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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62화 (62/251)

00062  늪과 나무 그리고...  =========================================================================

태상은 조심스럽게 나무 가까이로 다가가 보았다. 나무속에 매달려 있는 일행을 구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도 무력화를 쓰지 않았다면 저 나무 위에 똑같이 매달려 있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 마지막에 무력화를 사용했던 게 먹혀 들어가 벗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저곳에서 일행을 구해내는 건 쉬울 것이다. 저 나무한테 무력화를 사용하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그때, 나무가 갑자기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상은 주춤 걸음을 멈추고 나무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나무에 달려 있던 이들 중 유난히 안색이 창백하던 사람 한 명의 몸을 붉은색 나뭇가지들이 꿈틀거리며 이동시켰다.

그리고 더 이상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파묻혔을 때, 갑자기 우드득 우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기괴한 소리에 태상이 절로 미간을 찌푸리는데, 아래로 방금 전 그 사람이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장비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장비가 쌓여 있던 바로 그곳에 말이다.

태상은 나무가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놈은 늪에서 사람들을 끌어당겨 기절시키고, 잡아먹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왜 천사들이 늪 전체에서 악마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는지 깨달았다. 늪 전체가 메디노의 수작으로 만들어진 거였으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그렇다면 무작정 나무에게 접근하는 건 너무 위험했다. 몸체가 꿈틀거리며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언제 저 꿈틀거리는 것들이 태상을 공격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태상은 허리춤에 있는 마나건을 꺼내들었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메디노가 태상이 멀쩡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곳엔 숨을 곳이 딱히 없어서, 그냥 서 있는데도 눈치 채지 못한 것을 보면 감시하는 눈은 없는 듯 했다.

태상이 다시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두꺼운 나뭇가지들이 뱀 마냥 스물스물 움직이고 있었다.

생긴 건 기괴하지만 어찌됐든 이놈은 나무다. 그러니 놈에게 가장 치명적인 공격을 날 릴 수 있는 사람부터 구해내는 게 일행 모두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태상은 누구부터 구할 것인지 머릿속에서 결정을 내렸다.

굵직한 크기의 나뭇가지들이 꿈틀거리며 일행들의 몸을 빽빽하게 붙잡고 있었다. 태상은 혹시나 해서 나뭇가지를 잡아 힘으로 뜯어보려 했다. 나뭇가지는 살아 있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따듯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무리 힘을 줘서 뜯어보려 해도 끄떡도 하지 않았고 말이다.

힘으로 빼낼 순 없다는 걸 깨달은 태상은 나이트 레드의 몸을 휘어 감고 있는 나뭇가지에 무력화를 사용했다. 각각 하나의 개체로 취급을 받는지 굵직한 나뭇가지 하나만 꿈틀거리던 움직임을 뚝 멈췄다.

태상은 손을 올려 그것을 아까처럼 힘주어 뜯어내 보았다. 아까 전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뭇가지가 태상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뜯기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 나뭇가지를 꺾으면 나는 소리가 아니라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뜯어져 나왔다.

그리고 뜯긴 부위에선 피로 추정되는 것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고 말이다.

태상은 나뭇가지 같지 않은 기분 나쁜 나뭇가지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나이트 레드의 어깨를 잡아 당겼다. 그의 몸이 쑤욱 빠지며 바닥에 몸이 떨어졌다. 그도 자신의 몸처럼 자잘한 상처는 있었으나 크게 상한 곳은 없어보였다.

그가 가장 먼저 이곳에 들어온 것 때문인지 얼굴색이 유난히 창백하긴 했지만 말이다. 다른 일행들의 안색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기에 일을 서둘러야겠다 싶었다.

태상은 그를 질질 끌고 움직여 나무와 떨어진 곳에 내려놨다.

“레드. 레드! 정신 차려 봐요. 레드!”

정신을 잃은 레드의 뺨을 짝짝 때리며 충격을 주었다.

얼마나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레드의 손가락이 움찔움찔 떨리더니 정신이 드는지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태상이 드디어 그가 깨어났음을 눈치 채고 말했다.

“정신이 좀 듭니까?”

“으...으.....여기는...?”

레드가 희미하게 눈을 뜨며 태상을 확인한 뒤 주변을 살폈다. 그도 정신이 없는 모양이긴 했다.

“제 예상으로는 늪지대 아래쪽으로 짐작 되네요.”

“늪....? 아! 늪에 빠졌었지.....근데 제가 어떻게 살아 있죠?”

“지금 그걸 일일이 설명해줄 시간이 없습니다. 저길 보세요.”

어리둥절해 하는 레드에게 모두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고 싶긴 하지만 그러다간 메디노에게 들키던, 먹히던 둘 중 하나일 것 같았다. 레드는 태상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우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일행들이 전부 나무에 매달려 얼굴만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저게 뭡니까?”

“방금 전까지 당신도 저기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의 몸 이곳저곳에 나뭇가지 살점들이 묻어 있었다. 태상이 그의 어깨에서 나뭇가지 살점을 집어 보여주자 그가 기겁했다.

“다행인 건 제 능력이 통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생김새도 일단 좀 기괴하긴 한데, 나무긴 하잖아요? 불에 약할 것 같으니까 절 좀 도와주시죠.”

“늪에 빠진 건 기억이 나는데, 이런 꼴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러다간 일행이 나무에 먹힐 수도 있습니다. 아까 사람 한 명을 잡아먹었거든요.”

나무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게 단 번에 이해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 했으나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털썩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레드 스스로도 자신이 왜 다시 주저앉았는지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왜 그래요?”

“몸에 힘이 하나도 없네요.”

레드가 멋쩍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레드는 물약을 몇 통 비우고서야 겨우 몸에 힘이 돌아와 일어설 수 있었다.

자신의 몸 상태가 정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레드가 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곧 그의 검이 불에 휩싸이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레드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시죠. 제가 저놈에게 무력화를 걸면 검으로 놈의 몸을 잘라서 일행부터 구한 뒤에 불로 태우시면 됩니다.”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상과 레드가 다시 나무에 접근했다. 레드는 가까이에서 보자 더욱 징그러운 나무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나이트 레드를 구하기 위해 한 부분만 무력화를 사용해 뜯어냈지만 지금은 나무 전체에 무력화를 걸 생각이었다. 몸 전체가 멈추면 아마 메디노도 이상함을 눈치 채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일행을 모두 구하고 전투 준비를 끝내야 했다.

태상이 신호를 주자 나이트 레드가 검을 나무한테 겨눴다.

태상이 무력화를 사용함과 동시에 나이트 레드가 땅을 박차고 뛰었다. 그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움직임을 멈춘 나뭇가지가 후두둑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론 태상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단단히 몸을 고정시키던 나뭇가지가 사라지자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일행의 몸을 낚아 채 바닥에 안전하게 내려놓은 것이다.

일행을 구하는 태상을 향해 나뭇가지들이 그의 몸을 휘감으려 했다.

탕! 탕!

마나건으로 그것들을 터트려 버리자 사방으로 질척한 피가 분수를 내뿜으며 튀었다.

나무는 기괴한 비명소리만 내뱉을 뿐 레드에게 어떤 공격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사방에서 뻗어나온 나뭇가지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레드와 태상을 향해 꾸물꾸물 움직였지만 그들 모두 가뿐하게 그것들을 잘라내버렸다. 태상은 일행을 모두 구하자 레드에게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입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레드의 검에서 활활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일행에게 공격이 들어가게 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제 불이 함께한 그의 검은 더욱 자비가 없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그의 능력이 더해진 검은 단순히 불길만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었다.

검을 한 번 스쳐 간 곳에서 2차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살아 있는 걸 증명하듯 나뭇가지들이 꿈틀거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은 점점 더 나무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그동안 사람을 잡아먹던 나무가 지금은 불에 잡아먹히고 있는 것이다.

레드는 나뭇가지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헤롱 거리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그의 활약은 엄청났다.

“아직 부족하지! 으랏차!!!”

그가 검을 가로로 눕히고 나무의 몸통을 향해 달렸다. 나뭇가지들이 그의 앞을 막으려 했지만 레드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하거나 검으로 잘라냈다.

레드가 기어코 나무의 몸통에 검을 박아 넣었다. 레드가 씨익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검에 자신의 능력을 더욱 불어넣었다. 그의 검 주변에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점점 더 크기를 더해갔다.

검을 나무 몸통 안에 박아 넣어두었기에 충격은 고스란히 나무에게로 이어졌다.

캬아아아아아악!!

콰아앙!!!

나무의 비명으로 생각되는 포효소리 뒤에 거대한 폭발음이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태상은 어떻게 레드가 혼자서 B등급 악마를 죽일 수 있었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저 정도의 공격력을 갖고 있으니 가능한 거였으리라.

불 때문에 생긴 연기와, 폭발로 인해 생긴 연기가 주변을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태상은 일행을 깨워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움직였다.

잠시후, 하나 둘씩 일행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태상은 어리둥절해 하는 그들에게 자세한 설명 대신 짤막하게 말했다.

"어서 물약 먹고 정신 차리세요.”

"으...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머리가 어지러운지 이마를 짚으며 반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동자가 주변을 쭉 훑다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나무에게로 닿았다.

"레드가 나무를 상대하고 있어. 메디노가 이상을 눈치 챘을 거야. 곧 나타날 테니 대비해야 해."

"나이트 레드가 왜 나무를 상대해?"

"늪에서 있었던 일 기억 안 나? 그게 다 저게 꾸민 짓이야. 사람을 잡아 먹고 있더라고, 나무가."

나무가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말에 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말은 곧 자신들이 저 나무에게 잡아먹힐 뻔 했다는 뜻이 되니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는 것보다 지금은 몸을 추스리고, 곧 나타날 메디노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게 더 급했다.

태상이 반의 입에 억지로 물약병을 물렸다.

"삼켜! 시간 없다니까? 힐러! 뭐하고 있어?! 빨리 물약 먹고 회복해서 다른 일행들한테 버프 주고, 힐 해줘야지!"

지금 일행의 몸을 가장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이들은 힐러들밖에 없었다.

태상이 근처에 있는 빙빙의 입에 반과 마찬가지로 억지로 물약을 물렸다. 그녀는 눈을 껌뻑거리며 힘겹게 물약을 꿀꺽 꿀꺽 삼켰다.

"체력회복이 제일 우선이니까 힐 부탁해요. 힘들어도 참고! 죽는 것 보단 낫잖아요?"

태상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인 후 벌떡 일어났다. 무력화가 끝난지 오래였기에 레드 혼자서 나무를 상대하기가 벅찼다. 아까부터 나무를 잡아 먹던 불길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보였다. 자욱하던 연기도 점점 줄어들고, 검게 그을렸던 나뭇가지들이 다시 활발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레드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혀를 차며 잠시 뒤로 물러났다.

탕!!

"괜찮아요?"

그의 등을 노리고 접근하던 나뭇가지를 발견한 태상이 마나건을 이용해 물리치고 다가갔다. 레드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쳇, 혼자서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습니다. 공격이 들어가는 것보다 회복속도가 더 빨라서 감당할 수가 없네요. 나름 공격력 하나는 자신 있는데...."

레드가 분하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만약 태상의 무력화가 없었다면 일행을 구해내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나무의 재생력도 문제였지만 무력화 효과가 없는 지금, 방어력도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력화를 한 번만 더 써주시겠습니까? 그럼 반드시 저놈을 모조리 태워버리겠습니다."

============================ 작품 후기 ============================

난 지금 미쳐가고있다. ..

이 키보드에 일일연재에..

내 모든 몸과 영혼을 맡겼다. ...

글만이. .. .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니까.. .

선추코...피쓰..乃

커뮤니티 가니까 이런 글이 있더라고요.

선추코 많이 받는 법이래서...헤헤

토요일 연참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글이 안 써지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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