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48화 (48/251)

00048  정혜연  =========================================================================

“왔구나!”

반이 오자마자 태상을 향해 달려와 그를 끌어안았다. 반의 과한 반가움에 당황한 태상이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애쓰며 버둥댔다.

“징그럽게 이 아저씨가 왜 이래, 진짜!”

“얌마 너 날 사랑하지나 마라. 내가 누굴 섭외해왔는지 들으면 아마 까무라칠 거다!”

반은 질색하는 태상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아무래도 18명 인원을 채우는 과정에서 꽤 거물 인물을 섭외한 모양이었다.

“S등급이라는 말에 흔들리다가 20명이서만 잡아야 된다고 하니까 수락을 하더라고. 미친놈은 미친놈이지. 조건을 들으면 다들 도망 갈 궁리를 하는데 이놈은 오히려 달겨 드니까. 성격은 또라이일지 몰라도 실력 하나는 탑 10에 드는 놈이다. 이거 어쩌면 승산 있을지도 모르겠어!”

반이 주절주절 설명을 시작했다.

"이놈이 데미지 하나는 기가 막히거든. 그러니까 A등급 악마도 잡아낼 수 있을지 몰라. 조건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더라고."

그렇게 반은 자신이 섭외한 사람에 대해 자랑을 잔뜩 늘어놨다. 하지만 정작 누구인지는 알려주질 않아 사로나와 혜연의 궁금증을 돋우고 있었다. 반이 계속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자 결국 태상이 한소리를 해야 했다.

"그래서 누구를 섭외했는데? 그걸 말해야 호응을 하든말든 할 거 아냐."

사실 태상이야 그가 말한 들 탑 10에 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기에 궁금하지가 않았다. 그냥 잡으러 갈 때 제 역할만 제대로 해주면 됐다. 반이 그의 말에 아차! 하며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쳤다.

“아 내가 너무 흥분해서 깜빡했다. 흐흐,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 내가 섭외한 사람이 바로! 나이트레드야!!”

“나이트 레드?”

““나이트 레드?!!!””

태상은 그게 뭔데? 하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의 반응은 반의 말대로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이름은 굉장히 유치한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놀라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사람 이름이야?”

“야! 너 아무리 여기에 온지 얼마 안 됐다고 해도 나이트 레드는 알아야지!”

“나이트 레드가 정말 이 미션에 참가하겠다고 한 건 가요?”

사로나도 혜연도 모두 알고 있는 눈치였다. 태상은 그놈이 그렇게 대단한 놈인가 싶어 눈만 깜빡였다. 어쩐지 못 알아듣는 자신 혼자만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당연히 안 믿겨지겠지. 근데 진짭니다. 합류하기로 얘기 다 끝났어!”

“정말 미션에 성공할 수도 있겠네요. 나이트 레드가 참여한다면요.”

사로나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에 반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나이트 레드에 대해 잘 모르니까 내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마. 나이트 레드가 누구냐. 바로 B등급에서도 상위 등급에 속하는 B++ 악마를 혼자서 잡은 업적이 있는 실력자다 이거다. 아무리 B등급 악마보다 A등급 악마가 강하다곤 해도 조금씩 희망이 보이지 않아?”

나이트 레드는 원래 모험을 즐기는 남자였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그에게 연락을 넣은 것이다. 부와 명예, 그리고 힘 모두를 가진 남자가 바로 나이트 레드였다. 그런 그가 20명밖에 참가할 수 없는 미션을 하겠다고 할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던 반이다.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괜히 그가 모험을 즐긴다는 소문이 퍼진 게 아닌지 나이트 레드가 그의 말이 사실이냐며 반응을 보여 왔다.

미션이 S등급이라는 것에 끌리기도 했지만 20명으로 A등급 악마를 죽여야 하는 미션은 처음 받아 본지라 여러모로 관심이 간 모양이었다.

“나이트 레드가 섭외됐으니 나머진 일사천리일 거다. 일주일? 헹! 지금부터 이틀 안에 다 모을 수 있어!”

나이트 레드의 명성이 장난이 아니었기에 그가 참가했다고 하면 너도나도 참가하려 할 것이다. 더욱이 보상이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한 S등급 미션이기도 하지 않은가. 막막했던 미션에서 한 줄기 빛처럼 나이트 레드가 그들에게 다가온 것이다.

“미션 공유하기 전에 한 번 만나 볼 수 있어?”

태상이 묻자 반이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 솔직히 개인적으로 제안을 한 게 아니라 나도 아는 사람 건너 건너서 만날 수 있었던 거라서. 한 번 더 만나자고 연락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근데 만나서 무슨 얘기 하려고?”

“이제 같이 미션을 할 사이인데 적어도 가기 전에 얼굴 한 번은 봐야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그것보다도 더 승률을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함께 하기가 꺼려졌다. 더욱이 그곳에서 함께 싸우다보면 태상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 할지도 모른다. 반을 믿고 맡기긴 했지만 다른 길드 사람이 낀다고 하니 꺼려졌다.

만약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무리 능력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 나이트 레드인지 나이트 모기인지인 놈이라 해도 미션 공유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아까 조건이 있다고 하던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태상은 그 말 때문에 더 그가 꺼려진 거였다. 하는 거면 하는 거지 조건을 붙인다는 게 어쩐지 부탁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상이 알고 있는 바로는 S등급 미션이 그리 흔한 게 아니었다. 그쪽에서 하고 싶어서 안달을 내면 모를까, 저렇게 콧대 높이며 조건 붙이는 놈이 나중에 싸울 때 독단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았다.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진 않아. 그냥 자기 귀찮게 하지 말라는 거랑 이번 미션에 드는 경비는 모두 우리 쪽에서 책임지라는 거. 그 두 가지지.”

그때였다. 갑자기 혜연이 입을 열어 말했다.

“나이트 레드는 혼자 움직이는 걸 좋아합니다. 모험을 즐기긴 하지만 남이 자신한테 참견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죠. 그래서 성격이 까칠하다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제가 아는 나이트 레드라면 위험수당으로 뭔가 더 챙겨 달라고 했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나이트 레드에 대해 아는 눈치였다. 태상이 사실이냐는 듯 반을 보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나이트 레드랑 아는 사이야?”

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나이트 레드가 든 불카누스 길드거든요. 그렇다보니 몇 번 마주친 적 있어요.”

“이건 완전 미션 좀 도와달라고 빌어서 모셔가는 거랑 똑같잖아. S등급이 흔한 것도 아니라던데 그럼 그 보상을 다 받고서야 움직이겠다는 거 아니야? 그렇게까지 할 건 아니라고 보는데.”

“아냐아냐. 그런 보상 없이 하겠다고 해서 내가 놀란 거라고. 내가 말했던 그 두 가지만 해주면 가겠다고 했어. 음...그리고 자기 일행 한 명 더 넣겠다고 하더라고.”

반이 혜연의 말에 반박을 하며 말하다가 이내 마지막에는 결국 그의 진짜 조건을 털어놓았다.

“자기 일행 한 명? 혹시 쩔해주려고 하는 거 아니야?”

반도 레베카를 키워줬던 것처럼 쩔이 성행하는 곳이었다. 그러니 나이트 레드가 자신의 길드원을 쩔해주려고 그런 말을 했을 확률이 높았다. 한 명 한 명을 실력자로 채워야 하는 미션에서 쩔을 하겠다는 배짱을 부리는 나이트 레드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이트 레드도 생각이 있는데 설마 S등급 미션에서 초보자를 데려오겠어? 그건 아닐 거야.”

반이 계속 나이트 레드를 옹호했다. 아무래도 그가 따라가 주는 것이 무척 마음에 놓이는 듯 했다. 아마 놓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막막한 미션에서 그가 따라와 주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탈출구가 생기는 일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결국 태상이 못 마땅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는 반드시 나이트 레드와 한 번 만나봐야 겠다고 말했다.

“나이트 레드가 내건 조건을 들어줄 순 있어. 근데 그 전에 한 번 만나봐야겠어.”

“그건 제가 추진해볼게요.”

혜연이 손을 살짝 들고 말했다. 덕분에 반과 태상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어차피 탈퇴 문제 때문에 만나야 하니까, 그때 만남 추진해보면 될 것 같아요.”

혜연이 불카누스 길드원이었기에 그나마 나이트 레드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나이트 레드가 탈퇴하려는 길드원의 문제에 신경 쓸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어떻게든 해보면 될 것도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못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아가씨가? 음... 근데 처음 보는 아가씨네?”

반이 잔뜩 흥분해 있긴 있었는지 혜연을 이제 서야 발견해 말했다. 그가 갑자기 들어와 태상을 끌어안기부터 했기에 혜연을 소개해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혜연은 고개를 살짝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정혜연이라고 합니다.”

“어어~ 미안해요. 내가 정신이 없어서 인사를 못했네. 난 반 클라우드요.”

반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혜연은 괜찮다며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반이 슬금슬금 태상에게 다가와 그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근데 너희 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사이냐?”

여자 둘에 남자 한 명이 같이 다니는 모습이 반을 영 껄쩍지근하게 만들었다. 뭔가 이거구나! 하고 탁 관계정리가 되질 않는 것이다. 그런 반의 고민을 태상이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내 길드원.”

“엉?”

반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야?! 너 설마 불카누스 길드에 든 거냐?”

반의 놀라 묻자 태상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 길드 만들었어. 좀 정확히 말하면 만드는 중이라고 해야겠네. 사로나랑 혜연은 내 길드에 들어 올 길드원들이야.”

“길드를 만들었다고? 네가? 길드를 만들려면 신경 써야 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 나한테 좀 물어 보고 하지 그랬어!”

반이 경솔한 선택이었다며 아쉬워했다. 태상도 길드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맛에 맞는 길드가 없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 정형화 되어 있는 길드는 나랑 맞지가 않아. 난 소수정예 길드가 취향이거든.”

“소수정예 길드....글쎄, 요즘 길드 텃세가 워낙 심해서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다.”

“아직 시작도 안 된 길드인데 너무 초장부터 겁주는 거 아니야? 어떻게든 해 볼 거야. 책임지기로 했으니까.”

“길드원을 구하려면 초보 때부터 쭉 키워야 하는데, 그런 지원은 어떻게 하려고?”

반이 오랫동안 길드 생활을 했고, 그 덕분에 길드에서 제법 위치가 있는 편인지라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아주 빠삭했다. 길드의 안 좋은 이면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태상이 새로운 신생 길드를 만들었다는 것이 무척 걱정스러웠다.

지금의 길드는 갖고 있는 이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신생 길드를 배척하곤 했다.

그 배척을 견디지 못하고 거의 대부분의 신생 길드는 커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사라져야 했다. 그런 환경을 뚫고 길드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을지....반은 걱정부터 들었다. 솔직히 태상이 뭔가 숨겨 둔 한 수 정도는 갖고 있는 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의 길드를 뚫을 정도의 것이 되는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길드의 무서움을 잘 알기에 더욱 걱정이 됐다. 이러다가 괜스레 인재 한 명을 허무하게 잃는 건 아닐까하는 안타까움도 들고 말이다.

“내가 보기엔 잘못 생각하고 있어 너희들. 그리고 아까 이 아가씨는 불카누스 길드원이라고 하지 않았나? 길드에 들어 있는 사람을 어떻게 데려 오려고. 길드 탈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냐?”

반이 걱정 때문에 저렇게 말을 하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워. 근데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게 재미 아니겠어? 남들이 다니는 편한 길로만 다니려고 하면 스릴이 없거든. 나한테는 이게 맞는 길이야.”

태상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반은 더 이상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의 선택을 과하게 말리고, 하지 말라 할 자격이 그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도움이 필요 한 게 있다면 자신한테 말하라며 태상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일행 구성원 문제는 대충 알았으니, 태상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반에게 얘기해줄 차례였다.

============================ 작품 후기 ============================

읭. 갑자기 선작수가 많이 늘었넹. 눙물이 효과가 있나봉가...

추천, 선작, 후원쿠폰, 코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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