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181화 (181/251)

00181  천계의 심장  =========================================================================

어떻게 해야 저걸 없앨 수 있지?

태상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고민했다. 무력화가 통하지 않자 천사들을 모두 데리고 천계의 심장에 강한 힘을 가해도 보았지만 여전히 금 하나 가지 않고 멀쩡한 상태로 빛나고 있는 천계의 심장이었다.

힘으로는 저것을 깰 수 없다는 게 드러난 상황인 것이다.

천사들은 태상과 힘을 합쳐 파괴하는 것에 힘을 보태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인간계로 돌려보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었다. 아무래도 파괴가 될 것 같아 보이지 않자 얼시구나 한 모양이었다.

오직 태상만이 천계의 심장을 빤히 바라보며 파괴할 방법을 궁리 중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솔직히 모두 해본 상태였다. 갖고 있는 악마의 심장으로 계속해서 충전하며 천계의 심장을 공격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래도 마나건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을 천계의 심장이 먹어 치우는 듯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적어도 마나건의 힘이 유효했다면 주변이 파괴가 되었어야 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천계의 심장이 놓여 있는 곳 주변은 언제 강한 힘들이 몰아쳤는지 모를 정도로 멀쩡하고 고요했다.

태상은 힐끗 천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 건 아무래도 기대하지 못할 것 같으니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천사들이 저렇게 그를 돌려보내는 것에 열중을 하는 건, 아무리 노력해봐도 안 되면 그것을 핑계로 그를 인간계로 돌려보내서 이번 일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 계획인 것 같았다.

뻔한 수였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황이었던 지라 태상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라마스도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태상은 그들이 하자는 대로 움직여 줄 생각이 없었다. 반드시 천계의 심장을 없애고야 말겠노라 다짐하며 천계의 심장의 바로 옆에 떡하니 버티고 선 천사를 바라봤다.

저 놈도 솔직히 문제는 문제였다.

저 천사만 아니었다면 천계의 심장을 요리조리 세밀하게 만져보면서 궁리를 해볼 텐데, 저놈이 워낙 살벌하게 태상을 감시하고 있는지라 그럴 수가 없었다. 천계의 심장에 손을 대려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기 때문이었다.

그가 혹여 천계의 심장을 보고 다른 마음을 먹을까 싶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라마스도 태상이 저것을 만지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건 근처에서 멀뚱멀뚱 눈을 뜨고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한 마디로 답답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가 끄응...하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라마스님!!”

그때, 태상과 천사들이 들어왔던 문에서 천사 한 명이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표정이 무척이나 급박한 걸로 보아 썩 좋은 소식을 들고 온 건 아닌 듯싶었다.

“방어막이 깨지고 있습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역시!’

태상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어째 하나같이 시원하게 풀리는 일이 없다.

적어도 며칠은 더 버텨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일이 진행됐는지 몰라했다. 그러자 소식을 전하기 위해 들어 온 천사가 말했다.

"악마들이 군대를 더 이끌고 왔습니다. 해서 방어막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가고 있어요."

태상이 전령사를 죽여 시간을 좀 더 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었다. 방어막이 깨진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의 악마들이 이곳에 쳐들어 온다는 것이었다.

천사들은 당연하게도 그 악마들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애초부터 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천계의 심장이 파괴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는 이곳을 봉인시키고 악마와 싸우다 죽는 걸 택해야 하는 차례입니다. 이 상황에선 라마스님도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없으시겠죠?”

라마스의 의견이 모두를 설득해서 들어왔지만 성과가 없었다. 악마들이 쳐들어 오기 일보직전이라고 하니, 더 이상 시간을 줄 순 없었다.

“기회는 충분히 줬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파괴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이 싸움과 상관없는 저 계약자는 인간계로 돌려보내고 저희들은 마지막 싸움을 준비합시다.”

말도 안 된다.

이렇게 허무하게 포기할 순 없었다.

하지만 태상의 의견은 묵살되고, 천사들이 그렇게 의견을 모으자 라마스도 더 이상 태상의 편을 들어 줄 수가 없었다. 그가 진작 천계의 심장을 파괴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결국 태상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태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에 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포기하라는 거야? 아직 시작도 해보지 않았다고! 도와주겠다고 해놓고 너희들은 저걸 파괴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도 안 주고 있었잖아. 머리를 좀 맞대고 생각을 해봐야 할 것 아냐?"!

태상은 천계의 심장을 파괴하는 일을 절대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천사들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았다.

“라마스!”

태상이 라마스를 다급하게 불렀다. 하지만 라마스도 앞서 말했다 시피 더 이상 그의 의견에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태상님, 더 이상은 아무래도 안 될 듯싶습니다. 이미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지 않습니까. 이만 돌아가시죠. 이곳은 저희들이 악마의 손에 닿지 않도록 봉인을 시키겠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걸 여기에 그냥 내버려두고 나가자고? 왜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 잊었어? 너희들이 그렇게 싸고도는 저걸 악마들이 갖게 될 거라고!”

라마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확률이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 태상의 뜻에 동의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하지만 파괴할 방법이 없는데 어떡하란 말인가.

악마들은 눈앞까지 왔으니 할 수 있는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모두 서둘러서 하죠.”

라마스도 더 이상 태상의 편을 들지 않자 천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파괴하는 것에 동의를 하긴 했지만, 직접 천계의 심장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니 피가 말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결국 태상이 파괴 하는데 성공하지 못했으니 기뻤던 것이다.

천사들은 이곳을 잘 봉인하면 악마가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애초부터 이건 잘못 된 선택이었다.

그렇게 천사들의 표정이 밝은데 비해 태상의 표정은 똥 씹은 것 마냥 구겨져 있었다.

천사들이 기운을 다 함께 모았던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드디어 공간이 갈리고, 그곳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인간계로 갈 수 있는 문이 만들어 진 것이다.

“돼, 됐다!”

“어서 이곳으로 들어가라 계약자!”

안이 태상에게 말했다. 적절한 시간에 인간계로 되돌아 갈 수 있는 문까지 만들어졌으니 천사들은 그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준 것과 다름없었다.

“저기로 들어가면 인간계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 어서 들어가세요. 이곳에 남아 있으면 태상님도 결국 휘말리게 되실 겁니다.”

라마스도 안의 말을 뒤따라 말했다. 아마도 라마스와 태상이 만나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는 곧 이곳 일을 수습하고 악마들과 싸우다가 죽을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제대로 된 인사 한 번 하지 못하고 영영 헤어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뜻밖으로 그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았지만, 다시 만나 뵐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라마스를 제외한 다른 천사들은 들어왔던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태상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라마스를 바라봤다.

방어막이 깨지면 악마들이 들어 올 테니, 그 전에 이곳으로 들어 올 수 있는 문을 봉인해야 했다.

“라마스, 정말 넌 이대로 이 씨앗을 내버려 두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저것이 악마들의 손에 들어가면 인간계는 결국 마계처럼 변해버리고 말 것이다. 태상이 천계의 심장을 가까이에 볼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이었고, 이 순간이 아니라면 영영 파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걸 테니 그걸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태상이 CMC 회사를 세운 모든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거였다. 새로운 계약자들을 만들고, 그들을 교육시키고, 기존 계약자들을 강하게 만드는.....

그 모든 일이 말이다.

"저희 모두 다 옳은 방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 뿐이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의 최선.

태상은 저도 모르게 설득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태상은 천계의 심장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이제 그만 인간계로 돌아가세요. 계속 유지하는 건 힘듭니다."

"방어막이 뚫리면 너희들은 모두 죽게 될 거야. 그렇지?"

"예."

라마스는 덤덤하게 자신들의 죽음에 수긍했다.

천사들이 모두 죽으면 과연 어떻게 될까? 더 이상 악마들이 견재할 이들이 없어지니 마음껏 날뛰게 될 것이다. 그들은 많은 천사의 심장을 갖게 되었고, 그것으로 힘을 키울 것이니 인간계는 완전히 벼랑 끝에 선 것과 같았다.

그런 와중에 그들에게 더욱 강력한 힘을 줄 수 있는 천계의 심장이 이곳에 있었다.

봉인?

과연 그게 얼마나 안전하게 이곳을 지켜줄 수 있을까.

태상은 천사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악마들이 천계의 심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들의 말을 신뢰하지 못했다.

지금 천사들은 악마가 나타났다는 말에 태상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그의 곁에 라마스가 있으니 마음을 놓은 게 틀림없었다. 태상은 천계의 심장을 보고도 어떠한 탐욕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파괴하기 위해 천사들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그 행동들로 인해 태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천계의 심장을 그가 탐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단순히 그가 꾸물대고 있는 것이 아쉬움 때문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여러모로 상황을 따져봤을 때, 기회는 지금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걸리는 놈은 천계의 심장 옆에 있는 놈 한 명 뿐이었다. 때마침 그 천사의 옆에서 손짓으로 나가자고 말하는 천사가 있었다.

천계의 심장을 아쉬운 눈동자로 힐끗 바라보던 천사가 그곳에서 자리를 떴다. 이제 태상만이 인간계로 돌아가는 저 공간에 가면 모든 게 끝이 나는 거였다.

라마스는 그가 무슨 짓을 할지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의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며 태상이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어."

"예?"

라마스가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되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네 말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태상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가 돌발적으로 천계의 심장을 향해 뛰었다. 그는 손으로 그것을 덥석 잡았다. 천계의 심장과 연결되어 있던 나무뿌리 같은 것들이 태상의 힘에 의해 뜯겨져 나갔다.

"안 돼!! 태상님!!!"

라마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에 천사들이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태상이 천계의 심장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어어?!!!”

천사들이 기겁하고 태상에게 달려들려 했다.

라마스도 서둘러 그의 몸을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헛수고였다.

그의 몸은 순식간에 그들이 만들어 놓은 공간 안으로 쏙 들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억지로 공간을 찢어 만든 곳이었던 지라 태상 한 명을 받자 순식간에 공간이 쪼그라들었다.

천사들의 얼굴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찾아왔다.

라마스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천계의 심장을....

도둑맞아버리고 말았다!

그 믿겨지지 않는 당황스러운 소식은 천사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안은 천계의 심장을 태상이 들고 튀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문 안으로 들어갔다가 넋을 놓은 라마스를 발견했다.

"뭐야. 도대체 뭐냐고!"

안이 천계의 심장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정말 들은 대로 그곳에 있어야 할 천계의 심장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들고 튀었습니다!

역시 저런 건 들고 튀어줘야 제 맛 아니겠습니까.'ㅁ'b

(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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