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7 한용우 =========================================================================
태도가 유순해졌다가 또 다시 저렇게 살벌해지니 용우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미안하지만 널 살려둘 순 없을 것 같다.”
“지, 질문에 다 대답 했잖아요!! 사, 살려주세요. 아는 거 있으면 다, 전부 다 얘기할게요. 제가 계약자가 되는 바, 방법을 알아서 이러시는 거에요?? 그냥 우연이었어요! 보석이 떠, 떨어져 있기에 진짜인가 싶어서 깨물어봤는데 계약자가 돼버렸어요!! 진짜 전 그것밖에 몰라요!!”
말을 더듬으면서 용우가 필사적으로 태상에게 말했다.
태상은 용우의 말을 다 듣지 않고 그를 처리하려다가 그에게서 겨눈 마나건을 내려야 했다. 용우의 말에 걸리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뭐라고 했어?”
“네!? 제가 뭐라고 했나요? 뭐, 뭘요?”
“네가 계약자가 된 과정을 상세하게 얘기해봐. 만약 설명을 거짓 없이 한다면 살려주지.”
태상의 말에 용우가 동아줄이라도 잡은 것 마냥 줄줄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가 어떻게 계약자 노릇을 할 수 있었는지 모든 것을 말이다. 태상은 용우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고민했던 것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용우가 말한 ‘보석’이 있었다.
그 ‘보석’은 지금 태상도 갖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모든 일에 돌파구가 될 거에요!!”
혜연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태상도 처음에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그녀와 똑같은 흥분을 느꼈기에 충분히 그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
“네!! 그동안 왜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확실히 일리가 있는 얘기에요.”
“하지만 이 얘기는 절대 퍼지면 안 돼. 특히 정부에서 이 일이 알려지면 계약자가 되기 위해 난리를 칠 게 뻔해.”
“그럼 그 용우라는 사람의 입을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녀석은 내가 이미 조치해 놨어. 지금 녀석이 있는 곳은 떠들 사람이 전혀 없는 곳이거든.”
“아, 역시. 그럼 일단 시간은 번 셈이네요.”
그것으로 계약자들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태상도 잘 아는 바였다. 그리고 보석 아니, 악마의 심장으로 계약자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마 인간계에서는 심장을 얻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계약자들이 심장으로 능력을 강화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들은 탐욕을 이기지 못하고 악마니 천사니 할 것 없이 죽이려 들게 뻔해요. 심장을 얻어 강해지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겠죠. 그런 현상이 일어나면 태상님이 우려하던 천사 계약자랑 악마 계약자들 사이의 전쟁은 확실히 없어질 거에요.”
혜연이 한시름 놓은 표정을 지었다.
심장이 이토록 중요한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것을 혜연과 태상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왜 천사나 악마가 심장을 모으는지 그 비밀이 모두 밝혀진 듯 했다.
그래서 천사와 악마가 심장에 대한 것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여왕이 심장의 능력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것이 계약자들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조차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그리고 더 이상 천사와 악마가 마냥 아군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알려지게 될 테고.”
계약자들이 탐욕을 부리면 그들과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대로 쭉 그들과 계속 공생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계약자들이 그것에 미리 대비를 해놓을 수 있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건물을 하나 살 생각이야. 거기에 회사를 하나 차릴 거거든.”
태상의 말에 혜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회사요??”
“회사 이름은 CMC (Contractors Management Company).”
“매니지먼트? 그거 연예인 기획사 뭐 그런 건가요?”
갑자기 연예인 기획사를 한다는 말에 혜연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태상은 고개를 저었다.
“연예인이 아니라 계약자들을 관리하는 회사가 될 거야.”
“계약자들을요?”
혜연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정부는 계약자들한테서 어떻게든 빼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어서 난리를 치고 있더라고. 그렇게 되면 분명 계약자들은 오랫동안 참지 못하고 폭발할 거야. 그걸 막기 위해선 정부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기관 같은 게 필요해.”
“그러니까 그걸 태상님이 세우겠다는 뜻이군요! 정말 대단하세요!”
혜연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며 놀라워했다.
태상은 자신이 세운 회사가 흩어져서 숨어 있는 그들을 모이게 할 것이고, 그들이 모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가 정부를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커질 것이라 예상했다.
계약자들은 보호해줄 수 있는 곳이 생겨 좋고, 태상은 그들을 다루기 쉬워지니 더 좋았다.
이렇게 되면 악마를 막는 것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다. 악마가 나타나게 되면 계약자들을 파견해서 죽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회사를 세우게 되면 여러 가지 절차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았다.
“이 사실을 알면 계약자들이 전부 좋아할 거에요. 제가 계약자들이란 계약자는 싹 다 긁어 모와 볼게요.”
“그래.”
태상과 혜연은 얘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기다리고 있었어?”
강회장까지 있었기에 설마하며 묻자 송이가 방금 준비 끝났어. 하고 말했다.
“마침 부르려고 했는데 잘 나왔네.”
세연도 호호 웃으며 혜연에게 자리를 권했다.
“안녕하세요. 정혜연이라고 합니다.”
혜연이 강회장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음, 그래. 요즘 고생하면서 다닌다고 들었는데.”
“그저 태상님 곁에서 부족한 솜씨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우리 태상이와는 어찌 만났누?”
강회장이 혜연에게 관심이 생기는지 물었다. 혜연이 볼을 붉히며 말했다.
“태상님께서 제 생명을 살려주셨어요. 그게 첫만남이였죠.”
“호오, 그래?”
강회장은 그녀의 눈동자에 보이는 완벽한 신뢰와 복종을 느끼며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 눈빛이라면 죽으라고 시키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정도일 것이다. 실제로도 혜연은 태상이 죽어달라고 하면 진짜 목숨을 포기할 생각이 기꺼이 있는 여자였다.
강회장은 자신이 굳이 성진을 태상에게 소개시켜 줄 필요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미 자신의 사람을 이렇게나 훌륭하게 구해놓은 것 같아 보이니 말이다.
강회장의 흡족한 웃음소리가 식탁을 울렸다.
“회사를 하나 만들려고 해.”
회사를 설립하려면 강회장의 도움이 필요했다. 해서 태상은 식사자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즈음, 그에게 말을 꺼냈다.
"어떤 회사말이냐?"
강회장은 굳이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회사를 설립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었고, 그 때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른 법이었다.
그러니 태상이 지금 이 시기에 회사를 설립한다는 것도 충분히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시기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는 법일 테니 말이다.
"Contractors Management Company. 줄여서 간단하게 CMC로 할 생각이야."
"매니지먼트? 설마 지금 연예인 기획사 하게?"
세연이 설마하며 물었다. 당연히 연예인 따라다니게 하는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혜연이 대신 세연에게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계약자를 관리하는 회사라고 보시면 돼요.”
“계약자를 관리...?”
강회장은 혜연의 말을 곰곰이 듣다가 눈을 반짝였다.
“좋다. 뭐가 필요한지 말만 하거라. 모든 지원해줄 테니.”
“.....”
그 말을 들은 태진이 숟가락을 내렸다. 그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면 꼬치꼬치 캐묻고,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기 전에는 절대 저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강회장은 태상이 구체적인 무언가를 듣기도 전에 허락의 말을 한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정말 짜증나는 녀석이다.
짜증나게 잘난 녀석 말이다.
태상의 말은 새롭게 변한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창출해 낼 수 있는 이익을 무섭도록 정확하게 파악해 내놓은 사업이었다.
앞으로 이렇게 나타난 계약자들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을 이용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생각해내지 못할 발상이었다.
“본디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강호그룹은 괴물의 습격으로 인해 폐허만 남았다. 타격이 큰 것은 당연지사. 건물이 무너지고,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손해가 천문학적 수치로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찍고 있는 지금. 태상의 새로운 사업 얘기는 돌파구가 될 수 있었다.
“기회를 잘 살려보거라.”
“응. 당연하지.”
태상은 자신 있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
[적합한 건물을 찾았습니다. 괴물의 피해를 받지 않았고, 건물은 임대를 받은 곳이 있긴 하지만 돈을 주면 모두 팔겠다고 했습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이니 당연히 그렇겠지.”
태상은 성진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성진은 통화를 끊은 후부터 열심히 돌아다녔는지 금세 건물을 찾아 왔다. 태상은 기대치 않은 빠른 성과에 놀랐으나 티를 내지 않고 말했다.
"밖이 위험해서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지?"
태상의 말에 성진이 다른 변명 없이 죄송합니다. 하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이렇게 변명을 늘어놓는 것보다 성진이 하는 것처럼 묵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더 좋았기에 그를 봐주기로 했다.
“좋아. 지금 가족을 모두 데리고 알려주는 주소로 찾아와.”
지금 그들이 숨어 있는 대피소에는 태상의 가족 외에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고용인들과 그 가족, 그리고 의사가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사람들은 더욱 많았다. 그들은 태상의 가족들을 모시며 일을 하는 대신 안전한 장소를 제공받았기에 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들도 목숨이 중요하기에 지하벙커가 있는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선택을 받은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았다.
정부에서 내준 대피소는 단순히 사람들을 모아놓고 군인들이나 경찰들이 지켜주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먹거리나 생활품들은 모두 최저가들의 것이었다.
그에 비해 이곳은 넓은 방과 넉넉하고 고급스러운 먹거리들이 넘쳐났다. 이곳에 갇혀 지낸다는 느낌보다는 휴양을 하러 잠시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태상의 가족이 까다로운 것도 아니고, 각자 맡은 바 일만 책임져주면 그 외 시간에 터치하는 이도 없었으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함께 이곳에 피신해 있을 수 있으니 최고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태상은 지금 이곳에 성진네 가족도 함께 부른 것이다.
그가 일처리를 잘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으며, 앞으로 두고 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는 방금 전 했던 것처럼 그를 미련 없이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이번 일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가 오늘과 똑같은 일을 저지른다면 언제고 그는 성진을 버릴 것이다.
혜연처럼 그에게 신임을 받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차이는 뚜렷했다.
만약 혜연이 다른 이유로 그의 뜻을 할 수 없다고 했다면 태상은 성진이 했던 것처럼 냉정하게 행동하진 않았을 것이다. 혜연은 존중을 받을 만큼의 일을 했고, 성진은 아직 그에게 존중받을 만큼의 일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건, 강회장의 얼굴을 봐서기도 하거니와 그가 쓸모 있는 녀석이니 뒤늦게라도 자신이 시킨 일을 해온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 가족들까지 전부요??]
“그래. 운 좋은 줄 알아. 할아버지가 널 소개시켜 준 게 아니었다면 이런 말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태상의 말에 성진은 전화를 끊고 자신이 아주 탁월한 선택을 했음을 깨달았다. 가족들까지 함께 데려오라는 것은 그들이 대피하고 있는 아주 안전한 곳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겠다는 허락일 테니 말이다.
적어도 정부에서 정해준 대피소보다 그곳이 훨씬 안전할 것이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 같은 일이었다.
“건물은 해결 됐군.”
“응? 뭐라고 했어?”
송이가 샤워가운을 입고 촉촉이 젖은 머리로 나타났다. 태상의 허리에 손을 감고 그를 꼭 끌어안자 태상이 물었다.
“웬일이야?”
송이는 태상의 정체를 알고 난 후부터 이런 식의 스킨십을 잘 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요 근래에는 악마의 침략으로 태상이 워낙 바빠 더욱 하지 못했고 말이다.
“요새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보들보들한 가운 안에 그녀의 따듯하고 말랑거리는 가슴의 감촉이 등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태상은 기왕이면 그녀가 서비스를 해주는 김에 가운 없이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음흉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서비스 해줄 거면 가운 벗고 해주면 안 돼?”
“.......”
송이가 그의 허리를 안은 손을 빼냈다. 아마 말은 없어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부끄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바닥에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까보다 훨씬 좋은 감촉이 그의 등에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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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털어놓겠습니다.
회사 이름 지었다가 비웃음 당할 것 같아서 그냥 태상이네 할아버지 회사 이름 갖다 붙였어요. 네,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하.하.하 절 매우 치십시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