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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58화 (158/251)

00158  천사  =========================================================================

"무슨 생각으로 저들을 악마한테 안내한 겁니까? 그러다가 간신히 공격을 멈춘 악마가 다시 날뛰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에요?!"

"저도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워낙 완고하게 악마한테 안내해달라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CMC 회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악마를 잡건 그건 저희들이 참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기에....."

세르게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열심히 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화면을 주시하던 이가 그들에게 공격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어어..?! 시작합니다!!"

"지금이라도 막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젠장, 지금 누가 저들한테 가서 하지 말라고 말을 전하겠습니까?"

당연히 누구도 그런 짓을 할 간 큰 이는 없었다.

부디 악마가 저들만으로 만족하고 날뛰는 걸 멈춰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들은 태상과 사로나가 악마에게 다가가는 것을 주시했다. 멀찍이서 촬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여파가 그들에게까지 미칠 것을 고려하여 호위로 계약자들을 배치했는데, 어쩌면 그들이 저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기척을 느꼈는지 바닥에 앉아 있던 악마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눈동자를 돌려 남자를 똑바로 주시한 악마가 입을 열어 말했다.

"웬 놈이냐."

악마는 설마 단 둘이서 자신을 잡기 위해 찾아 왔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가 자신을 상대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태상은 마나건을 꺼내 악마를 향해 겨눴다.

"웬 놈이긴, 너 죽이러 온 계약자다."

"네가 날 죽인다고?"

그의 옆에 있던 또 다른 악마가 크하하하!!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태상의 몸보다 더 큰 망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웃기는 녀석들이구나! 크하하!! 이 망치 한 방이면 죽을 놈이 말이야. 용기는 가상하지만 장난을 칠 땐 상대를 가렸어야지."

사로나가 태상의 곁으로 다가와 검을 꺼냈다. 그녀의 검에 서린 날카로운 예기를 본 악마들은 웃음을 그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녀석들....진심으로 우릴 죽이려고 온 거로구나."

악마가 그들의 기세가 장난이 아님을 느낀 모양이었다. 태상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늦었어."

"뭐?"

태상의 마나건이 붉은색이었다.

태상이 마나건을 쏨과 동시에 사로나가 땅을 박차고 뛰었다. 악마는 그녀를 향해 귀찮다는 듯 손을 휘둘러 내쳐버리려 했다. 자신의 방어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사로나의 몸은 그의 팔에 부딪혀 저 멀리 나가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악마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의 팔을 발견했다.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콰쾅!! 쾅! 콰아앙!!

팔이 잘린 악마 옆에 있던 다른 악마는 총알이 몸에 박힌 후 터진 폭탄에 의해 몸 이곳저곳이 터져 나갔다.

태상은 자신의 볼에 튄 악마 녀석의 살점을 신경질 적으로 떼어냈다.

사로나가 아직 악마를 처치하지 못했기에 태상이 총알을 악마 녀석의 미간에 박아 넣었다.

콰아앙!!

미간에 박혀 얼굴이 뒤로 휘청거리던 악마가 2차로 폭발이 일어나자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악마가 쓰러졌다.

“수거하고 돌아가자.”

“응.”

태상이 수거하자는 것은 당연하게도 악마의 심장이었다.

한편, 이 모든 것을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었던 이들은 입을 쩍 벌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 영상이 조작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이 가장 잘 알았다.

“죽...인거죠?”

그들의 눈앞에 악마의 심장을 줍고 있는 태상의 모습이 보였다.

세르게이는 꿀꺽 침을 삼켰다.

“다, 당장 저 분 모셔오세요. 당장!!”

“예!”

저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깨닫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로나가 특별했다면 처음부터 악마가 두 명 소환 됐을 때, 저런 광경을 보여줬어야 했다.

세르게이는 헐레벌떡 상황실을 뛰어 나와 헬기가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그가 도착하자 때마침 얼마 지나지 않아 태상과 사로나가 헬기로 도착했다.

세르게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들과 맞닥뜨려야 했다.

“헉...헉....”

태상은 세르게이의 헉헉대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미 태상과 사로나는 그들이 멀찍이서 자신이 싸우는 모습을 모두 보았음을 알고 있었다. 카메라는 모조리 부셔서 처리했으나 세르게이가 어딘가에서 보고 왔을 그곳에 가서 다른 영상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태상이 세르게이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안내하시죠. 저한테 아주 할 말이 많아 보이시네요.”

세르게이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 보이는 태상의 모습을 보며 얌전히 그들을 상황실로 안내해야 했다.

물론 태상은 계약을 할 때 악마와 싸우는 것을 보지 말라거나 영상을 찍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서 자신이 싸우는 모습을 찍으라고 한 적도 없었다.

아무리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무척 곤란했다.

세르게이가 상황실 안으로 들어가 태상이 밖에 있다는 것을 알렸다.

“모셔왔습니다.”

그때, 태상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갑자기 들어왔다. 안에 있는 모니터는 모두 꺼져 있었고, 그들은 갑자기 들어 온 태상을 향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세르게이는 보지 못했지만, 그들은 영상으로 태상이 카메라를 부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미 들켰다는 것을 알았기에 모니터는 치우지 않고 대신 꺼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어를 하지 못했기에 세르게이가 중간에서 통역을 해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세르게이의 역할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렸다. 태상이 매끄럽게 영어로 그들의 말을 받았던 것이다.

“환영합니다.”

“환영한다고 하기에는 이런 식으로 반칙을 쓸 생각부터 하고 계셨다니, 당황스럽네요.”

“....”

“당장 제 눈앞에서 폐기처분해주시죠. 전 그 영상이 다른 곳에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태상의 말을 들은 그들은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는 태상과의 관계를 섣불리 엉망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저희들은 그저 CMC 계약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악마를 죽이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대로 계속 있으면 악마에게 땅을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해서 급한 마음에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확실하게 보상과 모든 영상 삭제를 장담 드리겠습니다.”

“......”

태상은 일단 그들이 순순히 영상을 넘기고, 사과를 하자 그들에게 화가 나 있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사과를 한다고 일어난 일이 그렇지 않게 되는 건 아니었다.

“만약 나중에 이 영상이 다른 곳으로 흘러 나갔다는 게 확인 된다면 러시아는 절대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할 겁니다.”

나라를 악마에게 빼앗기는 건 태상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다.

태상이 저렇게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의 다소 까칠한 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복사본은 없다 확고히 그에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CMC에 항의를 하려 했던 그들이지만, 태상의 활약을 본 러시아 관계자들은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 CMC회사는 계약 내용을 충실히 이행한 거였으니 굳이 넣을 항의도 없었다.

그들은 분위기를 좀 부드럽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자리를 옮겨 얘기를 나누자고 그에게 제안했다.

“자자, 이렇게 서서 얘기를 나누지 말고, 자리를 옮겨 좀 더 좋은 곳에서 식사 대접을 하며 말씀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들이 CMC 계약자분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태상도 러시아의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살고자 한 일에 너무 과하게 달려들어 팍팍하게 굴고 싶지는 않았다. 살고자 한 일인데 말이다. 더욱이 태상은 러시아라는 나라와 아예 척을 질 생각이 없었다. 어찌됐든 그들은 고객이고, 악마에게 러시아 땅을 빼앗기게 되는 건 악마들의 힘이 더욱 쌔지는 결과를 낳게 되니 말이다.

그들은 태상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자리를 옮길 생각 없습니다. 일이 바빠서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들이 그에게 할 말은 뻔했다. 분명 그를 러시아로 스카웃을 하려고 할 거다. 하지만 CMC 회사를 두고 그가 러시아로 이민을 올 확률은 0.01%도 되지 않았기에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었다.

본래 악마를 죽이고 깔끔하게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태상이다. 그들이 갑자기 카메라로 전투 영상을 찍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모두 이곳에서 10초 내로 벗어나시는 게 좋을 겁니다. 10초 후에 이곳은 폭파시키겠습니다.”

태상이 매정하게 말했다.

러시아 관계자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말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갑자기 이곳을 폭파 시킨다는 것도 당황스러웠고, 자리를 옮겨 자세한 얘기를 좀 더 하자는데 딱 잘라 거절하는 그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이곳에 있는 모든 정보는 소각 될 겁니다. 몸만 챙기고 전부 나가세요. 만약 나가서 몸을 수색했는데, 수상한 물건이 발견되면, 앞으로 CMC는 러시아의 어떤 의뢰도 받지 않을 겁니다.”

자신의 정보가 담긴 것이 혹여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저들이 자신의 사냥 영상을 정말 깔끔하게 모두 지워 줄 것이란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퍼트리진 않아도 자신들끼리 돌려보며 그를 조사하려 들 거다. 그러니 애초부터 그런 일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었다.

“자, 잠시 만요! 이렇게 너무 갑자기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다급하게 말해봤지만 태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신이 이미 내뱉은 말을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보다 늦게 나가는 건 그다지 추천 드리지 않겠습니다.”

태상이 문을 열고 그들에게 경고했다. 세르게이는 슬금슬금 움직여 러시아 관계자 중 가장 빨리 상황실에서 몸을 피했다. 태상의 경고가 단순히 말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모양이었다.

한 명이 그렇게 뛰쳐나가자 다른 관계자들도 헐레벌떡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태상이 마나건을 꺼내들고 모니터가 있는 곳을 향해 총을 쐈기 때문에도 더욱 그랬다.

퍼어엉!!

검은 연기가 하늘 위로 올라갔다.

파란 하늘이었다면 좋았겠으나 여전히 하늘은 붉었다. 정말 그들이 있었던 상황실에서 몸만 갖고 온 채 모든 게 불에 타버리고 말았다.

임시로 만든 컨테이너 박스인 상황실이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넋을 잃고 벙찐 얼굴을 하고 있는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태상이 이번엔 당근을 던졌다.

“일을 확실하게 마무리 할 수 있게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어떻게 협조야!!’

변명할 수 없는 확실한 강제적 협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관계자들은 태상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들이 먼저 이런 일을 생기게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몰래 카메라로 찍었고, 그 일로 태상이 러시아에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면 그들은 더욱 곤란해 질 것이다.

"....."

결국 누구도 항의의 말을 내뱉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 후.

그들은 한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 안이 아닌, 러시아에 남았다.

생각보다 체류 시간이 길어질 듯 했다.

영국을 들리지 않아도 돼서 애써 송이가 싼 캐리어가 필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듯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례한 것이 있으니 무례를 만회할 기회를 달라며 가려는 태상을 계속해서 붙잡았다. 그들은 태상이 CMC 회사 사장이라는 것은 몰랐으나 그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알았기에 계속해서 그를 붙잡기 위해 애를 썼다.

결국 태상은 그들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러시아에서 보내기로 결정을 해야 했다. 사로나가 너무 오랫동안 비행기를 연속으로 탄 덕분에 피로감이 쌓여 있는 게 아니었다면 태상은 곧장 떠났을 것이다.

사로나는 괜찮다고 했으나, 그녀의 일정을 알고 있었던 태상은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너무 서운하게 대할 순 없으니 하루 정도 쉬고 움직이자고 말했다.

"저분을 모시는 데 한 점 실수도 없어야 할 거네."

"예, 알겠습니다."

그들이 묶는 호텔 책임자에게 당부, 또 당부를 하는 세르게이였다.

도대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렇게 호들갑을 떠니 정말 조심해서 모셔야 하는 이들이라는 것은 알 것 같았다.

일단 모시기 위해서는 고객님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호텔 책임자는 일단 정갈하게 의복을 다시 한 번 정돈한 후, 그들이 묶고 있는 숙소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누구야?"

안에서 영어로 누구인지를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문이 열리고, 한 젊은 남자가 가운을 입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호텔 책임자는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를 세르게이가 쩔쩔매며 데려 온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당황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한 편만 갖고 왔습니다. ㅠㅠ

추천 한 번씩 눌러주시고 가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리고 코멘을 보고 적습니다.

100만 달러에 대한 부분 지적은 옳은 말씀을 하신 것 같아 100만달러로 조정하는 게 아니라 원래 주기로 했던 가격에 2배에다가 +100만 달러 달라는 걸로 바꿔봤습니다. 화폐 가치에 대한 부분은 확실히 제가 부족했네요. 기회가 될 때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집어넣겠습니다. 그리고...민아는 돈이 필요해서 기자가 된 게 아닌데ㅠㅠ 설명을 해놓지를 않아서 그렇게 이해하셨군요. 해서 154화 끝부분에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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