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1 악마의 탑 =========================================================================
악마들의 침략은 잠시 소강상태가 됐다.
공격을 하던 악마들은 천계에서 받은 물약을 먹고 능력을 쓸 수 있게 된 계약자들이 상대해 죽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다보니 슬슬 상황이 정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약자들이 나서준 덕분에 악마가 정리가 됐다.
천계에서였다면 절대 이렇게까지 큰 피해를 입을 수준의 악마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나타난 곳이 인간계라는 이유로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계약자들이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천계에서만큼 사람이 많이 몰리진 않아 악마를 상대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랐다.
태상은 밤새 혼자서 움직이며 악마들을 찾아 죽였다.
그렇게 긴 밤을 보내고, 날이 밝았다.
크워어어어어~!!!!!!!!!
캬아아아아아!!!!!!!!!!!
사방에 악마들이 또 다시 소환됐다. 거의 다 수습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또 다시 악마가 소환 되자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이 깃들었다.
태상은 악마들이 소환 된 곳이 굉장히 인위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수를 쓰지 않고선 저렇게 모든 곳이 태상과 관련 된 곳에서만 나타날 리가 없었다.
“이명진.....”
역시나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이명진이 보란 듯이 그의 집과, 회사가 있는 곳에 악마를 소환했다. 덕분에 지금 그가 살던 집은 엉망이 되었고, 회사 건물 또한 무너졌다.
다행인 것은 건물 안에 사람들이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누가 이런 판국에 태연하게 회사를 출근 했겠는가. 태상은 이것이 이명진이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놈이 자신을 부르고 있는 거다.
이렇게 도발을 했으니 약오르면 자신의 앞에 나타나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이가 절로 으드득 갈렸다.
태상은 명진의 도발에 기꺼이 호응해줄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명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는 명진이 있는 곳이 어디일지 짐작해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이명진이 나왔었던 영상에서 악마가 계약자들에게 탑으로 모이라고 했던 것을 주목했다.
악마 계약자들이 진짜 탑으로 몰릴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명진은 그곳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태상이 탑으로 가는 건 자살 행위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태상은 그 모든 위험을 무릎 쓰고라도 그곳에 갈 수밖에 없었다.
악마들의 동태를 살펴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문제지만, 이명진을 죽이기 위해 가야 한다는 이유도 분명 있었다.
해서 태상은 지금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솟아나 있는 탑이 보이는 조금 떨어진 건물 옥상 위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중이었다. 탑 근처에는 짙은 안개로 잘 보이지가 않고 있었지만, 그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영상에서 악마가 악마 계약자들에게 탑으로 모일 것을 말했다.
적어도 계약자가 누구인지 아는 이들이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아니, 그걸 몰라도 궁금해서 온 일반인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 호기심이 얼마나 위험한 일을 자초할지 모르고 말이다.
악마들이 갑자기 이곳을 침략했고, 그 결과 죽게 된 사람들이 많았다. 그 속에는 악마 계약자가 있을 수도 있고, 천사 계약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악마들은 자신들 쪽 악마 계약자들에게 미리 대피를 하라는 등의 말들을 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때문에 악마 계약자들이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번 일로 피해를 보긴 했지만, 악마 계약자이니 악마가 시키는 대로 탑으로 모여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테니 말이다. 어쩌면 악마들의 등장으로 죽거나 피해를 본 악마 계약자들은 악마에게 배신을 당했다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이 배신을 당했다 생각하건, 아니건 일단 그들은 무조건 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알아보려면 그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했다.
그의 생각대로 악마 계약자들은 영상을 보고 속속히 탑으로 모이고 있었다. 다들 조심스러운 상황인지라 주변을 기웃거리며 상황을 살피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문제는 그들만이 탑 주변에 온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인간계에서 누가 천사 계약자인지, 악마 계약자인지 혹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니 태상이 이곳 근처를 움직여도 섣불리 공격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기요!”
그때, 누군가가 태상을 불렀다.
탑 근처에서 계약자들이 서성이고 있었기에 태상이 숨은 곳에 저도 숨으려다가 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태상은 그들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다른 곳으로 몸을 숨기진 않았다.
그들에게 자신이 악마 계약자라고 속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태상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안경을 낀 남자가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태상이 계약자 일거라 생각했는지 상기 된 표정으로 물었다.
“호, 혹시 그쪽 계약자에요?”
“.....”
남자는 굉장히 어리바리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태상은 그가 계약자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약자가 아니라면 저 남자와 대화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남자가 악마 계약자 일 거라 생각하고 도망치지 않은 것이었다.
지금은 악마 계약자를 만나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내야 했다.
답도 해주지 않고, 태상이 자리에서 일어나버리자 안경 낀 남자가 조급해졌는지 태상에게 달려와 말했다.
“저도 계약자에요!!”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되도 않는 거짓말이다. 아마 저 남자는 궁금증 때문에 겁도 없이 이곳으로 온 사람이 분명했다. 목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는 것으로 100% 확신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궁금증은 덮어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다.”
“네?”
남자가 태상의 말에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저 정말 계약자 맞다니까요? 못 믿으시겠어요?”
“네가 진짜 계약자였으면, 이렇게 계약자라고 떠벌리고 다니진 않았을 걸. 그러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발 닦고 자라. 내가 아니라 다른 계약자를 만났으면 넌 이미 죽었을 거야.”
태상이 남자를 두고,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뒤에서 남자가 놀라 기겁을 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어차피 이런 계약자들이 널리게 된 세상에서 새삼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거센 바람이 태상의 얼굴을 쳤다. 바닥으로 착지하고 주변을 훑는데, 그를 향해 한 무리의 남자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태상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착지 한 것을 본 모양이었다.
“계약자요?”
그가 태상에게 물었다. 남자들의 얼굴에는 신중함과 경계심이 깃들어 있었다.
태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자 남자가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말했다.
“계약자가 되면 무얼 해야 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사칭을 하는 놈들이 워낙 많아서.”
태상은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확인을 위한 절차이니 안다면 대답해주시죠.”
“계약자가 되면, 미션을 해야죠.”
미션을 해야 한다는 것은 진짜 계약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질문을 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계약자라는 걸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우리도 계약자입니다. 악마들이 탑으로 모이라고 해서 오긴 했지만 안개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죠. 군대가 막고 있기도 하고. 그쪽은 어떡하실 겁니까?”
악마들이 탑으로 모이라고 해서 모이긴 했지만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다. 해서 정작 오긴 했지만 가까이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악마들이 인간계에 나타나서 우리들의 터전을 파괴했는지 알아야겠습니다. 접속을 해서 악마한테 따졌더니 그저 탑으로 가라는 말만 하더군요. 가라고 하니 갈 수밖에 없죠. 그래서 탑으로 갈 겁니다. 한 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습격을 한 바람에 제 가족들이 죽었습니다. 전 악마한테 책임을 물을 겁니다. 천사 계약자만 없애면 될 일인데, 왜 우리까지 죽인 건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태상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그의 표정은 정말 가족을 잃은 슬픔 때문에 악마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듯 바뀌어 있었다. 저들은 단순히 자신이 계약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혹시나 있을 천사 계약자가 아닌지 구분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태상은 그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말을 했다.
남자들이 태상의 말에 저런....하며 안타까워했다.
“유감이군요. 우리들 중에서도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있죠. 저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악마들은 그저 탑으로만 가라고 하더군요. 우리들이 악마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해줬습니까! 이건 배신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탑 가까이로 접근하기엔 위험성이 높아서 사람을 구하고 있죠.”
“저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서로 뜻이 맞았다. 함께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태상의 말에 남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태상은 악마 계약자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태상이 천사 계약자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악마들이 자신의 계약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을 것 같다는 그의 짐작이 맞아 떨어진 덕분이었다.
"어라? 안개가 걷히고 있습니다!"
"진짜네?"
"드디어 길을 열어주는 건가."
'시작이군.'
태상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악마가 모인 계약자들에게 길을 열어 준 것이 분명했다. 안개가 걷히자 그들은 망설임 없이 다 함께 모여 탑을 향해 움직였다. 탑 가까이로 다가가자 군대가 그들을 막고 섰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저희들은 들어가야 합니다."
"당신들이 그 이상한 힘을 사용하는 계약자라는 사람들입니까?"
"....맞습니다."
"괴물이 당신들을 부른 걸 알고 있습니다. 잠시 저희들에게 협조를 해주셔야겠습니다."
군인들이 갑자기 계약자들을 둘러 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약자들의 얼굴에는 어떤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한 능력을 사용하면, 망설이지 않고 발포할 겁니다. 그러니 부디 얌전히 협조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능력을 사용하는 순간 여러분은 범죄자가 되어 현상수배를 당하게 되실 겁니다."
군인들도 그들이 인간이 낼 수 없는 힘을 사용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해서 저렇게 협박을 해 일부러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계약자들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들 중 누구도 총에 겁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범죄자가 될 수 있으니 능력을 쓰지 말라는 협박이 통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반드시 탑으로 들어가야 하고, 저들이 그걸 막는다면 죽여서라도 움직일 생각이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들을 막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악마 계약자들의 기세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군인들도 마찬가지로 물러설 기세가 없었다. 그들 사이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누군가가 먼저 움직이기만 해도 분명 큰일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쿠구구구궁!!!!!!
그리고 그때, 긴장감이 맴도는 그들 사이에서 커다란 소음이 터져나오며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아따 깜짝 할 뻔했네잉. 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잉 가시기 전에 추천 한 번씩만 부탁드리것습니다 행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