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머리 천재 감독-277화 (277/306)

< 277화. 가시밭길. (3) >

[골입니다! 골! 모하메드 살라가 멀티 골을 달성하며, 포츠머스가 울버햄튼에게 4-0으로 승리합니다!]

[대단합니다! 포츠머스가 2년 연속으로 FA컵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강해요! 이 팀은 올라갈 자격이 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33라운드, 본머스와 4-2 명승부를 펼친 끝에 승리한 포츠머스는 기어코 FA컵 준결승전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포츠머스는 2년 연속 FA컵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이제 프리미어 리그 내에서 남은 경기는, 리그 경기 5개, FA컵 결승전만 남겨두게 된 포츠머스였다.

“잘했다.”

소하는 선수들에게 결승전 진출을 짧게 축하했고, 곧바로 바르셀로나 원정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바르셀로나.

훗날 쫄딱 망한다고 할지라도 현 18-19시즌에는 ‘트레블’에 도전하는 막강한 팀!

심지어 홈경기도 아닌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 노우에서 상대한다.

캄 노우, 99,354석의,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 전용구장에서 압도적인 숫자의 홈팬들까지 상대해야 하는 절망적일 정도의 난도를 가진 일전이었다.

하지만 겨우 일전이었을 뿐.

챔피언스 리그의 토너먼트는 1차전과 2차전으로 나뉘는 방식이었으므로 경기를 한 개가 아닌 두 개로 잡고 길게 봐야 했다.

암만 바르셀로나라도 엄청난 승률을 자랑하는 포츠머스의 홈구장, 프래튼 파크에서는 그 위용이 약해질 터.

1차전을 안전하게 가져가 2차전에서 승부를 보는 쪽이 포츠머스의 유일한 해답이라고 소하는 생각했다.

“해서, 우리는 리오넬 메시를 막는다.”

단순하면서도 무척이나 어려운 소하의 계획에 훈련장에 모인 선수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었다.

“다른 선수들은요?”

“막을 수 있긴 한가요?”

“차라리 지더라도 원정 골을 넣고 지게 공격적으로 하죠.”

아무것도 모르는 조쉬 킹을 제외하고선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고, 모두 다 들어준 소하는 소란이 가시자 입을 열었다.

“일단, 바르셀로나라는 팀은 강하지만 약점이 있다.”

“뭔가요?”

“주축선수들이 모두 늙은이란 거지. 중원은 전부 다 30세 이상이야.”

소하의 말처럼 바르셀로나는 빛나는 황금기가 끝나자 선수단 노화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리오넬 메시 31세.

루이스 수아레스 31세.

아르투로 비달 31세.

세르지오 부스케츠 30세.

조르디 알바 29세.

제라르 피케 31세.

이반 라키티치 31세.

이렇듯 상당히 나이가 들어버렸지만, 정작 새로이 영입한 젊은 피들이 모조리 망해버렸다.

필리페 쿠티뉴, 오스만 뎀벨레 같은 한화로 ‘1,000억’을 가뿐히 넘는 선수들마저 부상과 부진으로 팀의 발목만 붙잡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바르셀로나의 감독,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로테이션을 정말 하지 않기로 유명한 감독!

이 말은 즉, 주전선수들의 체력이 갈리고 갈리고 또 갈려서 체력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바르셀로나는 강하지. 선수단의 기동력이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느려터졌는데도 강해.”

“···왜죠?”

“리오넬 메시 때문이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선수들은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리오넬 메시라는 이름은 모든 병을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과 다름없었다.

“특히나 공격진은 리오넬 메시가 없으면 아예 작동조차 하지 못할 만큼 고장이 났다. 즉, 리오넬 메시만 막으면 바르셀로나는 엔진이 퍼진 자동차가 된다는 말이지.”

쉬운 해결책이었으나 너무나도 어려운 해결책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죠···. 어렵지만···.”

모두가 수긍 할 때쯤, 주장 케빈 도슨이 손을 번쩍 치켜들며 정중하게 반문했다.

“리오넬 메시를 막으며 공격까지 하면 더 괜찮지 않겠습니까?”

가장 완벽한 전략이긴 하다.

하지만 소하는 검지와 머리를 까닥이며 역으로 되물었다.

“리오넬 메시를 완벽하게 막으며 공격까지 할 수 있을까? 첫 만남에?”

“···아니요.”

잠시 고민하던 케빈 도슨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막으면서 여유 부릴 상대라면 리오넬 메시라는 이름에 짓눌리지도 않았을 거다.

“물론, 2차전은 막으면서 공격하긴 할 거다. 하지만 우리는 한 시대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전설적인 선수의 실력을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어.”

“그렇죠.”

“그러니 1차전에서는 열심히 맞아보면서 2차전에 승부를 보도록 하자.”

“넵!”

선수들은 드디어 경기를 길게 보는 소하의 계획을 이해했다.

일단 경험해보자. 이것이 8강의 벽을 넘고 4강, 혹은 그 이상을 노릴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막을지에 관해서 설명하겠다.”

본격적인 전술 설명에 들어가는 소하의 입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

드디어 포츠머스의 선수단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바르셀로나! 스페인은 물론, 유럽에서도 손에 꼽히는 관광명소!

포츠머스라는 촌구석에 처박혀서 공만 차던 선수들의 눈이 돌아갈 만큼 멋진 도시였다.

하지만 포츠머스의 선수들은 화려한 바르셀로나의 풍경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눈에 차지가 않았다.

‘관광은 나중에 해도 돼.’

당장 코앞에 바르셀로나와 리오넬 메시가 기다리고 있다.

기대와 흥분, 두려움과 긴장 같은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는 선수들에게 ‘관광’ 따위는 관심의 대상조차 아니었다.

‘후후. 좋은 집중력이다.’

선수들의 심리를 대번에 파악한 소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적당한 긴장과 흥분은 플레이에 날카로움을 더해줄 터.

이번 경기에서 사고를 쳐도 제대로 칠 것만 같은 좋은 분위기에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걸 애써 참는 소하였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 포츠머스는 곧바로 숙소로 향했고, 소하는 빠르게 다음 일정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와! 성소하다!”

“이미 전설적인 감독!”

“드디어 이 남자가 스페인에 왔구나.”

“맹장이란 이미지가 강한데, 실물은 상당히 여리여리하구나.”

“눈빛이 보통 사람과는 달라.”

소하가 등장하자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의 기자들은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4부리그에서 빌빌거리던 구단을 6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잉글랜드의 최고로 올린 감독!

심지어 선출도 아닌, 비선출이 아니던가.

이 전설적인 현재진행형 동화는 잉글랜드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더욱더 인기를 끌었다.

“하하. 이런 열성적인 환대는 정말 기대하지 못했는데요. 감사합니다.”

열렬한 환영 인사에 깊은 고마움을 표시한 소하는 본격적으로 질의 시간을 가졌다.

“바르셀로나에 온 걸 환영합니다. 성소하 감독님. 어떤 기분이신가요?”

“정말 멋진 도시에요. 살고 싶을 정도로요.”

“그렇다면, 훗날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이야기인가요?”

“···.”

소하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속으로 쌍욕을 퍼부었다.

기자들이란.

분명 국적, 인종, 언어도 모조리 다른데 하는 짓은 항상 비슷하다.

암만 발베르데 감독이 비판을 많이 받는 처지라지만, 대놓고 원정경기 하러 온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니.

가십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피를 토하고 죽는 병이라고 걸린 것만 같았다.

“이미, 발베르데라는 너무나도 훌륭한 감독님이 주인이신지라. 아직 자격이 부족한 저로서는 너무 무거운 자리로 보이네요.”

그래도, 괜히 분란을 만들 필욘 없는 법. 소하는 눈썹을 조금 꿈틀거리긴 했지만 매우 부드러운 답변을 내왔다.

다행스럽게도 기자들은 더는 물고 늘어지지 않았고 이후에는 꽤 정상적인 질문이 오갔다.

소하의 더러운 성질머리가 스페인에도 소문이 났음이 분명했다.

하여튼, 제법 원만한 기자회견은 어느새 종막으로 치달았고, 마지막 질문은 나오지 않으면 섭섭한 그것이었다.

“리오넬 메시는 어떻게 상대하실 예정입니까?”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감독이라면 항상 듣는 그 질문의 등장!

물리다 못해 지겨울 정도로 우려먹은 질문이었지만 하지 않을 순 없었다.

이에, 소하 또한 한 달 정도 팔팔 우려 이제는 맹물과 다를 바 없는 사골곰탕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리오넬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입니다. 그를 완벽히 막기엔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사람이란 불가능에 도전하는 존재. 한번 해보겠습니다.”

웅성웅성.

암만 싱거웠다 해도, 세계 최고를 논하는 감독이 한번 막아보겠다고 하자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아, 그리고 리오넬 메시 선수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대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소하는 곰탕이 너무 싱거워서 소금을 뿌릴 작정임이 분명했다.

덕분에 기자들은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마, 말씀해보세요!”

어떤 폭탄 발언을 터뜨릴지.

항상 화제를 몰고 오는 감독인지라 기대를 하지 않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소하는 매우 사적이었다.

“유니폼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친필사인도 부탁···.”

“···.”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상대 팀 선수에게 유니폼을 구걸한 감독으로 등극한 소하였고, 화제를 몰고 오기엔 충분하긴 했다.

비록, 지켜보는 처지에선 매우 부끄러웠지만.

***

-삐익!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 노우에서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오오오오오오오!”

이와 동시에 엄청난 캄 노우의 환성 소리가 호루라기 소리를 잡아먹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 구단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훌륭한 열기!

어지간한 팀이었다면 주눅이 들었겠지만, 포츠머스는 그동안 수많은 최고를 만나온 팀.

이 정도로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기는 힘들었다.

“음. 이 함성. 곧 울음소리로 만들어주지.”

“좋은 생각이다.”

스승을 닮아 성격이 조금 꼬인 선수들은 오히려 더욱더 투지를 불태우며, 경기는 천천히 시작되었다.

오늘의 양 팀의 선수단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포츠머스는,

[GK: 아론 람스데일.

LB: 앤디 로버트슨.

CB: 케빈 도슨.

CB: 후벵 디아스.

RB: 아슈라프 하키미.

MC: 데클란 라이스.

MC: 칼빈 필립스.

AMC: 델리 알리.

LM: 조쉬 킹.

ST: 에링 홀란드.

RM: 모하메드 살라.]

모처럼 최고의 선수단을 꾸렸다.

다만 포메이션이 달랐다.

현대 축구는 포메이션이 이제 숫자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 대형의 의미는 존재하는 법이다.

4-3-3에서 4-5-1로의 변화는 포츠머스가 무언가 준비해왔다는 냄새를 물씬 풍겼다.

표기상으로는 MC, 미드필더로 취급했지만, 실제는 DMC, 수비형 미드필더임이 확실한 바.

평상시의 포츠머스보다 수비적인 준비를 해왔다는 증거였다.

이에 맞서는 바르셀로나는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의 성향답게 별로 달라진 점이 없었다.

[GK: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

LB: 조르디 알바.

CB: 클레망 랑글레.

CB: 제라르 피케.

RB: 세르지 로베르토.

DM: 세르지오 부스케츠.

MC: 이반 라키티치.

MC: 아르투로 비달.

LW: 필리페 쿠티뉴.

ST: 루이스 수아레스.

RW: 리오넬 메시.]

4-4-2 포메이션도 자주 사용하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4-3-3으로 포츠머스를 맞이했다.

우스만 뎀벨레가 또 부상으로 이탈했어도 주전은 무리 없이 모두 나온 최상의 포진!

이래저래 양 팀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대결을 펼칠 준비가 끝났다.

이를 증명하듯 경기 시작이 초반부터 경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직 전초전인 전반 2분.

먼저 바르셀로나의 힘을 느껴보려고 작심한 조쉬 킹이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조쉬 킹! 일단 뛰어봅니다!]

[사냥하기 전에 몸을 푸는 야생동물 같은 질주입니다!]

상대는 바르셀로나의 원클럽맨, 세르지 로베르토.

다양한 포지션에서 수준급 활약을 선보이는 선수지만, ‘최고’라고 하기엔 조금 아쉬운 선수다.

그러니까, 이미 최고급 수준인 조쉬 킹과의 1:1 대결은 승산이 희박하다는 뜻이다.

“···?!”

이를 증명하듯, 조쉬 킹을 막아서기 위해 달라붙은 세르지 로베르토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뭐야, 이 자식. 겉만 보면 호리호리한데, 막상 밀어보니까 땅에 깊숙이 박힌 기둥 같잖아?!’

조쉬 킹의 힘이 좋다는 사실은 이미 전력분석으로 알았다.

하지만, 책으로 배운 지식은 언제나 현장과는 다르지 않던가.

뛰는 상태에서 외력을 받았음에도 한치도 흔들리지 않는 조쉬 킹의 모습은 상상이었다.

‘정면승부는 안 되겠다.’

세르지 로베르토는 한번 맞부딪혀보고 빠르게 전략을 수정했다.

이 짐승은 힘으로 때려잡는 건 불가능하다, 빠른 판단이었고 훌륭한 축구 지능의 소유자임을 증명했다.

‘지연만 하자.’

슬슬 조쉬 킹의 진로만 조정하며 지연 작전을 펼치는 세르지 로베르토.

결국 조쉬 킹은 코너 플래그까지 유인당했고, 뒤따라 압박을 들어온 비달에게 공을 빼앗겼다.

호쾌한 시작이었지만 제법 아쉬운 마무리!

하지만 소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로 그거야! 잘했다! 기선을 잡았어!”

확실히 기선을 잡긴 했다.

조쉬 킹의 질주 이후, 5분여간 포츠머스는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고선 바르셀로나를 몰아쳤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드와 델리 알리가 중원을 꽉 휘어잡으며 리오넬 메시에게 공을 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소하의 대 리오넬 메시 작전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리오넬 메시를 전담 마크하기엔 일도 힘들뿐더러 성공확률도 낮다.

‘그렇다면 아예 마크할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암만 날고 기는 전설적인 선수라도 공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덜 공격적이지만 더 확실히 공을 점유할 수 있는 중원을 꾸린 것이었다.

공격력을 줄어들지라도 공을 계속 점유한다면 위험도 없을 테니까.

점유율에 목숨을 거는 바르셀로나의 정신에 정면으로 승부를 건 특단의 대책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순 없는 노릇.

결국 가까스로 포츠머스의 압박을 풀어낸 바르셀로나의 패스 줄기는 리오넬 메시의 왼발에 도착했다.

“···.”

그리고 묵묵히 기회를 노리던 작은 거인, 리오넬 메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277화. 가시밭길. (3) > 끝

ⓒ 블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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