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3 기자회견, 그리고.... =========================================================================
다양한 카메라들을 갖고 들어 온 기자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대박 기사감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바로 기자회견장.
그들의 얼굴에는 잔뜩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동료 기자와 도대체 무슨 일일지 추측을 하기도 했다.
그들 모두 갑작스러운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이건 대박이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왜냐면 그들에게 온 연락이 CMC 회사였기 때문이다. CMC 회사에 대한 관심도는 하늘을 찔렀다.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해 안달이 난 상황.
더군다나 며칠 전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드디어 베일에 감춰져 있던 CMC 회사 사장의 인터뷰가 터졌다. 거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회견까지 한다니!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CMC 회사에선 처음으로 악마의 심장을 이용한 상품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너무나도 신기하게 그걸 먹으면 게임에서처럼 상처가 낫는다. 계약자들에게, 그리고 일반인들조차도 살기 위해선 반드시 구비를 해놓아야 하는 필수품이었다.
악마에게 상처를 입는 건 계약자나 일반인이나 다를 게 없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내어놓은 상품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CMC 회사에 줄을 대기 위해 난리를 치고 있었다. 체력포션을 대량으로 매입하기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 수량이 한정적이었기에 뒷거래가 벌써부터 생겨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기자들은 CMC 회사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거다. 당연히 이곳에 오지 않을 기자가 없었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파견이 되어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이 기자회견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기자회견이 되었다.
그리고 마치 이렇게 될 걸 알고 있기라도 한 것인지 기자회견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이런 기자회견은 난생 처음이군.”
“그러게요. 이게 어떻게 기자 회견이에요? 콘서트장이지.”
“근데 더 놀라운 건 여기가 사람들로 꽉꽉 찼다는 거지.”
기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전날부터 여기서 기다린 이들이 심심치 않게 많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글쎄, 민아씨는 혹시 뭔가 아는 거 없어요?”
기자들의 시선이 민아에게로 향했다.
민아는 누구도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았던 CMC 회사 사장의 인터뷰를 딴 대단한 역할을 한 기자였다. 어쩌면 오늘 발표 될 소식에 대해 아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민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어요.”
“그래?”
기자 선배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깃들었다. 혹시 아는데 모르는 척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의 시선도 함께 보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민아는 정말로 아는 게 없었다.
태상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오지도 않았고, 민아도 선뜻 그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강태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민아는 그의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가 없었다. 너무 창피했기 때문이다.
계속 연락을 하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해서 전화를 걸어 볼까 말까 고민이 많이 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에게 전화를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작하나봐요.”
그때, 기자회견장 앞 쪽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루루 안으로 들어왔다. 기자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미친 듯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들어 온 일행 중 가장 시선을 많이 받는 것은 역시나 CMC 회사의 대표 얼굴인,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정혜연이었다. 그녀의 주변에 남자들은 들러리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기에 기자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민아는 달랐다. 정혜연의 옆에 낯이 익은 누군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민아가 저도 모르게 맙소사...라고 말을 하며 옆에서 사진을 찍는 선배의 어깨를 퍽! 하고 쳤다.
“지금 누굴 찍는 거에요!! 당장 저 남자를 중심으로 찍으세요.”
“에? 정혜연을 찍지 말고 저 남자를 찍으라고요?”
“뭐야? 왜 그래?”
다른 선배가 왜 그러냐며 민아에게 물었다. 그녀는 발을 동동 굴렀다. 곧 밝혀지긴 하겠지만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저 남자가 CMC 회사 사장이에요.”
“에에!?”
선배기자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의 시선이 정혜연에게서 떨어져 그녀의 옆에서 걸어가던 이를 향했다. 정혜연은 민아가 찍었던 남자와 시선을 잠시 마주치더니 상단에 올라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아아, 안녕하십니까? 정혜연입니다.”
그녀가 자신을 소개하자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사진 찍는 타임이 잦아들자 혜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렇게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며칠 전, 생각지 못한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정보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고, 사장님께서는 많은 고민을 하셔야 했습니다.”
‘고민?’
그들은 도대체 무슨 정보를 얻었기에 저러는 것인가 싶어 궁금함을 담아 혜연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집중해서 들었다.
“하지만 결국 저희 사장님께서는 큰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비록 그 결정이 회사에 큰 타격을 주는 일일지라도 말입니다.”
혜연은 말을 서둘러 하지 않았다. 그들이 좀 더 궁금해 하고,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두루뭉술하게 천천히 말을 했다. 덕분에 기자들은 애가 타서 절로 침이 꿀꺽꿀꺽 삼켜졌다.
기자들은 터져 나오려는 질문을 목구멍에서 막느라 진을 빼야 했다. 아직 질문 시간이 아니었다. 섣불리 말을 했다간 괜스레 후에 받을 수 있는 질문기회를 놓칠 지도 몰랐다.
혜연은 기자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키득 웃음을 지었다.
“다들 궁금해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오늘 여러분께 한 분을 소개 시켜드리고자 합니다.”
정혜연의 말을 들은 선배 기자가 정말인가 싶어 민아를 바라봤다. 민아는 남자의 얼굴에 구멍이라도 뚫을 기세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분은 바로 저희 CMC 회사 사장님이십니다.”
정혜연이 그렇게 말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기자들은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태상이 계단을 올라와 드디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고 있었다. 정장은 그의 외모를 더욱 빛내주었다. 누구나 호감이 갈만한 깔끔하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연예인을 해도 넉넉하게 먹고 살만은 할 법한 얼굴이었기에 순간 기자들은 정말 그가 CMC 회사 사장일까? 하는 의심부터 들었다. 그런 큰 회사를 짊어지고 운영하기엔 너무 젊은 남성이었다.
그동안 CMC 회사가 해온 발자취를 따라가봤을 때, 저런 젊은 남자가 과연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기자들은 일단 혜연의 말에 태상을 열심히 찍었다.
태상이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대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CMC 회사 사장직을 맡고 있는 강명진입니다.”
그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기자들도 사람인지라 웅성거리는 소리가 회견장을 울렸다.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CMC 회사 사장이 드디어 사람들 앞에 나선 것이다.
이 기자회견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은 짐작이 가능했지만 이런 특별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다들 태상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해 몸이 달았다.
“그동안 베일에 감춰진 사장이라며 여러 가지 저에 대한 추측성 기사가 많이 나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그런 기사가 나가지 않기를 바라네요. 제가 60대 갑부일 거라는 추측이 많던데, 참고로 제가 제법 젊어서요.”
태상은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질 것을 대비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장난기 서린 말 덕분인지 기자들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가라앉고, 침착한 이성을 되돌아왔다.
진짜가 나타났다.
CMC 회사 사장.
그것도 무려 평범한 것도 아니고, 늙지도 않았다. 그는 젊은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잘생겼다.
특히 한국에서는 잘생긴 남자, 거기다가 어마어마한 부를 갖고 있는 그의 등장이 얼마나 파격적일지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원했다. 기자들의 머릿속에 그에 대한 기사를 어떤 방향으로 잡아야 할지 부산스럽게 돌아갔다.
앞으로 태상의 입에서 나올 얘기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몰랐기에 말이다.
“제가 오늘 그동안 철저하게 얼굴을 숨겨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드러낸 것은 여러분들께 알려드릴 진실이 다소 버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상은 표정을 진중하게 가라앉히고 좌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누구나 긴장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자리가 무척이나 익숙한 듯 전혀 긴장하지 않았고, 목소리에 강약을 주어 기자들의 주목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기자들은 그가 젊은 것 하나만으로 얕봐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상이 이렇게 기자 회견장에 직접 나타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 발표는 사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혜연이 해도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많은 논란이 있을 얘기였다. 그 과정에서 CMC 회사를 적대하는 세력도 분명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적대적인 감정이 혜연에게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혜연은 CMC 회사의 간판처럼 활동해왔다. 그러니 이런 문제를 그녀가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건 옳지 않았다. 그들의 원망은 개인인 혜연에게 쏟아지는 게 아니라 CMC 회사에 쏟아져야 했다. 회사의 비난을 개인이 감당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그의 말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는 고운 말보다 욕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만큼 쏟아질 말들이 많았기에 혹시 모를 피해를 줄여야 했다.
그래서 그가 나선 것이다. CMC 회사의 사장인 그가 나서면, 혹여 있을 수 있는 비난은 혜연이 아닌 회사로 향할 것이다.
“저희는 며칠 전, 천계에 있던 제 동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천계에 있던 동료?
기자들은 태상이 숨 하나 쉬는 것도 놓치지 않고 찍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접속이 되지 않았을 때, 그는 우연히 천계에 계속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사들과 함께 악마와 싸웠다고 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싸웠고, 많은 것을 잃어야했던 그는 기적적인 우연으로 이곳에 이동되어졌습니다.”
천계나 마계에 접속이 되지 않은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곳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 태상은 그들이 궁금해하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
"그는 저희에게 천계의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그곳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을 맺었는지 말입니다."
비극적인 결말이라는 말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기자들 사이에서 플래쉬 세례가 터졌다. 태상은 잠시 시간을 두고 침묵하다가 다시 말했다.
"천사가 악마에게 패배했다고 합니다. 더 이상 천계에는 천사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곳은 악마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
웅성웅성
덤덤한 목소리로 말한 것치고는 파급효과가 컸다. 그들의 머릿속에 더 이상 태상과 혜연을 어떻게 엮어볼까, 어떤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쓸까 하는 생각이 사라져 있었다.
천사가 패배했다!
천사가 죽는 건 그들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로인해 이곳에 미칠 영향이 무엇이냐는 거다. 그들의 머릿속에 불길함이 맴돌았다. 부디 그가 희망적인 말을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얘기가 희망적이었다면 태상이 굳이 이곳에 올 필요도 없었다.
"악마는 현재 계속해서 인간계에 나타나 이 땅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 악마들은 계약자들에게 자신들은 인간계에 관심이 없다고 분명히 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천사와 싸울 때조차도 인간계에 악마를 보내 우리를 괴롭혀 왔습니다. 더욱이 이젠 천사들까지 패배했죠."
"..........."
기자회견장에 침묵이 맴돌았다. 그들이 가장 바라지 않았던 일이 일어날 것임을 다들 본능적으로 짐작한 게 분명했다.
"지금 남은 소수의 계약자들이 그들을 막고 있긴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계약자의 수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잘 아실겁니다."
기자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어떤 기자는 태상의 말을 듣고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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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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