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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25화 (125/251)

00125  민아  =========================================================================

바로세는 왜 자신이 소환했던 전기구체가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다. 처음에 태상이 능력을 사용했을 때, 그것을 튕겨내며 수작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바로세는 그것이 이상한 현상임을 눈치 챘어야 했다.

태상은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처음 은색으로 변한 마나건을 썼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정작 그 기운을 사용하는 태상이 전과는 달리 전혀 버거워하지 않았다.

마나건에서 모이기 시작한 거대한 기운에 바로세는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태상이 방아쇠를 당긴 지금, 그걸 깨달아 봤자 소용이 없었다.

“말도 안 돼...계약자가 어떻게 이런 힘을?! 말도 안....!”

바로세가 다급하게 전기구체를 만들어 태상이 쏘아낸 거대한 기운을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바로세는 사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보다 속에 입은 상처가 더 컸다. 해서 너무 갑자기 강한 기운을 사용하려 하자, 기운이 사용되기는 커녕 오히려 상처가 도졌다.

쿠구구구구궁~!!!!!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일행은 날아드는 돌멩이와 먼지들로 인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야 했다. 흙먼지가 잠시 일행의 시야를 가리다가, 이내 깊게 파인 흙구덩이가 그들 사이로 나타났다.

사로나는 바로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 위해 한걸음 앞으로 나갔다가 그의 시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했다.

“그놈 시체가 없어!”

적어도 놈이 죽었다면 심장이 떨어져 있거나 시체가 있어야 했다. 태상은 놈을 놓친 것이 아쉬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망쳤나보네.”

태상은 이마에 주르륵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아이라가 다급하게 사로나에게 말했다.

“태상 오빠 상태가 안 좋아!”

“뭐?”

사로나는 태상이 어마어마한 힘을 사용하기에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었다. 그런데 아이라가 그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니, 정말 아이라의 말대로 그의 몸이 불안하게 떨리고 있음이 보였다.

그리고 순간,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사로나는 재빨리 움직여 태상의 몸을 부축했다.

"세상에, 몸이 뜨겁잖아!"

“하아...하아...하아...”

태상이 무척이나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그의 몸은 여전히 굉장히 뜨거웠다.

“이 몸으로 그 악마랑 싸운 거니?!”

이런 상태에서 한 방에 바로세를 도망치게 하는 어마어마한 힘을 사용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태상 오빠, 악마 심장을 두 개나 한꺼번에 먹었어.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다고....놈이 더 강할지도 모르는데, 그걸 확실히 알 수 없으니까.....”

아이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슬퍼했다. 하지만 태상이 그녀에게 시켰던 일이 아직 남았기에 마냥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이라가 손에 쥐고 있던 인드고의 눈물을 가지고 반에게 다가갔다.

아이라가 태상에게 사용하려고 했던 인드고의 눈물을 그녀는 여전히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이유는 태상이 자신은 괜찮다며 그녀의 행동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으니, 그것은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도 위험한 상황인데 도대체 누구한테 사용을 하려 하는 건가 싶었는데, 이젠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반의 옆에 있던 레베카는 아이라가 반에게 손을 데려 하자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앞을 가로막았다.

“손 대지마!!”

레베카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아이라에게 소리 질렀다.

“죽지 않았어요! 반은 아직 안 죽었다고요! 그러니까 내가 좀 더 능력을 쓰면..!!”

아무래도 레베카는 아이라가 반에게 다가온 것을 그의 시체를 수습하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 듯싶었다. 하지만 그러려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아이라가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분을 헤치려고 온 게 아니에요. 태상오빠가 이걸 이분한테 먹이라고 해서 온 거에요.”

“.....그게...뭔데...요?”

레베카의 눈동자가 그녀의 손에 들린 것으로 향했다. 아이라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인드고의 눈물이라는 걸로 알고 있어요.”

“...!!”

레베카도 인드고의 눈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반에게 그것을 사용하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것까지 말이다.

레베카가 단 번에 길을 비켜줬다. 막아설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제발 그것을 반에게 사용해 달라고 빌어도 모자를 판이었다. 레베카가 순순히 길을 비켜주자, 아이라가 반의 입에 인드고의 눈물을 조금씩 흘려 넣어주었다.

“와....!”

아이라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인드고의 눈물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해서였다. 창백하던 그의 얼굴에 혈색이 도는 데까지 불과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바로세에게 뜯겼던 어깨도 순식간에 아물었고 말이다.

다 죽어가던 사람이 인드고의 눈물에 의해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광경에 레베카와 아이라는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 후, 영원히 떠지지 않을 것 같던 반의 눈꺼풀이 열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이 레베카를 응시했다. 그의 입술이 오물거리며 움직였다.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거냐?”

넋이 나간 레베카 대신, 에드워드가 대신 답해주었다.

“제가 죽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그러신 것 같아요.”

반이 누워 있던 바닥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까지 죽어가던 아니, 거의 죽었던 상태였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팔팔한 모습이었다. 반은 하나같이 멀쩡한 꼴을 하고 있는 이가 없는 것을 보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심지어 태상도 사로나에게 매달려서 기진맥진 하고 있었다. 반이 넋을 놓고 있는 레베카에게 말했다.

“네가 날 구해준 거냐?”

자신의 몸상태는 죽었어야 마땅했을 상처였다. 그런데 자신이 살았다면 그건 치료 능력이 있는 레베카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레베카는 아니라고, 고개를 젓고 싶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가 반응이 없자 반은 레베카가 자신을 살린 것이라 착각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맙다 살려줘서. 솔직히 죽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엔 완전히 죽었구나 싶었거든.”

레베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죄송하고, 면목이 없었다. 도대체 자신이 이곳에 와서 그를 구하기 위해 한 일이 무어란 말인가. 더욱이 태상이 건네 준 인드고의 눈물이 아니었다면 반은 죽었을 것이다.

레베카가 결국 서럽게 눈물을 터트렸다.

“흐아아아앙!!”

그녀는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정말로.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울고 있는지 몰랐던 반은 레베카가 자신이 살아나서 감격에 우는 것으로 착각했다. 아이라는 그런 레베카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자신도 그녀처럼 누군가에게 짐밖에 되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 느꼈던 절망과 자괴감을 아이라는 잘 알았다.

부디 그녀가 그 감정을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한편, 바로세는 도망갔지만, 클케논의 심장 덕분에 아예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태상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수습은 혜연과 사로나가 해야 했다.

카살라는 전기구체를 직격으로 맞아 상처가 심했다. 그들이 체력물약을 먹으며 전투의 후유증을 달래고 있는데, 노란 머리를 한 남자를 선두로 한 천사 계약자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태상 일행을 적으로 생각해 공격하려 했으나 곧 나타난 라마스 덕분에 오해를 풀 수 있었다.

노란 머리 일행은 태상 일행이 먼저 선수를 쳐서 미션을 끝내버리고, 공헌도 1위까지 차지하자 분노했다. 그들은 모르고 있으나, 사실 분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태상 일행에게 고마워했어야 한다. 만약 그들이 바로세와 마주쳤다면 놈의 먹이로 전락하고 말았을 테니 말이다.

태상 일행은 놈들의 분노 섞인 눈동자를 상대해주기엔 심신이 지쳐 있던 터라 무시하는 것을 선택했다.

태상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서둘러 천계로 돌아가야 했다. 라마스는 서둘러 공헌도 1위를 공표했다. 당연하게도 1위는 태상이었고, 라마스는 그에게 S등급 미션의 보상을 주었다.

반은 자신의 몸이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상이 자신에게 그것을 사용하도록 해주었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미안해했다.

반은 자신이 태상 덕분에 계속 삶을 이어갈 수 있음을 절대 잊지 않겠노라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지금 살려 준 목숨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반이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그가 그럴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태상은 오늘 그에게 그동안 졌던 빚들을 모두 갚고도 남은 일을 했다.

자신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귀한 인드고의 눈물을 그에게 양보했으니 말이다.

라마스가 준 S등급 보상에 관한 것은, 솔직히 들을 정신이 없어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지금 태상의 몸은 심장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전신이 바짝 긴장을 한 상태였다. 접속을 끊으면 조금 덜 할까 싶었던 태상이 접속을 해제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태상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접속을 끊자, 손가락 까딱할 힘도 나질 않아 곤란했다. 그로인해 난리가 난 것은 당연하게도 송이였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잠을 자다가 뜨거운 열기에 놀라 깬 송이는 태상이 혼자 끙끙 대며 앓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송이는 새벽부터 끙끙 앓기 시작한 태상의 이마에 물을 적신 수건을 올렸다. 그녀는 그가 아프다는 것을 알자마자 병원에 가려 했지만, 태상이 극구 반대를 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봐야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몸이 아픈 게 아니라, 영혼이 아픈 거였다.

심장의 힘을 영혼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앓는 거란 뜻이다. 그러니 몸과 상관없는 일이기에 병원에 가는 것은 쓸데없이 그를 귀찮게 만드는 일이었다.

태상은 절대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세연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 그녀가 안다면 한동안 병원에 갇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를 하고나서야 풀려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의사에게 그의 몸이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 받을 때까지 절대로 말이다.

태상은 그 무수한 경험들로 인해 병원을 싫어했다. 그러니 송이에게 절대 자신이 아픈 것을 세연에게 알리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

때문에 지금 송이는 그가 아픈 것을 다른 이들에게 모두 알리지 않고, 그의 이마 위에 적신 물수건을 올려주는 일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잠을 자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자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었다.

“속상해 죽겠어....”

송이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날이 밝자 태상의 몸은 점점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 새벽에 앓은 것은 거짓말인 것처럼, 12시를 넘어 시계가 2시를 가리킬 때쯤엔 그가 침대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반쪽이 됐던 그의 얼굴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왔고 말이다.

그는 마치 찜질방에서 시원하게 땀을 빼고 나온 것 마냥 멀쩡한 얼굴을 했다.

밤부터 계속 쭉 그의 옆에서 간호를 했던 송이는 자신이 속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 작품 후기 ============================

영화 레옹을 TV에서 하기에 봤더니,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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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레베카!!!으아아아어ㅣㄴ녀야비젇

작가 : ...!!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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