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148화 (148/251)

00148  한용우  =========================================================================

“으음....!”

태상이 저도 모르게 신음이 뱉어졌다. 송이가 정말 그의 등 뒤에서 알몸으로 꼭 끌어안아준 덕분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서비스가 좋아?”

“음....그냥? 이제 배 나오면 이렇게 못해주잖아. 그래서 특별히 서비스해주는 거야.”

서비스라는 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태상이 허리를 감은 그녀의 손을 살짝 떼어내고 몸을 돌렸다. 그녀의 아름다운 나체가 시야에 들어오자 그가 송이의 입술을 삼켰다.

그렇게 몇 분후, 번들거리는 입술을 한 태상이 그녀를 안아들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의 상의는 언제 벗었는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태상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송이는 그런 태상에게 자연스럽게 몸을 맡겼다.

침대가 태상의 힘이 버거운 듯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한참 후, 태상과 송이는 침대에 누워 나른함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 보니까 혜연씨가 다르게 보이더라. 대단한 사람을 내가 너무 부려먹은 것 같아서 미안해졌어.”

태상의 팔에 팔베개를 하고 있던 송이가 갑자기 혜연의 얘기를 꺼냈다.

“걔가?”

태상은 그녀가 대단해보였다는 말이 웃겼는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혜연씨랑 너처럼 계약자가 될 수 있어?”

“뭐?”

나른함에 빠져 있던 태상의 정신을 훅 끌어당기는 소리였다. 태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말했다.

“임산부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치, 그냥 해본 소리야. 혜연씨는 네 일을 마음껏 도울 수 있잖아. 난 그럴 수 없는 게 답답해. 네가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설마 혜연이를 질투하는 거야?”

“......”

송이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녀는 지금 혜연이를 질투하고 있는 거다. 송이는 혜연의 활약을 뉴스로 보며 그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혜연처럼 그와 함께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그의 옆에서 지구를 구하는 영웅 같은 멋진 일들을 말이다.

“너랑 혜연씨 사이를 의심해서 질투하는 게 아니야. 난 혜연씨가 하는 일들이 부러운 거야.”

태상은 송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송이가 자신과 혜연의 사이를 의심할 거란 생각은 상상조차 안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심각한 표정이 스쳐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송이마저도 계약자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겠는가.

태상은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정보가 얼마의 가치를 가진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한용우라는 존재를 통해 이런 일이 어디에선가는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심장을 통해 새로운 계약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평생 비밀로 묻힐 정보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 전에 태상이 이 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모두 얻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왜 그래? 내가 그런 말해서 기분 나빴어?”

송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태상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아니,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서. 그게 문제거든.”

“계약자들이 많으면 더 좋은 거 아니야? 도와줄 사람이 그만큼 늘어나는 거잖아.”

그건 송이가 계약자들에 대해 몰라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시한 폭탄 같은 존재들인지 말이다.

“그렇게 들쭉날쭉 계약자들이 생기면 관리가 힘들어져. 지금 계약자들의 종류는 천사 계약자와 악마 계약자로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어. 근데 그 둘 관계가 무척 안 좋거든. 지금 상황에서 악마들을 내쫓는다고 해도 후폭풍이 심할 거야. 그래서 그들을 모두 합쳐야 하는 데 그게 참 곤욕이야.”

거기에다 새로운 계약자 타입까지 나타났으니, 그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계약자면 그냥 다 같은 계약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한용우.

그 녀석과 같은 케이스의 계약자들이 얼마나 나올지 잘 모르겠다.

일단 태상은 악마의 심장이 또 다시 바닥을 굴러다녀서 한용우 같은 일반인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진 돈으로 심장을

모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보다도 더 좋은 일이 없었다. 지금 심장은 그의 손에 많이 들어오면 들어 올수록 좋았다.

더욱이 지금 태상은 B등급 악마의 심장 두 개밖에 흡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이 좀 더 많은 심장을 흡수해서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태상은 일단 복잡한 생각은 더 이상 그만하기로 하고 눈을 감았다. 그는 저것들 외에도 꼭 해결해야 할 일이 더 있었다.

바로 라마스와의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라마스는 그에게 악마 침략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알아보겠다고 하며 사라졌었다. 그 후로 태상은 라마스와 연락이 두절 된 상태였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를 기다릴 수 없었다.

태상은 오늘 반드시 그와 해결을 보겠노라 다짐하고 천계로 접속을 했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했다.

태상은 어느새 곤히 잠들어 있는 송이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히 몸을 일으켰다. 태상은 방을 나와 혜연이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이곳에 방이 많으니 굳이 그녀를 다른 곳에 보낼 이유가 없었기에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라고 했던 것이다. 그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혜연이 금세 문을 열었다. 그녀는 짧은 핫팬츠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이리저리 풀러져 있었고, 침대에 누웠다는 것을 알려주듯 조금 부스스 떠 있었다.

태상은 혜연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말했다.

“돼?”

혜연은 누가 들으면 전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용케 알아듣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안 돼요. 태상님도 똑같으신 거에요?”

그는 혜연 조차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입술을 깨물었다.

“왜 갑자기 접속이 안 되는 걸까요? 혹시 천사들이 나 몰라라 책임 안 지려고 그러는 걸까요?”

그런 거라면 정말 개자식들이다. 태상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천사들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도움을 거부하는 건

“이 현상이 저희들한테만 그런 걸까요?”

“글쎄, 아닐 거라고 장담해.”

태상이 다른 사람들도 같은지 확인하기 위해 사로나에게 연락을 넣었다.

사로나는 곧장 전화를 받진 않았지만, 부재중 전화를 보았는지 곧 연락을 다시 주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나타난 악마를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기에 가장 객관적으로 상황을 알려줄 수 있었다.

프랑스에 있는 그녀까지 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거라면, 모두가 그럴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태상, 혹시 천계에 접속 돼?]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사로나가 다급하게 물었다.

태상은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갑자기 천계에 접속이 되지 않는 것이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천사 계약자들이 모두 접속이 되질 않는 거였다.

그럼 악마 계약자는?

태상의 머릿속에 그 질문이 스쳐 지나갔다.

다음날.

태상은 혜연과 함께 한용우를 만나러 움직였다. 접속에 관한 일을 좀 더 파헤치고 싶었지만 솔직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악마를 만나 물어보거나 천사를 만나 물어보거나 둘 중 하나였지만 그 둘 모두를 만날 방법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오늘 아침은 어제처럼 악마가 소환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안도했지만, 태상은 오히려 그것이 더 불안해졌다. 악마 놈들이 아직 물러가지 않은 건 확실하다. 천계에 접속이 되질 않는 것으로 보아 그곳에서도 분명 무슨 일이 있다는 건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용우는 혜연을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 어쩐지 시선이 몽롱한 게 혜연을 보며 첫눈에 반한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혜연은 용우의 힘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분은 TV에서 나오던 그 분 맞으시죠?!”

용우가 태상에게 물었다. 그는 지난 밤 혼자 갇혀 지낸 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제법 멀쩡한 얼굴이었다. 태상은 혜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용우를 보며 피식 웃었다.

“예쁘냐?”

“네에......네?! 아 그게 아니라...”

우물쭈물 거리면서 얼굴을 붉혔다. 혜연은 그의 말이 기분 나쁘지 않은지 얼굴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패, 팬이에요.“

용우가 혜연에게 말했다. 혜연이 TV에 나온 덕분에 팬까지 생긴 모양이었다. 그녀의 활약을 보면 확실히 팬이 생길 만도 했다. 혜연은 감사해요 하고 작게 말했다.

“자, 됐고 이제 자세히 얘기를 해보자고.”

“네, 넵!”

용우가 마치 갓 군대에 들어 온 어리바리한 녀석처럼 말했다.

“제가 처음 그 이상한 보석을 줍고 나서 기절을 했었어요.”

“기절?”

“네. 제가 악마가 나타났다는 곳에 뒤늦게 취재를 하려고 갔었거든요. 그때 보석을 주웠고 장난으로 깨물어본 건데 갑자기 입속으로 솜사탕? 그런 것처럼 삼켜졌어요.”

혜연과 태상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아마 그때 악마의 심장을 흡수해서 계약자가 된 것이리라.

“기절을 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 됐지?”

“깨어난 후부터 뭔가 몸이 무척 가벼웠어요. 진짜 엄청 아파서 기절할 정도였거든요? 근데 그게 싹 다 나았었어요. 그래서 전 제가 꿈을 꾼 건가 싶었고요. 이상한 일이네 하고 그냥 계속 평소처럼 생활했었는데 제 몸이 이상한 거에요!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몸이 이상해진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자신이 계약자가 된 것임을 알았단다.

태상은 한용우가 얼마만큼 강한 능력을 사용하는지 궁금했다. 해서 그에게 전력을 다해 자신을 공격해보라고 했다. 용우는 아예 싸우는 방법 자체를 모르고 있었기에 공격이라고 해봐야 주먹질이 전부였다.

낮은 등급 심장을 먹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악마나 천사와 계약을 하지 않고 심장을 통해서만 계약자가 되어 그런지 주먹질은 여전히 형편없었다.

이게 그의 능력 전부라면 천계나 마계에서는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 허접한 실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몸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 빼곤 다른 현상을 느낀 적 없나?”

“음....다른 현상이요? 잘 모르겠어요.”

“네가 나한테 주먹질을 했을 때, 네 주먹에서 초록색 빛이 맴돌았었어. 그게 네 능력이랑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계약자들에게는 고유 능력이 하나씩 있다. 태상에겐 무력화이고, 혜연에겐 염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니 용우에게도 그런 고유 능력이 생겨나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한 번도 제대로 힘을 써본 적이 없으니 그건 차차 알아내야겠군.”

“단순히 심장 등급이 낮아서 저렇게 약한 걸까요? 음...굉장히...”

혜연은 차마 용우의 앞에서 ‘허접하다’라고 말하기가 뭐한 모양이었다. 말을 끝맺지는 않았지만 태상은 그녀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글쎄, 좀 더 알아봐야겠지.”

“제, 제가 많이 약한가요?”

혜연과 태상의 말을 들은 용우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태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엄청나게 강할 줄 알았나? 네 녀석 정도 수준은 말에 치일 정도로 많아.”

용우가 주먹을 꽉 쥐었다.

“저도 강해지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어요? 제발 알려주세요. 저도 그때 하셨던 것처럼 그런 강한 힘을 갖고 싶어요!”

아마 용우가 태상이 낸 만큼의 힘을 쓰려면 배 터지도록 심장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태상은 그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기다려. 아직 널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않았으니까.”

태상의 말에 용우는 그가 자신의 목숨을 위협했던 그때가 떠올랐는지 목을 움츠렸다.

“네가 저놈 좀 당분간 케어 해줘.”

“네, 그럴게요.”

섣불리 밖으로 나돌게 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계약이 아닌 심장으로 계약자가 된 용우는 여러모로 두고두고 보며 지켜 볼 가치가 있었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놈을 절대 다른 곳에 넘겨줄 순 없었다.

용우가 혜연에게 호감이 있어 보이는 듯 하니 그녀에게 맡기면 말을 잘 들을 것도 같았다.

태상은 용우에게 가족이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용우가 갑자기 가족은 왜 묻냐며 불안해하자 그가 그들을 대피소에서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고, 뒤를 충분히 봐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렇게 하는 대신, 용우또한 태상에게 해줘야 하는 게 있었다. 태상에게 철저히 협조를 해주는 것 말이다. 용우는 태상의 말에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거절하면 태상이 살인 멸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곳에 따라올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이유가 컸다.

섣불리 도망치면 가족이며 자신까지 위험해질 것이라 협박을 했던 태상이다. 용우의 지갑을 뒤져 주민등록증을 빼앗아갔기에 그의 가족을 찾는 건 쉬웠다. 때문에 용우는 지금까지 태상에게 계속 협조를 할 수밖에 없었었다.

실제로 그가 가족을 위협한 건 아니었지만, 그런 협박을 당했었기에 그의 가족을 보호해주겠다고 말해도 선뜻 입을 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용우가 입을 닫아버리자 혜연이 그를 설득해야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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