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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9화 (29/251)

00029  요정  =========================================================================

C등급 미션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되어진 태상은 온통 파란색으로 가득한 숲을 보며 잠시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주변은 반딧불이 들이 반짝거리며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마치 꿈속에서나 있을 법한 광경이었다. 태상은 손을 펼치며 하늘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반딧불이 한 마리가 그의 손바닥에 앉자 주먹을 쥐었다.

파르르 떠는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이 손아귀 안에서 느껴졌다.

태상은 이내 손을 펼쳐 반딧불이를 놓아주었다.

반짝이는 불빛을 내뿜으며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여기가 C등급 미션지라 이거지...”

라마스에게 들은 C등급 미션 내용은 이랬다.

“그곳은 요정이 사는 곳입니다. 저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존재이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조금씩 요정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마 악마의 수작이 아닐까 싶은데, 그걸 아무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낙 은밀하게 움직이는 놈들이라서 말입니다.”

요정들을 구하고, 그들을 납치해가는 악마를 없애 달라는 게 라마스의 요청이었다.

요정들이 사는 곳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요정들이 동화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작을까 궁금했다. 그가 아는 요정이라고는 팅커벨 밖에 없었다.

요정들이 사는 곳은 아주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태상은 생각보다 찾기 쉬운 곳에 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딱 오자마자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 나무는 다른 나무와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저 정도 크기라면 어디에서도 저 나무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상이 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았기에 그는 일단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에서 본 나무는 훨씬 더 거대했다. 목을 하늘을 향해 쭉 뻗어도 그 끝을 도저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

“엄청 크네.”

나무 가까이에 왔기에 요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주변을 살폈는데 이상하게도 요정의 요짜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다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

태상이 잠시 주변을 예리하게 살폈다. 어쩐지 눈으로는 아무도 없는 게 맞는데, 이상하게 느낌상으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태상은 혹시나 싶어 자신의 능력을 랜덤으로 허공에 마구 써봤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마는 밑져야 본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태상의 예리한 감이 맞았다는 듯 이곳저곳에서 쿵! 쿵! 하며 바닥에 엉덩이를 찢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그의 앞에 날개를 단 요정들이 나타났다.

“아야야...내 엉덩이..흐이잉...”

나타난 이들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엄청 많은 숫자의 날개를 단 작은 여자아이, 남자아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태상은 그들이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 그를 지켜보고 있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너희들이 요정이냐?”

“킁킁...얘 악마 아닌데?”

“진짜? 킁킁킁”

요정들이 엉덩방아를 찧어 아파하던 것도 잊고 너도나도 일어나 태상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냄새를 킁킁 맞기 시작 했다. 그들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어처구니없어 하다가 태상이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기엔 그들의 수다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향기지? 킁킁, 뭔가 달콤한데?”

“달콤한 향기..달콤한...어...라마스 향기야!”

“라마스? 라마스라고?”

“라마스 향기가 왜 인간한테서 나?”

“라마스의 계약자 아닐까?”

“라마스 계약자는 저번에 죽었는 걸?”

“다시 계약 했겠지!”

“그럼 얘 라마스 계약자 인 거야?”

사방에서 너도나도 시끄럽게 떠드는 바람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태상이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참고 참던 태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용!!!!!!!!”

“합!”

“꺅!”

요정들이 태상의 호통에 놀라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고였다. 태상은 오밀조밀 귀엽게 생긴 요정들이 귀엽지도 않은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쭉 훑었다.

“너희들이 요정들인가?”

“...으응...”

“화냈어...무서워.”

“난 라마스 계약자가 맞다. 너희들을 도우러 왔으니 말 해봐. 요정이 납치됐다며.”

납치 얘기가 나오자 요정들이 더욱 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쭉 내밀고 시무룩해 하는 것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눈은 크고 동그랬으며, 입술을 작고 앵두같이 붉었다. 한 4~5살 되어 보이는 몸집을 했고, 뒤에는 날개가 빠른 속도로 파르르 파르르 움직였다.

한 요정이 태상에게 용기있게 말했다.

“도와줘. 내 친구들이 자꾸 사라지고 있어. 우리 집도 점점 죽어가고 있단 말이야.”

“집이 죽어가고 있다고?”

그들의 집은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던 거대한 나무였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만져오고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태상은 집 얘기는 모르는 일이었다. 라마스에게 그저 요정들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만 듣고 온 상황이었다.

“요정들이 사라진 거랑 집이 죽어가고 있는 게 연관이 있는 거야?”

요정들이 태상의 질문에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어떻게 그게 연관이 되는 건지 궁금해서 묻자 요정들이 너도나도 대답을 했다.

“우리 친구들이 납치 돼서 집이 슬픈 거야. 그래서 죽어가는 거고.”

“....집이 슬프다고?”

물론 나무가 살아 있는 생명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처럼 이성이 있어서 슬픔까지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황당한 요정의 논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대로 계속 있으면 우리는 모두 죽고 말 거야. 부디 원인을 찾아서 우릴 살려줘.”

그리고 요정들은 집이 죽으면 자신들도 죽는다며 살려달라고까지 하기 시작했다. 태상은 도대체 왜 요정들이 사라지면 집이 죽고, 집이 죽으면 요정들이 죽는 건지 그 상관관계를 알 수 없어 하다가 이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생각을 그만 둬버렸다.

자신이 제대로 할 일만 하면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였다.

“요정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좀 더 자세하게 말해봐.”

일단 단서를 아는 게 중요했다. 요정들은 태상이 자신들을 도와주려 하자 활짝 웃으며 그의 다리와 몸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야,야!! 왜 이래!!”

“고마워~ 역시 라마스 계약자라서 착하구나.”

“계약자들은 다 착해. 우릴 도와주잖아.”

“맞아. 우릴 도와주는 다른 계약자들도 많았었어. 소개시켜줄까?”

“소개? 여기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더 있어?”

요정의 말을 들으니 이곳엔 태상만 있는 게 아닌 듯 했다. 요정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들이 도와달라고 라마스랑 또 에디아랑 또 샤이갈이랑...또...또...아무튼! 여러 군데 도움 요청 했어. 그랬더니 진짜 와준거야. 계약자가.”

아무래도 요정들에게 자초지정을 듣는 것보다 다른 계약자들에게 듣는 게 훨씬 신빙성 있고,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거의 정확했다. 처음에 이곳에 온 계약자들이 요정들에게 자초지정을 듣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태상은 요정들에게 계약자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달라고 말했다.

요정들이 굉장히 좋아하며 꺄르르 꺄르르 웃음을 지었다. 요정 한 명이 날개짓을 하며 떠오르더니 태상의 엄지손가락을 옆구리에 끼고 안내하기 시작했다.

힘을 주면 요정을 떨어트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엔 요정은 너무 약해보였다.

요정이 태상을 데리고 간 곳은 거대한 나무 안쪽이었다. 그들은 그 나무를 페앙이라고 소개해주었다.

“이쪽은 페앙. 그리고 여기는...이름이 뭐야?”

그의 엄지를 잡은 요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태상이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강태상.”

“아하! 여기는 강태상이래.”

“우릴 도와준대. 강태상이 우릴 도와준다고 약속했어.”

“라마스 계약자야. 페앙! 너도 라마스 알지?”

“착한 계약자야.”

요정이 나무 기둥에 대고 재잘댔다. 태상은 한숨을 깊게 쉬었다. 마치 자신이 천계가 아니라 동화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동화책은 이미 오래 전에 떼었기 때문에 그걸 보고 있는 게 무척 곤욕이었다.

‘애들이 오면 딱이겠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갑자기 아무 것도 없던 나무기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무 기둥이 움직인 게 아니라 어디선가 나타난 줄기가 태상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태상이 공격인가 싶어 긴장을 했으나 옆에서 와아아~! 하고 뛰노는 요정 탓에 공격이 아님을 알 수밖에 없었다.

줄기가 태상의 몸을 단단하게 휘감더니 그를 조심스럽게 위로 올려주기 시작했다.

왜 그들이 이 나무에 이름을 만들어 부르고, 그에게 소개를 시켜주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나무는 진짜 살아 있었다. 단순히 지구에 있는 나무를 생각해선 안 됐다.

그의 몸을 휘감은 줄기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온기가 나무의 체온임을 알 수 있었다.

태상이 줄기에 의해 하늘 위로 올라가자 요정들이 쪼르르 그를 뒤따라왔다.

“예전에는 훨씬 빨랐는데, 요즘은 힘이 없어서 이렇게 느려. 페앙이 많이 아파. 그래서 우리가 너무 슬퍼.”

“그냥 늙어서 힘이 없는 거 아니야?”

“어....그런가? 페앙, 페앙도 늙어?”

요정이 태상의 말에 그건 생각 못했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줄기가 태상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아야!”

줄기에 온 몸이 묶여 있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살짝 감촉만 나는 딱밤이었지만 태상이 황당해 저도 모르게 그렇게 외친 거였다. 페앙의 갑작스러운 행동이 요정들은 재밌기만 한지 꺄르르 꺄르르 배를 잡고 뒤집어졌다.

순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는지 나뭇잎들이 부딪혀 생기는 소리가 났다. 그때, 요정이 말했다.

“페앙이 숙녀한테 나이를 묻는 건 실례래. 그리고 아직 한창 나이니까 어서 빨리 원인을 없애 달래.”

“뭐야? 얘 말도 해?”

줄기가 올라가던 걸 멈추고, 굵직한 나뭇가지 위에 그를 올려주었다.

“그럼! 페앙이 얼마나 수다쟁이인데.”

‘정말 가지가지 하는 군.’

할일을 끝낸 줄기가 풀어졌다. 태상은 옷을 툭툭 털고 주변을 살피자 계약자로 보이는 이를 만날 수 있었다. 많은 곳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해서 많이 왔을 줄 알았는데, 그의 시야에 보이는 이는 여자 한 명 뿐이었다.

“사로나야. 사로나는 엄청 예뻐.”

“사로나는 예쁜데 너무 무서워.”

아직 대화도 해보기 전에 그녀에 대해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요정들이 워낙 수다쟁이들이라 태상이 그녀에게 가기 전에 모두 속사포로 말해버린 것이다. 태상과 함께 온 요정 중 몇몇도 사로나에게로 가서 재잘대는 것으로 보아 그의 소개를 대신 해주고 있는 듯 했다.

사로나와 태상이 가까이에서 만났을 때, 이미 태상은 그녀의 나이와 이름 그리고 얼굴이 예쁘며, 성격이 무섭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난 건 지금 이 순간이지만 다 알면서도 새로 소개하기가 참 뭐해 둘 사이에서 침묵이 돌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태상이 그 침묵을 깼다.

“서로 이름 알고, 목적이 같다는 것도 아니까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태상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의 말대로 사로나라는 여자는 예뻤고, 성격이 꽤나 차가운 듯 했다. 그녀가 태상의 말에 단답형으로 그러죠. 하고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이쪽으로.”

사로나가 요정의 집으로 보이는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허. 후원쿠폰을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몰랐어요. 이제 확인을..!!

더 힘내서 쓰겠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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