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9 수련동 =========================================================================
“....이게 왜 안 되는 거지?”
레드가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는데도, 검에는 아무런 불씨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가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당황스러워 하자 주변에 있던 일행들이 슬슬 태상이 한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진짜 능력이 안 써진다고?”
“말도 안 돼. 그게 어떻게 가능해?”
다들 설명을 원하는 표정으로 태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3분이 다 지났는지 갑자기 레드의 검에 화르륵 불씨가 휘감겼다.
“되, 된다!”
레드가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깊게 한숨을 쉬었다. 고작 3분이었을 뿐이지만, 그 3분이 3시간 같이 느껴졌다. 천하의 레드가 저렇게 당황한 표정을 짓는 건 아마 굉장히 오랜만의 일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자신의 능력이 다시 자유자재로 써진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레드는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놀람은 가시지 않는지 심장이 거칠 게 뛰었다.
분명 태상이 무슨 수를 쓴 게 확실한 지라 그는 설명을 원하는 얼굴로 태상을 봤다.
“제 능력입니다.”
반도 금시초문인 말인지라 저도 모르게 말했다.
“너 원거리 능력자잖아!”
“능력은 이거고, 사용하는 무기는 원거리니까 원거리라고 한 건데?”
“......”
그런 게 어딨어!
보통 가장 잘하는 분야로 소개를 하지, 보조 능력으로 자신을 소개하진 않는다. 그런데 태상은 지금 그렇게 행동 한 거다.
“이런 능력이 있었으면 진작 말을 했어야지!”
반이 억울해했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물었다.
“잠깐, 네 능력 설마 악마한테도 통하냐? 저번에 C등급 악마 죽였을 때 공헌도 1위 했던 거 말이야. 그때도 네 능력을 사용해서 1위 한 거였어?”
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은 그제야 모든 게 설명이 된다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놀람도 많이 느꼈지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아깝다는 거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였을 때, 그를 길드로 데려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마 길드는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태상은 길드에 들지 않고, 신생길드를 만든 상황이다.
앞을 내다 봤을 때,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와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능력이 악마에게까지 능력이 통한다는 건 솔직히 사기였다. 능력자들한테만 먹혀도 대박인 능력이었다.
“그럼 그 능력이 A등급 악마한테도 통한다는 소리인가?”
일행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자 순간 다들 침묵했다.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나이트 레드와 인연을 쌓을 게 아니라 아무래도 태상과 연을 만들어두는 게 더 급할 듯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태상에게 물었다. 도대체 그 어마어마한 사기 능력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런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능력이오? 내 생전 들어보지 못한 능력인데.”
“내 능력이요?”
일행이 짠 것도 아닌데 다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태상이 그들의 기대 섞인 눈동자에 피식 웃었다.
“다들 아는 능력일 텐데, 무력화잖아요.”
“에이~!!”
“말도 안 돼. 거짓말 하는 거죠?”
다들 손사래를 쳤다. 태상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저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이 고작 보조능력 중 하위에 속하는 무력화일 리가 없지 않은가.
무력화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들의 주변에도 있다. 근데 태상처럼 어마어마한 효과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더욱이 무력화는 없는 능력으로 치고 검술이나 다른 무기를 연마해서 다니는 계약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그의 능력이 무력화라는 건 말도 안 됐다.
“음...진짠데. 아, 근데 천사가 그러긴 했어. 일반 무력화랑은 좀 다른 것 같다고.”
“달라도 한참 달라! 아예 비교 불가라니까?”
반이 흥분해서 말했다.
“진짜 이 미션, 성공 할 수 있겠는데?”
나이트 레드를 믿고 왔던 다른 이들도 화색이 돌았다. 좀 더 안전해지고, 미션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게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받게 될 S등급 미션 보상을 생각하며 히죽히죽 웃음을 지었다.
태상의 무력화만 있다면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 이곳까지 오긴 왔지만 솔직히 마계에 들어서자마자 괜히 왔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그건 모두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그들의 눈에 탐욕이 서렸다. S등급 미션에서 받을 보상이 태상 덕분에 순식간에 코앞에 다가왔다.
“아, 근데 A등급 악마한테는 써 본 적이 없어서 먹히는지 안 먹히는지 모릅니다. 악마 계약자들은 그렇게 처리한다고 쳐도 악마 상대할 때 방심하지 말아요.”
무력화라는 능력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다들 태상이 말한 대로 하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천사들과 함께 악마 계약자들을 모두 죽이고 악마한테 갈 수만 있다면 그보다도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력화가 걸린 능력을 잃은 계약자들을 죽이는 것은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더 쉽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일행은 수풀 속에 몸을 숨겨 은밀하게 움직였다.
얼마나 움직였을까?
태상의 눈앞에 라마스가 보여주었던 그곳의 풍경이 펼쳐졌다. 악마 계약자들은 그들의 침입을 알지 못했기에 평화로워보였다. 하지만 이곳은 곧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천사 계약자들에 의해 말이다.
태상과 사로나, 둘은 갑옷 위에 로브를 걸쳐 입고 후드를 깊게 내려 썼다. 악마 계약자들도 자주 입는 복장이었기에 저들 사이로 끼어들기에 무리가 없는 복장이었다. 태상이 악마 계약자들 사이로 진입하려 하는 이유는 무력화를 쓰기 위함이었다.
나이트 레드와 함께 가면 더 좋았겠지만, 그는 너무 많이 알려져서 들킬 확률이 있었다. 그래서 레드 대신 사로나가 따르기로 한 것이다. 사로나는 일행이 올 때까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태상을 지켜주고, 악마 계약자들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태상이 고갯짓을 하자 천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늘 위로 올라갔다. 양 손을 앞으로 펼친 천사는 환한 빛을 내뿜는 여러 갈래의 공격을 쏘아 악마 계약자들이 있는 곳을 공격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으아아악!”
“꺄아악!!”
“천사가 나타났다!!!!!!”
사방에서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뒤섞여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던 곳이 천사의 공격에 피가 튀고, 난장판이 됐다. 악마 계약자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곧 표정을 굳히고 천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천사가 도대체 무슨 일로 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습을 당했으니 그 복수는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먼저 천사에게 공격을 시작한 것은 당연하게도 원거리 능력자들이었다.
천사가 방어막을 사용해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좀 더 날개를 펄럭여 하늘 위로 솟아 올라갔다. 사방에 흩어져 있던 악마 계약자들이 천사를 죽이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하자 그 공격을 혼자선 감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태상과 사로나가 움직여야 하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악마 계약자들 속으로 끼어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들 천사를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악마 계약자와 천사 계약자는 서로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들 모두 똑같이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었으니 말이다.
태상과 사로나가 악마 계약자들이 몰려 있는 곳에 도착하자 남아 있던 두 명의 천사가 양쪽으로 갈라져 움직였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하늘 위로 솟았다가 오른쪽과 왼쪽에서 동시에 공격을 시작했다.
태상과 사로나가 그들의 공격 범위에 들어가 있었지만 이미 어느 방향에서 공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때, 악마 계약자 한 명이 천사 세 명이 나타났음에 놀라 다른 곳에 다급하게 연락을 넣으려 하고 있었다.
이건 생각지 못한 일이었던 지라 다급한 마음에 사로나가 그놈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었다. 눈에 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를 본 악마 계약자가 소리쳤다.
“천사 계약자 놈들이 숨어들었다!!!! 로브!! 로브 입은 것들을 죽여!!”
사로나와 태상의 근처에 있던 악마 계약자들이 그 목소리에 대상을 바꿔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태상은 원거리 능력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가까운 데에서 공격을 받으면 쉬이 당할 수 있단 생각이 든 사로나가 그를 지키기 위해 검을 바쁘게 놀렸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태상은 이미 도망칠 곳 없는 수련동에서 근접전을 수없이 치렀었다.
태상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날카로운 예기들 때문에 로브를 벗어 던져 악마 계약자들에게 던졌다. 로브가 놈들의 시야를 차단해 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나건으로 사방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탕! 탕탕탕!! 탕탕! 탕!!
백발백중은 아니었지만 그가 총을 쏘면 악마 계약자들이 목숨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탄환이 무한이라는 것이 지금 이 순간 빛을 봤다. 태상의 마나건은 멈추지 않고 악마 계약자들을 노렸다.
태상은 자신에게 덤벼드는 놈들에게 자비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악마 계약자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총의 무서움이야 다들 잘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선뜻 덤벼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근접전으로 잡아보려 해도 사로나가 떡하니 막고 있었으며, 태상도 기본적으로 근접전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사로나는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며 악마 계약자들을 베어나갔다.
그때, 태상은 악마 계약자 한 명이 사로나의 뒤를 노리고 검을 휘두르는 걸 목격했다. 그는 곧장 마나건의 총구 방향을 바꿔 놈을 향해 쐈다.
타앙!!
“크억!”
놈의 몸이 사로나를 향해 쓰러졌다. 사로나는 비명소리에 놈의 기척을 눈치 채고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리고 태상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그녀를 도와줬음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맙다 괜찮다 그런 식의 말을 할 겨를은 없었다.
찰나 눈동자가 마주치긴 했지만 곧 다른 곳으로 돌려졌다.
생각 같아선 무력화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일행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상의 무력화가 먹히는 시간은 3분밖에 되질 않았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인지라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가 사용해야 했다.
그때, 악마 계약자들의 공격을 받던 천사 중 한 명이 날개를 맞았는지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태상이 무력화를 사용했다.
조금 이르긴 했지만 이곳에서 천사를 잃을 순 없었다.
이미 그의 감각이 주변 모든 악마 계약자들을 하나 하나 주시하고 있었기에 그가 무력화를 사용하자 모든 악마 계약자들의 능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덕분인지 아수라장이 되어 곳곳에서 들리던 폭발 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끔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건 아까 전과 비교했을 때, 소음조차도 되질 않았다.
악마 계약자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갔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능력이 안 써지잖아?!”
무력화에 걸린 이들의 동요는 점점 커져가 끝내 악마 계약자들 모두를 덮쳤다.
“능력이 안 써진다고?”
“지, 진짜 안 써져!!”
“어, 어어?! 처, 천사 계약자들이 몰려오잖아!!”
당혹감도 잠시, 18명의 천사 계약자들이 무기를 들고 그들을 죽이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분명 수적으로 악마 계약자들이 훨씬 우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능력이 있어야 저들을 상대할 텐데, 태상이 쓴 무력화 때문에 쓰질 못하니 겁부터 덜컥 났다. 더군다나 그들은 갑자기 왜 능력이 안 써지는지 영문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겪고 있는 당혹감은 컸다.
이곳에서 죽으면 진짜 죽는 거다. 차라리 뭉쳐서 싸웠다면 좀 더 승산이 있었겠으나 당황한 그들은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악마 계약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뒤로 돌렸다.
“제, 젠장!”
“튀어!!!”
악마 계약자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행은 그들 중 한 명도 쉬이 보낼 생각이 없었다. 이미 양 옆을 C등급 천사들이, 뒤는 태상과 사로나가, 앞은 일행이 막아 둔 상태였다.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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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연참합니다. 다음편은 27분에 올라와요!
넘어가시기 전에 추천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ㅜㅜ
치킨...치킨?...치킨로드..?치킨이지만...치킨??......
풉!! (뒤늦게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