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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06화 (206/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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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는 끝없이 쏟아지는 악마들의 향연에 저도 모르게 속으로 깊게 한숨을 쉬었다. 빨간 건 피요, 검은 건 악마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와 함께 온 마계는 모든 일들이 술술 잘 풀렸다. 해서 이렇게까지 어렵게 일이 만들어질 게 아니었다.

그런데 왜 지금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느냐?

이렇게 성희와 태상이 악마들과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이유는 바로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성희 때문이었다.

그녀가 실수로 악마들에게 들키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많은 악마들이 몰려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성희도 잘 알고 있었기에 울상을 지으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그때,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울리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성희나 악마들이나 모두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마치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어난 마냥 악마들 사이로 길쭉하게 길이 하나 나 있었다.

성희와 악마가 서로 싸워야 한다는 것도 잊고, 똑같이 어벙한 표정으로 그곳을 봤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다.

저거 뭐야?

난들 알어?

저 길에 서 있던 악마들은 모조리 시체 아니, 악마의 심장도 남기지 못하고 죽은 듯 보였다.

악마들은 황당한 광경에 입을 쩍 벌리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길의 처음 시작을 따라가 보면, 그곳에는 한 남자가 마나건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일을 만든 태상과 동료인 성희도 놀라 몸을 굳혔으니 오죽 하겠는가. 성희가 태상과 함께 다닌 시간이 있긴 했지만, 은색 마나건을 사용한 적이 없어 지금 처음 보는 것이었다.

"......."

"........"

무겁게 내려 앉은 침묵을 깨고, 성희가 태상에게 물었다.

“저거 사장님이 하신 거에요?”

태상은 무덤덤하게 마나건을 악마의 심장으로 충전시켰다.

“끝도 없는 것 같아서.”

이 정도 폭발은 멀리에서도 볼 수가 있어서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점점 악마들이 꾸역꾸역 몰려오자 어쩔 수 없이 사용한 태상이다.

그는 마나건이 악마의 심장을 먹고 충전이 되자, 다시 한 번 악마들에게 쏘았다. 방금 전과 똑같은 위력의 공격이 땅에 길을 만들며 모여 있는 악마들을 공격했다.

콰아아아앙!!!

방금 전에 당한 것을 보았는데도, 악마들은 피하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무더기로 죽음을 맞이했다.

인간적이든 악마적이든 이건 너무했다.

그런 공격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사용하다니!!

악마들이 조금씩 주춤거리던 것을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상황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한 두 명이 도망을 치자 다른 악마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세상에! 저런 괴물을 도대체 어떻게 상대하란 말인가!

저런 놈은 자신들이 상대하는 게 아니라 대악마님이 직접 와야 하는 일이었다. 자신들이 얼마나 불나방처럼 뛰어 들었는지 그들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처음에야 멋 모르고, 수상한 것은 모조리 잡아들이라는 명령만 따른 그들이다. 수상한 놈들이 나타났기에 당연하게도 그들을 잡아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놈들의 반항이 너무 거셌다.

아니, 놈들의 공격이 너무 무서웠다.

그들도 목숨은 하나다. 인간들처럼 그들도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처음엔 놈들을 사냥하러 온 거였는데, 자신들이 도리어 사냥 당하고 있었던 거다!

“이 사실을 카카로치님께 알려야 해!”

"다들 흩어져서 도망쳐!"

상황파악 한 악마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 쳤다. 워낙 인원이 많은 지라, 태상이 도망치는 그들을 막을 순 없었다. 고작 2명 밖에 안 되는 놈들이고, 자신들은 인원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도 감히 맞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들의 강함은 인원이 많고 적고를 따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태상과 성희는 도망치는 악마들을 멀거니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긴장이 확 풀리니 저도 모르게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으아아....정말 죄송해요.”

성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과를 해야 하는데, 힘이 풀려 자꾸만 털썩털썩 쓰러지는 성희다. 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나란 애는 왜 이렇게 멍청할까?

그깟 요의 그냥 좀 참을 걸! 아니, 참을 만큼 참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것이긴 했다.

방금 일어난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마계에 있어도 배는 고프고, 잠은 쏟아진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마계에서 야영을 해야 했는데, 그가 악마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적당한 곳을 찾아 기껏 잠을 자게 해주었건만, 도저히 오줌을 참기가 힘든 것이다.

도저히 참고 잠을 잘 수가 없던 그녀가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솔하게 태상에게 말도 않고 움직인 것이 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다.

그가 다른 이들보다 귀도 밝고 눈도 좋다는 것을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된 성희는 차마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해서 최대한 멀리 가서 볼 일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막무가내로 움직이다가 결국 악마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세상에 맙소사! 얘네들은 잠도 안 자나?

너무하지 않은가. 밤까지 수색을 하는 건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들의 머릿속에는 대악마가 약속한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것이 카카로치님이 찾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은 영광스러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 힘은 하급 악마라 해도 중급 혹은 상급이 될 수 있을 만큼의 위대한 힘이었기에 그들이 눈이 뒤집히도록 달려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밤낮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더욱이 경쟁자가 저렇게나 많으니 더욱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악마였다.

그리고 악마들이 너무 부지런히 움직여준 덕분에 지금 현재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다행이 악마는 물러갔지만, 그들이 이곳에 있다는 소식이 들어갈 것은 뻔했다. 공격이 멈추는 것은 잠시일뿐, 다시 많은 인원들을 데리고 와 태상과 성희를 위협할 것이다.

졸지에 죄인이 된 성희는 고개를 들질 못했다.

하지만 성희가 아무리 미안해 한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태상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멀리 간 거지?”

오줌소리가 들릴까봐 그랬다고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성희는 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바닥에 박힐 듯이 푸욱 숙였다.

“뭐, 어쩔 수 없지. 예상하지 않았던 일은 아니야.”

태상이 고작 이런 일도 예상하지 않고 이곳에 있었겠는가.

“이렇게 된 이상 좀 빡세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어. 힘들어도 참아야 해. 할 수 있겠어? 아니, 할 수 없어도 해야 돼.”

“절대 괜찮아요! 폐 안 끼치게 열심히 할게요!!”

성희가 주먹을 꽉 쥐고 외쳤다. 태상이 알겠다며 그녀의 말을 다독였다. 어차피 일어난 일인데, 풀 죽어 있는 성희에게 화를 내서 더 풀죽게 하고 싶진 않았다. 다만 이번 일로 확실하게 그녀가 마계에서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로 했다.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건 알았겠지?”

“네. 정말 죄송합니다.”

태상이 애써 만들어 놓은 잠자리를 다시 챙겨 짐을 꾸렸다. 이대로 이곳에서 더 시간을 지체했다간 카카로치와 마주칠 수 있었다.

기왕 들켰으니 태상은 동쪽으로 최대의 속도를 이용해서 달릴 생각이었다. 그녀에게 태상이 악마의 심장을 건넸다.

“우리 회사에서 파는 능력치 상승 시켜주는 제품 먹어 본 적 있지?”

“네.”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자라면 누구나 다 한 번 이상 먹어본 적 있을 것이다. 효과가 무척 좋았으니까 말이다.

“그럼 그거 삼켜.”

“네?”

성희가 당황스러워했다. 지금 그가 준 건 분명 악마의 심장이었다. 그런데 이걸 삼키라고 하니, 이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노라 다짐했던 그녀의 다짐이 흔들렸다.

겉보기엔 보석처럼 생겼어도 ‘심장’이라고 붙여진 것이었다. 피는 안 묻어 있어도 그걸 태연하게 먹으라고 해서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절로 꺼려지는 건 당연했다.

“지금부터 계속해서 능력 사용해서 악마들한테서 벗어날 거야. 이걸 먹어야 버틸 수 있을 거다.”

“버틸 수 있다고요? 저걸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

성희는 마계로 계약자들을 옮겨 줄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들고 뛰기엔, 태상이 너무 개고생이 아닌가.

“악마의 심장을 연구해서 만들어진 게 그 제품이지. 그 심장을 가공하지 않고 먹게 되면 몸이 터져 죽을 수 있긴 한데, 너 정도 되면 먹어도 죽진 않을 거다.”

“.......”

그게 지금 먹으라는 소린가요 먹지 말라는 소린가요..?

성희는 울상을 지었다.

몸이 터져 죽을 수도 있다는데 지금 태상은 그녀에게 너무 별스럽지 않은 것을 권한다는 표정이었다. 태상은 성희가 머뭇거리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내가 설마 죽으라고 이걸 권했겠어? 날 못 믿는 건가?”

성희가 두 손과 고개를 격렬하게 도리도리 흔들면서 부정했다.

“헉! 아뇨아뇨! 그럴 리가요. 사장님이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도 전 믿죠. 먹을게요. 근데 이걸 그냥 생으로 먹어요? 뭐 적어도 불에라도 익힌다든가 그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무래도 그녀는 생김새보단 ‘악마의 심장’ 같이 신체기관에 더 가깝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냥 입에 넣어. 그러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입에 넣으면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 없어지니 기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태상의 말에 성희가 마치 아마존에서 애벌레 먹는 얼굴로 머뭇거리면서 악마의 심장을 건네받았다. 이걸 쥐고 있는 건 상관이 없지만, 먹는다고 생각을 하니 비위가 상했다.

참고로 그녀는 벌레 종류를 불문하고 모두 다 질색 했기에 더욱 문제였다.

“끄응.....”

“시간 없다.”

머뭇거리는 성희에게 태상이 매정하게도 시간 없다 재촉했다. 성희는 결국 두 눈을 질끈 감고 악마의 심장을 입으로 삼켜냈다.

“어라라?”

성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식간에 녹아 없어져 방금 뭔가를 삼킨 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내가 혹시 너무 싫어서 무의식중에 땅바닥에 던진 건가?

하지만 주변을 살펴도 악마의 심장이 보이지가 않았다.

“잘했다.”

태상이 기특하다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로인해 성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벌써 끝난 건가요? 제가 방금 악마의 심장을 먹은 거에요?”

“응.”

그녀가 악마의 심장을 먹었음에도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바로 그녀가 CMC 제품을 미리 먹어두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먹어 길을 닦아두었기에, 악마의 심장을 생으로 먹었다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태상이 처음 심장을 먹었을 땐, 열이 올라 고생을 했지만 그녀는 몸이 한결 가벼워지며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뭔가 몸이 가벼워지긴 했는데, 사르르 녹아버려서 안 먹은 줄 알았어요."

"준비 다 된 것 같은데, 이제 그만 움직이자. 곧 악마들이 올 거야."

지금 악마들이 많은 인원을 데리고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뜻이었다.

"지금부터 넌 내가 이동하는 곳을 최선을 다해 따라오면 돼. 할 수 있겠어?"

"제가 이동시켜드리는 게 아니라 따라오라고요?"

성희는 당연히 제가 태상을 데리고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태상은 그녀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럴 것이고 말이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은 최후의 때를 생각해서 될 수 있으면 사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 급한 때에 사용을 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으니, 그걸 함부로 사용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악마들에게 쫓기고 있는 지금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절대적으로 아껴둬야 했다.

더욱이 그들이 지나온 곳에는 악마들이 이미 쫙 깔려 있어서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범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아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니, 이곳과 그곳간의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능력을 24시간동안 못 쓰게 되면, 그 사이 목숨이 위태해질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여자가 자꾸 나오는 건....

EX) 성희 캐릭을 만약에 남자로 만듬 -> 둘이서 마계로 향함 -> 칙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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