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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45화 (145/251)

00145  한용우  =========================================================================

자신도 저런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태상은 고개를 저었다. 알려줄 수 없다는 뜻이다. 어떤 호구 같은 계약자라면 다른 이들에게 계약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줄지도 모르겠지만, 태상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태상의 반응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기에 장교가 그를 설득하기 위해 말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괴물들을 죽이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아닙니까? 부디 숨기지 말고 얘기를 해주십시오. 대의를 위해 말입니다.”

그가 말하는 대의는 분명 악마를 몰아내기 위함이겠지만, 속에 담겨 있는 것은 힘을 갖고 싶은 욕망이 분명 들어 있을 것이다.

“지금 있는 계약자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계약자들이 더 늘어나면 그들을 관리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 그러니 태상은 절대 새로운 계약자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장교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태상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런 일들에 관심을 보이는 것보다 시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일을 더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더 이상 이 일에 깊게 끼어들려고 하지 마십시오. 전 악마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계약자들을 억압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태상이 생각하기에 군대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선 악마로 인해 일반 시민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계약자들이 그들을 죽일 수 있도록 최대한의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랐다.

태상은 질문이 많을 게 분명한 그들에게 어떠한 질문에도 답을 해주지 않고 나왔다.

그의 경고를 부디 신중하게 들었기를 바랄 뿐이다.

저들은 계약자들을 조사하는 걸 멈추지 않을 거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저 장교에게 자신의 힘을 알렸으니 경각심은 가질 것이다. 섣불리 계약자들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도 말이다.

지금은 천사 계약자도, 악마 계약자도 섣불리 바깥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계약자들은 악마를 상대할 때 빼고는 다른 곳에서 능력을 쓰는 걸 꺼리고 있었고 말이다. 사람들이 그리고 정부가 계약자라는 존재를 어떻게 대할지 모르기에 상황을 살피고 있는 거다.

하지만 계약자들은 오랫동안 숨 죽여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자신의 힘을 뽐내고 싶어 질 거다. 정부가 그들을 억압하려 하면 할 수록 그 시간은 더욱 단축 될 것이고 말이다.

천계나 마계는 오로지 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강한 자가 살아남고, 강한 자가 존중받는다. 그리고 곧 이곳도 그렇게 되게 될 거다.

"오셨어요?"

그가 군인들이 있는 기지에서 나와 향한 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이가 있었다.

안경을 낀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태상은 그가 도망치지 않고 용케 자신을 기다렸다는 것을 보고 잘했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제부터 날 따라오면 돼."

"넵!"

그가 태상의 말에 빠릿하게 대답했다.

처음 그를 만난 건 건물 옥상이었다. 목에는 카메라를 들고 딱 봐도 계약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어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상은 그가 계약자라 아니라고 확신했기에 무시하고 지나쳤지만 지금은 저 녀석이 무척 쓸모 있는 존재인지라 곁에 두고 있었다.

저 녀석을 일단 다른 곳에 잠시 처리해놓고, 집으로 돌아가봐야 할 듯 싶었다.

'그 전에 그 녀석한테 연락을 해봐야겠군.'

지금 자신 소유 건물 중 제대로 남아있는 게 있을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그걸 알아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해서 태상은 성진에게 연락을 넣었다.

할아버지가 소개시켜 준 놈이니 능력은 분명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태상은 성진이 옆에 두고 쓸 만한 녀석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녀석이 얼마나 자기 일을 잘 해내는 놈인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성진은 다행히 악마들의 침략에 죽진 않았는지 연락을 받았다.

“지금 당장 내 소유 건물 중에 멀쩡한 게 있는지 알아봐. 건물 전체 다 사용할 수 있는 걸로. 다른 곳을 사와도 되니까 최대한 빨리 얻을 수 있는 쪽으로 알아봐.”

성진은 뜻밖의 연락에 당황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대피소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처지였다. 잠잠해지는 듯 보였던 괴물이 아침에 또 다시 나타났다. 지금 밖으로 나가는 건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건물을 알아보라고?

지금은 건물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몸을 숨길 곳을 알아보는 게 더 중요했다.

그런 끔찍한 광경은 생전 처음 보는 성진이다. 괴물이 건물을 무너트리고, 사람들을 죽였다. 사방에 피가 튀었고, 그 가운데에 가족들이 모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바깥의 무서움을 생생하게 경험했던 그는 가족들을 두고 태상을 보러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목숨이 제일 귀했다.

[지금 가족들과 함께 대피소에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밖을 나가는 건 자살 행위인 것 같습니다.]

성진이 갈 수 없다는 말을 전하자 태상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래? 못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해도 되나?”

성진이 태상의 싸늘한 목소리에 이 명령을 거부하면 더 이상 그의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상은 미련 없이 전화를 끊을 생각을 충분히 갖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늙긴 늙었네.”

태상의 말에 성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자신을 낮게 보는 것이 분했다.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고, 이렇게 그에게 해고당하는 건 그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어진다.

태상은 매정하게도 전화를 끊어버렸다. 성진이 고민 하고 있는 시간조차도 태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핸드폰에서 성진의 번호를 지워버리려 했다. 그는 더 이상 성진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태상의 곁에 있을 자격을 잃었다.

한편, 성진은 미련 없이 끊긴 전화를 보며 황당함과 찜찜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리한 말을 한 건 자신이 아니라 태상이었다. 밖에 괴물들이 설치고 다니는데, 어떻게 나가란 말인가.

그런 말을 내뱉은 건 스스로지만, 한동안 그는 핸드폰을 들고 머뭇거리며 서 있어야 했다. 성진이 젠장!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태상에게 다시 통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고, 태상이 받자 성진이 말했다.

"하겠습니다."

태상은 그 말을 듣고 알겠다는 소리조차 하지 않은 채 끊었다. 하지만 성진은 그의 마음을 풀려면 직접적으로 그가 시킨 일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성진이 대피소 문을 바라봤다.

저 밖에 무엇이 있을지는 그도 잘 모른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괴물들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태상에게 제 할 일도 못하는 멍청한 놈으로 낙인 찍혀 해고당하는 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그가 시킨 일을 해내고 말리라 다짐했다. 안달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태상은 혜연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오라고 말했다. 혜연은 가장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약자였던 지라 그녀와 함께 하고 있는 천사 계약자들이 제법 됐다.

그녀를 중심으로 천사 계약자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태상은 그 현상을 기꺼워했다.

혜연이 천사 계약자들의 중심이 되어 준다면, 태상은 악마 계약자들을 설득하는 일만 하면 될 테니 말이다.

그녀는 악마를 죽이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동안 싸웠고, 그로인해 사람들은 그녀의 활약을 모두 알고 있었다. 뉴스에서 계속해서 그녀의 활약상을 보냈기에 어느덧 이 나라 사람이라면 혜연이 계약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졌다.

태상은 그녀가 유명해지는 것을 부러 막지 않았다.

혜연을 그의 가족이 대피하고 있는 곳으로 불렀기에 그도 그쪽으로 움직였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경찰과 군인들이 치안을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며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믿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그리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언제 악마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 덕분에 대피소에서 움직일 생각을 잘 하지 않았던 것이다.

생필품 같은 것들은 모두 군인들이 조달을 해주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생필품들을 갖기 위한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악마가 나타나기 전보다야 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엔 없지만 군대에서 평등하게 음식을 나누어주었기에 불만을 드러내진 않았다.

가끔 바깥의 혼란을 틈타 도둑질을 하거나 하는 등의 범죄가 일어나곤 하는데, 주변에 쫙 깔려 있는 경찰과 군인들이 있는 덕분인지 그렇게 많은 숫자의 범죄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현재까지는 말이다.

태상이 일반인과는 달리 빠르게 달리는 것을 목격한 경찰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가 계약자일 거란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그들은 계약자를 발견하면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삑삑!! 잠시 멈추세요! 거기! 어디서 오시는 길이십니까?”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태상을 세웠다. 그는 용우를 어디로 데려다 놓은 것인지 혼자였다.

“저한테 무슨 볼 일이 있습니까?”

일반인들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대피소에서 얌전하게 몸을 숨기고 그들의 말을 잘 따르고 있지만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계약자들이었다.

“혹시 계약자십니까?”

경찰의 물음에 태상은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이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신분증 좀 보여주시죠."

그가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경찰은 그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게 바로 경찰이 계약자들 혹은 그 의심자를 만나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위에서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했기에 경찰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다.

태상은 저들이 요구하는 신분증을 제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신분증을 낸 순간, 정부에 자신이 계약자라는 것을 알리는 꼴이었다. 문제는 신분증을 내지 않으면 그들이 결코 곱게 보내주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그걸 보여줘야 합니까?"

“계약자로 의심되시는 분들은 신분증을 보여주시고 정식으로 등록을 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법을 어기시는 겁니다. 신분증이 없으면 성함이랑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셔도 됩니다.”

법을 어긴다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법을 새로 정한 모양이었다. 계약자는 정식으로 등록을 하라는 걸 보니 정부에서 계약자들의 신상정보를 얻기 위한 수작을 부리는 듯 했다. 하지만 태상은 그들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

“말씀하지 않으면 연행해갈 수밖에 없습니다. 계약자 신고는 하셨습니까? 어디 대피소에 계시죠?”

경찰이 계속해서 꼬치꼬치 캐묻고 있었다.

이러니 계약자들이 아직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억압이 계속 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 전에 자신이 나서야 했다.

태상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땅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경찰의 앞에 서 있었던 태상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놀라 저도 모르게 비명까지 나왔다.

"억!"

그가 태상이 사라진 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태상의 몸이 어느새 저 멀리로 사라지고 있었다.

경찰은 진짜 계약자를 처음 보는 건지라 놀라 입을 쩍 벌렸다. 뉴스에서 보던 것을 실제로 보려니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는 여태까지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일만을 맡아왔었다.

단순히 빠르게 뛴 것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넋을 잃었다.

그는 뒤늦게 태상이 신분증을 내지 않고 도망을 쳤다는 것을 깨닫고 아차 했다.

하지만 이미 사라져버린 태상을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그를 잡으러 가야 했지만, 저런 엄청난 속도로 사라진 태상을 따라 갈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나가시기 전에 추천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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