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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42화 (42/251)

00042  악마 메디노  =========================================================================

시체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처리를 한 모양인데, 어떻게 처리했는지 묻자 사로나가 답해주었다.

[다 태워버렸어. 마침 저 계약자가 불을 다루는 놈이라서 다 태우고 뼈만 처리했지.]

걱정과는 달리 사로나가 아주 잘 처리를 해준 듯 했다.

"박상현 맞지?"

태상이 바닥을 닦고 있는 상현을 불렀다.

박상현이 몸을 흠칫! 떨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태상을 봤다.

“네, 네...?”

그는 겁에 잔뜩 질린 모습이었다. 태상이 가까이 오라며 손짓을 했다. 박상현이 주춤주춤 사로나의 눈치를 보며 그에게 다가왔다. 태상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희가 나한테 부탁했던 살인사건들 말이야.”

“네...”

“그거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모르지?”

“아까 전에 수습하셨다고...”

“그래, 근데 그 수습 방법에 네가 그다지 동의 할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야. 의견을 물어보려고 굳이 널 살려둔 거야.”

박상현이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혼란스러워했다. 사로나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했기에 굳이 그녀를 다른 곳에 보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채 풀리지 않은 몸을 스트레칭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네가 저지른 살인사건 범인으로 박동환씨가 구속수사 받고 있어. 이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지, 지금 박..동환..우, 울 아부지..말씀하시는...거....아니죠?”

설마설마 하는 얼굴로 박상현이 말했다. 하지만 매정히도 태상은 그에게 맞다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박상현은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리고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태상의 말  뜻을 완전히 이해한 박상현은 사로나와 그를 무서워하던 것도 잊고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잡아챘다.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의 몸에 불이 붙고 주변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내뿜은 불이 태상을 집어 삼킬 듯 타올랐다. 갑작스러운 박상현의 돌발 행동에 사로나가 놀라는 순간, 그의 불이 허무하게 파사삭 꺼져 사라졌다.

태상이 무력화 능력을 사용했기에 사라져 버린 거였다. 사로나가 그의 옆구리를 발로 차서 쓰러트렸다. 혹여 그가 또 다시 이런 짓을 저지를까 싶었는지 그녀가 박상현의 다리를 꺾이지 않는 방향으로 꺾어 버렸다.

“아아아아악!!!!!!!”

박상현의 고통 섞인 비명소리가 별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사로나가 좀 더 손을 쓰려고 하자 태상이 그러지 말라며 그녀를 막았다. 박상현이 바닥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아마 이명진은 네가 저지른 죄를 대신 받으라고 제안했을 거고, 네 아버지는 그러겠다고 했겠지. 그러니까 지금 구치소에 갇혀있는 거고.”

“흐흐으으윽....흐으으윽....도대체...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아~!!!”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는 박상현이었다.

“아버지가 네 죄를 대신 받는 게 싫은가? 그럼 자수를 해. 그래야 네 아버지가 억울하게 누명 쓰지 않겠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왜에!! 이럴 이유가 없잖아아!! 흐어어어엉”

박상현이 눈물을 펑펑 흘렸다. 다 큰 남자가 우는 모습이 그리 보기 좋을 리가 없었기에 태상이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느냐라....”

그가 이명진이었다면 굳이 같은 악마 계약자끼리 이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태상은 이명진이 아니고, 악마 계약자도 아니었다.

“그냥 잘못 된 걸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는 것뿐이야. 너희들의 목표는 이곳에 악마를 소환하는 거지?”

“......”

“악마가 여기로 소환되면 이곳이 엉망 될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도대체 왜 그런 미션을 수락한 거지?”

태상은 악마 계약자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곳이 엉망이 될 게 뻔한 일을 왜 저지르려고 하는 건지 말이다. 악마가 도대체 무엇을 보상으로 내어 놓았기에 지구를 엉망으로 만드는 계획에 동참한 걸까.

태상이 질문했지만 박상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결국 태상이 다시 입을 열어야했다.

“내 생각에는 너희들이 이 미션을 성공하면 천사들과의 전쟁에서 굉장히 유리해졌을 거야. 무방비 상태인 천사 계약자들을 죽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럼 곧 전쟁에서 악마가 승리할 테고, 너희들은 그 공을 인정받아 엄청난 걸 받을 수 있었겠지. 악마에게서 받은 힘으로 이곳에서 왕 노릇이라도 할 속셈이었나?”

“......”

박상현은 이를 으드득 갈면서 태상을 노려볼 뿐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상의 짐작은 모두 맞았다. 그들이 그런 미션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악마들은 그들에게 굉장히 유혹적인 보상을 제시했던 것이다.

답을 안 하자 태상이 다리를 움직여 사로나가 꺾어놓았던 박상현의 다리를 지긋이 밟았다. 상현이 마치 돼지 멱따는 소리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이거 완전 매국노잖아? 나라를 팔아서 자기 이익이나 챙기려고 하고 말이야.”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며 태상이 혀를 찼다.

그들에겐 기회가 있었다. 굳이 이런 방법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을 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말이다. 그게 천사이든 악마이든 기회조차 없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그 중에서 계약자는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빠르게 가겠다고 위태로운 지름길을 선택한 것이다. 지구를 대가로 내놓고 말이다.

이기적이고, 멍청한 선택이었다.

만약 태상이 그들처럼 천사들에게 같은 미션을 받았다면 단박에 거절을 했을 것이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한 그들에게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런 미션을 생각해낸 놈들도 화나게 만들지만, 그걸 받아들인 네놈들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태상, 뭔가 좀 알아 낸 거야?]

한국어를 모르기에 사로나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태상은 그녀를 위해 프랑스어로 방금 전까지 알게 된 정보들을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이놈들, 단순히 천사 계약자들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악마를 이곳에 소환하려고 했었나봐.]

[...하! 제정신으로 그런 미션을?!]

사로나도 태상과 마찬가지로 어처구니 없어했다. 악마가 이곳에 소환되면 벌어 질 끔찍한 일들을 빤히 상상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런 미션을 하려 하는 건지 이해되질 않았다.

[아마 그런 당연한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 유혹적인 보상을 내놨겠지. 자기네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말이야.]

그런 한심한 이들의 뒤처리를 해주며 악마와 계약을 하려 했던 이명진에 대한 분노가 새삼 솟아났다. 아마 지금쯤 할아버지가 손을 써서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행복감이 오래 가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이런 짓을 저지르려 했던 악마라면 단순히 계약자를 처리했다 해도 완전히 안심할 순 없었다. 분명 다른 계약자와 또 계약을 맺고 같은 짓을 저지르려 할 것이다.

그러니 S등급 미션을 완전히 완수하려면 계약자가 아닌, 악마를 죽여야 했다.

마침 다행히 그들의 대화 속에서 악마의 이름을 들었던 태상은 더 이상 박상현에게서 들을 정보가 없었다.

[이 자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그건 태상이 정하는 게 아니라 박상현이 정하게 할 생각이었다.

태상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박상현의 앞에 쪼그려 앉은 후 물었다.

“너희 아버지를 구해서 얌전히 교도소 가는 걸 택할래 아니면 여기서 죽을래?”

“흐...흐흐흐....”

박상현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걸 선택이라고 하는 거냔 뜻이 담긴 웃음이었다.

태상은 그가 허튼 수작을 부리지 않게 하기 위해 말을 덧붙였다.

“너도 잘 알겠지만 능력자들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상상 그 이상이다. 알고 있지? 네가 허튼소리 입에 담으면 너희 가족도, 교도소에 있을 너도 온전히 지낼 수 없을 거다.”

“......”

분하지만 상현은 태상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박상현이 수긍한 눈치이자 사로나에게 말했다.

[이놈은 저승이 아니라 다른 갈 곳이 있어. 숙소에 내려 줄 테니까 먼저 접속해. 난 저놈 경찰서에 데려갔다가 접속 할 테니까. 이제 이런 짓을 한 악마 놈을 잡으러 가야지.]

[그러지 뭐.]

사로나와 태상이 상현을 데리고 차로 움직였다. 상현은 반항하지 않고 얌전하게 이동했다.

그도 능력자이기에 그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교도소에 갇히게 되도 여전히 능력이 남아 있으면 후에 무슨 수작을 벌일지 모르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그 문제는 악마를 죽이면 해결 될 것이다.

힘을 준 계약자가 사라지면, 박상현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힘을 쓸 수 없게 될 거다.

태상은 사로나를 숙소로 데려다주고, 상현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

[어서 오십시오. 태상님.]

송이에게는 일 때문에 하루 출장을 간다고 해놓은 상황이었기에 굳이 집까지 차를 몰고 갈 필요는 없었다. 모든 일을 끝낸 태상은 사로나와 아이라가 묶고 있는 호텔에 다른 방을 하나 더 잡아 천계로 접속을 했다. 그를 가장 먼저 반겨 준 것은 역시나 늘 그렇듯 라마스였다.

태상은 그를 보자마자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다.

“천사 계약자들 잡아 다니는 악마 계약자들은 모두 해치웠는데, 고작 그놈들 죽인다고 해결 될 일은 아니잖아? 이런 미션을 그놈들한테 준 악마를 잡아야지, 안 그러면 또 다른 계약자를 만들어서 오늘 같은 일을 또 할 테니까.”

[맞게 보셨습니다. 이 미션은 그 자를 잡아야 끝이 날 겁니다.]

“그래, 그럴 것 같아서 알아왔어. 이런 짓을 꾸민 악마가 누구인지. 혹시 메디노라는 놈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이번 일을 꾸민 주범인데.”

[메디노....메디노는 A등급 악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쩐지 요새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꿍꿍이가 있어 숨어 있었던 거군요.]

“알고 있는 악마라면 말이 편하겠네. 그놈이 어디 있는지 알아봐줘.”

[알겠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태상은 예전에 C등급 악마를 죽일 때 얼마나 많은 인원의 계약자들이 나섰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높은 A등급 악마를 태상과 사로나 두 명이서 상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건데, 알다시피 태상이 아는 이는 몇 되지 않고, 사로나는 길드에서 탈퇴하면서 모든 인연을 정리하고 나온 상황이다. 그나마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잔 생각에 라마스에게 말해 사로나가 기다리기로 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는 그녀와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갈 곳이 있다고 말해왔다.

“어딜?”

어리둥절해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태상이 미리 준비 해 준 종이를 꺼냈다. 저 종이를 찢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사로나는 당황하지 않고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는 것을 바라봤다.

태상은 공간이 바뀌자마자 보이는 레베카의 순한 눈동자를 시야에 담았다.

레베카는 놀란 토끼눈이 되어 있다가 이내 태상을 보며 활짝 웃었다.

“태상씨!!”

레베카가 너무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녀가 반가움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달려와 품에 덥석 안겼다. 태상은 레베카가 이렇게까지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하던 태상이 그녀의 등에 안착시켜 그곳을 토닥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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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길드이름은 뭐라고 지을까요...?

슬슬 길드를 만들 때가 됐는데...

고민이네...-_-a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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