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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4화 (14/251)

00014  두 번째 접속  =========================================================================

목소리가 여자다 싶더니 건물 안에서 나온 이는 역시나 여자였다. 그녀는 반을 보다가 이내 태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새로 온 사람이에요?”

여자의 인상은 도도했다. 키도 시원시원하게 뻗어 보기에 170 정도는 되는 듯싶었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위에는 철로 보이는 황금빛 갑옷을 입고 있었다.

“생초짜다. 잘해줘.”

“초짜요?”

여자는 의외라는 듯 태상을 바라봤다. 처음에 태상을 봤을 때, 아무런 장비도 입고 있지 않아 의아하긴 했지만 정말 그가 아무나 데려왔을 리가 없으니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초짜라면....그는 지금 길드에 넣고 싶은 인재를 데려왔다는 뜻이 된다.

“원거리 능력자인가요?”

“어. 마나건을 사용하더라고. 따라와라. 네가 쓰는 것보단 좋은 무기가 있을 거다.”

“무기? 주는 거야?”

“.......?”

태상이 반에게 반말을 하자 여자, 안나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반을 다시 보자 그녀와 눈이 마주친 반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래. 주는 거니까 아무 거나 골라 봐라. 그 꼴로 따라오면 한 방에 골로 갈 걸?”

“그 정도는 아닌데, 준다니까 받지 뭐.”

“아, 이쪽은 안나. 근거리 공격자고, 검을 사용한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 보라고. 도도하게 생겼는데 의외로 착하니까.”

“.......”

태상이 반의 말에 힐끗 안나를 봤다. 그녀는 태상의 무례한 행동에 그를 도끼 눈으로 보고 있었다.

‘착해보이진 않는데.’

동의할 순 없었지만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반의 뒤를 따라갔다.

안나가 나온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각자 각기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무기를 천으로 닦고 있었고, 누군가는 음식을 먹고 있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을 멈추고 태상만 빤히 보고 있으니 그 시선의 주인공이 된 사람인 태상은 조금 뻘쭘해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아 계속해서 침묵이 돌았다.

“......”

“......”

“.....”

일단 그들을 한 차례 쭉 훑은 태상은 자기소개라도 해야 하나 싶어 반을 바라봤다.

“전학 온 학생도 아니고, 자기소개라도 해야 하는 거야?”

“큭, 내가 대신 소개해주지. 이쪽은 강태상. 원거리 능력자고 이번이 처음이라는 생 초짜다.”

“초보자라고요? 초보자인데도 데려 온 거라면...”

기다란 활을 옆에 끼고 있는 남자가 반의 말을 듣고 놀라 그를 바라봤다. 그의 말을 듣고 놀란 안나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길드에 들이려고요?”

“뭐, 일단 실력을 봐야겠지. 그리고 저놈도 들어오겠다고 해야 할 테고. 그럼 이젠 내 동료들도 소개해 줘야겠지? 저기 활 들고 있는 놈은 다니엘. 그리고 너와 똑같은 초짜인 레베카다. 이번에 F 난이도 미션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인원은 단촐했다.

태상이 설마 싶어 물었다.

“이게 그쪽이 얘기한 길드원들이야?”

“설마 이게 다일까. F난이도를 깨려고 잠깐 온 모인 거다. 딱 보니 길드를 학교 동아리 같은 걸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인원도 많아.”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저런 초짜를 데리고 진짜 가자는 겁니까?”

다니엘이 반박을 하고 나섰다. 태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워워, 다니엘. 그런 식의 말은 좋지 않아. 서로 좋게좋게 지내야지.”

태상이 한 마디 하기 전에 반이 나섰다. 그리곤 말을 덧붙였다.

“말투가 꽤나 화끈한 녀석이니 조심들 하고. 잘 지내보자고.”

“잘 부탁드려요. 저도 초보라서 혼자 걱정이 많았는데 서로 의지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뻐요.”

레베카가 태상에게 다가와 손을 먼저 내밀었다. 그녀는 150정도 되는 작은 키를 갖고 있었다. 태상은 나풀거리는 치마를 입고 있는 레베카가 무슨 능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쪽은 무슨 능력?”

“저는 힐러에요. 상처가 생기면 치료할 수 있어요. 나중에 다치시면 제가 치료해드릴게요.”

그녀의 말을 반이 받았다.

“힐러는 굉장히 희귀한 능력이지. 아주 귀하신 몸이라고. 그러니까 잘 지켜야 한다?”

반은 치료하는 능력과 적을 무력화 시키는 능력 중에 무엇이 더 좋은 걸지 생각해봤다. 직접 봐야 알겠지만 지금 자신의 능력이 더 자신에겐 탐나는 능력이었다.

처음엔 보조 능력이라고 해서 실망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실제로 사용을 해보니 나름 흡족했다.

“잘 해보자.”

잠깐 만나는 인연일지, 계속 같이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첫 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니엘이 좋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 뻔 했지만 서도 말이다.

“자자. 이제 인사는 그만두고, 네가 쓸 무기 준다고 했잖아. 따라오라고.”

새로운 무기라는 말에 태상이 솔깃해졌다.

반이 어떤 곳의 방문을 열자 퀘퀘한 냄새가 났다.

저도 모르게 코를 막고 안으로 따라 들어가니 여러 종류의 무기가 질서 없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과히 좋아 보이는 것들은 아니었다. 반이 그에게 이곳에서 무기를 고르라고 말하며 물었다.

“능력은 총만 쓸 수 있게 되어 있나?”

태상은 진짜 원거리 능력자가 아니었기에 당연히 상관없었다. 검을 사용해도 되고, 활이나 창을 사용해도 됐다. 하지만 태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른 것들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더욱이 다니엘이 들고 다니는 활은 더더욱 그랬다.

“그렇다면...총들을 어디에다 뒀더라....아! 여깄군. 자 이리와보라고.”

그가 상자 하나를 꺼내 들며 질질 끌고 왔다. 먼지가 잔뜩 쌓여 만지는 것조차도 꺼려질 정도였다. 태상이 미간을 찌푸리고 다가올 생각을 않자 반이 그의 손을 덥석 잡아 끌어당겨버렸다.

“왜 이렇게 움직임이 굼떠? 빨리 와서 구경해! 여기에 총들이 잔뜩 들어 있으니까.”

겉에 있는 상자에는 먼지가 가득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안에는 그다지 먼지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상은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찝찝한 표정을 하고 총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래, 그놈. 그놈이 제법 괜찮지. 장전시간이 제일 짧을 걸? 대신 파괴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것도 마나건인가?”

“맞아. 아, 그건 반동이 너무 쌔서 다루기 힘들 거다.”

태상이 집은 걸 보고 반이 말했다. 하지만 태상은 그 총을 놓지 않고 이리저리 좀 더 자세히 살폈다.

“이건 마나 차는 것도, 파괴력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대신 다루기가 까다롭지. 무게도 무겁고. 한 번 저쪽 방향으로 쏴보라고. 그럼 한 번에 알걸?”

이곳에 있는 총은 모두 다니엘의 손을 한 번씩 거쳤던 것들이다. 그가 사용해서 쓸만하다는 것들은 이곳에 모아두고 나머지는 모두 팔거나 버렸다. 해서 그는 총이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태상은 그의 말대로 총을 들어 그가 가리킨 곳을 향해 쏘아봤다.

타앙!!

태상의 몸이 크게 움직이며 주춤했다. 그가 맞추려고 했던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자국을 남겼고 말이다. 그는 매끄럽게 연사가 가능한지 궁금해져 좀 더 총을 사용해봤다.

타앙! 탕! 타앙!!

한동안 총소리는 계속됐다. 태상이 원하는 목표를 맞출 때까지 계속해서 총을 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연사가 굉장히 매끄럽게 나갔고, 마나차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었다. 연사는 12발 가능했고, 마나가 차는데에는 20초가 걸렸다.

20초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제법 쏘고 보니 손목과 팔에 뻐근함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무리가 오는 총이라면 확실히 권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렇게나 많이 쏘고도 손목이 멀쩡한가?”

“아프네.”

“당연하지. 그래서 능력치가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여기에 박혀 있는 이유지.”

조금만 사용해도 손목이 아파오는데 누가 이 총을 사용하겠는가. 좀 더 가볍고 보통의 능력치를 발휘하는 것들을 사용하는 게 나았다. 하지만 태상은 이놈의 공격력과 장전 속도가 마음에 쏙 든 후였다.

“난 이놈으로 할래.”

“이런, 좋지 않은 선택을 했군. 그렇게 무거운 걸 들고 싸우겠다고?”

“할 수 있어. 충분해.”

태상의 다른 능력을 이용한다면 오히려 이렇게 파괴력이 좋은 놈이 나았다. 적을 무력화 시켰을 때 강력한 공격력으로 놈을 쓰러트리는 게 그의 주된 공격 방법일 테니 말이다.

이를 모르는 반은 그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저렇게 확고한 얼굴을 하니 반대할 수가 없었다. 반은 그럼 혹시 모르니 다른 가벼운 것을 하나 더 가져가라고 말했다.

“두 개나?”

“어차피 창고에 쌓아두는 거니까 상관없다. 정 미안하면 그 총 값만큼 하면 돼.”

“좋아. 실망은 안 시킬게.”

태상이 흡족한 얼굴로 하나의 총을 더 고르자 반이 이번에는 방어구들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방어구는 원거리 능력자이므로 가벼운 가죽으로 선택했다.

“근데 이런 걸 한다고 정말 죽을 거 안 죽나?”

이런 옛날스러운 가죽갑옷이 능력이 있을지 궁금했다. 반은 적어도 맨살로 당하는 것보단 나을 거라며 의심하지 말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자, 모두 준비 다 끝났으면 이제 시작해볼까?”

반의 일행이 모두 모였다.

안나, 다니엘, 반, 태상, 레베카.

다섯 사람이 해야 할 일은 황금사과 2개를 얻는 것이다. 황금사과는 아주 특별한 나무에서만 얻을 수 있는 거였다. 황금나무에서만이 황금사과를 얻을 수 있는데, 황금나무를 지키는 파수꾼이 있어 그를 죽여야 사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반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잔뜩 굳어 있는 레베카를 달랬다.

이 미션의 난이도는 F등급인데, 그걸 깨러 움직이는 이들의 능력은 넘치고 있었다. 반의 일행은 원래 B등급 미션을 깨는 사람들이었다. B등급의 한참 아래에 있는 F등급은 솔직히 반 혼자서도 깰 수 있는 등급이었다. 하지만 굳이 파티를 구해 움직인 이유는 레베카에게 경험을 쌓아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야 그녀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쩔만 받고 큰 능력자는 전투실력이 좋지 못했다. 그걸 막히 위해 레베카를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공을 들여 키우는 것이다.

힐러는 앞서 말했다시피 굉장히 귀한 능력이었다. 그들이 있으면 죽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으니 더욱 그러했다. 희귀한 능력이기도 했고 말이다.

F등급 난이도를 깨는 겸 혹시나 있을 인재나 더 얻어 보자는 심산으로 공고를 낸 거였다. 그리고 그 공고에서 태상을 만난 거다.

사실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역시나 없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태상이 들어와 그에게 흥미를 유발시켰다.

만약 그가 클 싹이 보인다면 반의 길드는 그를 키우는 것에 도움을 주는 걸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레베카처럼 쩔을 받으며 능력을 쌓게 될 거다. 그래서 초반에 길드에 드는 게 중요한 것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능력도 손쉽게 도움을 받아 키울 수 있으니 말이다.

한편 태상은 도대체 그들이 미션을 하러 어떻게 가는 건지 궁금했다. 황금사과를 맺는 황금나무는 얼마나 가야 볼 수 있는 건지 말이다. 일행은 건물을 나와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목적이 있는 듯 모두 어디로 가는지 아는 눈치였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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