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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01화 (201/251)

00201  종구의 여신님  =========================================================================

만약 그가 천계의 심장을 찾는다는 이유로 다른 악마를 보내놓지 않았다면 자신에게로 들어오는 정보의 속도가 무척 느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천계의 심장을 찾고자 인간계로 악마를 한 명 더 보냈고, 그로인해 앙키파가 그곳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앙키파가 죽었다.”

“........”

“.......”

토다베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회의장에 무서운 침묵이 돌았다.

사샤는 놀라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딱딱하게 굳어 있을 정도였다.

다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앙키파가 방심을 했을 지라도 그가 죽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앙키파가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그가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샤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가 산 세월 있던 터라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도 대처하는 순발력이 좀 더 좋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할래? 앙키파가 어떻게 죽어? 우린 모든 힘이 소진되기 전까지 죽지 않잖아.”

“황당한 일이지만 인간들에게 아니, 계약자들에게 죽었다더군.”

“..........”

“그게 가능하다고? 단순히 강하다고 해서 대악마인 그를 죽일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죽어?”

그들이 어떻게 대악마가 될 수 있었는지, 그것부터 밝혀야 앙키파가 죽은 것을 믿지 못하는 건지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럼 그놈이 가진 마계의 심장은? 그걸 회수했나?”

바로세가 황당함을 참고, 물었다.

태상은 몰랐지만, 천계의 심장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었다. 그대로 두었으면 앙키파는 악마의 심장을 남기고 사라지기는커녕 마계로 몸이 이동되어 되살아났을 것이다.

그가 갖고 있는 마계의 심장이 그를 되살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천계의 심장은 본능적으로 마계의 심장에 공명한 것이고, 그 힘을 빼앗은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천사들과 악마가 서로 섞일 수 없고 공생하지 못하는 것처럼, 천계의 심장과 마계의 심장도 서로 공생하지 못했다. 천사들이 우려했던 것이 바로 악마들이 천계의 심장을 마계의 심장에 먹히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천계의 심장은 앙키파의 몸에 깃들어 있는 마계의 심장의 힘을 역으로 흡수한 상황이었다.

그들이 일반 악마들보다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마계의 심장을 사사로이 사용하여 자신들의 강함에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악마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을 따르고 존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서 이것은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마계의 심장을 사사로이 쓰는 건 엄연히 해선 안 되는 짓이었다.

“그 힘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누군가가 회수하지 않았다면 인간계에 아직 있겠지.”

토다베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죽지 말았어야 했을 자가 죽었다. 그를 살려주어야 했을 힘이 제 몫을 하지 않았다는 건데....

이 일을 그냥 가만히 두고 볼 순 없었다.

처음이 어렵지, 앙키파가 죽었다면 그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무슨 수를 썼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그리고 앙키파가 갖고 있었던 심장의 힘도 되찾아야 했고 말이다. 바로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놈을 죽인 자를 찾아서 복수하고 오겠다.”

그가 이렇게 갑자기 나서는 이유가 뭔지 사샤는 알 것 같아 비웃음을 흘렸다.

“네놈이 지금 심장의 힘을 탐내서 나서는 거라는 걸 모를 것 같아?”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설 거지? 사샤 당신이 갈 건가?”

사샤는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지금 감히 내 앞에서 건방 떠는 거야?”

그가 짙은 살기를 뿌렸다. 하지만 바로세도 지지 않고 그에게 맞섰다. 토다베스는 지금 상황에서 싸움을 꼭 해야 하냐며 그들을 말렸다.

“인간계에 심장의 힘이 남아 있다면 당연히 회수해야 한다. 누가 갈 건지 정하기 전에, 지금까지 천계의 심장이 있는 곳에 대해 단서를 얻은 이가 있는지 묻고 싶군.”

토다베스는 천계의 심장이 인간계에 있을지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이왕 인간계에 갈 거라면, 제대로 확인을 한 후에 움직일 생각이었다. 토다베스는 만약 누구도 단서를 얻지 못했다고 하면 자신이 직접 인간계로 군대를 이끌고 갈 생각이었다.

“아. 그거 내가 단서를 하나 얻었네. 천사 무리가 마계에서 몸을 숨기고 다닌다고 하더군. 그쪽에 나의 군대를 보내놨으니 곧 천계의 심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

그동안 계속 침묵을 지키던 대악마 카카로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들은 토다베스는 역시 그럼 인간계에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괜스레 자신이 너무 앞서 나간 걸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카카로치는 인간계의 일에서 빼기로 마음먹었다.

“그대가 직접 움직여줬으면 한다. 일의 경중이 무겁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테니 긴 말을 하진 않겠다.”

“물론.”

카카로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수긍했다.

사샤와 바로세는 딱히 정보가 될 만한 것이 없었다며 토다베스에게 어깨만 으쓱하고 말았다. 토다베스는 카카로치가 천계의 심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80% 생각을 하면서도 나머지 20%를 간과하지 않았다.

“카카로치가 얻은 정보망에서 천계의 심장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천계의 심장이 인간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뭐? 인간계?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리가 이동하지 못하게 막아뒀다고.”

“하지만 언제나 변수가 생기는 법이지.”

토다베스가 반박하는 사샤에게 말했다. 이번 일도 변수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사샤가 얌전히 수긍했다.

“그건 그렇지....”

“그럼 천사들이 인간계로 도망을 쳤을 확률도 있다는 건가?”

바로세가 묻자 토다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악마를 보내 천사들이 인간계에 있는지 확인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운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때문에 아마 카카로치가 쫓고 있는 천사들에게서 천계의 심장을 얻을 거라 80%정도 짐작하고 있다.”

“100%가 아니네?”

사샤가 토다베스의 심리를 뚫고 물어왔다. 토다베스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 나머지 20%에 대한 대비였다.

“맞다. 난 천계의 심장이 마계에 있을 거라는 걸 100% 확신할 수 없다. 해서 20%의 확률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상황이 인간계가 아주 중요하게 됐다는 거잖아. 그럼 내가 직접 움직이지 뭐.”

“인간계는 내가 가겠다고 했다.”

바로세가 사샤에게 말했다. 사샤는 어림없다는 듯 말했다.

“앙키파가 당했다잖아. 그런데 네가 간다고? 앙키파보다 네가 더 약하다는 걸 알면서?”

“내가 왜 그보다 약하다는 거냐! 아직도 그때 일을 우려먹는 건가?! 지금 당장 그놈이 내 앞에 있었으면 놈보다 강하다는 걸 보여 줄 수 있었을 거다!”

과거 앙키파와 바로세는 서로 부딪힌 적이 있었다. 그때, 앙키파가 바로세보다 전투에서 우위를 점했고, 그 이유로 사샤는 그가 앙키파보다 약하다고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오래 전의 일이었다. 지금 다시 싸운다면 바로세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사샤는 깔깔 웃었다.

“풋, 맞아. 넌 그놈보다 쌘 거야. 그놈은 죽었고, 넌 여기 있잖아? 그러니 바들바들 떨면서 흥분할 거 없어. 가여운 바로세~”

바로세가 사샤의 말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당장이라도 그를 한대치고 싶은 얼굴을 했다. 사샤는 저렇게 자꾸만 동료끼리 분란을 일으키는 걸 좋아했다.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샤에게 실력으로 덤비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저렇게 자꾸만 시비를 거는 거다.

“그만.”

토다베스가 둘을 말렸다. 저번에는 앙키파더니, 이번에는 바로세라니. 자꾸 이렇게 행동하면 곤란했다.

“이번 일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니 바로세와 사샤 둘이서 인간계의 일을 해결해줬으면 한다.”

“우리 둘이서!?”

바로세가 생각을 못한 일이었던지 놀라 되물었다.

그와 일을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절로 불쾌해져 인상을 팍 찌푸리기도 했다. 하지만 토다베스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이미 한 명의 대악마가 죽은 상태에서, 또 다른 희생이 나오게 할 순 없었다.

어떻게 앙키파를 죽였는지 그 방법을 알아내야 했고, 천계의 심장을 찾으러 돌아다녀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니 둘이 움직이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사샤는 놀라는 바로세와는 달리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저 애송이와 누가 먼저 천계의 심장 혹은 마계의 심장의 흔적을 찾는지 내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사샤가 바로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토다베스는 사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빤했기에 쓸데없이 분란을 일으키는 늙은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이곳에서 천계의 심장을 찾으면, 군대를 이끌고 인간계로 움직이겠다.”

앙키파의 죽음은 확실히 회의를 할 만한 일이긴 했다. 사샤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과연 누가 앙키파를 죽였을까?

어떻게 마계의 심장이 그를 되살리려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사샤는 아주 오랜만에 흥미가 돌았다.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런 재미있는 일을 자신에게 맡기지 않았다면 그는 토다베스와 드잡이 질을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드잡이 질이 단순히 멱살을 잡고, 언성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그는 오랜 세월을 살았기에 무언가의 ‘자극’에 약했다. 솔직히 그가 앙키파처럼 죽는 순간이 온다 해도 그리 놀라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드디어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말 것이다.

그 정도로 무언가의 ‘자극’에 약한 그가 오랜만에 느끼는 흥미였다.

어서 빨리 인간계로 가고 싶다.

사샤의 눈동자가 불길하게 붉은색으로 번쩍 빛났다.

**

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태상도 빠듯한 일정에서 속도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태상은 대회에 관한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본격적으로 전투조 이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태상은 각자 분야에 도움이 될 만한 1세대 계약자들을 선생으로 만들어 그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었는데, 이젠 개인적인 전투가 아니라 다 함께 전투를 치루는 법을 배워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기본 대형이 이겁니다. 각자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기억하고 양옆, 앞뒤의 동료 얼굴을 기억하세요.”

태상의 앞에는 여러 명의 계약자들이 대열을 갖추고 서 있었다.

“한 명이 대열을 이탈하면 모두가 죽는 겁니다. 그러니 이 대형에서 절대 흐트러지면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태상이 훈련 시켜주는 방식은 그들에게 자신을 악마라고 생각하고, 공격을 방어해보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기로 했다.

그들은 태상이 마나건을 사용하는 원거리 능력자로 알고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훈련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실전처럼 공격을 하라뇨. 그러다가 크게 다치시면 어쩌시려고...”

그들이 태상을 걱정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모를 것이다. 그가 마나건을 사용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이지, 신체 능력이 딸려서가 아니었다.

태상이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말고 시작해봅시다.”

태상이 마나건을 들지 않고, 주먹을 들었다. 계약자들은 그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여전히 선뜻 공격을 하지 못했다. 태상은 스타트를 자신이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순식간에 가장 선두에 있는 근접 계약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눕혔다.

“커헉!”

그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가자, 태상은 발로 옆에 있던 계약자를 차버렸고,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 계약자들은 그제야 이 상황이 결코 연습이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나가떨어진 계약자는 울컥울컥 피를 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당하면 죽지는 않아도 죽을 만큼의 아픔은 느끼게 될 것이다. 태상은 중간에 난입하여 순식간에 대열을 흩뜨려 버리고, 중앙에 있는 힐러 중 하나의 목을 잡아 저 멀리 밖으로 던져버렸다.

“우아아악!”

힐러 한 명을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공격하려는 계약자 한 명의 팔을 잡아채 우두둑 꺾어 버리고, 몸을 숙인 후 몸을 360도로 돌려서 계약자들의 다리에 발을 걸어버렸다.

"어어억!?"

"으악!"

균형을 잃은 계약자들이 뒤로 무너져 내렸다. 한 명이 무너져도 대열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선 대열 자체가 사라져버렸으니 당연히 필패였다. 힐러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태상이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이래도 내가 걱정되나?"

"......"

"......"

계약자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들은 그의 몸을 걱정하게 만들 수준이 되질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한 편밖에 준비를 못했네요 ㅜㅜ

200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200화나 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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