 힘이 닿아 있는 계약자이기에 당연히 악마와 다시 계약을 맺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물론 사샤가 일반 악마였다면, 그리고 천사들이 모두 죽어버리지 않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천사를 가호해주는 천계의 심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레베카의 계약 천사는 당연하게도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사샤는 일반 악마가 아니라 악마들의 존경을 받는 대악마다.
레베카가 사샤의 손에 떨어지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레베카는 반과 태상 일행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후, 바깥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집에 쳐 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웅크리고 있는 것이 그녀의 전부였으니 당연하게도 가족들이 그녀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달래도 보고, 화도 내봤지만 레베카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악마들의 침략으로 그녀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에도 장례식에 가지 않았던 레베카다. 결국 이젠 그녀의 방을 찾는 것은 아주 가끔 들리는 아버지밖에 없었다.
늘 자신을 밖으로 끄집어내려고만 하는,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지 않고 한심해 죽겠다는 듯 바라보는 아버지 말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거든. 그리고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다. 네가 반드시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난 아주 작은 도움만 너한테 받을 생각이란다. 대신 넌 아주 많은 걸 가지게 될 거야. 흥미로운 제안 아니니?”
“........”
하지만 레베카의 눈동자는 시커멓게 죽어 빛을 잃은 상태였다.
그 빛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상태였다. 레베카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소원을 빌어야 자신의 이 끔찍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도대체 뭘 고쳐야 하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그때로!! 내가 모든 걸 다 가졌던 그때로!”
그녀의 길드원들이 모두 살아 있었고, 자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예쁨을 받았던 그때.
S등급 미션을 하지 않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레베카의 소원을 들은 사샤가 눈을 반짝였다.
“그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이거지?”
“해줄 수 있어요?”
말도 안 된다 생각한다. 하지만 사샤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란다.”
“......”
레베카가 입을 살짝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정말 그게 된다고?
사샤가 레베카의 뺨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더 이상 그녀가 나쁜 악마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겐 황금 동아줄이었다. 그게 썩은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자, 그럼 이제 넌 나의 계약자가 되는 거란다. 동의하니?”
사샤가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동자가 얼마나 싸늘한지 한 번만 제대로 보았어도 그녀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보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사샤가 환하게 웃었다.
‘나의 여왕이 된 걸 환영한다.’
레베카의 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와 방 안을 환하게 빛냈다. 레베카의 눈동자가 스르르 감겼다.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과는 달리 몸에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나타난 검은색 줄기들이 그녀의 몸을 휘감고, 몸을 두르고 있던 옷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눈이 감긴 레베카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샤가 한 발작 떨어져서 그 모습을 팔짱 끼고 바라보다가 말했다.
“좋은 꿈꾸렴, 나의 여왕아. 후훗.”
검은 줄기가 레베카의 성기 쪽으로 스물스물 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 줄기들이 레베카를 임신 시킬 것이고, 그녀의 몸은 엄청난 재생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대 여왕보다는 그녀가 상황이 훨 나았다.
왜냐면 레베카는 꿈속에서 자신이 지우고 싶었던 그 당시의 과거로 돌아가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생활하게 될 테니 말이다.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꼴이 되었는지는 아마도 조금 후에야 알게 되지 않을까?
뒤늦게 안다 해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미 완벽하게 몸이 바뀌어,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악마들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레베카를 데리고 마계로 갈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인간계에 그녀를 두면, 태어난 악마들이 인간들을 잡아먹으며 자라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먹이가 많은 곳을 두고, 마계로 그녀를 데리고 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레베카의 수풀 근처를 맴돌던 검은 줄기가 슬슬 일을 시작하려는지 푹! 소리를 내며 동굴 속으로 깊숙이 자신의 몸을 넣었다. 크기가 제법 굵직했는데, 애액이 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간 터라 꽤나 고통을 동반했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주르륵 한 줄기 피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흐으...읏....으응...!"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검은 줄기가 피스톤질을 시작하자 레베카의 몸이 움찔움찔 거리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그녀가 환상에 사로잡혀 다른 곳에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해도, 몸은 정직했던 지라 자신의 아래를 쑤셔 놓는 쾌감에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악..! 학!...히익..!"
사샤는 레베카가 거친 숨을 토해내는 것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환상을 보고 있어서 직접 이 쾌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게 아쉽겠구나."
저 검은 줄기가 주는 쾌감은 굉장했다. 어떤 성관계에서도 느끼지 못할 완벽한 쾌감을 줄 수 있게 만들어진 아이였다. 오랜 세월동안 여왕을 임신시킨 경험이 어디 간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베카는 아쉽게도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레베카는 지금 꿈속에서 자신이 진짜 과거로 돌아온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곳에서는 현실의 몸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아마 새끼 악마를 낳을 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비명도 지르고, 고통 때문에 아파서 발버둥칠 것이다.
사샤로서는 지금 당장 그녀가 느끼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다.
"아니지, 맛있는 건 아껴먹어야 하는 법이야."
그녀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 그때가 그녀가 꿈속에서 깨어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저 꿈이 영원한 것이 아니기에 깨어나게 되면 지금 느끼지 못했던 고통을 그때 느낄 것이고 말이다.
레베카에게 시간은 잔인했다.
사샤는 그때 그녀가 좌절하는 모습을 꼭 보러 와야겠다 생각했다. 원래 그녀는 여왕을 만들면 그 후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보자, 여왕아."
사샤가 레베카에게 손키스를 날렸다.
쪽 하는 소리가 질척한 소리를 내는 방 안에 울려퍼졌다.
"아앙...! 학..! 응...으응...!"
레베카가 쾌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비틀거렸다.
사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이제 어두운 방안에는 정말 레베카 혼자만이 남게 됐다.
쯔걱쯔걱쯔걱......
눈을 감고 있는 레베카의 얼굴은 행복해보였다.
============================ 작품 후기 ============================
약 일주일동안 1연재를 하는 때가 많을 것 같습니다 ㅠㅠ
양해 부탁드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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