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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98화 (198/251)

00198  민성희  =========================================================================

강한 방어력을 갖고 있는 놈이라 할지라도, 놈은 태상을 이길 수 없었다.

그가 앙키파를 향해 무력화를 사용했다. 그리고 좀 더 확실하게 놈을 죽이기 위해 그의 몸 쪽으로 뛰었다. 태상이 불나방처럼 자신에게로 뛰는 것을 본 앙키파가 가소롭다는 듯이 손을 뻗었다.

“응?”

그런데 이상했다.

그는 분명 자신의 기운을 움직여서 그를 공격하려 했다. 저런 날파리 하나 죽이는 것쯤 아주 쉬운 일이었다. 당연히 그의 손엔 검은색 구체 에너지가 모여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그의 손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당연히 움직여야 할 힘이 움직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몸에 피가 통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혈관이 막혀서 피가 통하지 않는 느낌과 비슷했다. 아무리 힘을 쓰려고 해도 써지지가 않았다. 앙키파가 당황스러워 하는 순간, 그의 턱을 강하게 내려치는 고통이 느껴졌다.

“커어억!”

앙키파의 커다란 몸통이 바닥에 쓰러졌다.

태상이 놈의 얼굴을 발로 때려버린 것이다. 태상은 넘어지는 놈의 무릎을 발로 밟아 놈의 얼굴 쪽으로 뛰었다. 그리고 벌려진 입속으로 태상이 은색 마나건을 망설임 없이 쏘아냈다.

마나건에 거대한 에너지가 순식간에 맺히고, 곧 번쩍이는 빛이 앙키파의 입 속으로 정확히 맞아 들어갔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가까이에서 맞추면 맞출수록 위력이 강해지는 건 당연했다.

거기다가 태상은 놈의 입속에다가 은색 마나건을 먹여 준 상태였다. 안타깝게도 놈은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면서도 숨이 끊어지지 못했다. 확실히 일반 악마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함을 갖고 있었다. 해서 무력화에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이 완전히 먹힌 건 아닌 듯싶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한 방에 죽지 않았다고 실망할 이유는 없었다.

태상은 붉은색으로 마나건을 바꾸어 놈이 쓰러진 곳을 향해 마구잡이로 쏘았다.

탕!

콰앙!

탕! 콰아앙!!

덩치가 큰 터라 공격할 곳은 많아 좋았다. 마치 앙키파에게 마사지라도 해주는 것 마냥 태상은 계속해서 공격을 했다. 앙키파는 연속으로 이어지는 공격 때문인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태상이 앙키파를 압도적인 힘으로 쓰러트리자, 다른 계약자들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고 공격을 시작했다.

“죽여라!!”

“공격해!!”

수많은 공격들이 난타하듯 쏟아졌다.

앙키파는 쏟아지는 공격들이 몸을 한껏 웅크리고 겨우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커헉...! 어억!”

이럴 리가 없다.

이런 꼴을 당하자고 이곳에 온 게 아닌데, 자신이 왜 바닥에 쭈그려 앉아 이런 꼴로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래선 안 된다. 자신은 이런 걸 당할 만큼 약하지 않았다.

앙키파는 사샤와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그는 인간들이 절대 항복을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그대로 실행됐다. 인간들이 감히 그를 공격한 것이다.

가소로운 공격들이라고 생각했다.

공격들이 생각보다 매서워 그의 몸을 욱신거리게 했다는 것이 처음으로 시작 된 불길함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공격을 한 건방진 계약자 놈을 뭉개버리고 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뭉개진 것은 자신이다.

지금 이렇게 바닥에 웅크려 죽지 않아 보겠다고 굴욕적인 자세로 공격을 겨우겨우 막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도 얼마 버티질 못했다는 점이었다. 또 다시 탕!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옆구리에 뼈가 시릴 정도의 타격이 왔다.

“쿨럭!”

엄청난 공격이 입에서 터져버려서 그의 입은 지금 날카롭던 이빨이 모두 부셔진 상태였다. 입에 줄줄 피가 세어나고 있었는데, 거기에 더해 울컥 피가 또 다시 역류해 입으로 토해졌다.

그의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앙키파는 믿을 수 없으나 자신이 죽음의 기로에 섰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아아아아아!!!!!"

그가 질 수 없다는 듯 울분에 차 소리를 질렀다.

탕!

하지만 그의 발버둥은 또 다시 뼛속을 울리는 고통을 주는 소리를 불러 들일 뿐이었다.

“커허어억!”

제발 저 소리 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소리가 들리면 온 몸이 울리며 사지가 찢어질 듯 아픈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는 무자비하게 그의 귓가에 계속해서 울렸고, 앙키파의 정신이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정말 죽는다고?

대악마 앙키파, 내가?

심지어 그는 아직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가 왜 이곳에 왔는지 말이다.

얘기를 꺼내려고 입을 벙긋하지도 못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쪽팔린 꼴이란 말인가. 쪽팔려서라도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가볍게 경고를 하고, 그들이 공포에 떠는 것을 즐기다가 마계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앙키파다. 자신의 최후가 이렇게 허무하고 일찍 찾아 올 줄 어찌 알았겠는가.

"크흐으...으....내..가..이..렇...게 끝날 줄 아느...냐...!!"

앙키파가 몸을 꿈틀거리면서도 태상을 향해 증오섞인 눈빛을 보냈다.

그에게는 마지막 수가 있었다. 이렇게 죽을 정도로 크게 다쳤다 해도 진짜 죽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끝이 지금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앙키파의 몸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의 생명이 다하고 있기에 생긴 현상이었다.

사샤가 내기에서 이겼다. 그들은 항복은커녕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의 목숨은 사샤가 거둔 것이 아니라 황당하게도 계약자들이었다.

이 사실을 마계에서 알게 된다면 엄청난 파장이 일게 될 것이다.

태상은 축 늘어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대악마를 바라보며 자신의 오른쪽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그의 마지막 말이 신경 쓰였다.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고, 확신에 차 말했다.

태상은 뻐근한 자신의 손바닥과 불길한 말을 내뱉고 죽은 앙키파의 시신을 번갈아 바라봤다. 왜 이렇게 손바닥이 뻐근한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더욱 문제가 컸다. 이 손에 천계의 심장이 박혀 있다는 것이 그를 심각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계약자들이 쏟아내는 공격이 멈추자, 그는 악마의 시체 가까이로 천천히 걸어갔다.

대형 스크린은 카메라가 모두 날아가버린 탓에 검은색 화면만 보여주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말이다.

“이...긴 거야?”

“이겼어?”

“죽은 것 같은데?”

와, 와아아아아!!!!!

악마가 계약자들에게 당할 때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경기장을 빠져나가려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고, 누군가는 넋을 잃었다. 자신이 살아 남은 게 믿겨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부상을 당한 사람을 챙기는 이도 있었고 말이다.

전투는 그들이 지금까지 본 경기보다 훨씬 짜릿했고, 어마어마했다.

그로인해 주변이 완전 초토화 되었지만, 그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본 건 쪼렙들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쉽게 깨달았다.

얼마나 강한 기운들이 몰아쳤는지,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 부셔졌다. 덕분에 주변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말이다. 저들이 아니었다면 저 부셔진 물건들과 같은 꼴을 당했을 이들이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해진 악마를 봤을 때 느꼈던 공포를 그들 또한 사람이기에 느꼈을 텐데, 도망치지 않고 용감하게 목숨을 지켜 준 계약자들에게 아낌없이 환호를 보냈다.

짝짝짝짝!

계약자들은 관객들의 끝나지 않는 박수소리와 환호에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그들이 악마를 죽이는 데 많은 관여를 하진 않았다. 태상이 치명타를 먹여 준 덕분에 그냥 뒤에서 공격 찔끔찔끔한 게 다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주었다.

활약을 하지 못했다고 해도, 악마를 상대하려고 마음을 먹고 저곳에 서 있는 마음가짐을 알기에 충분히 고마웠다.

태상은 욱신거리는 오른쪽 손을 대악마의 시신에 가져다댔다. 지금 당장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사로잡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대악마의 시체에 천계의 심장을 섣불리 가져다 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몸은 행동을 하고 난 후였다. 즉 방금 그가 한 행동은, 그의 의지로 한 것이 아니었다.

태상의 기분이 불쾌함으로 가득찼다.  지금 자신의 행동은 분명 천계의 심장이 조정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행동을 갑자기 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쏟아지는 불쾌함에 미간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앙키파의 몸이 검은색 연기로 변해 그의 오른쪽 손바닥, 정확히 말해서 천계의 심장 속으로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캬아아아아악!!!

그의 귓가에 환청이 들렸다.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한 듯 앙키파의 시체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승리를 자축하고 있을 뿐이었다. 태상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 눈동자를 떨었다. 워낙 순식간에 앙키파의 시체를 빨아들여 손을 쓸 틈도 없었다.

악마의 시체 전체가 검은 연기처럼 변해 태상의 손바닥으로 빨려가고, 악마의 심장을 내놓지도 않고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앙키파의 시체가 작아져서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냥 악마의 심장으로 변했겠거니 생각할 거다. 하지만 그의 길드원들은 달랐다.

시체가 이상한 검은색 연기로 변해 그의 손바닥으로 휩쓸려 들어갔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사로나가 놀라 불어로 묻자 태상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천계의 심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하게 다시 무반응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모르겠어.]

[그건 뭐야?]

[저번에 얘기했던 천계의 심장.]

천계의 심장을 갖고 튀었다는 얘기는 했지만, 그게 손바닥으로 들어갔다는 건 얘기하지 않았던 태상이다. 사로나는 그게 왜 그의 손바닥에 있는 거냐며 설명을 바랐다. 그리고 방금 전에 있었던 이상한 현상이 저 녀석 짓이라는 것도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말이다.

태상은 엉망이 된 주변을 바라봤다. 아무리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해도 부상자가 아예 나오지 않은 건 아니었다. 초반에 혼란 때문에 넘어져서 사람들에게 밟혀 부상을 당한 이도 있었고, 악마가 날개를 펄럭여서 공격을 한 것으로 인해 물건에 부딪혀 다친 이도 있었다.

[주변부터 정리하자.]

태상은 그렇게 짧게 사로나와 얘기를 끝냈다.

"모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네."

경기를 치루다가 죽었지만, 악마가 갑자기 나타나서 그들을 죽인 것이기에 CMC에서 책임을 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의 도리라는 게 있는 법이다.

악마에게 상처를 입는 것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보는 것과 같게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누구도 태상을 원망할 순 없었다. 하지만 책임질 일이 없다고 그들의 안전을 소홀이 할 순 없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지키고자 한 것이다.

다른 길드원들도 태상의 오른쪽 손바닥의 일은 잠시 뒤로 미루고 혼란한 경기장에서 사람들을 모두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데 손을 보탰다.

태상은 그들이 일을 하는 동안 송이에게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하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움직였다.

자신의 손바닥에 얌전하게 박혀 있는 천계의 심장은 악마 하나를 꿀꺽 삼켜놓고도 별 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악마의 심장조차 남기지 않고 삼킨 것을 봤을 때, 녀석의 힘을 천계의 심장이 흡수를 했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 했다. 근데 그런거라면, 다른 악마의 심장한테도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태상은 알다시피 악마의 심장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악마의 심장을 만지고거나 눈으로 봤을 때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났어야 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식의 반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악마의 심장이 아니라 '악마'에게 반응을 하는 걸까?

태상은 그것 또한 확인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어차피 그에겐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아주 마음에 드는 계약자가 있었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추천추천추천추천추천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새로운 소제목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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