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정혜연 =========================================================================
“왜 예쁜 아가씨를 뺄라 그래?”
혜연이 시무룩해하는 걸 봤는지 괜스레 물었다. 태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위험해서 안 된다고 말했다.
“B등급 악마밖에 안 잡아봤대. 경험이 없어서 안 돼.”
태상의 말에 반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태상은 C등급 악마를 잡아 본 게 다인 걸 그가 빤히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얌마. 넌 C등급 악마밖에 안 잡아봤잖아! 그런 놈이 B등급 계약자한테 약해서 안 된다고 퇴짜를 놓냐?”
“........”
태상이 머리를 긁적였다. 혜연을 이번 미션에 데려가지 않는 건 그 문제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직접적인 이 미션의 피해자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자세한 얘기를 반에게 해줄 생각이 없었기에 태상이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혜연은 데려가지 않을 거야.”
“알았다 이놈아. 그럼 지금까지 모인 인원은 13명이 되겠네.”
반은 안전을 중시하면서도 데미지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가 대충 생각하기에 그룹원 능력 분포를 힐러 2명, 원거리, 근거리 딜러 13명, 탱커 3명 보조 2명로 하면 적절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힐러는 한 명 섭외 됐고, 원거리는 너까지 합해서 6명 근거리 5명 구해진 상태다. 아가씨는 어느 쪽 능력자지?”
반은 사로나가 어떤 능력자인지 알지 못했다. 딱 봐도 근거리 같아 보이긴 했지만 확실하지 않기에 물은 것이다. 사로나가 역시나 근거리 능력자이고, 검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럼 총 힐러 1명, 원거리 6명, 근거리 6명이 구해진 상태가 된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보조 능력자는 보호계열이랑 버프계열로 할 생각인데 넌 어떻게 생각해?”
반이 태상에게 의견을 물었다.
엄연히 그가 이 파티의 리더이기 때문에 의견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태상은 한 번도 파티를 짜본 적이 없기에 그가 짠 파티 구성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반을 믿었기에 그가 잘해주고 있을 거란 생각으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상은 그렇게 반에게 이곳에서 리더가 해야 할 자세와 일들을 알게 모르게 배우고 있었다.
“괜찮네.”
태상이 좋다고 하자 반이 하하 웃으며 그럼그럼! 누가 하는 건데! 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근데 오늘 왜 이렇게 길드에 사람이 없어?”
“아아~ 이번에 C등급 미션이 하나 또 떠서 다들 거기에 몰려갔어.”
왜 사람이 없나 했더니 역시 그런 사정이 있었던 거였다. 그때, 반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그건 왜 묻는 거냐? 혹시 양 손에 꽃을 잡고 있으면서 우리 레베카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안 돼! 그건 내가 허락 못해! 두 명도 모자라서 세 명을!?!? 이런 부러운...아니, 날강도 녀석!”
“또 헛소리 한다.”
태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로나와 혜연의 얼굴에 잠시 심각함이 사라지고 작은 미소가 피었다. 그때 혜연이 갑자기 돌발적으로 말했다.
“원래 영웅호색인 법입니다.”
“뭐?”
태상이 황당한 표정으로 봤다. 그러나 반은 그 말이 무척 부러웠는지 뒷목을 부여잡았다.
“크아아아! 이런 부러운 놈!!! 다시 말하지만 레베카는 안 된다 이놈아!!”
부러움에 몸이 달은 반 때문에 태상은 한동안 그에게 시달려야 했다.
**
혜연은 얼마 후 자신의 말을 지켰다. 정말 나이트 레드와 만나는 약속을 잡아 온 것이다. 어떻게 했냐고 물었는데 혜연은 배시시 웃기만 하고 자세히 말을 해주지 않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그건 나이트 레드를 만나자 밝혀졌다.
그가 혜연을 보자마자 질색을 했던 것이다.
“이 스토커!”
나이트 레드는 기사들이나 입을 법한 갑옷을 입고 긴 대검을 들고 있었다. 갑옷이 붉은색을 띄었는데 한 눈에 보기에도 무척 고급스러워보였다. 과연 실력이 상위라서 그런지 하고 다니는 행색도 굉장히 삐까뻔쩍했다.
그런 나이트 레드가 혜연을 보자마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태상은 이게 무슨 일 인가 싶어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녀를 보자마자 반응을 보인 나이트 레드와는 달리 혜연은 태연했다.
“들어가시죠.”
혜연이 손짓으로 그를 안내했다. 태상이 나이트 레드의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강태상입니다.”
“레드라고 부르면 됩니다. 그쪽이 저 여자 주인입니까?”
레드의 말에 태상이 헛기침을 했다.
“오늘 제가 만나자고 한 건 S등급 미션 때문입니다.”
“알아요. 저 여자한테 지긋지긋하게 들었습니다.”
혜연이 도대체 레드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저렇게 학을 떼는지 모르겠다.
“오늘로 끝냅시다. 더 이상 사람 귀찮게 하지말고. 계속 질질 끌다간 정신 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서 만난 겁니다. 어서 할 말 하세요. 바쁘니까.”
레드는 굉장히 귀찮아 하며 태상에게 말했다. 태상은 그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미션을 하는 대신 조건으로 사람을 한 명 데려가겠다고 했다던데, 그 사람은 누굽니까?”
레드는 다리를 꼬고 말했다.
“내가 말한 조건이 까다로웠습니까? 흔치 않은 S등급 미션이라서 특별히 조건을 간단하게 한 건데요.”
“20명만 가능한 미션입니다. 진짜 이 미션을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적어도 얘기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태상의 말에 레드가 잠시 침묵했다.
자신에게 대놓고 지적을 하는 놈은 그리 흔치 않았다. 그래서 레드가 침묵을 하며 태상을 바라본 것이다.
그는 지금 태상이 어떤 사람인지 구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뛰어난 힘을 가진 후, 명예는 저절로 그를 따라왔었다. 그렇다 보니 저절로 그에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위에서 군림했다. 평범한 길드원이었던 그가 길드의 요직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가 가진 힘 덕분이었다.
물론 겉에선 그렇게 군림했지만 뒤에서 그를 보며 수군거리는 놈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알았다. 태도가 싸가지가 없다느니 재수 없다느니 욕하는 놈들이 많긴 했다. 그는 오히려 그렇게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더 좋았다.
그리고 그렇게 비겁하게 뒤에서 남 욕하는 놈들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았기도 했다.
그런 용기 없는 놈들은 어차피 그저 그런 인생을 살다가 죽을 놈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그런 놈들은 자기 앞에선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간신배처럼 손을 비비곤 했으니 자신이 상대하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레드는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구분을 하곤 했다. 그래서 지금 레드가 태상이 어떤 놈인지 유심히 살피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그걸 말 안하겠다면 어떡하겠습니까?”
레드가 일부러 태상을 도발하고자 말했다. 태상은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것 마냥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미션에 참여할 수 없을 겁니다.”
“당신, 나한테 이런 태도로 말해도 되는 겁니까? S등급 미션,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미션 아니었나? 20명으로 A등급 악마를 죽이라는 건데 나 없이 그걸 깰 수 있겠어요?”
레드가 당당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가 없으면 거의 깨지 못할 미션이라고 봐도 됐다.
20명으로 A등급 악마를 잡는다고?
그것도 악마가 있는 마계로 직접 가야 하는 미션을?
다들 미쳤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만한 미션이었다. 도대체 누가 저 미션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그만큼 인원이 모인 것도 모두 반이 인맥으로 열심히 뛰어다녀 준 덕분이었고, 나이트 레드가 함께 한다는 것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태상은 그에게 이런 태도로 해선 안 됐다.
태상이 돌연 씨익 웃음을 보였다. 그 웃음을 본 레드는 황당해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온다고?
레드가 태상을 미친놈이 분명하다 단정 짓고 있을 무렵, 그가 입을 열었다.
“기회를 발로 찬 건 그쪽이니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시죠. 이 미션, S등급입니다. 당신이 위험하다는 거 알면서도 수락할 만큼 보상이 제법 쏠쏠할 게 분명한 미션이죠. 원래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겁니다. 당신은 기회를 잡을 생각이 없는 걸로 보이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태상이 더 이상 미련을 보이지 않고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레드는 갑자기 일어난 태상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눈을 깜빡였다.
설마 지금 네가 날 퇴짜 놓겠다는 거야? 내가 그만 두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나 나이트 레든데? 엄청 강한 사람인데?
물론 그에게 그만 두겠다는 식의 뉘양스를 보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진짜 그만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냥 기선제압을 하려고 한 말이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이 보이는, 그가 짐작한 반응과는 전혀 달랐기에 레드가 설마설마 하면서 그를 바라봤다.
“가자.”
“네.”
태상의 가자는 말에 혜연이 문을 열었다. 태상은 문 밖으로 걸어 나가려다가 아차! 하고 잊어버린 것을 말했다.
“혜연이 길드 탈퇴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길드책임자랑 다시 얘기 나누겠다고 전해주시죠.”
“지금 그게 무슨..? 이대로 그냥 간다고? 하던 말은 마저 하고 가야지!”
레드가 서둘러 정신 줄을 붙잡고 태상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태상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시선으로 그를 봤다.
“뭘 더 말하자는 겁니까? 얘기 끝난 거 아닌가?”
“뭐가 끝났다는 거야! 하나도 안 끝났다고!”
레드가 태상을 질질 끌고 들어왔다. 태상은 못 이기는 척 그에게 끌려가 다시 자리에 앉혀졌다.
“그만 두겠다고 하셨잖아요.”
레드가 절대 아니라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진짜 가슴에 손을 얹고 그런 말 한 적 없다! 완전 억울해 죽겠다는 듯 레드가 말했다.
“아니,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습니까? 이 사람, 굉장히 경솔한 사람이네.”
태상이 피식 웃었다.
그의 짐작대로 레드는 S등급 미션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S등급 미션이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도박을 했는데 그게 먹힌 것이다. 태상도 그가 미션에 따라와 주길 바랐다. 그래야 좀 더 안전해질 것이고, 성공 확률이 올라 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고 들어가면서까지 그를 모셔갈 생각은 없었다.
굳이 나이트 레드가 아니더라도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S등급 미션에 침을 흘릴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정 안 되면 그가 직접 움직여서라도 나이트 레드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스카웃 할 생각이었다.
“할 겁니다. 아니, 이미 하기로 결정 된 거에요. 이제 와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무를 순 없는 법입니다.”
레드가 흥분으로 인해 잔뜩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그에비해 태상의 얼굴에는 여유가 피어 올랐다. 혜연은 태상이 나이트 레드에게서 주도권을 잡아 오는 것을 보며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저런 허세가 통하는 사람이 있고,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태상은 그가 이런 허세가 통할 사람이라는 것을 예리하게 눈치 채 사용한 것이다.
레드가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이 사람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구분하게 됐다고 했는데, 그런 일은 사실 레드보다 태상이 더 잘했다. 그는 아예 어릴 적부터 그걸 배우면서 자랐다.
그는 거대 기업을 책임져야 할 후계자로 낙점되어 자라 온 남자였다. 그러니 사람의 표정을 읽고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엔 토가 튼 것이다. 태상이 어릴 때 가장 많이 시간을 내서 들었던 수업이 바로 멘탈리스트 선생이 가르치는 수업이었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인재를 고루 등용해야 하고, 인재를 보기 위해선 사람의 속마음을 읽는 멘탈리스트가 되어야 했다.
“좋습니다. 그럼 당신이 데려오기로 한 사람이 누군지 말씀해주시죠.”
태상의 말에 레드가 바로 입을 열었다.
“내가 데려가겠다고 한 사람 내 전용 버프 능력잡니다. B등급 악마 혼자 잡을 때 그 버프 능력자랑 같이 한 겁니다. 오랫동안 나랑 같이 다닌 사람이라 능력 하나는 내가 보장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반이 레드를 옹호 했던 말이 아무래도 사실인 듯 했다. 그도 S등급 미션에 초보자를 끼려고 하지 않을 거란 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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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안티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지 바꾸고 싶은데 77에선 제목도,표지도 못바꾼데요.
.......77공모가 내 안티인듯요. -3-
에잇! 선작수 늘어서 기분 좋고, 후원쿠폰도 주셔서 기분 좋으니까
한편 더 투척합니다. 추천, 선작, 후원쿠폰, 코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