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5 천계로 가는 길 =========================================================================
“지금 당장 천계로 가시겠다고요?”
실렌이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
“우연히 목걸이를 얻었어. 천계에 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 더 있는 다고 다른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태상은 전령사에게서 얻은 목걸이를 꺼내 보여주었다. 실렌이 목걸이를 보곤 깜짝 놀라했다.
“그걸 어떻게 얻으셨습니까?”
“전령사라는 녀석이 계약자 목걸이로 천계를 왔다 갔다 했다던데? 놈이 걸고 있어서 빼앗았지.”
“아아...! 계약자 목걸이에 대해 알고 있는 걸 보니, 당신은 역시 저희들과 계약을 했던 계약자셨군요.”
실렌도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천사인 그를 대하는 것이 익숙해보였기에 그가 천사 계약자였을 것이라고 말이다. 악마계약자였다면 아무리 악마가 공동의 적이 됐다 해도 이런 식으로 태연하게 말을 걸진 못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더 이상 계약자들을 두 무리로 나누지 않아.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말은 자제해주지? 천사계약자, 악마 계약자 친절하게도 나눠서 싸움을 붙여 준 덕분에 접속이 안 되고 나서부터 인간계에 난리가 났었거든. 지금은 괜찮아지긴 했지만.”
악마 계약자와 천사 계약자가 서로 융합되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긴 희생은 솔직히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죽음들이었다. 그 원인에는 천사와 악마가 있으니, 그들이 계약자를 나누어서 말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는 게 거북했다.
“아!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실렌은 자신이 괜한 말을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태상의 표정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어서 천계로 가자. 시간 없다고.”
태상이 굉장히 서둘렀다. 그도 그럴 것이 빨리 일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말도 없이 사라졌으니 가족들이 분명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한 시라도 빨리 일을 해결해야 했다.
천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인간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그는 천사와 악마의 일에 끼어들지 않고, 돌아갈 방법을 궁리했을 것이다. 악마놈들을 붙잡아 정보를 캐내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으니 인간계로 돌아갈 방법도 궁리해야 했고, 천계의 심장을 파괴하는 방법도 궁리를 해야 했다. 일이 많아졌으니 당연히 돌아갈 시간이 늦어질 테고, 그럼 당연하게도 송이와 가족들이 무척이나 그를 걱정할 것이다.
적어도 연락을 할 방법이 있어서 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 한 마디라도 전했으면 이렇게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최대한 시간을 아껴 사용해야 했다.
“천계에 간다 해도 악마가 없는 게 아닙니다. 이미 천계 90%를 악마들이 전부 다 장악했습니다. 그러니 무작정 천계를 간다면 곧 그들에게 들켜서 죽고 말 겁니다. 저희 둘이서 이렇게 무작정 움직이는 건 자살행위에요.”
실렌은 태상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강한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가 악마들을 죽이고 자신을 구해냈다는 것은 알지만, 직접 눈으로 본 게 아니라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곧바로 이동할 수 없어?”
태상은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실렌은 고개를 저었다.
“그곳은 누구도 이동을 할 수 없는 이동 불가 지역입니다. 그곳에 가려면 무조건 직접 스스로 움직여서 가야 하죠. 해서 남은 천사들이 그곳에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막무가내로 이동이 가능했다면, 악마들이 그곳으로 이동해서 천사들을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실렌은 아예 막막한 상황은 아니라며 말했다.
“목걸이가 있으니 그곳에 있는 천사에게 연락을 넣어보겠습니다.”
확실히 목걸이를 이용하면 천사들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목걸이를 보고 좋아하나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과거 태상이 목걸이를 이용해 동료들과 연락을 했고, 또 자신을 계약자로 만들어주었던 천사 라마스와 연락을 주고 받기도 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라마스는 죽었으려나?’
접속이 되지 않은 이후로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죽었다 해도 솔직히 슬프진 않을 것 이다.
서로 크게 정이 있었던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럴 때 라마스가 있다면 좀 더 얘기하는 게 편하긴 할 것 같았다. 그는 적어도 태상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해봐.”
태상이 실렌에게 목걸이를 주자 재빨리 그가 어딘가로 목걸이를 이용해 연락을 넣었다. 그가 처음 연락을 넣은 이는 죽었는지 목걸이의 보석에 빛이 서리다가 끝내 사라졌다.
실렌은 그것이 죽음을 뜻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주먹을 꽈악 쥐었다. 악마들에 대한 살의가 솟구쳤지만 지금은 연락이 가능한 천사를 찾는 게 더 중요했다.
실렌이 포기 하지 않고, 다른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목걸이가 영롱하게 빛나며 연락이 닿았다.
[누구지?]
목걸이에서 드디어 목소리가 들렸다. 실렌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저 실렌 입니다.”
[실렌?! .살아있었습니까?]
“예! 운이 좋았습니다.”
그가 악마들에게 끌려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었던 모양이었다.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천사들이 어디 실렌 뿐이었겠는가. 그들에게 동료의 죽음은 무척이나 익숙한 일이었다. 실렌은 태상을 향해 시선을 한 번 주다가 말했다.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금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현재 악마들의 공격이 멈췄습니다. 하지만 언제고 다시 시작 될 테죠.]
그러고 보니 전령사가 천사들의 반항이 제법 거세니 군대를 좀 더 달라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고 했다. 그 전령사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닌 모양이다. 태상이 실렌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쪽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봐.”
실렌이 그의 말에 울상을 지었다. 솔직히 연락을 받은 천사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방법이 없다 대답할 것이 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기에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그쪽으로 다시 갈 방법이 있을까요?”
실렌의 물음에 천사가 잠시 고민했다.
[오실 수 없을 겁니다. 사방에 악마들이 많습니다.]
실렌이 그 많은 악마들을 죽이며 이곳에 올 수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천사가 말을 덧붙였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저희는 그대가 편안해지길 바랍니다.]
그의 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냥 거기서 죽으라는 뜻이었다. 확실히 지금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선 그냥 죽음을 택하는 게 훨씬 편한 선택일 수 있었다. 그때, 태상이 끼어들어 말했다.
“그럴 순 없지. 얠 데리고 내가 그곳에 가야겠거든.”
갑작스러운 낯선 목소리에 천사가 놀란 모양이었다.
[누구십니까?]
“아! 이분은 계약자십니다. 절 악마들의 손에서 구해주셨습니다.”
실렌이 다급하게 그를 설명했다. 천사는 계약자라는 말에 의아함을 표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더 이상 계약자들은 이곳에 올 수 없을 텐데....]
“나도 몰라. 눈을 뜨니 마계더라고. 아무튼 됐고, 그쪽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나 말해. 난 반드시 거길 가야겠어.”
천사는 당황을 숨기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계약자가 이곳에 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그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똑같았다.
[당신이 계약자라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악마 군대를 뚫고 이곳으로 온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천사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단호했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태상은 불만을 그런 단호한 말에 여지없이 불만을 터트렸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어. 꽉 막힌 소리 하지 마. 누가 악마들이 많은 걸 몰라? 위험하다는 것도 잘 알아. 하지만 그곳에 반드시 가야 하니까 가겠다고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제일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알려달라고. 당신이 왜 내 위험을 걱정하지?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겨.”
“저, 저기...”
실렌이 안절부절 못했다. 태상은 그에게 쓰읍! 하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방법은...잠시만 기다리 주십시오.]
천사가 태상의 말을 듣고 난감한 듯 끄응...하는 소리를 내다가 기다려 달라는 말을 했다. 태상과 실렌이 침묵하는 목걸이를 붙들고 잠시 기다리고 있자, 곧 목소리가 나왔다.
[실렌.]
그 목소리를 들은 실렌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는 목걸이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라마스님! 살아계셨군요!”
갑자기 실렌에게서 튀어나온 라마스라는 이름에 태상도 놀랐다.
‘라마스라고?’
[실렌이 살아 있어 기쁘군요. 어디에 계신 겁니까?]
“정확히 이곳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계 어딘가라는 것밖에는요.”
[같이 있는 계약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가 누구입니까?]
실렌이 태상을 바라봤다.
태상은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침을 삼킨 뒤 말했다.
“오랜만이야 라마스.”
실렌의 눈동자가 또 다시 동그랗게 커졌다. 태상이 라마스를 아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다. 라마스도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잠시 침묵했다.
[....태상님?]
“그래, 나야.”
설마 하는 생각으로 물었으나 상대편에서 맞다는 말이 들려오자 라마스는 기가 막혀 헛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이가 나타나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 감정 뒤로 그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하는 물음도 따라왔다.
라마스는 갑자기 계약자가 나타났다는 이상한 소리를 해서 얼떨결에 온 것이었다. 그 연락에서 태상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실렌은 태상에게 당신이 어떻게 라마스님을 아는 겁니까? 하고 물었다.
“날 계약자로 만든 천사가 바로 라마스야.”
“세상에...! 라마스님의 계약자셨군요!”
그 사실은 실렌이 태상에게 갖고 있던 걱정들을 모두 없애버릴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갖고 있었다.
[도대체 이곳은 어떻게 오신 겁니까? 왜 그곳에 계신 거죠?]
“나도 몰라. 그냥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어.”
[어쩌다 보니 라니.....]
답이 굉장히 성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었기에 태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해준 것이었다.
“네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천사들이 거의 다 악마들한테 죽었다고 소식을 들었거든.”
[......]
물론 지금은 멀쩡하게 살아 있지만, 그 생명이 언제 꺼질지는 시간문제였다. 그러니 살아 있다 해도 산 게 아닌 게 맞았다. 왜 그가 이곳에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라마스는 그를 위해 말했다.
[인간계로 돌아가십시오. 어쩌다 보니 왔다고 하셨지만, 나가는 방법을 알고 계신다면 당장 이곳에서 빠져나가세요. 더 이상 저희들은 당신께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악마가 지천에 깔려 있었다. 이곳은 더 이상 악마가 아닌 존재들이 있을만한 환경이 되질 못했다. 그들은 악마가 아닌 존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태상이 아무리 능력이 강하다 해도 수가 많은 악마들에겐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태상은 고집불통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난 네가 있는 곳으로 갈 거다. 그러니까 방법이나 얘기 해. 네가 나를 설득시킬 순 없을 거야.”
정말 진심을 다해 그가 걱정이 되어 한 말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태상이 자신의 진심을 막무가내로 짓밟아버리자 라마스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도대체 왜 이곳으로 오려고 하시는 겁니까?]
============================ 작품 후기 ============================
아 혈압......다 썼는데 날아갔어....
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