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130화 (130/251)

00130  민아  =========================================================================

아마 힘이 최상급이기 때문일 것이다.

라마스는 태상이 힘들지 않게 가죽을 이리저리 만지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한 번 착용해 보시죠.”

“그럴까?”

입고 있던 것을 벗고, 가죽을 입어보았다. 촉감이 좋아서 그런지 착용감도 훌륭했다. 분명 입긴 했는데, 입지 않은 것 같았다.

“무게감이 그다지 무겁게는 안 느껴지는데?”

“아마 능력치가 높으셔서 그럴 겁니다. 능력치가 낮은 계약자는 들지도 못하니까요.”

“그래?”

태상은 정말 그러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구도 실험을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라마스의 말에 태상이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라마스의 손에 단검이 나타났다. 그는 단검으로 태상의 가슴을 향해 찔러넣었다.

탱!

하지만 다친 것은 태상이 아니라 단검이었다. 단검이 두 조각나서 바닥에 떨어졌다.

“대단한데?”

그가 흡족한 듯 라마스에게서 단검을 받아 들고, 가죽을 그어보았다. 하지만 단검은 여전히 가죽에 어떤 흠도 내지 못했다.

“5억짜리 갑옷이니 값은 해야겠죠.”

“쿨럭, 뭐라고?”

태상이 헛기침을 했다. 라마스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갑옷이 점수 5억 짜리입니다. 하지만 가격대비 정말 좋다는 건 제가 장담드릴 수 있습니다.”

“.......”

5억이라니, 이게 5억??

태상이 허탈해졌다.

그는 지금껏 가격을 일일이 따져서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그럴 수가 없었다. 살 수 있는 것들은 많으나 점수가 전부 다 비쌌다.

벌 땐 개고생을 해야 하는데, 쓸 땐 뭐 하나 제대로 산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순식간에 사라지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러나 라마스가 보여주었던 이 갑옷이 5억이나 한다고 해도 포기 할 순 없었다.

전에 사용하던 것보다 훨씬 그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5억이면 그만한 능력치 값을 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구매할게. 5억이라도 어쩔 수 없지.”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얼마 남은 거지?”

“871,003,000점에서 5억을 사용하셨기에 371,003,000점 남으셨습니다.”

나머지 점수로는 물약을 사놓아야 할 듯싶었다. 체력 물약을 사고, 태상은 라마스와 헤어져 길드건물로 움직였다.

태상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일행 모두가 안도했다. 다쳤던 카살라도 멀쩡한 모습이었기에 S등급 미션에서 큰 피해를 입은 건 카와 길드뿐인 듯 했다.

"반네 길드는 어때?"

"저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소문이 쫙 퍼졌어요. 카와길드가 거의 망했다고요."

"그 정도까지 심각해?"

자신이 도착하기 전에 바로세의 주변에 피웅덩이가 심상치 않았었다. 아마도 그들이 오는 사이 많은 이들이 희생 당했을 것이다. 완전히 전부 다 죽을 뻔 했다가 겨우 구출을 받은 것이니 상황을 수습해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 했다.

"모두들한테 얘기할 게 있어."

그때,사로나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아이라와 나눴던 이야기를 일행에게 꺼내놓았다. 천사들에게서부터 심장을 은밀히 숨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태상이 S등급 미션보상으로 받았던 책을 꺼내들었다.

“이게 있으면 그게 해결 될 것 같은데?”

“그거, 공헌도 1위하고 받은 보상 맞지?”

사로나가 물었다.

“이게 있으면 굳이 담당 천사한테 미션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 미션에 참가해서 악마심장을 구하면 될 거야.”

혜연이 태상에게 심장의 효과가 궁금해져 물었다.

“그런데, 몸은 어떠셨어요? 심장을 먹으면 정말 강해지던가요?”

“예전에 인드고의 눈물을 먹었을 때 능력치가 강해졌었어. 그런데 이번에 악마의 심장을 먹으니까 그게 높아지더라고. 그리고 직접 체감하는 것도 훨씬 강해진 걸 느낄 수 있었고.”

능력은 말 할 필요도 없이 강해졌다. A등급 보다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악마에게 무력화가 먹혀 들어갔고, 은색으로 변한 마나건을 사용하는 것에 더 이상 무리를 느끼지 않았다. 즉 악마의 심장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어버려서 태상이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더 이상 심장을 먹는 것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오늘 B등급 심장을 먹어볼까 하는데?"

사로나가 악마의 심장을 꺼내며 말했다.

심장을 먹으면 강해진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태상이 하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로나가 태상의 허락에 망설임 없이 심장을 곧장 입 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러자 혜연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자신의 것도 꺼내들었다.

"저도 먹겠어요!"

심장을 섭취한 혜연과 사로나는 온 몸에 열기를 느끼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하지만 그처럼 두 개를 한꺼번에 먹은 건 아니었기에 태상처럼 심한 고통은 느끼진 않는 모양이었다.

그들도 처음에는 먹고 나서 곧바로 반응이 오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몸을 휘감는 열기에 당황해야 했다.

아이라는 나중에 C~D등급 악마의 심장을 먹기로 했기에 그런 혜연과 사로나를 간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옆에서 야호가 자신도 달라는 듯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심장을 보았으나 녀석에게 줄 심장이 없었기에 소용없는 일이었다.

사로나와 혜연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끙끙 앓다가 접속을 끊었다. 악마의 심장이 얼마나 그들을 강하게 해줄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

카페 안.

카페 문 앞에는 closed가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다. 때아닌 오후에 이런 팻말이 붙여져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있는 두 명의 손님 때문이었다.

“전 태상 오빠랑 만나는 걸로 알고 나왔거든요? who are you?”

민아가 팔짱을 끼고 도끼눈을 뜨며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모르지만, 사실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은 그녀가 만나길 원하는 남자가 맞았다. 몸이 바뀌어 알아보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태상은 그녀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려 줄 생각이 없었기에 말했다.

“내가 전해줄 테니, 나한테 말하면 됩니다.”

“NO! 당신한텐 할 말 없어요. 태상 오빠랑 통화하게 해주세요.”

민아는 도도하게 요구했다. 태상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 자리에 나온 건, 그가 그렇게 정했기 때문 입니다.”

갑자기 민아가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요? 당신이 누구인지 잘 알거든요? 강명진, 우리 오빠 자리 빼앗은 사람이잖아요! what the fuck!”

그녀는 태상의 일을 알게 된 후 곧장 사람을 시켜 조사를 했다. 해서 명진의 얼굴과 지금 현재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

“우리 오빠? 언제 그 사람이 당신 오빠가 됐습니까? 난 금시초문인데.”

태상이 어처구니없는 민아의 말에 기가 차 말했다. 하지만 민아는 그가 태상이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뻔뻔하게 나갔다.

“내가 누군 줄 알아요? 내가 바로 태상 오빠랑 결혼하기로 약속 되어 있는 약혼녀란 말이에요!”

“약혼녀? 나랑 아니, 그쪽이 강태상이랑 약혼녀라고?”

“그래요! 흥, 이제야 상황파악이 돼요?”

민아는 도도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사실 약혼녀니 뭐니 그런 약속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만남을 주선해 보겠다는 세연의 확답만 들은 것뿐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그가 태상과 절대 가깝게 지낼 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그가 태상의 말을 듣고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당신이 태상 오빠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빠를 직접 두 눈으로 만나보기 전까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에요. 날 오빠랑 만나게 하지 않으면 police에 신고 할 거에요!! 우리 아버지가 그쪽으로 연이 좀 있어요. 당신, 감옥 가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부는 게 좋을 거에요.”

“당신이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강태상과 사이가 가까웠지? 둘이 그런 사이 아니었잖아. 거짓말을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태상이 그녀에게 하던 존댓말도 내팽개치고 말했다. 민아가 도끼눈을 뜨며 소리를 질렀다.

“지금 어따 대고 반말이에요?!”

“네 앞에 대고 반말이다 왜?”

“what?!”

민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들었다는 듯 말했다.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아? 어머님한테 다 이를 거야!”

“건방진 꼬맹이....”

태상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왜 세연이 그녀를 한 번 만나봐 달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엄마가 그녀에게 자신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을 것이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엄마가 그에게 선을 보라고 성화를 부린 게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들 중 한 명이 민아였을 것이다. 하지만 태상은 민아 같은 스타일은 딱 질색이었다.

“네가 어머니한테 일러도 상황은 똑같아. 지금 말하지 않으면 영영 네가 말하고 싶어 했던 그 말도 못 전할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말해. 고스란히 강태상한테 전해 줄 테니.”

“......”

그의 말에도 민아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질 않았다. 그녀는 어쩐지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태상 오빠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하아, 아무 일도 없이 잘 지내고 있어.”

“Don''t lie through your teeth!! 거짓말도 정도껏 해! 잘 지내는 오빠가 갑자기 후계자 자리를 내려놓을 리가 없잖아! 당신 강회장님 양 아들이라며. 피도 안 섞였다며! 차라리 태진 아저씨가 후계자가 되시면 이해하겠는데, 당신이 갑자기 느닷없이 튀어나왔다고. 이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된다고 생각해?”

당연히 이해가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태상이 생각하기엔 민아의 이해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꼬맹아, 네가 무슨 자리를 원해서 어머니께 알랑방귀를 뀌었는지 알겠는데,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해. 네가 끼어들기엔 너무 복잡한 상황이거든. 넌 진짜 강태상의 약혼녀가 아니니 진실을 알 권리도 없어. 그러니까 그만 돌아가고, 다른 남자 물색해라. 나은 놈은 없을지 몰라도, 너 정도 되면 좋다는 놈들은 제법 될 테니까.”

“.......”

“강태상한테는 그 이상 전해줄 말 없는 걸로 알아도 되겠지?”

태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아는 그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그의 옆자리라는 지위가 탐이 나서 세연과 친분을 쌓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건대, 그게 전부는 아니다. 민아가 이대로 이렇게 질 순 없다는 듯 따라 일어나며 말했다.

“신분 상승이니 뭐니 그런 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못 사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그랬겠어!!”

태상이 밖으로 나가려다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럼 뭔데?”

“......”

민아는 왜 저 딴 놈한테 이 말을 해야 할까 싶어 분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태상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돌아서려 했다.

“좋아해! 좋아해서 그런 거란 말이야! 날 속물 계집애들 취급 하지 마!”

“....네가 강태상을 좋아한다고?”

태상은 이건 또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의 기억 속에 민아는 늘 자신에게 툴툴거리기만 하던 여자애였다. 자꾸 옆에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를 귀찮게 하는 아주 건방진 꼬맹이 말이다. 그랬던 여자애가 자신을 좋아했다고 하니 얼떨떨했다.

============================ 작품 후기 ============================

현실편이 재밌는 이유는.....

제가 현실편을 쓰는 게 더 재미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제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