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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65화 (6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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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이제 좀 살겠네.”

“아까운 물약....아차, 어디 다친 덴 없으세요? 빙빙씨는요?”

찰리가 아까움을 참지 못하고 중얼거리다가 번뜩 생각이나 물었다. 태상은 움직이니 적어도 죽진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빙빙은 축 늘어져서 꿈쩍도 하지 않았기에 걱정이 됐다. 더욱이 그녀는 여자이지 않은가.

“괜찮을 겁니다. 그냥 기절한 거에요.”

태상이 끄응차 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메디노의 시체로 보이는 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A등급 악마가 발버둥 한 번 제대로 치지 못하고 죽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태상의 알 수 없는 행동 때문이었다.

“무력화 써서 나온 겁니까? 우린 모두 죽은 줄로만 알았어요. 메디노가 둘 다 한꺼번에 삼켜버려서....”

메디노를 내부에서 공격한 게 아주 치명적이었다.

“빙빙도 살려 데려오고....대단하십니다.”

일행들의 시선이 다들 태상에게로 집중됐다.

메디노의 몸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점점 줄어들고, 곧 덩그러니 바닥엔 악마의 심장이 남았다. 태상이 몸을 숙여 그것을 손에 쥐자 일행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드디어 끝난 것이다.

“와아아~!!!”

“살았다!!”

“아무도 안 죽었다니, 이건 진짜 기적이야.”

절반 정도만 살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한 미션이었다. 그걸 다 알면서도 누군가는 점수에 대한 탐욕으로, 누군가는 기회를 잡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

태상이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서 라마스에게 연락을 넣었다. 미션이 끝났음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라마스는 미션이 끝났다는 것을 연락받자 그들의 곁으로 이동했다.

환한 빛과 함께 라마스가 날개를 활짝 펼친 채로 일행의 앞에 나타났다.

일행은 갑자기 천사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지 않았다. 대신 다들 그에게 주목을 했다. 그가 바로 이 미션을 준 천사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라마스는 일행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미소 지었다.

“그대들의 지혜와 용기에 감탄, 또 감탄하는 군요. 어려움이 많았을 미션을 훌륭히 완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오글거리는 미사여구는 뭐야?”

태상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라마스는 태상을 바라보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태상은 라마스가 왜 손을 내미는지 알았기에 악마의 심장을 흔들어보였다.

“이거 달라고?”

“예, 맞습니다.”

라마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악마의 심장을 라마스에게 건넸다.

보석같이 생긴 악마의 심장이 영롱하게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라마스가 악마심장을 챙긴 후 일행에게 말했다.

“공헌도 1위는 강태상님입니다.”

태상은 메디노를 죽이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하기도 했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나이트 레드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태상이 무력화를 쓰지 않았다면 메디노를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를 죽이기는커녕 모두 전멸하고 말았을 지도 몰랐다.

다들 A등급 악마를 보아왔긴 했지만 메디노는 아무래도 A등급 중 상위에 속하는 놈인 듯 했다. 만약 메디노에게 계약자까지 있었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이다. 메디노의 계약자도 태상과 사로나가 죽인 것이기에 태상의 공헌도 1위는 거의 예전부터 정해진 것과 진배없었다.

처음부터 태상은 공헌도 1위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라마스는 태상에게 다가가 물건 하나를 건네주었다.

예전에 C등급 미션을 깼을 때 천사에게 받았던 것처럼 공헌도 1위 보상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좀 독특한 게 보상으로 나왔다.

라마스가 건넨 것이 살아 숨 쉬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몽실몽실한 흰색 털이 인상적인 녀석이었는데, 생긴 건 백호랑이와 비슷해보였다. 귀가 쫑긋하게 서있고, 코도 호랑이와 똑같이 돌출되어 있었다.

호랑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등 뒤에 작은 날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워낙 크기가 작아서 S등급 공헌도 1위 보상이라고 보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보였다. 그냥 애완동물로 치우면 저격일 듯싶었다.

“웬 동물이야?”

태상이 얼결에 호랑이 비슷하게 생긴 걸 받아 들었다. 한 손에 모두 잡힐 정도로 크기가 작았고, 무게도 거의 안 느껴졌다. 날개가 파닥파닥거리며 무의미하게 꿈틀댔다.

귀여운 것에 약한 여자들이 꺄악 소리를 지르며 호랑이를 구경하기 위해 눈동자를 굴렸다. 그들의 눈앞에선 그저 귀여운 동물일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은 천계에서 구하기 힘든 야호라는 종이었다.

“야호입니다.”

“야호? 야~~호~ 이거?”

산 정상에서 소리를 지르는 야호를 말하는 거냐며 묻자 라마스가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해주었다.

“천계의 동물입니다. 아기일 때는 보호가 필요하지만, 모두 장성하게 되면 태상님을 보조하며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쪼그만 게 도움이 돼?”

“야호가 다 자라면 크기는 약 3M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B등급 악마도 너끈히 잡아내는 실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살뜰한 보살핌이 필요할 테지만요.”

라마스의 말에 다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레드가 유명한 것은 B등급 악마를 홀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사가 동물이 B등급 악마를 잡는다고 하니 놀라울 밖에 없었다.

“얘가? B등급 악마를?”

태상이 자신의 손에서 꼬물딱 거리는 야호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녀석은 어미라도 찾는 것인지 자꾸만 낑낑댔다.

“얠 언제 키워.”

“야호가 장성 하는데는 두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 어찌됐든 이게 1등급 보상이라 이거지?”

태상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 쪼그만 놈이 정말 3M까지 커질진 모르겠지만 주는데 안 받을 순 없지 않은가.

라마스가 다른 일행에게 말했다.

“나머지 분들은 담당 천사들이 보상을 줄 겁니다. 그럼 천계로 이동해드리겠습니다.”

라마스가 손짓하자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며 자리가 이동됐다. 태상은 익숙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자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이제 더 이상 마계가 아니었다.

“진짜 라마스표 공간이동이 최고라니까.”

태상이 흡족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로 갈때 겪었던 속 울렁거림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은 완벽한 공간이동이었다. 근처에 라마스가 없는 것을 보아 일행과 헤어질 시간을 준 듯 했다. 그리고 반이 태상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수고했다. 다들 수고 했어!!”

천계에 도착해서 그런지 일행들이 다들 긴장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레드는 바닥에 앉는 대신 태상에게 다가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도 쭉 잘 부탁드립니다. T.P길드와의 동맹도 제가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후에 좀 더 얘기가 구체화되면 연락을 따로 드리겠습니다.”

레드는 태상을 처음 만난 날 그와 동맹을 맺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 S등급 미션을 가져오는 길드라면 친해지는 게 좋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에 T.P길드가 신생길드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

신생길드를 불카누스 길드의 동맹연합에 넣는 것은 그 길드를 건드리면 불카누스가 가만두지 않는다는 간접적 선언이기도 했다.

지금 신생길드가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를 모든 길드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수를 쓰는 길드도 있으니 말 다한 거다. 그런데, 불카누스가 신생 길드와의 동맹을 맺는다?

그건 솔직히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레드는 이번 미션이 끝나면 점수만 받고 입을 씻으려고 했다. 그래서 회의 때 T.P길드와의 동맹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었다.

그랬는데, 미션을 해결하고 나니 그래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 길드는 반드시 동맹으로 붙잡아야 하는 길드였다. 태상의 ‘무력화’ 능력은 그런 상황을 모두 무시하게 만들만큼이나 유혹적이었다. T.P길드를 건드리는 길드가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될 거다.

태상은 그럴만한 충분한 실력과 능력을 가진 것이다.

레드는 이 미션에서 받은 보상보다 태상과 안면을 틀 수 있게 된 것이 더욱 값진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를 길드로 데려오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나, 그가 이미 T.P의 길마이니 동맹으로도 잡아야 한다.

지금 그와의 사이를 계속 유지하며 말이다.

A등급 악마에게까지 능력이 통하는 무력화는 대단히 뛰어난 능력이었다. 분명 어중이떠중이로 지내다가 희생 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레드는 태상의 미래를 짐작하며 그와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T.P 길드가 모두의 머릿속에 각인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네, 그러시죠.”

레드와 인사를 마친 태상은 다른 일행들의 인사도 모두 받고서야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여자들이 야호를 놓아주지 않고 만지작거려 더욱 시간이 걸린 태상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라마스를 다시 만나야 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모든 일이 끝난 거지?”

그의 질문은 미션이 완전히 끝났다는 걸 다시 되새김 하는 게 아니라 인간계에서 일어나던 문제가 완전히 끝났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라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안심시켰다.

“물론입니다. 이제 모두 끝났습니다. 더 이상 그런 문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라마스가 확실하게 말을 해주니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태상이었다.

그는 5일 동안 수련동에서 지내다가 곧장 악마를 상대하러 움직였던지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피곤한 상태였다.

“이만 돌아갈래. 한 이틀은 나 찾지 마. 피곤하니까.”

라마스가 그의 기분을 아는 모양이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리 말을 하지 않았어도 태상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보상점수 레드한테 넘기는 거 잊지 말고.”

“예. 처리해 놓겠습니다.”

태상은 접속을 끊어달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꼬물꼬물 튀어나왔다. 바로 방금 전 라마스가 그에게 보상으로 주었던 야호였다. 여자들에게서 받아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고새를 잡지 못하고 삐져나온 것이다.

“아, 맞다. 얜 어떡하지?”

그가 접속을 끊으면 얘를 돌봐줄 사람이 없지 않은가. 골치 아프게 됐다며 태상이 머리를 긁적이자 라마스가 그의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천계의 생물인 야호는 인간계에서도 함께 데려가실 수 있으니까요.”

“얘 3M로 커진다며. 그럼 그땐 어떻게 관리를 해.”

태상이 투덜대자 라마스가 야호는 태상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영물입니다. 라고 답해주었다.

“몸 크기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아기라서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지만요. 어느 정도 크면 크기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아무리 그래도 호랑이 모습을 한 야호를 집에 데려가서 키우기엔 문제가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송이에게 도대체 어디서 호랑이를 데려왔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것과, 한국에서 육식 동물인 호랑이를 가정집에서 키운다는 것 자체가 많이 이상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이 녀석 키우려면 아무리도 이사를 가야겠는데...?”

야호를 키우려면 아무래도 마당이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할 듯 싶었다.

지금의 집이 딱 아늑한 게 부부끼리 살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태상이었다. 그런데 야호를 키우려면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것이다.

라마스에게 왜 이런 귀찮은 것을 주었는지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어쩔 수 없단 생각에 야호를 데리고 함께 접속을 끊었다.

============================ 작품 후기 ============================

야호는 종족 이름이고, 저 녀석 이름은 따로 지어줄 생각입니다.

선추코 후원쿠폰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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