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117화 (117/251)

00117  결혼식  =========================================================================

다음날.

태상의 품에서 깨어난 송이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했다. 왜냐면 오늘은 강회장이 있는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첫 인사자리였기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송이는 잔뜩 긴장한 채 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었다.

이젠 그녀도 세연이 태상의 진짜 엄마이고, 강회장이 그의 진짜 할아버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해서 잔뜩 긴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평생 둘이서만 살아왔던 송이에겐 처음으로 생긴 많은 가족들이었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송이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태상은 송이가 과하게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챘다.

“왜 이렇게 긴장을 해?”

태상이 묻자 송이가 깊게 한숨을 뱉었다.

“어떻게 긴장이 안 되겠어.”

“이제부턴 가족이야. 그러니까 편하게 생각해.”

“치...그게 말처럼 되니?”

당연히 안 된다.

태상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의 긴장을 최대한 풀어주려고 한 말이었다. 차를 몰아 곧 강회장의 집에 도착했다.

“도착했다.”

송이가 태상의 말에 창밖을 살폈다. 커다란 대문 앞에 차가 서자 대문이 저절로 열렸다. 태상은 계속 쭉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 왔다고 하지 않았니?”

송이는 당연히 차를 주차할 줄 알고 내릴 준비를 했는데, 태상이 계속 차를 몰고 가자 황당해져 물었다. 하지만 태상은 그녀의 감정을 눈치 채지 못하고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여기가 할아버지 집 맞아. 근데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은 한 십 분은 들어가야 돼.”

“.....”

송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도대체 왜 사람 사는 곳이 이렇게나 멀단 말인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땅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냥 사람 잠잘 곳 하나 있으면 되지 않은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군데군데 건물이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송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건 뭐하는 곳이야?”

태상이 힐끗 보더니 말했다.

“내가 어릴 적에 놀던 놀이방.”

“.....”

놀이방이 어떻게 건물 한 채가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송이는 그럴 수도 있다 속으로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하며 다른 곳을 가리켰다.

“그럼 저곳은?”

“저긴 고용인들 집.”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부 다 여기서 사는 거야?”

“아니, 원하는 사람들만. 근데 거의 대부분은 여기서 그냥 사는 걸 택해. 전기세, 물세, 집세 전부 다 해결 해주니까.”

그들은 그런 혜택을 받는 대신 일을 하며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한 철저한 입조심을 요구받는다.

입조심 하는 대가로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 그들은 당연히 강회장의 저택에서 계속 일하며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설명을 들은 송이는 자신이 너무 과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슬슬 깨닫고 있었다. 말로만, TV로만 보던 신데렐라가 자신이었던 거다. 왜 지금까지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엄청난 일들을 겪어서 그런 외적인 것들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강태상이라는 남자, 이렇게 어마어마한 곳에서 살만큼 엄청난 부자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강호그룹....재벌이구나.’

송이는 더욱 긴장이 됐다. 이런 곳에서 자신 같은 사람을 며느리로 받았으니 얼마나 못마땅할까 싶었다. 어쩌면 드라마에서 보던 일들을 자신이 겪을 지도 모른다. 송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송이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아기를 위해서라도 절대 물러설 수 없다. 그런 일을 직접 당하면 당황스럽긴 해도 이미 마음을 잡아놨으니 잘 대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너 굉장히 웃긴 얼굴로 주먹 쥐고 있는 거 알아?”

태상이 차마 저 주먹 안에 휴지가 들어 있으면 참 웃길 것 같다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송이는 자신의 결심도 모르고 웃는 태상이 얄미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도착 한 거야?”

차가 멈춰서 있어 묻자 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리자.”

태상이 차문을 열자, 송이도 차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녀의 문을 대신 열어주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송이는 몸을 움찔 떨긴 했으나 당황하지 않은 척 하며 차에서 내렸다. 태상이 어느새 옆에 서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문 앞에 남색의 정갈한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고개를 90도로 숙인 채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을 태상과 송이가 걸어갔다. 송이는 이런 과한 인사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아 불안한지 태상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는 맨날 이렇게 과...하게 인사를 받니?”

태상이 송이의 귀여운 질문에 피식 웃었다.

“아니,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그러니까 저러는 거야.”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송이가 안심한 듯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저택 안에 맴도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그녀를 여전히 긴장하게 만들었다.

“오셨습니까.”

검은색 정갈한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태상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그는 바로 강회장이 소개시켜준다고 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한 번 제대로 길들여서 잘 써먹으라던 놈 말이다. 그의 이름은 이성진. 강회장이 유학도 보내준 덕에, 아주 훌륭한 인재였다.

은혜를 갚기 위해 태상에게 보내졌지만, 그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썩히기엔 아까운 사람이긴 했다. 태상이 그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

“할아버지랑 엄마는?”

“함께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사님께서도 계십니다.”

“아버지가?”

“예.”

뜻밖의 말에 태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태상의 아버지 태진은 세연의 말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고, 결혼식에도 참석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곳에 있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아버님 계시다는데.”

송이는 태진과 태상의 사이에 대해 깊게 알지 못했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일 때문이라 둘러댔던 것도 그 이유였다.

“지금 아버지를 만나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서. 일단 들어가자. 부딪쳐 봐야지. 무슨 말을 하려고 온 건지는 대충 알 것 같긴 하지만.”

좋은 소리를 하러 오진 않을 것이다. 후계자 문제를 얘기 꺼내던, 그의 정체에 대해 얘기를 꺼내던 아니면 그 둘 다 일 수도 있고 말이다.

성진이 앞장서서 안내를 한 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강회장과 세연, 그리고 태진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태진은 서서 세연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태상이 그 모습을 보고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태상과 송이가 들어오자 잠시 격양 됐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성진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문을 닫고 자리를 피했다. 지금 이곳은 그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다.

세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태상에게 다가왔다.

“아들, 왔니?”

“응. 무슨 얘기 중이었어?”

“아들은 무슨!!”

그때, 태진이 갑자기 태상의 멱살을 잡았다.

송이가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태상은 멱살을 잡은 태진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아버지.”

“쯧쯧쯧....”

강회장이 태진을 보며 혀를 찼다. 태진은 그 익숙한 소리에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해서 내 가족들을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니다!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

“이해를 못하시는 건지, 아니면 이해를 하기 싫으신 건지 모르겠네요.”

소리를 지르는 태진을 대하는 태상의 표정은 무척이나 덤덤했다. 불안해하는 송이의 팔을 잡아 세연이 자신에게로 조심스럽게 당겼다.

“저 둘은 태상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둬요.”

“하지만...분위기가 좀...”

송이가 가만히 두고 보기가 영 그랬는지 불편해 하자 세연은 걱정말라며 말했다.

“저 둘은 원래 저래요. 만나면 무조건 싸우는 게 일이야. 그러니까 둘은 내버려두고, 앉아요.”

“네, 네....”

송이가 엉거주춤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강회장이 어서 오라며 송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태진은 여전히 태상의 멱살을 놓지 않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적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살벌했다.

“그렇잖아. 멍청하지 않으면 생각이라는 걸 할 테고, 아버지가 할아버지 말도 무시하고 엄마 말도 무시할 정도로 귀를 꽉 닫아놓는다는 것 자체도 솔직히 못 믿겠어. 그냥 내가 돌아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거겠지. 이명진 그놈이 아버지한테 설설 기었다며? 고분고분한 아들이 필요해서 딱 마음에 들었는데, 그놈이 없어지니까 안타까운 거잖아.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아?”

“.....”

태상의 말에 태진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이내 태상의 멱살을 놓았다. 태상이 구겨진 자신의 옷을 탁탁 털었다. 태진은 깊게 한숨을 쉬더니 소파에 털썩 앉았다.

어쩐지 허탈한 표정인 것 같아 강회장이 물었다.

“왜 그런 표정인 게냐? 저 놈이 오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일 낼 기세로 몰아 붙였으면서.”

“......”

태진은 강회장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 강회장이 끌끌 웃음을 보였다.

“그래도 제 아들은 알아 보는 모양이지?”

세연이 강회장의 말을 듣고 얼굴을 활짝 폈다.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땐, 정말 태상을 천하의 못 된 사기꾼으로 봐서 인정을 시키기가 굉장히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젠 한고비 넘긴 모양이었다.

태상이 송이의 옆 자리에 앉으려다가 세연이 째려보자 어깨를 으쓱했다.

"아빠 옆에 앉아."

"왜?!"

태상이 항의했으나 세연이 엄하게 말했다.

"그래야 자리가 딱 맞잖니. 너까지 이쪽에 앉으면 송이가 불편해."

".....나참."

태상이 송이 옆에 앉으면 한 소파에 3명이 앉게 되는 거였다. 그에 비해 태진이 앉은 맞은편 소파에는 그 혼자만 앉아 있으니 태상이 그의 옆에 앉아야 했다. 방금 전까지 태진이 자신의 멱살을 잡았는데, 그의 옆에 앉으라는 세연이 원망스러웠다.

태상이 매우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며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하며 앉은 둘은 소파 끝자리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세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송이에게 말했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야. 저런 모습. 저 둘, 서로를 굉장히 싫어하거든."

"네, 네에?"

송이가 눈을 왕방울만하게 떴다. 왜 아버지가 왔다는 말에 표정이 좋지 않았나 했더니 둘 사이가 안 좋아서라니....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인데, 태진이 진심으로 태상을 싫어할까 싶었다. 그리고 태상도 아버지인데 태진을 진심으로 싫어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말이다.

"아버님, 아무래도 그이가 인정을 한 것 같으니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내가 언제 인정을 했다고!!"

세연의 말에 태진이 버럭 화를 냈다. 세연이 태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태상이가 우리 아들이 아니라고 또 억지 주장을 하겠다는 건가요, 강태진씨?"

"....."

세연이 화가 난 표정으로 딱딱하게 말했다. 태진은 입을 꾹 닫고 고집스런 표정을 지었다.

"어휴, 저 고집불통."

"됐다.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새아가가 들어왔으니 인사부터 받아야지."

송이가 강회장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태상도 거북스러운 자리에서 일어나 송이의 옆에 섰다. 법적으로는 이미 한 결혼이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혼수 빼고는 모든 절차를 한 결혼식이었다.

당연히 인사도 확실하게 해야 했다.

태상과 송이가 가장 큰 어른인 강회장에게 절을 올리고, 그 다음 세연과 태진에게 절을 올렸다. 태진은 받지 않으려는 태도인지 등을 돌린 채 쳐다도 보지 않았지만 자리를 뛰쳐나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가 태상을 인정하고 있는 거였다.

============================ 작품 후기 ============================

추천!!!!!! 해주시면!!!!!!!감사하겠씁니다!!!!!!!!

미야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그외에 주신 후원쿠폰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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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질문-----

송이와 중간에 깨지는거요? 그런 스토리는 현재 제가 짜놓은 스토리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영혼상태는라고 해도 현실몸에 영향을 받아 명진의 모습입니다.

서술하진 않았으나 영혼에는 형태가 없다고 보고있어서...

쉽게말해 본질은 바뀌지않으나 껍데기는 변화에 따른다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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