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73화 (73/251)

00073  야호   =========================================================================

천계에 접속해 라마스에게 야호가 홀랑 악마의 심장을 먹어버렸다는 말을 하자 그의 표정이 굉장히 심각해졌다. 그는 야호가 괜찮냐며 갑자기 녀석을 걱정하더니 곧 그에게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사실 야호의 주식은 악마의 심장이 맞습니다.”

“악마의 심장을 먹는다고?”

“네. 그러니 B등급 악마도 죽일 수 있는 뛰어난 전투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생각지 못한 말에 태상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럼 저 녀석을 키우려면 계속 악마를 사냥해야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러기엔 태상도 점수가 무척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제 길드를 설립했으니 자금을 모아 길드 건물도 사야했다. 하지만 녀석이 자라려면 필요하다고 하니 주식이라는 악마의 심장을 안 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악마 심장을 먹으며 큰 야호는 전부 다 성장하기 전까지 살아남지 못합니다. 100마리 중 5마리정도 살아남을까 말까 하죠.”

“뭐?”

태상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되물었다. 라마스는 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야호가 악마의 심장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 힘을 얼마나 잘 버텨내서 흡수하느냐 입니다. 너무 과한 힘을 얻으면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터져 죽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몸이 터져 죽을 바에야 굳이 악마의 심장을 먹지 않아도 성인으로 자랄 수 있기에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던 겁니다.”

악마의 심장을 먹고 자라면 강하게 클 순 있지만, 위험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과거 야호족들은 악마를 직접 사냥하며 자신의 먹이를 사냥해왔습니다. 하지만 악마들이 대대적으로 야호족을 멸종시키는 계획을 세웠고, 그로인해 야호족은 큰 타격을 입어야 했죠. 정말 멸종될 위기에 처했으니까요. 야호족은 본래 어릴 때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커야 합니다. 사냥한 악마의 심장을 자신이 먹어 흡수시키기 좋게 만든 뒤 토해 새끼에게 주어야 먹어도 탈이 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야호족들은 너무 큰 타격을 입었고, 성체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야호를 낳은 어미는 저 녀석을 낳은 산고로 죽었다고 했다. 그에게 준 야호도 무척 귀한 녀석이었던 것이다. 어미를 잃은 야호족은 보살핌 없이는 80%가 죽는다고 했다.

“야호의 어미가 아닌 태상님은 악마의 심장을 먹어 흡수가 잘 되도록 만든 뒤 토해내서 주실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더 이상 야호에게 악마의 심장 그대로를 주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태상은 야호를 힐끔 바라봤다. 녀석은 라마스의 말을 듣고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며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악마의 심장을 혼자 꿀꺽한 게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여전히 꼬리는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었고, 천계인지라 나타난 날개도 파닥거리고 있었다.

“근데 왜 쟨 멀쩡하지? 내가 보기엔 그럴 기미가 전혀 안 보이는데?”

라마스도 그런 야호의 모습을 보고 있었기에 다행이라며 말했다.

“다행히 지금 먹은 악마의 심장은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잘 흡수된 모양입니다.”

야호가 운이 좋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 그가 잡은 악마가 마침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악마라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고 힘을 오랫동안 쌓아 둔 악마였다면 야호는 먹는 순간 펑 하고 터져 죽었을 지도 몰랐다.

태상은 야호를 빤히 주시하며 도대체 어디가 성장했는지 궁금해했다.

“근데 딱히 변한 건 없어 보여.”

명색이 C등급 악마의 심장인데, 그걸 혼자 홀랑 삼키고도 몸이 하나도 큰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야호가 그 말을 듣더니 그 무슨 실례되는 소리냐며 캬르릉 소리를 냈다.

“뭐 인마! 맞잖아. 여전히 작구만.”

태상이 야호의 작은 몸 크기를 놀렸다. 그러자 야호가 갑자기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키더니 몸에 끄응..!! 하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똥이라도 싸는 듯 해보여 태상이 뭔 해괴한 짓인가 생각하며 야호를 봤다. 하지만 곧 그는 야호가 왜 그렇게 힘을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야호의 몸이 점점 크기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그의 허리까지 올 정도로 녀석의 몸집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왓!”

태상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야호는 자신의 커진 몸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태상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 시선에는 이것 봐라, 어떠냐. 하는 식의 시선이었다.

“오호~이제 좀 제법 쓸만해 보이네.”

태상이 쪼그려 앉아 야호의 몸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훨씬 날카로워진 발톱과 매서워진 눈빛이 태상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젠 제법 호랑이처럼 포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었다. 라마스가 엄청나게 커진다고 했으니 말이다.

“송이 앞에서는 다시 작아져야 하는 거 알지?”

야호가 태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도도하게 무시하기만 하던 여자가 의외로 쓸모가 아주 많다는 것을 안 야호는 그 후로는 그녀를 인정해주고 있었다. 그 인정이 그리 좋은 이유로 생긴 인정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야호는 영악하게도 며칠 만에 그의 주인이 그녀에게 무척 약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리고 그 효과는 그녀의 품에서 이미 한 번 경험해보기 까지 했다.

이렇게 유용하다는 것을 그동안 몰랐다니, 바보 같았다. 야호는 그녀를 앞으로도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생각이었다.

태상은 천계에서 사로나와 혜연을 만났다.

그녀들의 목걸이가 태상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와 똑같은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의뢰를 넣었던 것이 완료되어 길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아. 길드건물도 사야하고, 불카누스 길드와 동맹을 맺어야 하는 일도 있고.”

태상이 그녀들에게 말했다.

사로나는 이번에 S등급 미션 보상으로 받은 점수를 모두 길드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혜연은 그들이 S등급 미션을 하러 갔을 동안 미션을 해서 벌어 놓은 점수를 기부했다. 태상이 그녀를 위해 S등급 미션의 보상 점수를 모두 불카누스 길드에 주어야 했기에 그걸 만회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사로나와 혜연의 도움으로 길드자금이 제법 모이게 됐다.

“그럼 총 1809000점인가?”

아직 길드 건물을 사려면 턱없이 모 자른 점수였다. 하지만 이렇게나마 모인 것이 어디인가. 아예 0점에서 시작하려 했는데 벌써 180만점이 모였으니 말이다.

물론 저 점수 중 상당량이 사로나가 S등급 미션 보상으로 받은 점수들이었다.

길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해준 것은 태상이 그녀의 동생을 위해 해준 것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여행 할 때, 정말 행복했다며 그녀의 동생은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을 제일 좋아했다.

“점수를 모으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함께 다니면서 빠르게 미션을 클리어 하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각자 흩어져서 미션을 수행해서 점수를 벌어오는 거고. 어떤 게 나을 것 같아?”

태상이 그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혜연과 사로나중, 사로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 큰 미션이 없으니 흩어져서 미션을 완수해오고, 나중에 C등급 이상 미션이 생기면 함께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녀의 말에 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태상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라마스에게 높은 난이도의 미션이 나오면 무조건 알려달라고 말한 뒤, 태상은 점수를 모으기 위해 닥치는 대로 미션을 시작했다. 하지만 E등급, F등급 미션으로는 점수를 크게 벌수가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태상 일행은 D난이도 미션을 받을 수 있었다.

D난이도 미션 내용은 악마들에게 잡힌 천사를 구출해내는 것이었다.

보통 천사를 잡으면 죽이면 될 일인데, 아직까지 살아남았다는 게 좀 이상한 일이었다. 그 천사를 구출해 내는 것보단 천사를 잡고 있는 악마를 죽이는 게 중요하다고 라마스가 말해왔다.

“근데, 천사를 데려다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태상의 질문에 라마스가 굉장히 황당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천사를 개조해서 저희들을 상대할 병기로 만들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병기??”

“아직 실험하고 있어 완성작이 나온 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이상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고요. 하지만 천사가 만약 악마에게 물들었다면, 굳이 구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그를 죽여 부디 안식을 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십시오. 그리고 그런 일을 한 악마를 반드시....”

라마스가 말을 모두 잇지는 않았지만, 태상은 충분히 그의 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알겠어. 그럼 구출보단 악마를 죽이는 게 더 중요하단 소리네.”

천사를 개조한다라....

굉장히 독특한 발상이었다.

천사를 개조해서 천사들을 상대한다.

솔직히 태상은 천사들이 그런 악마의 잔머리를 배웠으면 했다. 그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늘 당하는 입장 쪽이 천사들인 것 같았다. 악마는 술수를 부리고, 천사는 그런 악마의 술수를 막기만 한다.

그래서는 이 전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용케 계속 그들의 술수를 미리 알고 막았지만, 이대로 계속 공격을 막는 입장만 된다면 전쟁에서 이길 방도는 거의 없었다. 적보다 앞서 나가야지, 그 뒤꽁무니만 쫓아다녀야 쓰겠는가.

차라리 태상은 천사들도 악마와 같이 그런 술수 좀 생각해서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들의 그런 부지런한(?) 행동들을 닮아야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미션을 받은 태상은 사로나와 혜연을 불렀다. 천사가 살아있을 때 구출을 해야 했기에 시간이 촉박한 미션이었다. 물론, 굳이 그게 성공과 실패의 여부가 되지 않았기에 반드시 구출할 필요는 없었지만 말이다.

“천사를 개조한다고?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기상천외하네.”

그녀들과 함께 이동해야 했기에 라마스에게 이동을 받을 수가 없었다. 해서 태상은 또 다시 이동을 시켜주는 천사를 찾아가야 했다.

그에게 목걸이를 보여주고 미션을 확인받자 그들은 D등급 미션지로 이동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태상은 잠시 바닥과 인사를 해야 했다.

S등급 미션처럼 이번에도 그들이 간 곳은 마계였지만 다행히 계약자 없이 악마 한 명만 있는 곳이라서 위험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S등급 미션을 깬 그들이기에 D등급 미션은 누워서 떡 먹기라고 생각했다.

마계에 도착하자 보이는 거대한 성이 태상 일행의 이목을 주목시켰다.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에 성 하나가 덩그러니 존재하고 있었다.

“저기에 천사가 잡혀 있나보네요.”

“으스스하네.”

“크으....속 울렁거려....멀미약이라도 먹고 와야 하나, 젠장!”

혜연, 사로나 그리고 태상 순으로 말했다.

“가자고.”

잠시 후 속을 진정시킨 태상이 먼저 앞장서 걸어갔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것들이라곤 까악까악 불길한 소리를 내는 새들 뿐이었다.

성의 높이가 제법 되어 보였고, 크기도 커서 악마가 어디에 있을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혜연의 품에 얌전히 안겨 있던 야호가 갑자기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다들 주변을 경계하느라 그런 야호의 변화를 알지 못했다.

야호는 계속해서 귀를 쫑긋거리며 무언가를 듣는 듯 집중하다가 혜연의 품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악마의 심장을 흡수한 덕분에 몸 크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진 야호다. 혜연의 품에 있을 땐 작은 모습이었던 야호가 갑자기 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몸 크기를 키우려는 행동이었다. 야호의 돌발행동에 혜연이 깜짝 놀라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녀석은 몸이 커지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혜연이 깜짝 놀라 야호를 붙잡으려 했지만 워낙 순식간에 사라져 잡을 수가 없었다.

“야호!! 어떡해요. 야호가...!”

야호가 사라진 곳은 성 안쪽이었기에 혜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자 태상이 괜찮다며 그녀를 달래야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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