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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천재 감독-293화 (293/306)

< 293화. 그 끝에 서서. (9) >

“제가 재미있는 개그 한번 보여드릴까요?”

라우라 맥닐과 최고급 세단에 합승한 소하는 서늘한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슬쩍 운을 뗐다.

“….”

물론, 돌아온 건 무참한 무시였을 뿐.

세계 최고의 감독이자 축구계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려도 그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소하가 포기할 인간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듣든 말든 이미 농담을 보여주기로 작심했다.

“시계가 달린 벨트를 뭐라고 할까요?”

“….”

“답은 시간 낭비! 파하하하하!”

“….”

Waist = 허리, 같은 발음인 waste = 낭비, time = 시간

waist of time = 시간의 허리

영어표현, waste of time = 시간 낭비.

라는, 기적의 아재 개그였지만, 역시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소하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단어.’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똘똘 뭉쳐 여기까지 온 남자가 아니던가.

이 정도로 포기하기엔 라우라 맥닐의 냉대는 별거 아니었다.

“자, 다음 개그 들어갑니다. 제가 비명을 지르면 뭐가 될까요?”

“….”

“답은 아이스크림! (ice cream, I scream) 웃겼죠?!”

“….”

회심의 필살기였건만.

필사적으로 고개를 반대쪽으로 꺾고 최대한 소하와 거리를 벌린 라우라 맥닐의 마음을 돌리기엔 무리였나보다.

하지만, 소하의 생각은 달랐다.

미세하게 떨리는 숨소리.

이것은 제법 먹혔다는 증거다.

즉, 틈이 보였다는 이야기다.

틈이 보였다면 함락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던가. 기회였다.

“자, 이제 세 번째 개그를….”

“그, 그만 하세요!”

빼액! 라우라 맥닐이 진저리를 치며 소하의 입을 막았다.

분노는 아니었다.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몸을 바들바들 떠는 라우라 맥닐은 분명 웃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호오.”

며칠 전 머리를 식힐 겸 봐둔 유머 모음집이 이렇게 효과가 좋다니. 역시 책은 마음의 양식이 맞나 보다.

물론, 라우라 맥닐은 소하의 유머가 재미있어서 얼굴을 붉힌 건 아니었다.

“뭔 ‘호오’에요! 설마 그 지성 없는 말장난 때문에 우, 웃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절대 아니에요!”

“엥? 그럼요?”

“그, 그건….”

잠시 손가락을 주물럭거리며 주저하던 라우라 맥닐은 모기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짜 재미없는데, 진심으로 너무 재미없는데…! 정말로 인생에서 손꼽힐 만큼 최악의 농담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정말로 재미있어하는 그 태도가 웃겼을 뿐이에요….”

“이런.”

소하는 죽은 생선 눈이 되었다.

‘재미가 없다.’라는 진심이 너무 절절하게 느껴져서 상당히 마음이 쓰라렸다.

그냥 한 번만 말하지. 세 번이나 연달아서 강조할 것까지 없지 않은가?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잔인한 여자였다.

“분명…. 밀러 아저씨는 좋아했는데…. 어째서? 왜?”

이제는 배꼽 잡고 웃어주던 밀러가 원망스러웠다.

“휴우.”

혼란에 빠진 소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라우라 맥닐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하찮은 남자가 어떻게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제법 어색함은 사라졌잖아요? 최악의 농담이었지만 목적은 달성했으니 기운 내요.”

그녀 나름의 위로였다.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선 이겼다? 과연 그렇군. 난 지지 않았어.”

금세 기운을 차렸다.

옆에선 또다시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렸지만, 소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세를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다짜고짜 사람을 막무가내로 납치하는 이유가 뭐죠?”

이유조차 듣지 못하고 일단 차에 탑승했기에 당연한 질문이었다.

현시대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하나에게는 참으로 막무가내인 처사다.

하지만, 소하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원래 이 부녀는 그런 사람들이었으니까. 오히려 정중하게 모셨으면 괜히 더 불안했을 거다.

“아버지가 뵙고 싶어 하셔서요.”

순순히 대답을 해줬지만, 이건 이미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라우라 맥닐이 직접 데리러 올 이유가 아니다.

“그럼 그냥 연락하면 되잖아요. 이렇게 직접 오지 않아도 되고.”

“흥. 성소하씨가요?”

하기야, 챔피언스 리그의 결승전이 코앞인 지금.

소하가 부른다고 자리를 뜰 인간은 아니다.

아무리 구단주인 리처드 맥닐의 부름일지라도 말이다.

포츠머스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소하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단 둘뿐이었고, 둘 다 맥닐이란 성을 가지고 있었다.

“데리러 온 게 아니라 잡으러 온 거였구나…!”

“정답이에요.”

라우라 맥닐은 이제야 눈치챘냐고 핀잔을 줌과 동시에 작게 중얼거렸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요.”

자기도 모르게 나온 정말 작은 목소리.

불행하게도, 소하는 귀가 매우 밝은 인간이었다.

“무슨 이유요?”

츄르를 발견한 고양이처럼 달려들었다.

눈빛에는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장난기가 가득 빛났다.

물론, 라우라 맥닐에게는 재앙이었다.

이미 후회하기엔 너무나도 늦어버렸지만 말이다.

“저, 저리 가요! 어, 얼굴 들이밀지 말라고요!”

“싫은데요.”

“서, 성추행이에요!”

“아닌데요.”

푸르르 떨며 온몸으로 저항해보았지만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점점 더 심해지는 압박감에 라우라 맥닐은 백기를 걸었다.

“아, 알았으니까 조, 좀 떨어져 봐요. 저리 가란 말이에요.”

“말해주는 거죠?”

“그렇다니까요! 속고만 살았어요?”

“그럼, 맥닐 가문의 명예를 믿고 물러나도록 하죠.”

뭔, 이딴 일에 가문에 명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당장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후유….”

소하가 떨어지자 잠시 숨을 고르며 침착과 냉정을 되찾은 라우라 맥닐.

그녀는 평소처럼, 아니.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얼굴과 냉기 어린 목소리로 사실을 실토했다.

“듣고 웃지 마세요. 아버지께서는 저와 성소하 씨가 좋은 관계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절 계속 보내시는 거예요. 자주 만나다 보면 정분이 들 거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이죠. 참으로 그분다운 생각이에요.”

마치, 대회를 앞둔 보디빌더가 질리고 질린 닭가슴살 셰이크를 억지로 목구멍에 넘기듯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자고로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은 이렇게 빨리하는 게 좋은 법이었다.

그나저나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소하와 맥닐 가문의 결합이라.

포츠머스라는 구단의 처지로서 보자면 최고의 미래다.

맥닐 가문의 무궁무진한 현금자산을 이적시장에 퍼붓는 포츠머스?

이거 아무도 못 막는다.

큰 지원 없어도 이만큼까지 컸는데, 오일 머니 정도의 자산이 들어온다면 앞날은 보지 않아도 훤했다.

또한 포츠머스를 최고의 구단으로 올려두려는 소하의 바람 또한 확실하게 이루어질 터. 아마, 축구계가 뒤흔들릴 엄청난 사건이다.

게다가 손익을 떠나서, 겉보기에도 둘은 제법 잘 어울린다.

먼저 소하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에서 신랑감 1위에 꼽힌 남자다.

능력은 설명할 필요도 없었고, 입만 벌리지 않는다면 모델을 해도 차고 넘칠 만큼 훌륭한 외모의 소유자다.

그렇다고 라우라 맥닐이 달리느냐?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소하가 한참 밀린다.

일단 그녀는 맥닐 가문의 영애다.

대한민국식으로 보자면 재벌 가문이다.

심지어 자기의 능력으로 가문의 뒤를 이을 후계자 자리를 따낸 능력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의 불공평함을 증명하듯 외모마저 너무나도 출중하다.

너무 차가운 인상을 주긴 했지만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요컨대, 둘은 능력과 외모가 완벽한 커플이었다.

만약 정말로 둘이 이어진다면 세상 모든 이들의 찬사와 질투를 한 몸에 받을 거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니었다.

“…우욱.”

진실을 알게 된 소하는 오만상을 쓴 채 헛구역질을 했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보슬보슬 돋았다.

저 마녀 같은 여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니. 차라리 죽고 말지.

성격이 너무나도 맞지 않았다.

이상형하고도 거리가 너무 멀었고.

“정말 소름이 끼치는 일이죠.”

라우라 맥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에는 소하만큼이나 이 상황을 역겹게 바라보고 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노친네가 갈 날이 머지않았나 보네요.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속마음이…. 큼큼.”

“듣지 않은 걸로 할게요. 저도 처음엔 같은 생각이었으니까요.”

“배려 감사합니다.”

소하의 말투가 정중해졌다.

패륜적인 발언을 자식 앞에서 한 사죄이자, 갑자기 거리를 두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정말로 친해져서 팔려 가기라도 하면 진짜 인생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

“….”

일순, 사건이 끝나자 다시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대화의 주제가 주제인지라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렇게 한참을 어색하게 시간을 보낼 때쯤, 어색함을 싫어하는 소하가 다시금 용기를 냈다.

“그런데요, 왜 결혼 안 해요?”

“….”

“아니 그렇잖아요. 성격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예쁘시잖아요.”

성격 이야기에는 사나운 눈초리를, 예쁘다는 말에는 살짝 홍조를 띄웠던 라우라 맥닐은 입술을 삐죽였다.

“정말 어처구니없네요.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요. 더군다나 성소하씨 본인도 미혼 아닌가요?”

“저야 뭐…. 부족한 점이 워낙에 많은 사람이라.”

“저도 그렇다고 해두죠. 그리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에요.”

“혹시, 남자가 아닌 여자를….”

“아뇨.”

“죄송합니다.”

고개를 꺼벅 숙인 소하는 금세 다시 기어올랐다.

“그럼 이상형이 뭔데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는 건 일단 이상형은 있는데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잖아요.”

“….음.”

굳이 답해줄 필요는 없었지만, 또 어색해지기는 그녀 또한 불편했다.

그리고 혹시 모르는, 소하로서는 정말 억울하지만, 다른 생각을 사전에 차단해야만 했다.

“웃지 마세요. 전 그…. 근육질의 남자가 좋아요. 보디빌더처럼 우람한 근육을 가진, 성소하씨와는 정반대의 스타일이죠.”

진심이었으며 어렵사리 말을 뱉자 쉽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풉.”

“뭐가 웃기죠?”

“아니…. 그, 근육, 페티쉬라니. 푸풉.”

소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저 얼음 마녀의 이상형이 근육질의 남성이라니. 농담을 내뱉을 성격은 아니니 진담이라는 건데, 웃지 않고 배길 수가 없었다.

“웃지 마세요!”

“죄, 죄송합니다. 그, 근데 근육질들은 많잖아요?”

“흥. 전 보통의 근육질은 싫어해요. 머릿속마저도 근육일 것만 같잖아요.”

“그럼…?”

“지식도 겸비해야죠. 동양에는 이런 말이 있다면서요. 문무겸비. 발음하긴 어렵지만 참으로 훌륭한 이상형이에요.”

“확실히, 까다로운 이상형이기도 하네요.”

“맞아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조건이 있죠.”

“뭔데요?”

“성격도 부드러워야 해요. 겸손하지만 비굴하지도 않고, 자신감은 넘치지만 자만하지 않는 사람이죠.”

정말 더럽게도 까다롭네, 라는 속마음이 입으로 튀어 나올뻔했다.

그런데 문뜩 소하의 머릿속에서는 놀랍게도 라우라 맥닐의 이상형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것도 지인 중에서!

“어!”

“뭐죠?”

“맥닐씨, 제가 그런 사람을 하나 알고 있는데…. 소개해 드릴까요?”

소하가 넌지시 제안했고 라우라 맥닐은 자연스럽게 조소로 답례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당신 같은 품위 없는 악동이 그런 완벽한 사람과 알고 지낸다고요?”

“진짠데.”

“좋아요. 어디 한번 소개해줘 보세요.”

의외로 쉽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딱히 기대는 하지 않지만 만일이란 게 있으니까.

이상한 수작을 부리려는 아버지의 계략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주저함이 없이 잡을 각오를 마친 그녀였다.

“후후. 잘되면 나중에 밥이나 사줘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군대 동기를 떠올리며 소하는 진득한 웃음을 흘렸다.

***

“오랜만이군.”

말처럼, 정말 오랜만에 독대하는 리처드는 맥닐은 생각 이상으로 좋아 보였다.

세간에는 병마 때문에 칩거했다지만, 오히려 전보다 더욱 혈색이 좋아 보인다.

‘회광반조인가…. 그건 아닌 거 같고.’

또다시 불순한 생각을 했던 소하였지만, 내심 마음을 놨다.

중환자실에서 골골대는 줄 알았는데 입원은커녕 별장에서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정정하시네요.”

“자네도. 일단 앉지.”

도메스틱 트레블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음에도 리처드 맥닐은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내심 섭섭할 만도 했지만, 소하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렸을 뿐이었다.

칭찬받자고 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마냥 무심한 것만은 아니었다.

소하가 자리에 앉자 리처드 맥닐은 직접 차를 내려주었다.

“자네 솜씨보다는 조금 모자라겠지만, 그런대로 맛은 있을 걸세.”

“와. 향부터가 다른데요? 이런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후훗. 나도 잉글랜드 사람이라네.”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행동거지와는 다르게 매우 품위 있는 자세로 차를 음미하는 소하.

과연, 향만큼이나 훌륭한 풍미였다.

“훌륭하네요.”

“고맙네. 빈말 같은 걸 하지 않는 자네의 칭찬은 무엇보다 기쁘군.”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일세. 그럼 자네는 성격이 급하니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세나.”

“경청하도록 하죠.”

소하가 자세를 바로잡자 리처드 맥닐은 한 가지 소식을 알렸다.

“먼저. 스티븐 브라이언, CEO가 사임 의사를 밝혔네.”

왠지 모르게 회한이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소하에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우. 드디어 월급도둑이 사라지네요? 참 뻔뻔하게도 오래 버텼어요.”

“아직도 그를 싫어하는군. 어째서지?”

“싫어하다니요. 그냥 사실이니까요.”

“농담은 그만두게. 나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네가 가진 브라이언에 대한 적개심은 이미 알고 있었네.”

역시나. 이 노인네는 상대하기 힘들다.

대화를 하다 보면 속마음을 훤히 내려다보는 것만 같다.

자기의 속마음은 먼지 한 톨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뭐, 자신을 일회용 방패로 쓰다가 버릴 작정이었던 사람을 좋아하긴 힘들죠.”

“그것이 다인가?”

“가진 능력에 비해서 욕심이 과한 인물이 CEO라는 사실은 불편할 수밖에 없죠.”

브라이언은 무능력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능한 인물 또한 아니었다.

망해가는 포츠머스를 살려내지 못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조선의 선조 같은 존재랄까.

임진왜란 전에는 성군의 자질을 보였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자 암군으로 변했던, 그런 인물상이었다.

그런 그가 포츠머스에서 성웅인 소하에게 사사건건 덤볐다는 건, 주제를 넘는 일이었다.

“그렇지. 그 친구는 자네가 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했지.”

“그렇죠…. 응? 지금 뭐라고 했어요?”

“자네처럼 포츠머스를 위대한 구단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는 이야기라네.”

브라이언이? 어째서?

도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기에 소하는 이유를 묻지 않기가 힘들었다.

“왜요?”

리처드 맥닐은 육성으로 대답해주진 않았다. 대신, 빛바랜 사진을 한 장 소하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그 사진에는,

“아버지의 사진을 왜?”

정확히는 소하의 아버지가 두 명의 남자가 함께 미소를 지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 293화. 그 끝에 서서. (9)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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