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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23화 (123/251)

00123  클케논의 요새  =========================================================================

한편, 레베카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일단 에드워드를 챙겼다. 에드워드는 갑자기 나타난 태상 일행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레베카가 보이자 자신들을 구하러 왔음을 깨달았다.

“괜찮아요? 다친 데 없어요? 이것부터 풀어줄게요!”

능력을 막는 쇠사슬부터 풀어야 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전 괜찮아요! 그러니 저 말고 반부터 구해주세요. 반 아저씨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에드워드가 하는 말은 이미 레베카도 아주 잘 아는 얘기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반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그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형 악마가 가까이에 있었기에 섣불리 나설 수가 없었다.

악마는 태상 일행이 클케논과 싸우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어쩐지 여유가 느껴졌다. 같으 동료라면 당연히 같이 싸워야 하는 것이 맞을 텐데, 그는 클케논이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녀는 우선 조금씩 눈치를 보며 움직였다. 조금씩 조금씩 반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형 악마는 그녀를 주시하지 않았다. 레베카가 안도하며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속도를 냈다.

인간형 악마는 그녀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봐주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어찌됐든 무사히 반에게 도달하는데 성공한 레베카는 바닥에 주저앉아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반..! 반! 정신 좀 차려 봐요.”

레베카가 작은 목소리로 반의 몸을 흔들어봤지만, 그는 여전히 꿈쩍도 하질 않았다. 레베카는 그의 숨이 거의 끊어질 듯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자신이 치료를 해도 소용이 없을지도 몰랐다.

이런 과한 상처는 아무리 치료해본들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그 대상이 오랫동안 의지해오던 반이 되니 덜컥 겁부터 났다.

아냐, 그럴 순 없어! 이대로 이렇게 쉽게 반을 포기할 수 없었다. 레베카에게 반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그만큼 그녀에게 많은 의지가 되어 주었던 사람이다. 그녀는 정말 말 그대로 젖 먹던 힘까지 다 사용해서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레베카의 손에서부터 시작 된 따스한 빛이 반의 몸을 환하게 감싸기 시작했다. 그를 치료하는 데 집중한 레베카는 인간형 악마에 대한 두려움을 모두 잊을 정도였다.

"으으...윽..."

그리고 그녀의 간절함이 닿은 것인지 반의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베카가 주변이 노랗고 어질 거릴 정도로 능력을 사용한 터라 그 효과가 빠르게 반의 몸을 치료해주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에게 드디어 원하던 반응이 나오자 레베카가 창백해진 안색을 한 채 그의 몸을 흔들었다.

“반....반...제발...정신이 들어요?”

“...레..베카?”

반의 눈동자가 서서히 뜨여지고, 그가 레베카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심장이 크게 쿵쿵댔다.

“흐윽...! 죄송해요....너무 늦게 왔죠? 정말 죄송해요...”

레베카의 눈물이 그의 얼굴에 뚝뚝 떨어졌다. 반은 온 몸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베카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네가...여길 온 걸 보니..쿨럭..정말...구하러..온 거구나.”

레베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흑....당연하잖아요. 아저씨가 구하러 오라고 하셨잖아요! 절 보내고 혼자 죽으려고 하셨어요? 그건 절대 안 되요!”

그때, 반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동자를 크게 떴다. 레베카는 자신의 위로 그림자가 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은 그녀가 반응하기 전에 레베카의 몸을 끌어 당겼다. 그녀가 놀라 그대로 그의 품속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레베카는 자신의 몸이 바닥 쪽으로 빙글 돌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아악!!”

레베카의 눈동자가 커졌다.

자신의 몸을 끌어당기는 바람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던 곳에 있게 된 반의 어깨가 뼈를 드러내며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그의 어깨를 날카로운 이빨로 뜯어 먹은 악마가 반의 살점을 으적으적 씹어 먹고 있었다. 견뎌내지 못할 고통에 반의 몸이 레베카의 위로 털썩 쓰러졌다. 레베카는 바들바들 떨며 악마를 계속해서 응시했다.

절대 꿈에서라도 보고 싶지 않을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녀가 애타게 살리고 싶어 하는 이의 살점을 악마가 먹고 있는 장면을 어떻게 보고 싶겠는가. 하지만 레베카는 조금의 미동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놀라서 자신의 숨이 멈춘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될 정도였다.

세상이 느릿하게 보인다고 해야 할까? 반의 살을 으적으적 씹어 먹고 있는 악마의 붉은 눈동자가 레베카의 시야에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악마는 레베카를 향해 피 묻은 붉은 입술로 말했다.

“운이 좋군, 계집. 이놈을 먹은 후에 널 먹어주마.”

그의 목소리가 신호라도 된 것 마냥 백지장처럼 창백해진 레베카의 입에서 드디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비명소리는 살려달라는 간절함과, 끔찍한 광경을 본 것에 대한 끔찍함 모두가 담겨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

태상은 연이어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흠칫하고, 고개를 돌려 레베카가 있는 곳을 응시했다. 그곳에서 악마가 반의 살을 씹어 먹고 있는 게 보였다.

다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은 태상이 재빨리 일행에게 말했다.

“마무리하고 합류해!!”

클케논을 거의 다 잡아가고 있었기에 태상은 망설이지 않고, 레베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악마는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태상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웃었다. 그가 반의 목을 들어올렸다.

“이것들보다 저게 더 맛있어 보이는 걸?”

그가 입맛을 다셨다.

그는 양보단 질을 더 따지는 악마였다. 그런데 눈앞에 제 발로 질 좋은 먹이가 나타나주니, 그것보다 더 흡족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요즘 먹었던 것들보다 훨씬 질이 좋은 놈이었다.

그리고 그가 맛있게 느껴지는 놈들은 대체적으로 강한 편에 속했다.

‘반이랑 레베카부터 구해야 해.’

호락호락한 놈은 아닌 것 같아 함부로 무력화를 쓸 순 없었다. 태상은 그나마 놈이 반과 레베카에게 관심을 거두고 자신에게 시선을 주고 있다는 것을 다행인 일이었다.

태상이 마나건을 붉은색으로 바꿔 놈에게 겨눠 어깨를 향해 쏘았다.

탄환이 정확히 놈의 팔로 박혀 들어갔고, 곧 폭발이 일어났다. 그로인해 악마가 반의 몸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레베카는 질끈 눈을 감고 그의 아래에서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거참 매너가 없는 놈이네. 네 동료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도와줄 생각은 안하고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태상의 말에 악마가 씨익 웃었다. 늘 그러하듯이 맛있는 먹이일수록 강하며, 건방지곤 했다.

“배가 고파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젠 그놈이 죽든 말든 내 상관이 아니니까.”

아무리 무력화를 쓰지 않았다고 하지만, 전혀 다친 곳이 없어 보이는 악마 때문에 태상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만약 놈이 무력화가 먹히지 않을 수 있는 A등급 이상의 악마라면, 일이 심각해질 수 있었다.

일행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태상으로서는 그런 가능성을 아예 배재 해놓을 수가 없었다.

“넌 A등급 악마인가?”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클케논이 A등급 악마가 아니라는 것 혹은 눈앞에 있는 저 악마가 A등급보다 훨씬 더 강한 악마라는 것. 그 둘 중 하나였다. 태상은 당연히 전자이길 바라야 했다. 하지만 후자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악마는 태상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A등급이라....그래, 들은 적 있다. 너희 계약자들이 우리들을 단계로 구분해서 떠들고 다닌다는 걸.”

“넌 계약자가 없나보지?”

“하하, 나 바로세가 그런 어린애 장난 같은 걸 할 지위는 아니지.”

계약자들이 자신들을 단계로 구분해서 떠들고 다닌다더니, 자신들도 자기네끼리 지위 같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악마의 이름이 바로세라는 것이었다.

크아아아아아!!!

그때, 클케논이 포효를 하며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었다. 혜연이 클케논의 사지를 염력으로 묶고, 사로나가 놈의 머리를 잘라내려 하고 있었다. 바로세는 그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 그리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지켜보며 말했다.

“네 일행들도 제법 강하구나. 하지만 저들 중 가장 질이 좋은 건 바로 너다. 아까부터 내 뱃속에서 널 어서 먹으라고 아우성치고 있거든. 강한 놈일수록 맛이 쫀득쫀득하지. 내 먹이가 되어 죽는 걸 영광으로 알거라.”

태상은 그의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왜 계약자들을 가둬뒀나 했더니, 네놈이 먹이로 삼으려고 그랬던 거군. 그들을 식인 하는 이유가 뭐지?”

설마 맛 때문에 그런 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악마의 심장을 먹는 것처럼 그들도 계약자들을 먹으면 강해지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인지 악마가 말했다.

“식인 하는 이유라. 내 먹이가 될 놈이니 특별히 말해줄까? 그건 바로.....맛있어서다. 계약자들은 살이 굉장히 야들야들해. 그래서 내 마음에 쏙 들지! 크하하!!”

정말 단순히 맛있어서 라는 것을 깨달은 태상은 그나마 안도해야 했다. 만약 계약자들을 먹고 힘이 강해지는 거면, 앞으로 식인 하는 악마들이 더 있다는 소리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놈의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저놈만 죽이면 이 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였다.

“그래?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네놈만 죽이면 이 꼴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니까 말이야.”

한편, 혜연은 악마가 태상에게 완전히 집중을 한 것을 확인하고, 염력을 사용했다.

덜덜 떨며 움직일 생각을 않는 레베카와 반의 몸을 염력으로 공중에 띄우고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반은 악마에게 어깨가 뜯기는 바람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혜연이 레베카와 반을 구해내고, 카살라가 서둘러 반에게 가서 치료를 시작했다.

이것으로 치료가 된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말이다.

태상은 레베카와 반이 구해지는 것을 확인하고 더 이상 그와 이 대화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젠 대화가 아니라 서로 전투를 해야 할 때였다.

태상이 마나건을 놈에게 겨눴다.

그러자 야호가 크르릉 거리며 태상의 옆에 섰다. 혜연과 사로나도 그의 양 옆에 섰다. 클케논보다 훨씬 만만치 않을 놈이라는 것은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태상도 자신의 능력이 그에게 통할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더욱 긴장했다.

“바로 사용한다.”

그가 일행에게 무력화를 바로 사용할 것임을 알렸다. 그들은 곧장 총 공격할 생각을 하며 무기를 힘주어 잡았다.

태상은 놈이 다친 곳을 중점으로 공격할 생각을 하며 마나건을 날개 쪽에 겨눴다.

악마를 향해 무력화를 사용하고 은색으로 바꾼 마나건을 사용하려는 순간, 갑자기 악마가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

“.....”

일행은 그가 웃음을 터트리건 말건 상관없이 공격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태상이 다급하게 손을 들어 올려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막았다.

사로나가 왜 막는지 이유를 묻자 태상이 말했다. 그는 분한 듯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무력화가 먹히지 않아.”

"...!!!!!!"

빌어먹게도 태상의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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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트 어서어서 끝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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