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8 수련동 =========================================================================
반을 포함한 19명의 일행이 멀뚱히 거리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미션을 나가려는 참인지 풀 세팅을 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묵직한 짐들이 하나씩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멀뚱히 서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계속됐다. 그리고 그들의 안색도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나빠지고 있었다.
나이트 레드가 그들의 대표가 되어 반에게 결국 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 오는 겁니까? 아직도 연락 안 되나요?”
다들 나이트 레드를 향해 질문 한 번 잘했다는 듯 바라봤다. 반은 끄응....신음을 흘렸다.
“다시 한 번 해보지. 이렇게 늦을 애가 아닌데...”
반의 옆에 있던 사로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안 받아요.”
“이 녀석이 까먹기라도 한 건가? 정말 5일 동안 연락 한 번 안 됐어?”
“네.”
반이 답답했는지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정 안 되면 태상을 두고 19명이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미션은 태상이 가져 온 미션이었다. 그건 아주 최악의 상황이 아니고서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미션을 공유 받은 상태인지라 태상이 굳이 없어도 미션을 할 수 있긴 했다. 물론 반이 절대 움직일 생각을 안 했기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잔뜩 불만스러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까지 안 오는 걸 보면 그새 죽었거나 미션이 무서워 도망쳤거나 둘 중 하나같은데 아니오?”
수염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우락부락한 근육의 남자가 결국 본격적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이미 나이트 레드가 물꼬를 터트려 놓은 상황이었다. 반도 더 이상 연락 닿지 않은 태상을 계속 기다리자고 주장할 순 없었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들 모두 이젠 정말 떠날 생각인지 바닥에 내려놓은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반이 일행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면 안 되겠어?”
“형님 얼굴 봐서 지금까지 기다려 준 겁니다. 시간 약속 안 지키는 놈들은 원래 상대도 안 해야 하는 법이오. 형님도 그 놈, 앞으로 연락 하고 지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소.”
“끙....이럴 녀석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사로나는 지금까지 계속 응답이 없던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다시 한 번 그에게 연락을 넣었다. 하지만 여전히 태상에게선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이 녀석은...."
그때, 사로나의 근처로 갑자기 누군가가 다가왔다. 길가에 서 있던 지라 지나가려는 사람인 줄 알고 사로나가 몸을 비켰는데, 이상하게도 자신에게 붙은 사람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로나는 목걸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에 누가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 나타나지 않는 태상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뭡니...!”
그녀의 눈동자가 커지고, 찌푸렸던 얼굴이 놀람으로 펴졌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원망을 담아 말을 했다.
“이제 오면 어떡해!!”
사로나가 그렇게 말한 이는 바로 19명의 일행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태상이었다.
“많이 기다렸어? 최대한 빨리 온다고 온 건데.”
그가 잔뜩 엉망이 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옷은 멀쩡했지만 그의 얼굴이나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사로나는 그의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쭉 훑었다가 놀라 물었다.
“도대체 그동안 뭘 하고 다닌 거야? 꼴이 왜 이래?”
“그냥 좀....나름 재밌게 놀다 왔어.”
“놀다 왔다고?"
사로나가 목소리를 작게 하며 말했다.
"너 저 사람들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마. 지금까지 널 기다린다고 반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농담으로도 절대 안 받아줄 걸?”
진짜 논 건 아니었기에 억울했지만 태상은 그녀에게 해명을 할 수가 없었다. 반이 태상을 발견하고 소리를 치며 달려왔기 때문에 그럴 기회를 놓친 것이다.
“너 이 녀석!!!!!!! 왜 이제 오는 거야!!!”
반이 태상의 목에 헤드록을 걸었다. 태상이 아야야 하며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자 반이 화들짝 놀라 팔을 풀었다.
“꼴이 왜 이래?!”
사로나와 똑같은 질문이었기에 태상이 피식 웃었다.
“고생 좀 하다 왔어. 많이 기다린 거야?”
“괜찮다 이놈아. 왔으니까 됐지! 근데 그 꼴로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겠어?”
아무리 봐도 치료를 받고 가야 할 것 같았다. 태상은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어차피 일행에 힐러가 두 명이나 있었기에 반이 그의 팔을 잡고 질질 끌었다.
“빙빙! 치료 좀 부탁하자. 어디서 고생을 하고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꼴이 완전 엉망이야.”
빙빙이라고 불린 여자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유난히도 볼이 통통한 중국 여자였다.
빙빙이 힐끔 태상을 보다가 다가와 물었다.
“어디가 아프세요?”
“외상 몇 군데랑 근육통정도가 답니다.”
수련동에서 나올 때, 회복물약이 다 떨어져 미처 상처를 치료하질 못했다. 라마스에게라도 받고 왔어야 했는데 일행이 기다린다는 말에 너무 서두르다가 깜빡한 것이다.
빙빙이 태상의 가슴에 두 손을 모아 가져다댔다. 그러자 곧 그녀의 손에서 환한 빛이 내뿜어졌다. 그녀의 등 뒤로 천사들이나 갖고 있을 법한 날개가 잠시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빛이 사라진 것과 동시에 태상을 괴롭히던 상처와 근육통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태상은 라마스가 해준 것과 비슷한 효과에 놀란 얼굴을 했다.
5일 동안 회복물약만 배 터지게 먹다가 이런 식으로 치료를 받으니 새삼 힐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회복물약을 먹은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네.”
“그럼 당연하지! 그래서 힐러가 귀한 대접 받는 거다.”
태상이 일행을 쭉 훑으니 레베카는 없는 듯 했고, 안나와 다니엘이 보였다.
그들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태상은 눈짓으로나마 아는 척 인사를 했다. 그러자 안나는 휙 고개를 돌려버렸고, 다니엘은 살짝 고개를 숙여 그의 인사를 받았다.
태상의 시선이 나이트 레드에게 향하자 그가 태상에게 다가와 아는 척을 했다.
“늦으셨군요.”
“미안해요. 사정이 생겨서 기다리게 했네.”
“안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왔으니 다행입니다. 이제 출발 하는 겁니까?”
“네. 그래야죠.”
나머지 일행은 나이트 레드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바람에 한 소리 하려던 게 목구멍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태상이 나이트 레드와 매우 가까워 보여서 그런 것이다.
다들 나이트 레드와 이번 기회에 친분을 좀 만들어 볼까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나이트 레드가 먼저 다가가서 대화를 나누기까지 하니, 태상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자자! 이제 진짜 이동하는 거다!!”
반이 신나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일행은 미션지로 이동시켜 주는 천사에게로 움직였다. 태상은 예전에 타본 경험이 있었기에 천사를 본 순간 와락 얼굴을 찌푸렸다.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멀미를 주며 이동시켜주는 천사이기 때문이다.
천사가 보이자 태상이 움직여 그에게로 갔다.
“미션지로 이동시켜 주시죠.”
천사는 목걸이를 보여 달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목걸이를 보여주자 천사는 목걸이 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미션지가 어디인지 살펴보려는 듯 했다.
천사가 미션지가 어디인지 알게 됐는지 목걸이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태상에게 이동 마법진 위로 올라가라고 말해주었다.
아마 마계로 이동되면 그들의 앞에 천사 세 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라마스가 그에게 미리 얘기를 해주었다. 태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하고 이동마법진 위에 올라갔다.
마법진이 시전되자 태상은 또 다시 속이 뒤집히는 울렁거림을 경험해야 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허리를 숙이고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으으...!! 젠장!"
평소 멀미를 그다지 하는 체질이 아닌데도 이렇게 힘이 들었다. 그만큼 승차감이 최악인 거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점은 헛구역질 하는 게 그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바로 빙빙, 그녀가 헛구역질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마침 바로 옆에 있었는지 사로나가 어색하게 그녀의 등을 두들겨주고 있었다.
"빙빙이도 절대 적응을 못하더니 너도 그렇네."
반이 큭큭 웃으며 말했다.
"천사다!"
그때, 일행 중 누군가가 어디를 가리키며 말했다.
태상이 뒤집힌 속을 심호흡으로 진정시키고 그쪽을 바라봤다. 흰 날개가 인상적인 천사 세 명이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그들 모두 태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라마스가 태상에게 말하길, 그들은 오직 그의 말만을 따를 거라 말했었다.
속이 좀 진정되자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라마스가 보여주었던 그곳과는 조금 거리가 되는 장소였다. 주변에 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이곳에서 전술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이동하면 될 듯 싶었다.
"이쪽으로 모여봐요."
태상이 본격적으로 어떻게 싸울지에 대해 얘기를 해주기 위해 일행에게 말했다. 천사들이 그의 말을 들은 듯 일행이 모인 곳 가까이로 움직였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는 A등급 악마를 잡으러 온 겁니다. 그리고 그놈을 잡기 위해선 악마 계약자 약 100여명을 넘어야 하죠. 그놈들을 다 상대 해야 메디노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일행들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인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때, 반이 태상에게 말했다.
"천사들한테 악마 계약자들 시선을 돌리라고 하고, 우리들은 몰래 악마한테 가서 놈을 죽이자고. 그 방법밖엔 없잖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태상은 굳이 그렇게 위험성 높게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C등급 천사 세 명을 너무 허무하게 잃게 될 것이다.
태상은 천사들도 악마를 상대할 때 좋은 전력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을 고작 그런 일에 희생시킬 순 없었다. 천사들은 다른 계약자들과 달리 목숨까지 내어 놓을 작정이 되어 있는 아주 훌륭한 전투병이지 않은가.
가장 열심히 싸워 줄 병사들인 것이다.
“아니, 다른 방법으로 움직일 거야.”
“어떻게? 다른 방법이 뭔데.”
반이 이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게 놀라운 모양이었다. 태상은 수련동에서 고민하고 고민했던 자신의 생각을 일행에게 털어놓았다.
“우선 천사 한 명이 악마 계약자들의 시선을 빼앗을 겁니다. 놈들이 당황하긴 해도 천사한테 공격을 퍼붓겠죠. 그럼 양 옆에서 천사들이 기습을 해서 놈들에게 공격을 을 하면 됩니다. 물론 그 공격으로 수를 조금 줄일 순 있겠지만 다 죽이진 못할 겁니다. 그럼 그때, 우리들이 뒤쪽에서 놈들을 기습해서 나머지 악마 계약자들을 모두 죽일 겁니다.”
태상의 말에 반이 곧장 반박하고 나섰다.
“우린 고작 20명이야. 저놈들이 딱 100명인 것도 아니고, 그 수를 그냥 어림짐작한 것뿐이잖아? 우리가 놈들한테 당하고 말 거다.”
“아니. 당하지 않을 거야.”
반의 반박은 타당했으나 태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태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놈들은 우리가 기습을 시작한 후로 3분 동안 아무런 능력도 쓰지 못 할 겁니다. 능력을 쓸 수 없는 놈들 죽이는 일이 어렵나요?”
수련동에서 태상은 수없이 경험해봤다.
평소와 생각지 못하게 갑자기 다른 낯선 상황에 처하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 해도 약한 자에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악마 계약자들은 갑자기 자신의 능력이 안 써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황할 것이다.
그들 중 엄청나게 강한 놈이 있다 해도 피할 순 없을 것이고 말이다.
그놈이 수련동을 수료하지 않은 이상 말이다. 그러니 이건 전투가 아니라 학살을 하는 거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 악마 계약자들은 추풍낙엽처럼 그들 일행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될 거다.
일행은 3분 동안 능력을 쓰지 못한다는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얼굴이었다. 태상이 레드를 쳐다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말했다.
“레드, 능력 한 번 사용해보겠어요?”
“음?”
레드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다가 이내 다들 자신에게로 시선이 쏠리자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왜 갑자기 그런 걸 시키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능력을 사용했다.
그의 능력은 불을 다루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검을 쥐고 그 검에 자신의 능력인 불을 덧씌우며 강한 파괴력으로 공격을 하곤 했다.
“.....?!”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검에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그와 함께 레드의 눈동자가 시간이 지날 수록 커졌다.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한껏 당황한 얼굴을 했다.
일행은 점점 변하는 그의 얼굴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봤다. 레드는 다급하게 태상을 쳐다봤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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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연참!
슈팅스타트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선추코쿠폰 모두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